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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특이하게 덥고 습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절의 개념을 이제 서서히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홈쇼핑에서 전라남도 숙소 특가 상품을 판매하기에 홀리듯 상품을 구매했다. 화순에 있는 금호리조트로 예약을 했는데 서울에서 화순까지는 꽤 먼 거리라 중간에 어딜 들렀다 가면 좋을 것 같았다.

 
 

7월의 첫날,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새벽시간이지만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가 많았다.

 
 

하지가 지났지만 해가 길었다. 오랜만에 타는 경부고속도로와 천안, 논산 고속도로였다.

 
 

알밤으로 유명한 정안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보성 수국이 유명하다고 해서 전라도로 바로 향하려다 공주 유구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한창 퍼질 때 처음 가본 이후 처음 가보는 유구였다. 길가에 화사하게 핀 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일교차 때문인지 고속도로에는 옅게 안개가 끼어있었다.

 

충청도는 서울과 가깝기에 그다지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인가 충청도가 편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톨게이트를 통과해 유구 색동 수국 정원으로 갔다. 톨게이트에서 나와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전통시장 앞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전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유구 하나로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었다.

 
 

차를 주차한 후 강가로 걸어갔다. 6월에 와야 절정의 수국꽃을 볼 수 있는데 절정을 지났기에 수국이 꽤 졌을 것 같았다.

 
 

수국꽃을 만나기 전 논가 옆 접시꽃을 만났다. 푸른 논 옆의 접시꽃의 색은 더 선명하고 이뻤다.

 
 

수국 정원에 들어서니 아직 지지 않은 수국이 피어있었다.

 

수국축제의 끝물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만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자 하는 포토그래퍼들만이 많았다.

 

아빠는 수국의 절정이 지나서 너무 아쉽다고 하시는데 내 눈에는 이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선명한 분홍색이 아니라 꽃 사진이 조금 지저분하게 보일뿐 아직도 길가에는 수국꽃 세상이었다.

 
 

일단 사람이 없으니 너무 좋다.

 

카메라는 총 2대를 챙겨갔다. 하나는 팬택스 보디에 시그마 아트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다른 카메라는 니콘 Zfc였다.

 

상황에 따라 펜탁스와 니콘을 번갈아 사용했다.

 

져가는 수국꽃이 그립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일찍 이곳을 방문했다.

 
 

아빠가 고프로로 촬영하고 싶다고 하셔서 내가 챙겨왔는데 목걸이 형태는 너무 폼이 안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 촬영하시다 어느 순간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작가들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데 어떤 사진을 찍어 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작가들의 열정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무거운 가방에 삼각대, 그리고 카메라까지. 열정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트 렌즈로 찍으니 눈으로 보는 것보다 확실히 더 색이 진하게 나왔다.

 
 

아트 렌즈로 인물을 찍으면 얼굴이 너무 노랗거나 붉게 나오는데 꽃만 찍으니 실제보다 더 실감 나게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맑은 하늘이 그리운 날이었다.

 

수국꽃 위로 걸린 가랜더의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다. 꽃이 있는 곳에는 그 어떤 글을 가져다 놔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아빠는 처음에 수국이 많이 져서 아쉽다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셨다.

 
 
 

강길을 따라 계속 걷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수국이 있는 곳만 구경했다.

 
 

어떻게 찍으면 마음 속 깊이 꼭 박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찍어봐도 내눈에는 다 비슷한 구도의 사진이었다. 사진은 내인생의 계륵이었다. 손을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찍지도 못하니.

 

사람이 많다면 눈치껏 찍어야 할 가랜더의 글도 기다림없이 찍을 수 있었다.

 

포토 스팟도 비어 있어서 찍고 싶을 때 기다림없이 사진을 찍었다.

 
 
 
 

날이 조금만 더 시원하면 좋겠는데 아침 시간이었지만 습하고 더웠다. 이제 진짜 여름인가 보다.

