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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늦게 도착해서 바로 오자마자 자야 했다. 열몇 시간의 비행과 시차 때문에 몸이 엄청 피곤했다.

다음날 일어나니 삭신이 쑤셨다.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밥은 없고 전부 빵뿐이었다. 유럽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빵과 베이컨, 그리고 치즈를 접시에 담았다. 이제 보름 동안은 이런 것들과 친해져야 했다.

로마 시내를 구경하러 가기 전 잠깐 기차역을 들렸다. 이틀 뒤에 탈 기차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 테르미니 역으로 왔다. 호텔에서 1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 부담이 없었다. 아침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더웠다. 폭염으로 유럽이 들끓고 있었다. 햇빛 아래 있으면 오전이지만 타들어 갈 것 같았다.

공항 전철은 촘촘하게 있어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당시 환율이 1700원에 가까워서 그런지 28유로라고 하니 엄청 비싸게 느껴졌다.

기차역을 나와 트레비 분수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늘이 없는 곳을 걸을 때는 햇빛에 온몸이 따가웠다. 잠시 걸었는데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습도가 한국보다는 낮다고는 하지만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니 이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되도록이면 해를 피해 그늘로 걸어 다녔다. 그래도 그늘로 걸으면 조금은 괜찮았다.

어디서 바람도 불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열기가 공기를 더 뜨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유럽을 여름에 올 일이 없었다. 언제나 겨울에 유럽에 왔었다. 그래서 시원했거나 따뜻했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여름에 유럽을 왔다. 그런데 서유럽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는 햇살의 강도가 다른 것 같았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길을 걸었다. 이곳을 지나면 다음에 뭐가 나오고 또 모퉁이를 돌면 또다시 다른 상점이 나오고. 시간이 지났지만 크게 변화가 없는 곳이기에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서울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십 년 전 이십 년 전의 기억을 가지고도 이곳을 샅샅이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가게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아주 오래전 혼자 왔을 때도 이 가게는 있었고 몇 년 전 아빠와 함께 왔을 때도 이 가게는 그 자리에 있었다.

트레비 분수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런데 트레비 분수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이제는 길거리에 있는 관광 명소까지 돈을 받는 것 같았다. 이건 좀 너무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분수도 아니기에 돈을 내고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펜스 옆에 서서 트레비 분수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은 펜스 밖에서 트레비 분수를 감상해야 했다.

우리는 트레비 분수에 왔다는 인증숏 정도만 남기고 싶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인증숏을 남기지 않으면 아쉽지 않은가.

시원한 분수를 보고 있으니 이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트레비 분수 주변은 언제나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시원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점심을 먹고 싶은데 대부분의 음식점이 에어컨이 없었다. 그래도 시원해 보이는 곳이 있을 것 같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 에어컨이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안에 들어오니 밖엔보다는 시원했지만 한국처럼 추울 정도로 시원하지는 않았다. 테라스에 앉았으면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가면 좋은데 식당 안으로 들어왔기에 온 김에 점심을 주문했다. 식전 빵이 나왔는데 빵이 질겼다. 4조각 중 다 먹지 못하고 결국에는 식전 빵은 남겼다.

주문한 파스타와 피자가 나왔다. 양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음식이 짤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짜지 않았다.

파스타와 피자, 물, 콜라 이렇게 주문했더니 45유로 정도 나왔다. 한 끼 식사로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유럽에서 사 먹은 첫 끼라는데 의의를 두니 그렇게 나쁜 가격은 아닌 것 같았다. 친절한 식당 직원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일하실 때도 즐겁게 일하시고 음식이 입에 맞는지 계속해서 물어봐 주셨다.

시원한 곳에 있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숨이 안 쉬어질 만큼 푹푹 찌었다.

햇빛이 강한 노천카페에는 사람이 없고, 그늘진 카페에는 사람들이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그늘에 들어오면 그런대로 버틸만했다. 선풍기에서 바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물입자 같은 것도 나와서 더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판테온 앞에 왔다. 어느 날부터 인가 판테온도 돈을 받기 시작했다. 돈을 받지 않았던 옛날이 좋았던 것 같다.

판테온 앞에 있는 분수에 가서 물을 만지니 생각보다 물이 차가워서 놀랬다. 사람들은 물병을 가지고 다니며 길 곳곳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서 마셨다.

이날은 걷다 보니 나보나 광장까지 왔다. 나보나 광장에 오기 전 잠깐 맥도널드에 들려서 화장실도 가고 시원한 콜라도 한 잔 마셨다. 돌아다니면서 제일 시원한 곳이 맥도널드였다. 시원해서 그런지 한 번 들어온 사람들은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 같아도 밖에 나가기 싫었으니까.

