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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켄싱턴하동리조트에서 나온 후 곡성섬진강기차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 속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작년에 가려다 가지 못한 노고단이 가보고 싶었다. 잠깐 올라갔다, 곡성으로 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스쳐 지나갈 마음으로 방향을 노고단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성삼재주차장으로 네비의 목적지를 바꾸었다.

 

 

평지길을 잘 달리다가 성삼재로 가기 위해 산길로 접어 들었다. 나는 옆에서 풍경구경하느라 길이 구불구불한게 더 재미있는데, 운전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길이기도 했다. 이 더운 초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삼재로 가는 길 시암재라는 곳에서 잠시 차를 세운 후, 차를 쉬게 했다. 시암재에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바이크를 즐기시는 사람들과 아까 올라오는 길에 본 자전거를 탄 사람들까지 좁은 곳이였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곳에서 쉬고 있었다.

 

시암재 휴게소 반대쪽 공터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뒤로는 지리산이 보였다. 구름은 지리산의 위엄에 놀랬는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많았다.

 

 

시암재에서 조금 더 산속 깊이 들어갔다.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할 장소가 많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아래쪽 주차장으로 갔다. 보통 입구에 있는 주차장만 이용하는데, 아래쪽에 계단식으로 주차장이 더 있었다.

 

 

몇 년전 노고단을 가려고 새벽같이 일찍 왔다가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노고단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주차장에서 대피소까지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 물한병을 가방에 넣고 출발을 했다. 대략 한시간이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출발을 했다.

 

두꺼운 구름이 높은 지리산에 걸려 있었다.

 

 

갑자기 온 노고단이다 보니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었다. 그냥 노고단을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온 곳이였다. 들어가는 입구에 이것저것 다양한 정보가 있는 입간판이 서있기는 했으나, 그냥 나중에 블로그에 올려야지라고 생각하고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나중에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고서야 정상에 오르려면 탐방예약을 해야하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현장에서도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탐방이 가능했으나, 사전에 알았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입구는 누구나 걷기 편한길로 되어 있었다. 약간 경사도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 산행(?)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기분좋게 걸을 수 있었다.

 

어떤 분들은 샌들을 신고 오기도 했고, 슬리퍼만 신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그사람들도 우리처럼 그냥 잠시 들렸다 갈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 같았다.

 

 

 

지대가 높기는 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서 그런지 시원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내몸은 비오듯이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길이 이렇게 길었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였다.

 

그래도 군데군데 있는 신기한 식물을 보면서 걸으니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늘은 비가 올 것 같이 구름으로 덮혀 있었다. 그대로 비가 오면 가방이며 옷이며 다 젖을 것 같았다.

 

 

어느정도 오르막을 오르니 갈림길이 나왔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걸어가는 길이 짧아질 것이기에 힘들어도 가파른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또 다시 우리 앞에 길이 놓여져 있었다. 그냥 간단하게 산책삼아서 온 것인데, 이건 산너머 산같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돌아가기엔 뭔가 아쉬울 것 같았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땀은 비올듯이 쏟아지고 속옷은 축축한게 집에 갈 때 얼마나 끈적일지. 또 뚱뚱해지니 뭔가 땀을 많이 흘리면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무튼 거구의 몸을 끌고 열심히 올랐다.

 

아직도 노고단대피소까지는 1키로, 또 노고단 고개까지 1키로, 그리고 노고단까지는 지도에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나와있지 않았다. 아무튼 왕복 1시간 정도일거라는 내 기억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또 갈림길이 나왔다. 이번엔 계단이 아닌 돌로된 길이였다. 이 길을 통해가면 금방 노고단대피소까지 갈 수 있기에 지름길을 통해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였다. 계단은 길이라도 편해서 오를만 했는데, 이곳은 자갈로 되어 있기에 걷기도 불편한데 가파르기는 왜이렇게 가파른지 그냥 힘들어도 돌아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은 턱턱 막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려갈 때는 편하게 돌아가는 길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노고단 정상은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이 가능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노고단 정상 입장에 대한 예약을 확인하지 않았다. 계단쪽 길과 평탄하게 오르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계단을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서 또 위로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길도 방금 전 왔던 길처럼 가파르고 돌바닥이라 힘들었다. 아~! 이길로 가면 안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왠만하면 한번에 쭉쭉 올라가겠는데,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안했으면 대략 한시간도 못되게 운동을 하고 숨을 헐떡거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이 돌길도 끝이 보였다. 이제 노고단 정상인가라는 희망을 가지며 이 길의 끝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이 끝이 아니였다. 그래도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주변 풍광이 다 들어오는 노고단 고개였다.

 

노고단 정상을 가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지만(무료인 것 같음), 갑자기 온 곳이기에 여기까지 왔는데, 바로 앞에 정상이 보이는데 그대로 내려가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현장에서 성명과 연락처만 입력하면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이런 점을 모르고 왔는지 현장에서 발급을 했다.

 

이제 여기서부터가 우리가 아는 노고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에 오히려 노고단고개까지 오르는 길보다 노고단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훨씬 더 수월했다.