 

오두막에 올라 잠시 쉬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다.

 

아름다운 꽃에 취해 등이 다 젖도록 사진을 찍었다.

 
 

똑같은 사진도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기에 모델인 아빠에게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주문했다.

 

수국을 보고 있으니 이 초여름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둑에 서면 수국 꽃 뒤로 유구 시내가 보였다.

 

논 내음이 좋았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향긋함이기에 이 냄새는 내가 여름 하면 떠오르는 향수였다.

 
 

이제 볼 만큼 본 것 같은데 뭔가 아쉬웠다.

 

다시 둑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기로 했다,

 
 

제2회 수국 정원 사진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출품해 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분들이 많이 낼 것 같아 부러운 시선으로 플래카드만 바라보았다.

 

둑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는 공원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원점으로 왔는데 아직도 공원은 조용했다.

비석 앞도 한산해서 어찌 보면 쓸쓸해 보였다.

 
 

같은 장소도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진다. 펜탁스의 색감이 너무 좋아 20대 때부터 사용했다. 니콘은 촬영 당시의 색감보다는 보정했을 때의 느낌이 더 좋았다.

 
 

카메라를 바꾼 후 아빠랑 같이 셀카를 찍는 횟수도 더 늘었다.

 
 
 

아빠랑 나의 관심 시간은 딱 2시간이기에 점점 꽃에 질려가고 있었다.

 

함께 하기 때문에 좋고 그 시간이 소중하지 않을까. 가랜드의 글귀가 내 마음에 돌을 하나 던져주고 갔다.

 
 
 

이제는 무엇을 찍어도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찍었다.

 
 

우리는 징검다리로 향했다. 큼직한 돌의 징검다리였다.

 

징검다리 사이사이로 맑은 물이 흘렀다.

 
 

완연히 여름이었다. 예년 같은 여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좋았다.

 
 

징검다리에서 돌아와 벤치에 앉아 잠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시골 담장 어디를 둘러봐도 천사의 나팔 같은 능소화가 펴있었다.

 
 

창고에 그려진 수국 그림은 과하지 않고 단아했다.

 

전통시장 주차장에 다다르니 창고 같은 건물의 벽면에 베틀을 짜는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건물 사이의 핑크빛 길은 꿈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온 유구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또 수국꽃이 필 때가 되면 유구가 생각날 것 같다. 수국 하면 유구가 아닐까.

https://youtu.be/g6R55vUDg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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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비도 오고 집에 축 처져 있는데 아빠가 집에 있기 답답하다며 동두천에 있는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가자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본에 안 가본 지 3년이 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기 힘들어지니 국내에서 해외의 이국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사람들 사이에 이슈가 되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가볍게 아빠를 따라나섰다.

 
 

일본어로 적힌 문구들이 오랜만에 봐서 어색했다. 입장료를 구매했다. 보통은 입장권에 주차권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입장료 따로 주차료 따로였다. 주차장은 니지모리 스튜디오 소속이 아니라는 것 같았다.

 

이곳이 양주와 동두천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대부분은 자가용을 이용해서 온다. 그러나 버스로도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 입구를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잠깐 동안 일본 여행을 하러 가기 위해 정문으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이 어둡기에 길가의 등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은은한 불빛이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이 거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교토의 어느 거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해외로 놀러 온 것 같은 기쁨이 보였다.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넓지 않아 빠르게 본다면 몇 십분이면 볼 수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며 구경한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비가 내리기에 잠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건물 안에는 체스판도 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선풍기도 있었다.

 

비가 내려 밖이 쌀쌀했는데 안에 있으니 포근하고 좋았다.

 

메인 거리에는 관광객이 직접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 있었다.

 

비에 젖어 건물의 색은 더 짙게 보였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기분은 더 센티멘털하게 만들었다.

 

의자가 젖어 있어 모닥불 옆에 앉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녔다.