나보나 광장은 딱히 볼 것은 없는데 세 개의 분수가 인상적이고 일단 이 광장의 생김새가 특이했다.

원형 경기장의 모양으로 생겨서 로마 시대 때는 이곳을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이라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에 오면 광장이 트랙같이 생겨서 전차 경기장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광장 가운데에는 큰 분수가 하나 있고 작은 분수가 각각 하나씩, 총 3개의 분수가 있다. 그늘이 없어서 햇빛을 피할 수 없었다.

분수를 주변을 두르고 있는 철제 기둥들도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분수의 물을 마시기 위해서인지 분수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동물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보나 광장까지 간 후 더 이상 돌아다니는 것은 힘들 것 같아서 다시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시내로 들어올 때는 그래도 신나서 왔는데 돌아갈 때는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길가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얼굴을 씻었다. 시원한 물로 얼굴을 씻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날이 그렇게 덥지만 않았으면 더 돌아다녔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일은 토스카나 지방 소규모 투어가 새벽에 시작되기에 일찍 호텔에 도착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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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는 한 번쯤은 가고 싶었던 아이슬란드에서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에 가려고 다 계획 세우고 표도 구매했는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전부 취소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아이슬란드가 머릿속에 잊힐 즘 다시금 아이슬란드가 떠올라 1년 전부터 표도 사고 숙소도 예약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1년 동안 준비를 하다 보니 벌써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슬란드에 간 김에 내 버킷리스트인 페로제도도 함께 다녀올 예정이었다.

여름 휴가철이라 공항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주차타워 마지막 층에 여유 공간이 많아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다른 층은 벌써 다 만차를 가리키는데 마지막 층만 빈자리가 보였다. 옥상이라 햇빛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아이슬란드로 가기 전 로마로 먼저 간 후 로마에서 3일을 보낸 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오슬로를 거쳐 아이슬란드로 가는 여정이었다. 보름여 간의 여행이라 캐리어의 무게가 조금 나갔다. 여름 옷도 챙기고 가을 옷도 함께 가져가야 해서 수화물의 무게가 꽤 나갔다.

휴가철이라 공항에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적어서 빠르게 수속을 마치고 보안 검색을 받을 수 있었다.

에에 사이드 안에 들어왔는데 이곳도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면세점을 구경한 후 바로 라운지로 향했다.

1시 20분 비행 편인데 3시 20분으로 2시간 지연되었다. 카카오를 통해서 여행자 보험을 가입했는데 한 사람당 4만 원씩 지연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늦게 도착해서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보상금으로 지갑이 두둑해져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름이라 주차장에서 공항까지 이동했는데 땀이 많이 났다. 그래서 장거리 비행기를 타기 전 라운지의 샤워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한 게 열 시간이 넘는 비행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비행기에서 또 먹기는 할 테지만 라운지에 온다고 굶고 와서 배가 고팠다. 많이 담아 오지 않는다고 신경을 썼는데도 접시에 이것저것 많이 담아 왔다.

라운지에 개별 좌석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아서 혼자 온 사람도 부담 없이 식사를 하거나 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빠는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비빔밥으로 한식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셨다.

비행기가 지연되어 라운지에 오래 있다 보니 이번에는 라운지에 있는 마사지 기계도 이용할 수 있었다. 앉아서 받는 마사지 기계도 있고 누워서 받는 것도 있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았다.

비행기 탑승 20여 분을 남겨두고 게이트 앞으로 갔다.

우리를 로마까지 데리고 갈 비행기는 게이트에 도착해서 비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이 아시아나 항공으로 여행하는 마지막 장거리 여행일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겉은 아시아나인데 비행기 내부는 벌써 대한항공으로 바뀐 상태라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좌석은 3-3-3 좌석이었다. 우리 옆에 누가 앉을지 궁금했다. 창가가 좋아서 장거리 여행에서도 창가를 선택하는데 매번 걱정하는 것이 화장실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누가 끝에 앉을지 궁금했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A350-900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가진 가장 좋은 비행기였다. 그리고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최신형이라 모니터 화질도 좋았다.

로마까지의 비행거리는 만 킬로미터가 넘었다. 지도에서는 그렇게 안 먼 것 같은데 생각보다 먼 거리를 날아가야 했다.

탑승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사람들이 타는 동안 아시아나 항공 윙렛을 카메라로 찍어 보았다. 색동 꼬리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석인 비행기의 문이 닫힌 후 비행기는 푸시 백을 했다. 이제 진짜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불안했다. 우리랑 아이슬란드랑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비행기가 출발하고 나니 이제 아이슬란드와 조금 더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았다.

