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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굼부리를 가는 길에 카페 글렌코가 보였다. 아빠가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카페 글렌코가 자주 올라오신다며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래서 산굼부리를 구경한 후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잠시 카페 글렌코로 향했다.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카페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이 많았다.

 

입장료를 사서 입장해도 되고 음료를 마시면 정원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한 후 팔찌로 된 입장권을 받았다. 커피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강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근데 커피의 쓴맛이 강했다. 점심을 빵으로 대강 때운 상태라 쓴 커피에 속이 쓰렸다.

 
 

카페인이 몸속에 들어오니 아드레날린이 확 분비되는 것 같았다.

 
 

해가 더 지기 전에 정원으로 나갔다. 핑크 뮬리가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거렸다. 계속 이슬비가 내려서 땅이 질퍽거려서 불편했다.

 

내가 아는 꽃이 몇 개 없지만 아마 보라색의 꽃은 아스타인 것 같았다.

 
 
 

짙은 보라색은 흐린 하늘 때문인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여유롭게 정원을 돌아다녔다. 간간이 의자에 앉아서 주변과 꽃을 볼 수 있었다.

 
 
 

핑크 뮬리가 들판에는 피어 있었다. 아직 어린 핑크 뮬리는 초록빛을 띠었다.

 
 
 

역시 핑크 뮬리는 핑크색을 띨 때 가장 이쁜 것 같다.

 
 
 

하늘하늘하고 몽롱한 빛깔의 핑크 뮬리는 이곳만은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질퍽거리는 길이 있어서 매 순간 조심해야 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에 홀려 끊임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너무 정신이 팔렸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카메라 렌즈 뚜껑이 어디론가 빠져버렸다. 나중에 주머니에 카메라 캡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속상했다.

 
 

하루 종일 구름이 잔뜩 끼어서 흐릿했지만 핑크 뮬리는 무채색의 하늘과는 반대되게 오히려 더 화려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가을 정원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니 더욱더 운치가 느껴졌다.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잠시 보였다. 구름 위는 저렇게 밝은 세상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땅과 하늘은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빈백에 누워서 잠깐 쉴 수도 있었다. 빈백에 누워서 맑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싶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조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빠져서 카페의 정원은 더욱 한가로웠다.

 
 
 

어두워지니 사진 찍기는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만은 최고였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니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캠핑을 즐기진 않는 편인데 캠핑을 가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은은한 조명 불빛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며 미소가 지어졌다.

 
 

어두워 사진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을 찍어 보았다. 새로 산 중고 렌즈라 아직도 적응이 덜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전에 사용하던 가변 렌즈보다는 확실히 고정 조리개가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 더 수월했다.

 
 

사람이 많이 빠진 카페는 한산하기도 하며 스산했다.

 
 

하루에 4군데나 갔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보통은 하루에 많아야 2군데 정도 가는 편인데 이곳 주변에 관광지가 몰려 있다 보니 조금 욕심을 내서 이곳저곳 갔었다.

 
 

이제는 이곳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두 팀이 카페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곳을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카페 직원들도 이제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컵을 반납하고 컵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꽉 찼던 주차장은 이제 차량이 몇 대 남아 있지 않았다. 차를 타기 전 카메라 렌즈 뚜껑을 닫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렌즈 캡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카페로 들어가 앉았던 자리로 가서 찾아보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다시 꽃밭을 가서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아서 찾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괜히 내 실수인데 아빠한테 심통이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툴툴거렸다.

식당에 가서 뭐 먹는 것도 귀찮아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숙소로 왔다. 기분 좋았던 하루가 별거 아닌 카메라 렌즈 캡 때문에 망친 것 같았다. 별거 아닌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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