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애항, 어릴적부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들어본 이름이였다. 고등학교 때인가 이곳에서 찍은 일출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일출의 장면이 꽤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 등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고등학교때부터 꽤 많이 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가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속초에서 바로 집으로 가기 싫어서 동해를 따라 괜찮은 곳을 몇 군데 더 간 후 집에 가기로 했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양양의 상징이 송이인가 보다. 이 길을 오늘 처음본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이 앞을 지나다녔다. 누가 디자인했을까? 캐릭터가 귀엽기는 한데,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7번 국도를 달리다, 남애항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남애항으로 갔다. 남애항에 도착하기 전 남애3리 해수욕장이 있었다. 거기다 주차를 할까 하다가 조금더 남애항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하기로 했다. 차를 항구주변에 주차한 후 걸어서 남애항 스카이 워크 전망대로 걸어 갔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인데 파도는 무섭게 치고 있었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니, 마음이 뻥뚫리는 것 같았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짙푸른색의 동해바다를 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겨울엔 옥색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봄이 되니 푸르게 보였다. 마음 속에 담겨져 있는 스트레스들이 파도와 함께 부서지는 것 같았다. 스카이워크의 가운데 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찔했다.
가운데로 가기 무서운 사람들은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스카이 워크 밑은 크고작은 바위로 되어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로 인해 유리 아래는 흰거품이 바위를 덮고 있었다. 날도 너무 맑아서 세상 모든 것이 깨끗하게 느껴졌다. 너무 잘 온 것 같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숴지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서 파도가 잠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먼 곳에서 일어난 파도는 이곳에 와서 부숴져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전망대 뒤쪽에 조금더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같은 곳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니 스카이워크도 보이고 저멀리 해안도로도 보였다. 동해바다가 원래 이런 색이였나? 너무 푸른빛의 바다색이 지중해를 떠올리게 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오니 스카이워크 앞에 이곳이 고전영화인 고래사냥의 촬영지임을 알리는 비석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어릴적 보았던 영화라 내용은 크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인공들이 추운 겨울 강원도를 걷던 모습과 결국엔 겨울바다에 왔던 모습들이 조각조각 생각났다. 그때 영화를 보면서 강원도는 추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하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아직까지 강원도를 생각하면 그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난다.
고래사냥의 촬영지라는 안내를 보니 뭔가 이곳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불지 않지만 남애항 방파제 테트라포트는 거친 파도로 인해 바닷물이 엄청 튀고 있었다.
방파제 밖은 파도와 전쟁중이지만, 남애항은 바람 한점없이 고요했다. 방파제의 안과 밖이 너무 대조적이였다. 밖은 끊임없는 거친 파도와 시름중이지만, 안은 태평했다.
파도가 커졌다 작아졌다. 파도는 리드믹컬하게 방파제를 때렸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서있었다. 자세히 보면 버섯모양의 빨간 등대였다.
양양의 마스코트가 버섯이라 그런 것 일까? 등대도 버섯모양으로 만들었다.
바닥에 포토스팟이 있기에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이 포토스팟에 서서 어떻게 사진을 찍으라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방파제 위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꽤 있었다. 푸른바다와 하늘 때문에 빨간색의 등대는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우리가 등대에 갔을 땐, 어느 모녀 분께서 인생사진을 찍으시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등대의 모양은 오면서 본 버섯조형물과 비슷했다. 버섯모양으로 등대를 만들 생각을 한 사람도 대단한 것 같았다.
푸른빛이 가득한 세상에 빨간색이 등대는 처음오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히 매력적이였다. 방파제 반대쪽에는 흰색의 등대가 있었는데 확실히 빨색색 버섯 등대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등대를 구경한 후, 다시 방파제를 따라 걸어나오는데,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낮게 지나갔다. 비행기 도장을 보니 플라이 강원같아 보였다. 어디서 오는 것 일까? 김포? 제주? 자유롭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점점 상황은 안좋아지는 것 같았다. 비행기는 서서히 양양공항으로 착륙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 같았다. 항상 양양국제공항 옆을 지나면서, 왜 여기 공항이 있을까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비행기가 다니니 공항이 있나보다 라는 생각을 플라이 강원을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도 파도를 찍는 모녀처럼 큰파도가 오기를 기다리며 파도 사진을 찍기 위해 서있었다. 바닷물이 꿀렁꿀렁 거리는 모습을 보며, 그래 이번엔 큰파도일거야 생각해서 준하고 있으면 바닷물이 높게 솟치지 않고, 김빠진 사이다 처럼 바닷물이 피익하며 파도를 치지 않고, 저건 별로 큰 파도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바닷물이 높게 솟구쳤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그래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두장 건질 수 있었다.
겨울바다와 다른 봄다다는 따스하면서 부드러웠지만, 아직 겨울의 느낌이 남아서 그런지 파도만은 거칠었다. 그래도 따스해서 오랫동안 부숴지는 파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파도가 칠 수 있는지, 동해의 다른 지역보다 파도가 유독 심하게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포토그래프들의 파도사진이 많은 것 같아 보였다. 이날도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는 구분이 안되지만, 풀장비를 갖추신 분들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망원렌즈를 사용해서 파도치는 모습을 찍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애항방파제를 나와 남애3리 해수욕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본 돌고래 조형물이 귀여웠다. 이곳에서도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것 일까?
해안도로를 따라 해수욕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파도가 크게 치더니 바닷물이 도로까지 덮쳤다.
진짜 파도하나는 전국에서 가장 이쁘고 제일인 것 같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질 때마다 얼마나 짜릿하고 통쾌하던지, 바닷물 때문에 끈적이기는 했지만, 부숴질 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남애3리 해수욕장 옆에 이름 모를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다리의 가운데는 역시 유리로 되어 있었다.
다리에 오르니 해수욕장과 태백산맥이 보였다. 아직 바다는 많이 추울텐데,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파도가 치면 진짜 서핑을 할 맛이 날 것 같았다. 나도 무릎만 괜찮으면 배우고 싶은 운동 중 하나인데, 무릎때문에 이렇게 구경만 해야했다. 아빠는 추운데 뭐하는 거냐고 그러셨지만, 저렇게 파도를 타기 위해 씨름을 하다 보면 추운 것은 금새 잊혀질 것 같았다. 거대한 파도는 끊임 없이 해수욕장으로 밀려왔고, 서퍼들은 파도를 타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또 파도에 보드가 뒤집어지고, 파도와 서퍼가 서로 신경전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냥 남애항이 보고 싶어서 잠시 들린 곳인데,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니, 발리의 쿠타 해변이 그리워졌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시기를 일년 넘게 보내고 있기에, 더 일상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우고 싶지만, 처음이 두려운 것 같다. 그리고 운동으로 인한 부상도 아직도 무섭기는 하다.
원래는 잠시 항구만 보고 가려고 했던 곳인데, 어쩌다 보니 오랜 시간을 남애항에서 보내게 되었다. 무엇을 해서 즐거운 곳이 아닌, 그냥 밀려오는 파도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남애항이였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한번더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푸른바다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우리는 강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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