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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까지는 고성 하늬라벤더팜을 방문했다. 매년 같은 라벤더 농장을 방문하니 약간 식상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광양에 있는 사라실 라벤더 농장을 방문하기로 하고 광양으로 향했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기에 토요일 새벽에 출발을 했다. 전전날인 목요일에 얀센백신을 접종해서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백신을 맞고 큰부작용이 있지는 않았다. 대신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려 조금 힘들었을 뿐이였다. 주말에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것을 대비해 금요일에 병원에 방문해서 백신으로 인한 통증을 달랠 수 있는 진통제를 따로 받았다.

 

 

백신을 맞은지 이틀이 지났는데 두통빼고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달이 거의 다되어가는 지금 숨이 답답한 느낌이 있기는 한데 백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밤새 아플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여행가는 날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서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매번 가는 곳이 비슷하다 보니, 영동고속도로 아니면 서해안고속도로인데 오랜만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타고 남부지방으로 향했다. 이제 완연히 여름인가 보다, 오전밖에 되지 않았는데, 밖은 후끈후끈했다. 지나가는 고속열차 선로를 보니 기차 한대만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항상 방심하고 있을 때만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다. 차보다 얼마나 빠른지 보고 싶었는데, 이날도 허탕이였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접어 들었다. 기존의 경전선을 이설했는지, 기찻길로 보이는 곳이 끊어져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사라실 라벤더팜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분명히 티맵을 찍고 왔는데, 어디에도 라벤더 농장이 보이지 않았다. 보라색 뿐이라고는 지나다 보이는 간판정도 였다.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도로 옆에 차가 많이 주차된 곳에 우리도 차를 세운 후, 사라실 라벤더 농원이라고 적힌 푯말을 확인한 후 라벤더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는 입구에 작년 장마 때 라벤다가 죽어서 이번 년에는 라벤다를 볼 수 없다는 안내판이 붙어져 있었다. 저번에 연천 허브빌리지도 라벤다를 새로 심고 있었는데, 아마 작년에 비피해를 크게 봐서 새로 라벤더를 심었던 것 같다.

 

라벤다를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 허탈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농장이나 구경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농원 입구에 아주 조금 라벤다가 심어져 있었다. 그것도 듬성듬성 심어져 있어서 탈모난 머리같이 느껴졌다.

 

 

라벤더가 피어 있으면 더 좋겠지만, 농원 한쪽엔 다른 꽃들이 활짝 피어 있어서 라벤더를 보지 못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노란 해바라기가 아닌 가운데 붉은 빛을 가진 해바라기가 인상적이였다. 저런 해바라기는 처음 보았다. 해바라기가 해를 품은 것 같았다.

 

 

 

원래는 이 주변이 전부 라벤더농장이라 보랏빛을로 물들었을 텐데, 라벤다가 죽어서 전부 푸르렀다. 작은 정원에 핀 꽃을 보면서 살짝 우울해진 마음을 달래야 했다.

 

 

 

와인색의 해바라기는 보면 볼 수록 신기했다. 진짜 해를 이 안에 쏘옥하고 넣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짝 붉은기운을 가진 해바라기도 있었고, 좀더 해바라기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붉게 변하는가 보다.

 

 

 

 

우리말고도 몇몇 사람들이 라벤더를 보기 위해 광양을 찾았으나 해바라기 앞에서 사진만 잔뜩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라벤다야, 뭐 작년에도 보고 2년 전에도 봤으니, 한해 안본다고 내가 죽는 것도 아니기에, 지금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에 충실하기로 했다. 저번에 연천 허브빌리지에 갔을 때, 어쩐지 뭔가 싸한 생각이 들었다. 허브빌리지도 라벤더로 유명한데, 토요일인데 허브빌리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빠도 라벤다를 보지 못하고 가야하기에 마음이 아쉬운 것 같아 보였다. 광양 라벤다 농원은 어떨지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라벤다는 못보고 해바라기만 잔뜩 보고 가려니 허탈하신 것 같았다.

 

 

 

농원 한쪽에 그래도 이렇게 꽃이 피어있는 공간이 있어서, 라벤더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라벤더 대신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의 다양한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째 좁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사진이 거의 다 비슷비슷하게 나왔다. 그래서 이쁜 사진만 골라서 올리려고 했는데, 내 욕심이 너무 과했을까? 블로그에 사진을 정리해서 올리고 글을 쓰려고 보니 어째, 사진이 전부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고 하나씩 선별해서 다시 올리자니 귀찮기도 하고, 나름 하나하나 특징이 있는 사진들이라는 생각이 드니 섣불리 사진을 다시 정리하지 못하겠다.

 

 

 

파랗게 핀 꽃이 수레국화인 것 같다. 이름은 많이 들어 봤는데 이름이 머릿 속에 잘 남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저번에 울산태화강에서 본 것 같은데, 이곳에도 수레국화가 피어있었다. 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파란색 잎을 가진 꽃이 많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꽃잎색이 파란색은 많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라벤다는 아니지만 다른 꽃들을 배경삼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아쉬움이 남으면 안되닌까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순간을 되돌아 보았을 때 뭔가 아쉬움이 남으면 슬플 것 같았다. 지금 뭔가 부족하더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게 즐기고 싶었다. 라벤다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쉬워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냥 라벤다를 보았다면 더 기분이 좋았을 뿐이지, 그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는 원없이 본 것 같았다.