 

입장료가 비싸서 솔직히 조금 불만은 있었는데 디테일하게 꾸며 놓은 것을 보니 입장료가 비싼 게 이해되었다.

 

곳곳에서 일본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져 카페 앞 처마 밑에 앉아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빠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계시고 나 혼자 커피를 주문하러 들어갔다. 빈자리가 있으면 카페 안에서 차를 마시면 더 커피가 맛있을 것 같았다. 일본 오타루에서 갔던 어느 카페가 생각났다. 그날도 비가 이렇게 내렸었다.

 
 

커피 주문이 밀려서 한참을 기다렸다.

 
 

화장실 앞에는 일본식 우산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카페 앞 노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걸어 오르니 작은 뮤직룸이 나왔다.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있고 올드 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커피를 받으러 다시 카페로 갔다. 커피를 들고 다시 뮤직룸으로 왔다. 1970년대 디제이가 있는 다방 같았다.

 
 

사람들은 이곳을 잘 모르는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약간 눅눅한 냄새가 났다. 냄새는 아빠와 나를 서로의 젊은 시절로 소환시켰다.

 
 

아빠는 옛날 생각이 나신다며 디제이석에 들어가 잠깐 동안 디제이가 되어 보셨다.

 
 
 

고급진 분위기의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늘어져서 심심했던 주말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입장 시 받은 니지모리 스튜디오 안내도를 그제야 확인해 보았다.

 

오래된 카메라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피를 다 마신 후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저녁을 먹고 집에 갈까라는 생각이 들어 음식점 가격을 보니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비쌌다.

 
 

밥은 집에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니지모리 스튜디오의 남은 부분을 구경했다.

 
 

어떻게 사진을 찍든 이국적인 분위기의 사진으로 찍혔다.

 

동호회 사람들인지 코스프레를 하고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일본에 가지 않고 일본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가성비는 좋은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공기도 싱그럽고 사진기에 찍힌 색감은 보기보다 더 짙고 쫀쫀했다.

 
 

식당에서 사 먹지는 않았지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사진만 찍었다.

 

메인 광장을 지나 빨간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올랐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인지 건물이 어수선했다.

 

어수선한 건물에서 나오는 길 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곳은 어떤 신을 모시는 것일까. 온갖 잡신 중 토끼를 모시는 사당일까.

 
 
 
 

길이 조금 질퍽거리기는 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걷기도 좋고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았다.

 
 

계단이 많기는 했지만 서두를 일이 없기에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니 니지모리의 모습이 훤하게 보였다.

 
 

시골 속에 파묻힌 일본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았다.

 

앉아서 전망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오르막 끝에 도착하니 사람들의 소원이 걸려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난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다리에도 소원이 적힌 나무가 걸려 있었다.

 
 

아빠는 등에 그려진 못난이가 나랑 비슷한 것 같다고 하셨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등이 걸린 길로 걸어갔다.

 
 

정신없는 것 같으면서도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한데 이 촌스러운 느낌이 더 좋았다. 축제에 온 것 같이 내 마음도 들떴다.

 
 
 

단렌즈를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이럴 때 표준 줌렌즈가 그리웠다.

 
 
 
 

슬램덩크에서 백호가 소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을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인형이 마루에 있기에 사진을 찍으러 옆에 가니 갑자기 인형이 움직였다.

 

아빠랑 나는 화들짝 놀랬다.

 

내려오는 길 안 갔던 길이 궁금할 것 같아서 다시 연못을 따라 걸어갔다.

 

연못을 보며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연못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따라 내려갔다.

 

작은 폭포가 연못으로 흘렀다.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잠깐이었지만 이국적인 장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나들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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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서 꽃이야기만 적으려고 하니 쓸 말이 뭐가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8월에 다녀온 주말 나들이 이야기를 10월이 되기 하루 전에서야 작성하는 것을 보니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주말에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아빠가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 가자고 해서 주말오후 수목원으로 향했다. 8월이 반이상 지나고 늦은 오후시간이지만 여름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와서 그런지 주차장은 여유로웠다. 주차를 한 후 매표소로 와서 입장권을 구매했다. 나는 할인이 되지 않고 아빠는 65세 이상 경로 할인이 적용되어 7,500원에 표를 샀다.