활주로에 들어선 비행기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뿐히 지상과 멀어졌다.

지상과 멀어진 비행기는 점점 하늘 위로 높게 날아갔다.

서해 바다의 물빛이 반짝였다.

하늘에 오르니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이렇게 맑은 날은 오랜만인 것 같았다.

맑은 하늘 아래 보이는 아시아나의 윙렛은 더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아시아나 항공의 윙렛이 너무 마음에 들어 윙렛을 배경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했다.

안정 고도에 이르자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아빠는 묵밥을 나는 감자가 있는 소고기를 선택했다. 아시아나 하면 쌈밥인 데 대한항공과 통합을 하면서 대한항공의 묵밥이 제공되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서 아시아나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감자와 소고기가 부드러워 먹기 좋았다. 밥이 있다면 소스에 비벼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내식을 먹다 보니 비행기는 어느새 중국 하늘을 날고 있었다.

중국의 드넓은 평야를 보니 대륙의 스케일이 느껴졌다.

기내식을 먹고 나니 이제 1000킬로미터 밖에 오지 않았다. 아직도 9000킬로미터나 남았다.

영화를 볼까 책을 읽을까 고민을 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이 시간만큼은 책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고등학생 때 김용택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한 후 지금까지도 선생님의 책을 좋아한다. 마음이 힘들 때, 뭔가 복잡한 일이 있을 때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으면 나 자신의 생각이 하나둘 정리가 되었다.

한참을 책을 읽은 것 같은데 아직 3시간 반밖에 오지 않았다니. 점점 허리도 아파지고 다리도 저려왔다.

창밖에는 얼음 결정들이 창문에 붙어 있었다.

비행기는 해를 쫓아 서쪽으로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앉아만 있는데 배는 왜 그렇게 고픈지. 두 번째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몸도 찌푸둥하고 속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주는 것은 다 먹는 편이라 두 번째 기내식도 남김없이 먹었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가 볼록했다.

이제 달려온 시간이 남은 시간보다 많았다. 드넓은 아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오느라 비행기도 힘들어하고 나도 힘들어했다.

사람들은 수면을 취하거나 영화를 보며 긴 시간을 각자 나름대로 보냈다. 장거리 비행은 설레면서도 혹독한 것 같다. 비행기를 오래 타서 설레지만 막상 타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드디어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착륙 2시간 전 간단한 스낵이 제공되었다. 아빠도 계속 속이 좋지 않도고 하시고선 피자도 다 드셨다. 꺼내서 먹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피자는 너무 맛있었다.

환한 대낮을 날던 비행기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노을 진 하늘 속으로 비행기는 빠져들고 있었다.

아시아나 항공이 사라지면 이 스트레칭 영상과 유니세프 영상이 그리워질 것 같다.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었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지는 것이 보였다.

비행기가 구름 아래로 고도를 낮추니 이탈리아의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유럽에 온 것이 실감 났다.

비행기는 장시간 높은 고도를 날았기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도를 낮추었다.

바닷가까지 나간 비행기는 바닷가 앞에서 선회를 했다.

그리곤 점점 고도를 낮추어 활주로에 착륙을 했다. 드디어 14시간가량의 비행이 끝나게 되었다.

비행기에 내리기 전 내가 앉았던 자리를 찍어 보았다. 힘들었던 비행이지만 내릴 땐 늘 그러듯 아쉬움이 남았다.

입국 수속도 빠르게 받고 짐도 빠르게 나왔다.

터미널 3은 기차역과 가까워 그렇게 많이 걷지 않아도 되었다. 이번에는 유레일패스 없이 하는 여행이라 매표기에서 티켓을 사야 했다. 로마 테르미니까지 14유로나 했다. 예전에는 11유로였던 것 같은데.

로마 테르미니와 공항을 직통으로 연결해 주는 열차라 비싸지만 가장 빠르게 로마 시내까지 갈 수 있었다.

짐을 짐칸에 두었는데 유럽의 소매치기를 생각하니 캐리어가 왠지 불안했다. 그래서 캐리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기차는 30여 분 만에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숙소가 기차역 바로 앞이라 늦게 도착해도 안심이 되었다.

테르미니 역에 도착하니 역시나 정신이 없었다. 구글로 미리 호텔의 위치를 알아 두었기에 핸드폰을 꺼내지 않고 역 밖으로 나갔다. 내 친구가 여기서 캐리어를 소매치기당했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기차에서 내리니 경각심이 들었다.

