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2박3일은 빛과 같이 지나갔다. 놀땐 왜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릴까? 일하는 시간도 이렇게 빨리 지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잔 후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호텔 복도에서 바라본 하늘이 아름다웠다. 전날과는 다른 파란하늘을 볼 수 있었고, 저멀리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체크아웃 후 금요일날 올 때 본 설악산자생식물원으로 향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서 속초 IC부근에 설악산자생식물원이 있었다. 서울의 꽉막힌 도로와는 다르게 차막힘 없이 차는 시원하게 설악산으로 향했다. 정면에 보이는 울산바위를 보니 반가웠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식물원으로 향했다. 개장한지 얼마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입장료는 따로 없어서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보았다. 다른 식물원처럼 화려하거나 거창한 것은 없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우리가 오전시간에 와서 그런가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이 없기에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식물원하면 생각하는 울창한 숲의 모습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횡한 느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나무들이 더 울창해질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의 마지막주 봄이 오고 있음을 새로 핀 잎들이 알려주고 있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 쬐니 잎은 더욱더 푸르게 보였다.
작은 시내와 징검다리가 보였다. 물이 많이 없어서 징검다리가 유독 커보였다. 물이 찰랑거리면 징검다리도 꽤 이쁘게 보일 것 같았다.
물이 많지 않은 시내였지만, 물은 맑았다. 물 속엔 작은 물고기들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 설악누리길을 잠시 걸어 보았다. 이곳은 멧돼지가 종종 나타나는 지역인지, 멧돼지 조심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이곳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어디서 멧돼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난 다리도 아파서 도망도 못가는데, 혼자 별걱정을 다하고 있었다.
조금 걷다 목도 마르고 허기진 느낌이 들어서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었다.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여행인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잠시 마스크를 벚고 설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셔보았다. 마스크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아닌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숲 속을 조금 더 걸어가다, 이러면 산길을 다 걸어야 될 것 같아서 이쯤이면 충분한 것 같아서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갔다.
이제 날이 제법 더워진 것 같았다. 찬바람이 가끔 불어오기는 했지만 낮에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내마음 아지까지 겨울에 머무는 것 같지만, 어느덧 봄은 우리 삶의 가운데로 들어 온 것 같았다. 자가격리 14일은 내마음을 겨울에 아직까지 묶어 놓고 있었다.
식물원 안에 작은 온실도 있었다. 진짜 작은 온실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꽃인 구절초(?)가 피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봐도 좋은 구절초였다.
온실밖에는 더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2020년 초여름에 본 청옥산이 생각났다. 또 한번 가보고 싶은데 아빠한테 섣불리 다시 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만큼 가는길은 쉽지 않기에.
연두빛 이파리 사이로 핀 분홍색의 붉은색의 꽃들이 밋밋한 식물원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진안 꽃잔디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보 싶었는데 이곳에서 작지만 이쁜 꽃잔디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스케일 자체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였다. 시간이 더 지나 식물원이 좀 더 정착되면 제법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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