 

이번을 포함해서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세계절에 이곳을 방문하는 것 같다. 여름이라 푸르름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목원 입구에서 부터 알록달록함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오는 곳이 아니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순서로 수목원을 돌아보았다. 입구 근처에 있는 온실부터 향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숨이 너무 가쁘게 느껴졌다. 살이 쪄서 그런지 행동이 더욱더 굼뜬 것 같았다. 매일매일 운동과 식이요법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번 찐 살을 20대 때와는 달리 쉽게 빠지지 않았다. 살찌는 것은 5G속도로 찌지만 빠지는 속도는 달팽이 속도보다 훨씬 더 느렸다.

 

 

온실 잎구에서 뒤를 돌아 보니 산골짜기 사이로 모든 것이 푸르렀다.

 

예전엔 온실이 꽤 인상적이였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여름이라 역시 온실을 돌아보는 것이 싫었다. 밖에 있어도 덥고 습한데, 온실 안에 있으니 더 더웠다. 온실 안을 대강대강 돌아본 후 밖으로 나왔다.

 

더운 온실에서 밖으로 나오니 바깥공기가 신선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푸르름 사이에 핀 꽃들이 평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하늘이 흐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수목원을 산책하기에는 적당했다. 약간의 끈적거림과 더위 그러나 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여서 수목원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기 좋았다.

 

 

 

 

8월 아침고요수목원은 무궁화 꽃이 만발해 있었다. 무궁화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논산훈련소이다. 초여름 무궁화가 길게 심어진 길을 아침 저녁으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등병도 아닌 훈련병 시절이라 모든게 낯설고 힘들었지만, 15년이 지났지만 그때 본 무궁화는 아직도 엊그제 본 것과 같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아는 분홍색과 붉은색의 무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을 가진 무궁화 천국이였다.

 

 

아름다운 무궁화 꽃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었다.

 

 

 

무궁화 천국을 걷다 보니 다양한 무궁화가 있음에 새삼 놀라기도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무궁화 동산을 나와 개울가로 가보았다. 날이 후텁지근해서 그런지 어린아이들은 개울가에서 맨발로 더위를 쫒고 있었다. 아이들처럼 우리도 개울에서 놀고 싶었다. 그냥 시원한 물만 손에 묻혀 보았다.

 

늦여름과 가을의 초입 사이라 그런지 가을에 볼 수 있는(?) 꽃들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수목원에 오면 여러가지 꽃이름을 알고 있는 아빠가 신기했다. 어떻게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땐 그게 그거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름을 줄줄줄 말해줄 때마다 신기할 뿐이였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꽃인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천일홍인지 백일홍인지. 아빠가 몇 번을 말해 주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꽃 이름이 헷갈린다. 내게는 그냥 자주빛 물병청소 솔같이 생긴 꽃이였다.

 

 

 

나무수국 아래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수국인데 이렇게 거대한 수국도 있나보다. 예전에 보았던 수국보다 나무수국은 화려하면서 심플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나무수국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화려하게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고, 수국과 나무의자만 찍었을 땐 심플하면서 단아함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는 캡보다는 확실히 밀집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나무수국을 지나 수국 뒤쪽에 있는 들판으로 갔다. 나무가 빼곡한 곳 가운데 있는 들판은 아이들이 오면 참 좋아할 것 같았다.

 

들판 위에는 고인돌 같은 돌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길에서 이국적인 맛이 느껴졌다.

 

 

작은 들판을 지나니 다시 숲이 나왔다. 숲에는 풀도 있고 꽃도 있었다. 어떻게 나무와 식물이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을까!

