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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단계가 갑자기 4단계로 올라서 정신이 멍했다. 요즘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갑자기 급증하고 있는데, 이정도로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하루 확진자가 몇 명인지 포털에서 매일매일 확인했는데, 요즘들어 확인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아마 나도 일년반 넘게 이런 상황이 진행되어 너무 무디어진 것 같다. 내 주변에도 항상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면서도, 내노력과는 별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된다. 3월 자가격리 이후 비행기 타는게 무서워졌다, 7월에 진짜 큰 용기를 내어 제주를 가려고 다 계획을 세웠는데, 뭔가 다시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졌다. 비행기 타는게 유일한 낙인데 이젠 즐거우면서 두려운 일이 되었다.

 

 

주말에 비는 올 것 같이 하늘은 찌뿌둥했다. 집에 있긴 싫고 그렇다고 멀리가기는 부담스러워 양평 세미원과 두물머리로 갔다. 머리 속에는 계속해서 제주여행을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 뿐이였다.

 

몸은 세미원으로 가고 있지만, 내 머리속은 이놈의 제주 갈 것 인지, 말 것인지 그것이 문제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만, 아빠가 많이 제주여행을 내켜하시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론 이해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시큰둥한 표정을 한채로 세미원에 도착했다. 4단계로 격상 저 주말이라 그런지 세미원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주차장을 돌다 겨우 빈자리 하나를 발견했다.

 

 

두물머리는 여러번 와봤는데 세미원은 처음이였다. 두물머리는 따로 입장료가 없지만, 세미원은 입장료가 있었다. 두물머리만 생각하고 왔다 입장료를 내야해서 순간 당황했었다.

 

 

세미원에 온 이유는 세미원이 연꽃으로 유명하기에 연꽃을 보기 위해서 였다. 부여도 연꽃으로 유명한데, 작년에 다녀왔기에 이번 년도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태극기 문양의 문을 통과해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더 자세를 낮춰 찍으면 태극마크가 정가운데로 갔을 것 같다.

 

들어서니 길이 세갈래로 나눠졌다. 좌우로 징검다리 길이 놓여져 있고, 가운데로는 숲길이 있었다. 물소리가 흐르고 녹음이 진 징검다리 길도 운치가 있었다.

 

징검다리 길은 나올 때 걷기로 하고 가운데로 난 길을 걸었다.

 

두물머리는 여러번 왔지만 세미원은 처음이라 모든 부분이 낯설었다.

 

시원한 분수의 물줄기가 더운 여름 날씨를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장독대 분수 앞 어머니라는 시비가 적혀져 있는데, 지은이가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라 사진을 찍어 두었다. 페북에서 친구로 등록된 분인 것 같았다.

 

장독대에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솟아 올랐다. 물줄기는 오르라내리락,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독대 분수를 지나면 눈 앞에 연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부여처럼 연꽃 천국은 아니였지만, 군데군데 하얀 연꽃이 얼굴만하게 피어있었다.

 

 

날이 더울 것 같아서 저녁이 다 된시간에 왔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높은 습도로 인해 땀샘이 고장난 것 처럼 땀이 났다.

 

빗물이 연잎에 고여 있는 모습도 신기했다. 잎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물도 스무스하게 움직였다,

 

조금 더 연꽃과 가까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봉오리만 부끄럽게 내민 꽃들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새로 렌즈를 사서 두번째로 사진을 찍으러 나온 날이였다. 찍으면서 이번엔 이 렌즈가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했다. 빨리 손에 익어서 내마음대로 조작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감이 서질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 찍고 안되면 후보정해야겠다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다.

 

한주 더 늦게 왔으면 저 꽃들이 활짝 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꽃들이라 내가 보이는 모습대로 사진에 표현되지 않았다.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 내 머리속은 끊임없이 구도를 생각해야했다.

 

햇살이 부드러워 사진 찍기 너무 좋았다. 어떤 꽃들은 성급한 성격인지 일찍 피고 시들어져 갔고, 어떤 꽃들은 이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조금씩 꿈틀 거리는 것 같아 보였다.

 

흰연꽃들 사이에 꽃잎이 살짝 분홍색인 꽃들이 눈에 띄였다.

 

 

하늘엔 비가 언제든 올 것 같이 구름이 두껍게 덮고 있었다.

 

연꽃정원 옆에 다른 꽃밭도 있었다. 정원 한쪽에 있는 사슴조형물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꽃터널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조명터널을 지났다. 낮이라 철골구조물로된 터널을 지났다. 해가지면 조명이 터널을 밝게 빛날 것 같지만, 낯에 봐서 그런지 살짝 볼품이 없어 보였다.

 

 

연꽃밭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 두세곳으로 나눠서 있었다. 연꽃밭마다 꽃색이 다른 것 같았다.

 

 

이곤은 연분홍빛을 가진 연꽃들이였다.