테르미니 역을 나와 찻길을 건너니 바로 호텔이 나왔다. 숙소를 기차역 가까운 곳으로 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간의 시차 때문인지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빨리 호텔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긴장을 했는지 목이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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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 날은 늘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한 것 같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산노미야 역으로 향했다.

산노미야 역에서 포트 라이너를 타고 이십여 분 오니 공항에 도착했다. 포트 라이너를 타고 오면 1터미널로 도착하는데 2터미널까지는 걸어서 가야 했다. 2터미널로 가는 도중 신기한 비행기가 보여서 걸으면서 사진을 찍다가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골이 띵하게 울리는 게 은근히 아팠다.

2터미널에 도착하니 체크인이 진행 중이었다.

일반석 줄에 서서 체크인을 하는데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짐을 보내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집에서 나올 때는 10킬로대 초반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는 옷도 사고 과자도 사고 커피도 샀더니 무게가 꽤 늘었다.

에어 사이드는 아담했다. 작은 면세점이 있고 작은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대기할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점점 에어사이드 안에도 사람이 많아졌다.

면세점이 작아서 쓰윽 하고 한번 둘러보면 끝이었다.

에어 사이드가 작아도 면세점도 있고 카페도 있고 흡연실까지 있었다.

이번에 타고 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 구도장이었다. 새로 나온 도장보다 이게 더 정감 있고 나은 것 같다.

좌석을 맨 뒤로 지정했다. 비행기는 A321-200으로 3-3배열로 되어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비행이니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모니터 화질도 선명하게 잘 보였다.

탑승객이 다 탄 후 비행기는 출발을 했다. 창문을 만져보니 창문이 뜨거웠다.

공항이 크지 않아서 계류장에서 활주로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활주로에 금세 도착한 비행기는 활주로에 서서 잠시 정렬을 했다.

작은 비행기지만 큰 힘을 내며 앞으로 튕겨 나가듯이 달려 나갔다. 이 순간 가장 떨리고 짜릿한 순간이 아닐까. 하늘로 날아가는 이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비행기는 고도를 계속 높여 갔다.

고도를 높인 비행기는 적정 고도에 도착하니 안전벨트 사인이 꺼졌다.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니 승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더니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비행시간이 짧다 보니 기내식도 간단하게 나왔다. 샌드위치 같은 콜드 밀이 아닌 따스하게 데워진 밥이라 너무 좋았다. 아침을 먹고 오기는 했지만 배가 슬슬 고파왔다.

기내식을 먹고 나니 비행기는 동해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한국 땅 위를 날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릇한 산과 강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계속해서 고도를 낮추었다.

구름과 구름 사이를 지날 땐 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밖은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이지만 풍경만은 아름다웠다.

비행기는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비행시간이 짧아서 못내 아쉬웠다.

한국에 낮에 도착해서 좋기는 한데 더 놀고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내리기 전 내가 앉았던 의자를 한 번 찍어 보았다. 오랜만에 탄 대한항공이었다. 거의 십 년 동안은 대한항공을 탄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시아나를 이용하거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를 주로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대한항공을 타는 것이 어색했다. 이제 합병을 앞두고 있으니 대한항공이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수화물이 나오는 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나왔다. 2터미널도 1터미널처럼 장기 주차장까지 걸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기 주차장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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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포포인트 바이 쉐라톤 고베 산노미야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저번 겨울에 갔던 허브원이 생각났다. 여름이라 여름 꽃들이 활짝 피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갔다. 호텔 내에 식당이 없어서 호텔과 연계된 식당으로 가야 했다.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 식당에 와 쿠폰을 제출하고 조식을 주문했다. 조식에는 음료도 포함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이날 조식에 주문한 것은 일본식 아침이었다. 연어에 가시가 많아서 먹기 불편하기는 했지만 아침에 밥을 먹으니 배는 듣든 했다.

아침을 먹고 십여 분 걸어서 허브원 케이블카 타는 곳에 왔다. 티켓은 왕복으로 구매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허브원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는 급경사를 이루며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고베 시내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고도가 높은 곳에 오니 고베 시내보다는 조금 더 시원한 것 같았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볕은 막을 길이 없었다.

허브원에 오니 겨울과 다르게 푸릇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실내로 들어오니 에어컨이 켜져 있어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

타들어 갈 것 같이 날씨가 뜨거웠지만 날은 참 맑았다.

화사하게 핀 꽃들을 보니 나도 같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실내 전시장을 숲속같이 꾸며 놓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니 음이온 가득한 숲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빛과 음악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창살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이국적이었다. 유럽의 소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날이 너무 더워 타들어 갈 것 같았지만 그래도 허브원에 핀 꽃들을 보면 힘이 났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서 음료와 치킨을 주문했다.