 

화려하게 핀 꽃들 사이로 일벌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여러번 온 곳이기에 익숙한 곳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다른 계절에 와서 그런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겨울은 추워서 아직까지 올 생각을 못해 보았다.

 

 

호랑나비같이 생긴 꽃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꽃들을 하나로 묶으면 이쁜 꽃다발이 될 것 같았다.

 

 

걷다보니 아침고요수목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하늘길에 도착했다. 저번에 왔을 땐 튤립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맨드라미가 가득했다.

 

 

하늘길에서 맨드라미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은 유럽 어느 귀족의 정원같아 보였다. 앞선 곳들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이라면 이곳은 인공적으로 가꿔진 정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였다.

 

 

 

길을 따라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하나 있을 땐 눈에 띠지 않는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꽃들이었지만 같은 꽃들이 모여 있으니 하나만 피어 있을 때보다 한번 더 눈길이 가고 아름다워보였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보다 정원 안으로 들어오니 더 화사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였다.

 

 

 

진짜 집에 이런 꽃밭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꽃밭이 있으면 집에서 빈둥빈둥 쉬고 싶어도 못쉬고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아주 작은 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난 며칠만 열심히 물도 주면서 관심을 가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전부 아빠의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쯤 걸어다니니 나는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내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뭔지 모르게 계속 숨이 차는 것이 느껴져서 평소보다 더 빨리 피곤함이 느껴졌다. 쉬고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고 집에 가서 계속 눞고만 싶었다. 그래도 아빠가 기분이 좋으니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집으로 가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이 수목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도착했다. 정원의 주인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동화 속 집이였다. 카페같은 곳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빈집만 덩그러니 있어서 이쁘면서도 약간 으시시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람의 생기가 없는 건물에서 느껴지는 한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 집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유럽의 별장에 놀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원을 어느정도 돌아본 후 연못으로 갔다. 이제 수목원의 거의 끝까지 왔다.

 

 

평소엔 이 연못에 사람이 많은 편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한 무지개색의 의자가 반대편에 있었다. 연못에 비친 무지개 의자가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빠에게 저기 보이는 무지개의자에 빨리 가서 앉아보라고 했다. 사람이 없을 때 잽싸게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아빠한테 빨리빨리 재촉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연못을 한바퀴 돈 후 한옥은 패스하고 바로 출구쪽으로 향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한옥쪽으로 가자고 해서 쫄래쫄래 따라 갔다.

 

한옥의 대청마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대청마루에 누워있어서 사람들을 피해 건물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깐 한옥의 마루에 앉아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방금 전 지나왔던 정원을 가로 질러 갔다. 지나오면서 봤던 곳이지만 미쳐 보고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아직은 여름이지만 나무의 일부분이 단풍빛으로 물든 나무가 보였다. 이곳만큼은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평소라면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숍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했을 텐데 오늘은 커피숍을 멀리 바라만 보고 지나갔다.

 

 

아빠도 힘드신지 길가에 앉아서 잠시 쉬셨다. 초반에 기운차게 수목원 투어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확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되돌아 가는 길이가 처음에 지나왔던 곳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다시 보았지만 나무수국이 흐들어지게 핀 모습은 정말 장관이였다. 수국이 저렇게 핀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다시 계곡에 들려 시원한 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시원한 계곡 물이 힘들어 축쳐진 근육에 잠깐이지만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항상 아빠와 나는 딱 2시간이 적당한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을 보러와도 2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처음엔 좋은 것을 보니 아드레날린이 확 올라와서 그런가 구름을 걷듯 붕붕 떠있는 것 같이 다니는데, 2시간에 가까워 오면 급속도로 흥미도가 떨어진다. 아무튼 후반부를 약간 설렁설렁 봐서 아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꽃과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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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항, 어릴적부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들어본 이름이였다. 고등학교 때인가 이곳에서 찍은 일출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일출의 장면이 꽤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 등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고등학교때부터 꽤 많이 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가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속초에서 바로 집으로 가기 싫어서 동해를 따라 괜찮은 곳을 몇 군데 더 간 후 집에 가기로 했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양양의 상징이 송이인가 보다. 이 길을 오늘 처음본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이 앞을 지나다녔다. 누가 디자인했을까? 캐릭터가 귀엽기는 한데,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7번 국도를 달리다, 남애항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남애항으로 갔다. 남애항에 도착하기 전 남애3리 해수욕장이 있었다. 거기다 주차를 할까 하다가 조금더 남애항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하기로 했다. 차를 항구주변에 주차한 후 걸어서 남애항 스카이 워크 전망대로 걸어 갔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인데 파도는 무섭게 치고 있었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니, 마음이 뻥뚫리는 것 같았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짙푸른색의 동해바다를 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겨울엔 옥색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봄이 되니 푸르게 보였다. 마음 속에 담겨져 있는 스트레스들이 파도와 함께 부서지는 것 같았다. 스카이워크의 가운데 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찔했다.

