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면 해외, 국내면 국내 쭉 이어서 적어야 하는데, 내 마음이 변덕스러워서 한주는 해외여행을 적고, 또 다른 주는 국내여행으로 적고 있다. 아마 내용을 적다가 질리면 글을 쓸 때 머리가 굳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글을 수려하고 멋들어지게 쓰는 것도 아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서 적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오전 내내 속초시내를 돌아 다녔기에 피곤해서 숙소에서 잠시 쉰 후 해가 진 다음 다시 숙소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면 또 다른 속초를 볼 수 있게 된다. 썬라이즈 호텔의 주차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차를 일찍 주차하지 않으면 금방 만차가 되어 근처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는 금요일 저녁시간에 주차를 한 후, 토요일에는 도보여행을 했기에 차를 뺄 필요가 없었다.
지도로 봤을 땐 호수 주변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소화도 시킬겸 청초호 한바퀴를 돌기로 했다. 호수로 난 길은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했다. 숙소 앞을 나와 청초호수공원으로 가는데, 생각보다 길이 편하지 않았다. 항구 주변이라 그런지 가는 길에 으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는 길이 썩 편하지는 않았지만 청초호수공원에 도착하니 청초호 주변에 있는 호텔들과 설악대교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경포대의 야경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설악대교에서는 레이져 불빛도 발사되었다.
잔잔한 호수에 불빛이 비춰지니 아른아른 거리는 것 같이 잔잔하게 불빛이 흔들렸다. 속초 야경이 이럴거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런 야경을 매일보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중소도시라 도시 자체가 번잡하지 않은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았다.
호수 위에 이렇게 정자도 놓여져 있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불빛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낮에 왔으면 망원경으로 이곳저곳 보았을 텐데, 잘 보이지 않는 망원경을 가지고 설정사진을 찍어 보았다. 하루종일 구름이 잔뜩한 날씨였는데, 저녁시간이 되니 구름이 많이 걷힌 것 같았다.
4월의 마지막 주였지만, 저녁이 되니 바닷가는 쌀쌀했다.
정자에 앉아서 쉬면서 더 걸어갈지 아니면 다시 되돌아 갈지 생각을 해보았다. 더 걸어가면 진짜 청초호 한바퀴를 돌아야 숙소로 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였다.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왠지 추억이 될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망설여졌다.
일단 가보는데 까지 간 후,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안되면 택시를 타고 돌아와도 되닌까, 일단 호수 한바퀴를 돈다고 생각하고 다시 걸었다.
호수공원을 벗어나니 사람의 인적이 뜸해서 살짝 무서웠다. 그래도 야경에 취해서 걷다 보면 무서운 것은 조금 잊을만 했다.
낮에 오면 그늘이 거의 없는 길이라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렇게 이쁜 야경을 왜 이제서야 처음 본 것인지. 속초를 여러번 왔지만 속초의 밤이 이럴 것 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걷고 있는데 보이는 저 타워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스크류바같이 빙빙꼬여있는 건축물이였다. 물결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인지 뭔지 모르지만 보고 있으니 스크류바만 생각났다.
어두운 공원을 지나 청초천 위로 놓여진 다리를 건너니 호수주변을 걷는, 운동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리 위 난간엔 작은 화분들이 놓여져 밋밋한 다리를 화사하게 바꿔 놓았다. 조명까지 받으니 꽃들이 더 화사하게 보였다.
이제 제법 걸어 온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썬라이즈 호텔이 정말 작게 보였다. 아마 이쯤이 출발한 곳으로 부터 딱 반절 온 것 같았다. 이제 다시 돌아갈지 아니면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지 한번더 고민이 되었다.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가기 보다는 그래도 새로운 길이 구미가 더 땡겼다. 그래서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걷던 길을 끝까지 걸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화사하게 핀 꽃들을 보고 있으니 힘든 것도 잊어 버리신 것 같았다. 꽃의 기운을 받아 꽃을 보며 걸었다.
멀리서 보았을 땐 하나의 건물자체 디자인을 계단형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타워를 가운데 두고 주변으로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가 건물이 역동적인 느낌이 더 드는 것 같았다.
밤시간이였는데 새들은 저녁식사를 하려는지 호수가 가장자리에 서서 어로활동을 하고 있었다.