 

그리고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시원했다. 올라오는 동안 땀으로 범범이 되었다가 여기에 오니 땀이 서서히 식으면서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파른 것 같아 보이지만 완만한 길이라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저 정상에는 노고단의 상징인 돌무더기가 있었다.

 

 

 

아빠도 노고단 고개까지 올라오는 길보다 여기가 더 편하고 시원하다고 하셨다. 아빠가 생각한 노고단은 이런 모습인데, 못보고 갈까 걱정이 되었다고 하신다.

 

구름이 우리쪽으로 빠르게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름이 지나간 자리에는 군데군데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부분에서 살짝 가파르게 오르기는 하지만, 날씨가 시원해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저 구름때가 이곳으로 밀려오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이 보일 것 같았다.

 

풀밖에 없는 노고단 정상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나무는 구상나무였다.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긴 나무로 바람의 영향때문에 바람머리를 하고 있었다.

 

한숨을 쉰 후 주변을 둘러 보았다. 구름때문에 주변이 깨긋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때문에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산너머 저곳에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을 해보았다. 구름이 조금씩 걷힌 자리에는 희미하게 육지의 모습이 보였다.

 

 

힘들기는 했으나 절벽 위 전망대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니 올라올만한 가치가 있고 보람이 느껴졌다.

 

 

이곳에 서면 맑은 날 저렇게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짙은 구름으로 인해 산아래 강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저렇게 멋지게 흐르는 섬진강 사진을 어디서 찍나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찍는 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섬진강의 굽이치는 역동적인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한 사진이기에 저 사진은 어디서 찍었는지 너무 궁금했었다.

 

옆사람이 난간에 앉아서 저렇게 사진을 찍고 있기에 우리도 그사람들을 따라 난간 앞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하늘에 도넛구멍이 생겨서 보면서 너무 웃겼다.

 

 

구름이 살짝 없는 곳에 희미하게 섬진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만들어낸 상상의 장면인지 실제로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희미하게 저멀리 보이는 것 같았다.

 

 

남은 힘을 다 쏟아서 노고단 정상으로 올라갔다. 진짜 이곳에 안왔으면 너무 후회했을 껏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성기차마을도 가보고 싶기는 했지만, 그렇게 막 땡기지는 않았다. 그래서 쉽게 목적지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드디어 정상에 올라 왔으니 노고단이라 적힌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다른 산들에 비해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진짜 얼마만에 올라본 노고단인지. 뭔가 해냈다는 느낌에 뿌듯하기도 했다.

 

노고단 정상의 상징인 돌탑을 보니 진짜 내가 노고단에 오르긴 올랐나 보다. 해발고도 1500미터로, 인도 다즐링보다 500여미터 낮지만, 올라올 때의 느낌은 3000미터가 넘는 산에 오르는 느낌 같았다. 1500미터나 되니 성삼재보다 시원했다. 오히려 추웠다. 왜 사람들이 등산을 갈 때 바람막이를 하나씩 챙겨가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옷은 면인데다 땀에 옷이 다 젖어 버렸기에 급속도로 체온이 떨어졌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물도 마시고 쉬면서 내려갈 힘을 충전했다.

 

다행히 가방에는 물뿐만 아니라 음료수도 한 캔 들어있어서 음료수를 한 캔 마시고 나니 기운이 도는 것 같았다.

 

 

이 돌무더기는 신라시대때 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이 돌무더기 때문에 노고단하면 이 돌무더기부터 생각나는 것 같다.

 

다시 성삼재휴게소로 내려갔다. 아쉽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니, 보고싶으면 또 언젠가 시간내서 오면 되지 않을까!

 

 

우리도 늦게 이곳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내려가는 도중에도 사람들은 노고단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너무 좋았다.

 

 

노고단 고개에서 이번에는 옆으로 난 완만한, 돌아서 가는 길로 갔다. 가파르지 않아서 무릎도 편했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기에 전망대로 가서 보았다.

 

 

구름이 살짝 걷힌 틈으로 섬진강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주 잠깐 산아래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아주 잠시 희미하게 산아래의 풍경을 보여주고는 바로 다시 구름이 두껍게 깔리었다.

 

역시 길어도 완만한 길이 좋은 것 같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편하게 대피소까지 내려왔다.

 

 

 

올라갈 때 왜 이 표시를 못보았을까? 성삼재에서 노고단 구간 왕복 2~3시간이였다. 우리는 가뿐하게 한시간 정도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산에 내려오니 벌써 세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원래는 노고단 보고 시간되면 곡성에 잠시 들렸다 가려고 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미숫가루를 샀다.

 

차에 앉아서 커피와 미숫가루를 마셨다. 집에 바로 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다른 곳을 들릴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차에서 이것저것 먹으며 당을 보충했다. 일단 성삼재휴게소에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주차비를 내는데, 3시간 주차한 것 치고는 꽤 주차비가 비싼 것 같았다. 대신 입장료가 없으니 비슷비슷하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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