 

가운데로 가기 무서운 사람들은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스카이 워크 밑은 크고작은 바위로 되어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로 인해 유리 아래는 흰거품이 바위를 덮고 있었다. 날도 너무 맑아서 세상 모든 것이 깨끗하게 느껴졌다. 너무 잘 온 것 같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숴지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서 파도가 잠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먼 곳에서 일어난 파도는 이곳에 와서 부숴져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전망대 뒤쪽에 조금더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같은 곳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니 스카이워크도 보이고 저멀리 해안도로도 보였다. 동해바다가 원래 이런 색이였나? 너무 푸른빛의 바다색이 지중해를 떠올리게 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오니 스카이워크 앞에 이곳이 고전영화인 고래사냥의 촬영지임을 알리는 비석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어릴적 보았던 영화라 내용은 크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인공들이 추운 겨울 강원도를 걷던 모습과 결국엔 겨울바다에 왔던 모습들이 조각조각 생각났다. 그때 영화를 보면서 강원도는 추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하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아직까지 강원도를 생각하면 그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난다.

 

고래사냥의 촬영지라는 안내를 보니 뭔가 이곳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불지 않지만 남애항 방파제 테트라포트는 거친 파도로 인해 바닷물이 엄청 튀고 있었다.

 

방파제 밖은 파도와 전쟁중이지만, 남애항은 바람 한점없이 고요했다. 방파제의 안과 밖이 너무 대조적이였다. 밖은 끊임없는 거친 파도와 시름중이지만, 안은 태평했다.

 

파도가 커졌다 작아졌다. 파도는 리드믹컬하게 방파제를 때렸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서있었다. 자세히 보면 버섯모양의 빨간 등대였다.

 

양양의 마스코트가 버섯이라 그런 것 일까? 등대도 버섯모양으로 만들었다.

 

바닥에 포토스팟이 있기에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이 포토스팟에 서서 어떻게 사진을 찍으라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방파제 위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꽤 있었다. 푸른바다와 하늘 때문에 빨간색의 등대는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우리가 등대에 갔을 땐, 어느 모녀 분께서 인생사진을 찍으시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등대의 모양은 오면서 본 버섯조형물과 비슷했다. 버섯모양으로 등대를 만들 생각을 한 사람도 대단한 것 같았다.

 

 

푸른빛이 가득한 세상에 빨간색이 등대는 처음오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히 매력적이였다. 방파제 반대쪽에는 흰색의 등대가 있었는데 확실히 빨색색 버섯 등대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등대를 구경한 후, 다시 방파제를 따라 걸어나오는데,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낮게 지나갔다. 비행기 도장을 보니 플라이 강원같아 보였다. 어디서 오는 것 일까? 김포? 제주? 자유롭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점점 상황은 안좋아지는 것 같았다. 비행기는 서서히 양양공항으로 착륙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 같았다. 항상 양양국제공항 옆을 지나면서, 왜 여기 공항이 있을까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비행기가 다니니 공항이 있나보다 라는 생각을 플라이 강원을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도 파도를 찍는 모녀처럼 큰파도가 오기를 기다리며 파도 사진을 찍기 위해 서있었다. 바닷물이 꿀렁꿀렁 거리는 모습을 보며, 그래 이번엔 큰파도일거야 생각해서 준하고 있으면 바닷물이 높게 솟치지 않고, 김빠진 사이다 처럼 바닷물이 피익하며 파도를 치지 않고, 저건 별로 큰 파도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바닷물이 높게 솟구쳤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그래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두장 건질 수 있었다.