 

 

 

진짜 몇 년동안 볼 해바라기는 다 보고 이제 몇 년동안 해바라기는 쳐다보지 않을 만큼 보고 온 것 같다.

 

 

 

해바라기 사진만 몇 백장은 찍은 것 같다. 아직 정도도 되지 않았는데 내 옷은 땀으로 벌써 젖어 버렸다. 그래도 백신을 맞고 이렇게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면 이번 여행을 취소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여행 전전날이라 취소해도 수수료로 거의 반절이상 때일 것이 분명하기에 여행 전 백신을 맞으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해바라기 홀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라벤다가 만발했으면 아마 사람들로 이곳도 정신없지 않았을까? 오히려 라벤더 농장에 라벤다가 없기에 이렇게 한가롭게 해바라기랑 사진도 찍고,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한시즌 앞서 가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눈에는 다 같은 나무, 다 같은 풀인데 아빠 눈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 없는 식물로 보이시나 보다. 나보고 또 무엇인가를 따서 먹어보라고 주었다.

 

 

검붉게 익은 오디는 가끔 땅바닥에 떨어져서 으깨진 것을 본적이 있지만, 이렇게 나무에 매달린 빨간오디, 검붉은 오디는 처음 봤다.

 

잘 익은 오디를 한두개 따서 먹어 보았다.

 

 

원래는 저 뒤로 라벤더가 펼쳐져 있어야 하는데, 2021년에는 논뷰가 펼쳐져 있었다.

 

 

점심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뭐라도 먹고 가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라벤더블랜딩이나 한 잔 마시고 하동으로 떠나려고 했는데, 아빠가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여행다니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는 순간인 것 같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먹는 것에 대해 신경이 쓰인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순간 움츠려들게 된다.

 

 

 

점심시간보다 이르게 점심을 먹었다. 아빠는 바지락 칼국수로 나는 언제나 돈까스로 주문을 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다 맛도 좋았다. 역시 전라도 지방은 어디를 가도 맛이 있는 것 같다. 돈까스마저 너무 좋았다. 점심시간이 되니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기에, 손님이 많아지기 전에 빨리 식사를 마시고 식당을 나왔다.

 

 

 

후식으로는 식당 앞에 있는 라벤더 카페에서 라벤더 블랜딩을 주문했다.

 

 

그냥 갈까 하다 그래도 라벤더를 보러 왔는데, 그냥 지나쳐가기 아쉽기에 듬성듬성 심어진 라벤다 밭으로 왔다.

 

 

 

듬성듬성한 라벤다를 최대한 풍성하게 보이게 찍기 위해 아래에서 위로 올려서 사진을 찍었다. 오! 생각보다 라벤다가 많아 보였다.

 

 

보랏빛의 라벤다 들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사진을 연출했다.

 

 

 

위에서 내려 찍을 때는 탈모에 걸린 내머리 같더니, 아래에서 올려다 찍으니 라벤더 농장의 라벤더가 풍성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아~! 원래는 이런 느낌의 라벤더 농원을 보고 갔어야 하는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진은 역시 연출력이 큰 것 같다. 처음에 라벤다 농원에 들어올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라벤더가 하나 없는 농원이였는데, 이렇게 사진을 찍고 나니 이번 년도에도 라벤더가 꼭 풍성하게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찍혔다.

 

사진엔 라벤더가 풍성한 농원이지만 현실은 뜨겁고 습하고 또 라벤더가 없는 횡한 들판이였다.

 

 

 

점심도 든든히 먹었고, 그리고 라벤더도 연출사진을 통해 풍성하게 찍었으니 우리는 숙소가 있는 하동 켄싱톤리조트로 향했다.

 

 

농원에서 나와 하동으로 가는 길, 경전선을 달리는 무궁화를 보았다. 저 기차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차는 느린 속도로 저멀리 지나가고 있었다.

 

 

 

고개를 넘으니 섬진강이 나왔다. 섬진강이라는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섬진강이라는 이름이 내 마음 속에서 특별해진 것은 김용택선생님 때문이다.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섬진강이 나에게 친근하게 친구처럼 다가 왔다. 그래서 항상 보고 싶은 그리운 강이 되었다.

 

우리는 섬진강을 따라 쌍계사 쪽으로 올라갔다. 길이 새로 생긴 것 같았다. 넓은 길이 새로 놓여서 편하기는 했으나 예전의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았다.

 

 

눈 앞에는 지리산이 펼쳐져 있었다.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벌써 20년이 지나가 버렸다. 20년 동안 여러 번의 무릎수술로 인해 지리산 종주는 이제는 꿈만 꾸는 것이 되어버렸다.

 

길은 넓고 편했으나, 예전의 감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씁쓸했다.

 

 

 

우리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계곡길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갔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쪽으로 향하는 길은 환상적이였다. 나무가 만들어준 터널을 지나서 갔다. 가끔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 비쳤다. 푸르름이 가득한 길을 달리고 있으니, 일로 인해 짜증났던 마음,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 등 나를 괴롭히는 마음들이 조금씩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하동켄싱턴리조트에 도착을 했다. 체크인은 바로 가능했는데, 방청소가 되지 않아서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전망이 별로인 곳은 바로 입실이 가능했다. 짐을 리셉션에 맡겨 둔 후 우리는 방청소가 될 동안 쌍계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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