튤립도 많이 피어있고, 또 LED꽃도 밤을 밝히고 있었다. 힘든 3월을 보내고 4월도 힘들게 보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있으니 2달동안 힘들었던 마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언제끝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코로나도 나에겐 남의 일이 아닌 2달이였다.
더 좋았던 것은 밤이라 그러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이곳을 전세낸 것 같이 이 시간과 이 공간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듈립은 에버랜드가 멋지긴 하지만 우연히 만나 꽃들은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 계속 걷기만하면 그게 운동이지 여행이 아니지 않은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행이기에 너무 좋았다.
튤립 정원을 지나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조형물이 보였다. 아마 핀란드 헬싱키에서 이것과 비슷한 것을 본 것 같다. 눈과 비가 내리던 날로 기억된다. 그날 밖에 나가기 싫은데, 그냥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귀찮지만 헬싱키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나갔다. 눈이 내리더니 갑자기 비로 바뀌어 옷만 젖고 왔던 날이였다. 막상 가서 보니 별거없는 것 같았는데, 왜 그렇게 그 조형물을 보기 위해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아마 찾아 가는 길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추픽추도 너무 사진을 많이 봐서 마추픽추를 보지 않아도 벌써 몇번을 갔다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마추픽추로 찾아가는 길은 평생 한번 뿐이였기에 가는 길이 더 설레고 행복했었다.
놀이동산에 있을 법한 놀이터가 있었다. 그리고 한쪽엔 어디서 많이 본 낯이 익은 캐릭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옆에 보니 역시 롯데월드의 메인 캐릭터였다. 롯데의 협찬으로 만들어진 놀이터로 놀이터와 놀이동산을 합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휴~! 이제 반보다 더 온 것 같았다.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아갈까 버스를 알아보니 바로 보이는 앞까지 가는데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남은거리를 걸어가는 시간이나 버스를 타는 시간이나 별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에구, 그냥 남은 거리를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청초호길 한바퀴를 다 돌면 나중에 추억이 될 것 같았지만,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준비없이 나온 것 같았다. 가방에 있는 것은 단지 물 한병 뿐이였다. 호수 주변에는 편의점 등이 보이지 않았다. 매일매일 한바퀴씩 돌면 살이 쪽쪽 빠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 이 여행의 끝이 보이는 것일까? 공터같은 수협수산물유통센터를 지나 설악대교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썬라이즈 호텔이 보였다. 가장 짧게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니 아바이마을에서 갯배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였다.
차가 옆으로 쌩쌩 달려서 솔직히 살짝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야경만큼은 끝내주었다.
이시간에 바다로 나가는 배는 무엇일까? 이시간에 배가 나갈 수 있나? 배가 입출항이 안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으로 아는데 저 배는 이 밤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배는 유유히 설악대교 밑을 지나 동해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아바이마을로 가기 위해 다리 중간에 난 길을 따라 아바이마을로 갔다. 그런데 다리에서 아바이마을까지 가는 길이 이건 고소공포증이 없던 사람도 생기게 만들 것 같은 길이였다. 바닥은 뽕뽕뽕 뚫려있어 밑은 다 보이고, 이거 안전한거 맞어라는 생각만 들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에서 쿠구궁하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이 빠진 아바이 마을은 생기를 잃고 휴식중이였다. 낮에 사람으로 가득 차던 식당들은 한산하거나 문은 닫아 버렸다.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유명한 식당도 문이 닫혀 있었다. 모든게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아침이 되면 얼음 땡하듯 누군가 찾아와서 이 적막을 깨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조금 늦은 시간인데 갯배가 운행될까 걱정도 되었고, 갯배 요금을 지불하기엔 큰 고액권 지폐라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지폐를 바꿀 수 있는 기계가 따로 놓여져 있었다. 이것마저 못타면 다시 금강대교로 해서 속초시내를 지나서 가야 했다.
손님은 아빠와 나 단 둘뿐이였다. 낮에는 이곳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인데,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니 스산함만이 남아 있었다.
갯배가 출발한 후, 몇분이나 지났을까, 배는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했다.
갯배 선착장 앞 갯배st청년몰은 주말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금요일 저녁보다는 그래도 손님이 많아진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주말에 손님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되었다. 청년몰 앞에 있는 백구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반가워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번씩 만지면 귀찮을 텐데, 귀찮은 표정없이 귀여움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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