 

 

 

겨울바다와 다른 봄다다는 따스하면서 부드러웠지만, 아직 겨울의 느낌이 남아서 그런지 파도만은 거칠었다. 그래도 따스해서 오랫동안 부숴지는 파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파도가 칠 수 있는지, 동해의 다른 지역보다 파도가 유독 심하게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포토그래프들의 파도사진이 많은 것 같아 보였다. 이날도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는 구분이 안되지만, 풀장비를 갖추신 분들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망원렌즈를 사용해서 파도치는 모습을 찍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애항방파제를 나와 남애3리 해수욕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본 돌고래 조형물이 귀여웠다. 이곳에서도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것 일까?

 

해안도로를 따라 해수욕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파도가 크게 치더니 바닷물이 도로까지 덮쳤다.

 

 

진짜 파도하나는 전국에서 가장 이쁘고 제일인 것 같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질 때마다 얼마나 짜릿하고 통쾌하던지, 바닷물 때문에 끈적이기는 했지만, 부숴질 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남애3리 해수욕장 옆에 이름 모를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다리의 가운데는 역시 유리로 되어 있었다.

 

다리에 오르니 해수욕장과 태백산맥이 보였다. 아직 바다는 많이 추울텐데,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파도가 치면 진짜 서핑을 할 맛이 날 것 같았다. 나도 무릎만 괜찮으면 배우고 싶은 운동 중 하나인데, 무릎때문에 이렇게 구경만 해야했다. 아빠는 추운데 뭐하는 거냐고 그러셨지만, 저렇게 파도를 타기 위해 씨름을 하다 보면 추운 것은 금새 잊혀질 것 같았다. 거대한 파도는 끊임 없이 해수욕장으로 밀려왔고, 서퍼들은 파도를 타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또 파도에 보드가 뒤집어지고, 파도와 서퍼가 서로 신경전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냥 남애항이 보고 싶어서 잠시 들린 곳인데,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니, 발리의 쿠타 해변이 그리워졌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시기를 일년 넘게 보내고 있기에, 더 일상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우고 싶지만, 처음이 두려운 것 같다. 그리고 운동으로 인한 부상도 아직도 무섭기는 하다.

 

 

 

 

원래는 잠시 항구만 보고 가려고 했던 곳인데, 어쩌다 보니 오랜 시간을 남애항에서 보내게 되었다. 무엇을 해서 즐거운 곳이 아닌, 그냥 밀려오는 파도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남애항이였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한번더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푸른바다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우리는 강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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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 일찍와서 체크인은 했는데, 룸이 준비중이여서 바로 입실을 하지 못했다. 대략 한시간 정도면 준비가 된다고 하여, 걸어서 쌍계사에 가기로 했다.

 

 

캔싱턴하동리조트에서 나와 쌍계사 쪽으로 걸어가는데 야생 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보성다원같은 통일된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자연 그대로의 아룸다움을 담고 있었다.

 

 

녹찻잎이 푸르를 때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차밭 앞 공터엔 작은 꽃들이 흐들어지게 피어 있었다.

 

라벤더를 보려고 떠난 여행에 라벤더보다 다른 꽃들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여행이였다.