 

 

역시 흰꽃보다 분홍색의 연꽃이 사진에 더 잘 나왔다.

 

 

분홍색의 연꽃을 보니 이제 드디어 연꽃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른잎 속의 분홍빛 연꽃은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왔다. 흰연꽃은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래도 연꽃은 단연코 분홍빛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세미원에 와서 처음으로 아빠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셨다.

 

 

연꽃정원을 지나니 넓은 잔디밭에 다양한 조형물이 있었다. 전날 비가와서 잔디가 젖어 있었다. 가끔 앞을 안보고 걸으면 물이 고여있는 곳에 신발이 빠졌다.

 

 

다양한 연꽃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으나 그냥 대충 눈으로 쓰윽하고 지나갔다.

 

 

아빠상어, 엄마상어, 아기상어 뚜루륵 드럼통에 그려진 그림만 봤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아기상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 어린왕자네? 근데 저 목도리부분 바람 심사게 불면 부러지는거 아냐?라는 괜한 오지랍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젖지 않은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서쪽 하늘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나 보다. 용머리 분수에서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돌바닥은 빨래판 모양으로 되어 있던 것이, 아! 빨래판을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박힌 빨래판 무늬의 돌들이 옛스러우면서 고급스러웠다.

 

두무머리로 가기 위해 다리로 가는 길 어디서 본듯한 집이 있어 잠시 들어왔다.

 

어디서 봤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추사의 그림 중 세한도 였다. 세한도의 집을 현실에 나타내면 꼭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세한도 그림에 나오는 집 앞에서 두물머리 쪽을 바라보았다. 항상 저쪽에서 다리입구까지는 몇번 와봤지만, 두물머리 반대편에 있는 세미원은 처음이였다.

 

 

여기도 어린왕자가 있었다.저 목도리 멋지면서 은근 신경쓰였다.

 

정조대왕이 한강을 건널 때 쓰였던 다리같이 이 다리도 배를 띄운후, 그 위를 판자로 막아서 사람이 걸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대신 배 위에 놓인 다리이다 보니 조금씩 다리가 충렁거렸다.

.

 

 

다리의 길이가 제법 길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강물이 불은 것 같아 보였자

 

 

다리끝에 오니 직원분이늦어도7시 30분까지는 돌아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두물머리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올 때 세미원 들어올 때 산 입장료를 보여주면 되었다. 아빠는 통통하니 표준을 못 통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표준은 쉽게 통과하셨다.

 

 

두물머리에도 연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까 세미원의 흰연꽃들은 잎이 시들해서 속상했는데, 이곳의 흰꽃들은 막 핀 꽃같이 아름다웠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세미원보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능수화 꽃도 쌩둥마치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세미원 연꽃보다 정원이 조금 작기는 했지만, 심심한 주말오후를 즐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날이 너무 습하고 덥기에 코로나 때문에 불안했지만, 난 슬러쉬로 아빠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사람을 피해 없는 곳으로 갔다. 사람이 없는 구석 너른 바위에 앉아서 목을 축였다.

 

 

너른 잔디 가운데 네그루의 나무가 인상적이였다. 어떤 가족은 네그루의 가로수 한편에 비닐버블같이 생긴 텐트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물머리 스팟포인트인 액자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돌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줄지 않은 것 같았다.

 

 

 

두개의 강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뜻의 두물머리는 양옆이 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장마철이였지만 물은 어느날과 같이 유유히 서해로 흐르고 있었다.

 

 

 

 

이사진 저사진을 찍다보니 여기 올 때 가졌던, 제주도 여행에 대한 고민은 어느덧 마음을 떠났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이 풍경을 어떻게 하면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할지만 생각했다,

 

 

 

 

두물머리를 쓰윽 본 후 다시 세미원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은 걸어보지 못한 곳으로 걸어서 갔다.

 

 

 

해는 어느덧 산 위에 살짝 걸쳐있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오늘하루도 끝날 것 같았다.

 

석양빛을 받은 연꽃은 보일듯 말듯한 역광의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 버린 건 같아 아쉬우면서, 한편으론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생각을 하니 설레였다.

 

 

 

관광객들도 해가 지기 전 세미원을 나가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는 연꽃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잠시 이렇게 푸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돌아가는 길은 징검다리 길을 따라 걸었다.

 

날이 어두워 카메라가 쉽게 흔들렸다.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 수 있는 렌즈를 하나 더 챙겼어야 했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다음부터는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 수 있는 렌즈를.귀찮아도 하나더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으로 오니 많은 차들이 빠져서 빈공간이 많이 보였다. 하얀 솜사탕같은 하늘이 아닌, 히말라야의 설산에 노을이 진 것 같은 하늘을 보니 그냥 마음이울먹 거렸다. 하늘이 왠지 슬픈 그런 날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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