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아빠가 갑자기 태백에 볼 일이 있어서 같이 가자고 했다. 당일치기로 가려다 태백까지 간 김에 토일을 이용해 태백 여행을 했다.
토요일 아침 차가 막힐 것 같아서 새벽녘에 출발했다. 저번 동해 여행 때 집에서 조금 늦게 출발하니 수도권을 벗어나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기에 이번에는 나름 일찍 출발했다.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나왔는데 서울에 진입하니 벌써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주말여행은 이래서 쉽지 않은가 보다.
티맵은 최대한 빨리 가는 경로로 알려주었다. 그러나 알려준 경로가 양평을 지나는 구간이기에 이곳도 이른 시각부터 주말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로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국도로 달리다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고속도로라기보다는 주차장에 가까웠다. 반복되는 정체에 약간 짜증이 올라왔다.
평소 면 한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평소보다 2배가 걸린 것 같다. 아침에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나왔지만 배가 고팠다.
역시 휴게소에서는 돈까스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젠가 전국에 있는 휴게소의 돈까스를 다 먹어 볼 것 같았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맛이었다.
실내에서 먹기 부담스러웠으나, 밖에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실내에서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줄었었다. 처음에 돈까스를 주문할 때 돈까스가 없네 하며 실망을 했는데, 돈까스는 오사카 키친 부분에서 주문할 수 있었다. 돈까스를 보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바람과 같이 먹었다.
수도권을 벗어나니 그나마 차가 분산되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태백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제천에서 가장 핫하다는 '제천 비행장'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제천 비행장은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예전에는 군이 관리하던 곳인데 지금은 시에서 관리하는 곳이라고 한다. 빈 활주로 주변을 꽃으로 가득 채워서 이국적인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제천비행장 주변에서 주차하기 좋은 곳은 비행장 옆에 있는 의림지 주민센터였다.
의림지 주민센터의 주차를 한 후 비행장으로 걸어갔다. 주민센터 바로 앞에서 비행장이 보였다.
비행장 주변은 펜스가 쳐져 있어서 비행장을 따라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는 해바라기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늦여름이라 해바라가기 많이 져서 아쉽게 느껴졌다. 다음엔 해바라기가 만발할 때 한 번 더 오고 싶었다.
비행장 가운데 부분에 차량이 지나갈 수 있게 해놓았다.
활주로를 걸어본 적이 처음은 아니었다. 15년 전 나주의 비상활주로를 걸어본 적이 있었다. 한참을 걸어야 활주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봤을 땐 활주로가 넓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활주로의 가운데 서서 앞을 바라보니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활주로는 인천공항이나 김포에 비해 훨씬 짧은 활주로인데도 길게 느껴졌다.
활주로의 가운데 선을 따라 백일홍 꽃이 만발한 꽃밭으로 걸어갔다. 바닥엔 잔금이 갔고, 그 사이사이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이곳에서 가던 길을 멈추게 되는 곳이 한 곳 있다. 바닥에 적힌 'FOREVER'란 글씨에 모든 관광객이 이곳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아직 이 뮤직비디오를 보지 못했지만, BTS 뮤직비디오에 이 글씨가 나온다고 한다.
이곳에 가기 전에 뮤직비디오를 한번 찾아서 봤어야 하는데 못 보고 간 것이 아쉬웠다. 뮤직비디오를 한 번이라도 봤으면 감동이 더 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이 그림 같았다. 경비행기가 이곳에서 이륙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저 산을 향해 아니면 백일홍 꽃밭을 향해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뭔가 마음이 설레었다. 활주로에는 역시 비행기가 있어야 그림이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활주로의 끝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까마득히 멀게 느껴졌다.
해바라기가 많이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는 노란 이들이 있었다.
관광객들도 오는 곳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이곳이 산책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비행장 둘레를 걷기도 하고 반려견과 나와 산책을 하기도 했다.
드디어 제천비행장을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백일홍이었다.
붉은 백일홍을 배경 삼아 이국적인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인스타그램에 보니 노을이 질 때 오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한낮에 오게 되었지만, 활주로 너머로 보이는 백일홍 꽃밭 위에 떠 있는 구름은 새하얗고 하늘은 푸르렀다. 빨강 백일홍 꽃과 파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아 보였다.
활주로 끝에 서서 반대쪽을 서서 보았다. 10번 활주로, 서에서 동으로 난 활주로였다. 활주로 끝에 서니 비행기가 이륙할 때 전력으로 속도를 내듯, 나도 이곳을 전력으로 달리고 싶었다.
앞부분에는 강렬한 붉은 백일홍 꽃이 피어있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다양한 색의 백일홍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문구들 뭔가 촌스러우면서도 보고 있으면 왠지 사진을 안 찍고 그냥 넘길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빠는 백일홍 꽃밭이 너무 이뻐서 만족해하셨고 나는 활주로를 걸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BTS 팬이라면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곳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크다는 것은 다른 블로그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백일홍 꽃밭이 정말 넓었다.
활주로 주변에는 꽃밭이 보이는 곳에 카페들이 보였다. 카페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백일홍 꽃밭에서 백일홍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쉽지만 또 태백으로 가야 하기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어떤 사람들은 'FOREVER'라는 글에서 갖은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
날이 너무 맑아서 긴 활주로가 더욱더 길게 느껴졌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예전에 세워둔 경고문인지 최근에 세운 경고문인지 모르겠지만 경고문이 해바라기 꽃밭 옆에 세워져 있었다.
처음 인스타그램에서 본 후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해바라기가 많이 져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총 천연 색의 백일홍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활주로의 가운데를 비행기가 되어 걸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My Daily Trip'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Sep 1.3 태백 몽토랑 산양 목장 (0) | 2021.10.14 |
---|---|
2021 Sep 1.2 매봉산 바람의 언덕 (0) | 2021.10.13 |
2021 Aug 또 다시 찾은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0) | 2021.09.30 |
2021 Sep 가을꽃향기 가득한 고석정 꽃밭 주말 나들이 (0) | 2021.09.29 |
2021 Apr 1.6 주문진의 숨은 풍경 명소, 주문진 등대 (0) | 2021.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