 

 

 

야생 녹차밭 옆 길로 올라가니 녹차밭을 보면서 쉴 수 있는 정자가 하나 있었다.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주변 풍경을 보는 맛이 너무 좋았다. 한 일주일쯤 지내면서 매일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갓길로 걸어야 하기는 했지만, 지나다니는 차가 많지 않기에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월의 중반을 지나서 그런지 태양볕이 뜨거웠다. 이젠 진짜 여름이 오나보다. 아니 벌써 왔는지 모르겠다.

 

쌍계사에 오르기 전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을 잠시 들렸다.

 

 

쌍계사 매표소로 가는 길에 작은 폭포(?)에서 시원하게 물이 떨어졌다.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아빠는 경로우대로 무료이고, 나만 입장료를 지불했다.

 

초등학교가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 아이들은 소풍가면 쌍계사로 갈까?

 

 

살짝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올라갔다. 숨이 찰 정도의 가파름은 아니였으나, 마스크를 착용해서 그런지 숨쉬는 것이 살짝 불편하게 느껴졌다.

 

 

 

 

숙소에서 얼마 먼 곳이 아니라서 걸어왔는데 그냥 차를 타고 올 껄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 가을이면 켄싱턴하동에서 산책삼아 걸어오기 너무 좋은 길이지만 여름에 걷긴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쌍계사에 와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절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이 있었다.

 

 

 

절이 산비탈에 위치해 있는 것 같았다. 보통은 천왕문을 지나면 넓은 경내가 나오는데 쌍계사는 하나의 문을 지나면 또 다른 계단이 앞에 펼쳐졌다.

 

 

부처님을 뵙기 전에 힘이 빠져서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또 다른 건물을 지나면 또 계단이 나왔다.

드디어 다왔나 싶었는데 오르막은 끝이 아니였다. 그래도 계단을 오를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뒤로 보이는 풍경이 한단계씩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았다.

 

 

본당 건물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또 올라갔다.

 

 

 

폭포로 오르는 길은 또 끝임없는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보자마자 나중에 살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그냥 가볍게 왔으니 쌍계사만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돌담길의 담장과 담장에 낀 이끼와 주변의 나무들이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중전화는 여기에 왜 있을까? 예전에는 쉽게 보이던 물건들이 이제는 보물찾기 하듯 찾아봐야 한다. 공중전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꽤 많아졌다. 그중간쯤을 살았던 세대인 30, 40대들은 옛것에서 향수를 느끼면서도 디지털엔 또 열광하는 것 같다. 이렇게 가끔 옛날 물건을 보면 왠지 친한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이곳이 대웅전이 있는 쌍계사의 메인 건물인 것 같다.

 

 

또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야 부처님을 뵐 수 있었다.

 

한계단 한계단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 속의 힘이 스스로 빠지고 있었다. 쌍계사를 설계한 사람은 다 이런 계획이 몇 백년 전부터 있었나보다.

 

 

 

절이 화려하지는 않았다. 웅장하지도 않았다. 모든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느낌이였다.

 

 

대웅전 뒤편으로 더 들어가면 세개의 석불을 만날 수 있었다.

 

 

 

 

올라올 땐 땅만 보며 걸었지만, 내려가는 길에는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갈 수 있었다.

 

내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땀으로 속옷까지 젖은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은 절 옆으로 난 길을 통해 내려갔다. 내려가는 계단은 무릎 환자에게 쥐약이기 때문이다.

 

절 옆으로 차들이 다니는 길이 있었다.

 

계단보다는 수월하게 걸어서 내려 갈 수 있었다.

 

 

밋밋한 내리막 길이라 걷는 재미는 없었지만, 계단을 통해서 내려갔으면, 왠지 계단에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을 것 같았다.

 

 

 

 

이젠 숙소로 가서 씻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빨리 가서 쉬고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였다.

 

 

 

 

쌍계사 주차장 매점에서 음료수 하나씩 마시고 켄싱턴하동리조트로 돌아왔다. 처음엔 호기있게 출발했는데, 숙소로 돌아올 땐 땀범벅에 더위를 먹었는지 만신창이가 되어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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