치킨 다리가 유난히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문할 때 사진이랑 똑같이 나오려나 궁금했는데 실제로 나온 닭 다리를 보니 사진과 똑같았다.

음료도 마시고 닭 다리에 감자까지 먹으니 배가 불렀다. 소화도 시킬 겸 길을 따라 내려갔다.

길가에 핀 꽃들도 이쁘고 아름다웠다.

내려가는 길이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바람도 가끔씩 살랑살랑 불어왔다.

더위에 지칠 때면 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꽃과 나무에 빠져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렇게 시간이 또 지나갔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도 많았지만 외국에서 보니 마음에 다가오는 느낌이 조금은 달랐다.

나무 그늘 아래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잠시 쉬는 시간도 가졌다. 잠시 해먹에 누웠는데 잠이 소로로 올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 내내 꽃과 함께라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꽃길이 끝나는 곳에 온실이 있었다. 온실 안으로 들어오니 드라이플라워가 가득했다.

살아 있는 꽃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묵직함과 중후함이 있었다.

온실 안은 더웠다. 밖이나 온실이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온실에서 어제 고베 포트 타워에서 봤던 관광객을 봤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서 본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 고베 포트 타워에서 본 관광객이었다. 고베가 작다 보니 동선이 겹치는 것 같았다.

더운 온실을 나왔다. 예전에 이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생긴 곳 같았다.

의자에 앉으니 고베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주변에 물이 있으니 시각적으로 시원했다.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예전부터 있는 공간인지 아닌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전망대가 꽤 컸다. 날이 더워 전망대에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있다 보니 어지러웠다.

전망대에서 나와 다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아래로 향했다. 가는 길 여름 꽃인 수국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 오기 전 유구 수국 축제를 다녀왔었는데 그때 봤던 수국보다 조금 덜 이쁘긴 했지만 그래도 수국을 보니 이쁘고 반가웠다.

여름이 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꽃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국이고 다른 하나는 노란색이 인상적인 루드베키아이다. 길가에 핀 수국과 루드베키아를 보면 여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겨울에는 풀만 무성한 곳이었는데 여름이 되니 총천연색의 꽃들이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길가에 핀 꽃 하나도 이쁘고 풀 하나도 눈길이 갔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공원 같은 곳에 낙서하는 칠판이 있기에 그곳에 낙서를 한 번 하고 하행하는 케이블카를 탔다. 두 번째 오는 곳이었지만 계절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었다.

너무 더워 숙소로 돌아와 씻고 쉬었다. 더울 땐 에어컨 밑이 최고인 것 같다. 숙소에서 에너지 충전을 하고 저녁을 멀리까지 먹으러 가기 귀찮아서 숙소 밑에 있는 덮밥 가게에서 소고기 구이를 주문해서 먹었다. 보통 크기로 주문했는데 먹다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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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고베는 무지 더웠다. 낮 동안 돌아다니면 녹아내릴 것 같았지만 호텔 체크인이 3시 부터라 호텔에 짐만 맡기고 다시 밖으로 나와야 했다.

덥기는 했지만 짐이 없으니 한결 움직이기는 편했다. 산노미야 역 주변에 유니클로가 있어서 반바지와 반팔을 샀다. 한국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 같았다.

고베 오기 전부터 꼭 사 먹어 봐야지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문어 도시락이었다. 항아리 안에 문어와 다양한 야채가 든 도시락이었다. 길을 걷는데 문어 도시락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어서 문어 도시락을 2개 구매했다.

문어 도시락을 여니 문어와 함께 야채가 함께 들어 있는데 간이 되어 있어서 짭조름하니 맛있었다. 간이 잘 배어 있어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짭짤한 간 때문인지 도시락을 먹고 난 다음 목이 자주 말랐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호텔에 들어온 뒤 해가 질 때까지 호텔에서 에어컨 바람의 쐬며 쉬었다. 해가 어스름하게 질 무렵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니 대낮의 뜨거웠던 공기는 조금 식은 것처럼 느껴졌다.

숙소에서 기타노이진칸이 가까워 걸어서 올 수 있었다. 저녁에 오니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낮 동안 사람들로 북적였을 거리가 한산했다. 스타벅스 기타노이진칸점도 늘 사람이 많은 편인데 저녁이 되니 조용했다.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 느낌이 좋았다.

단지 몇 분을 걸어왔을 뿐인데 개항기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나둘 가로등 불이 켜져서 오래된 건물과 아름답게 어울렸다.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이곳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낮에 왔을 땐 사람들의 북적임이 좋고 저녁에 오니 고즈넉함이 좋았다.

이곳까지 왔으니 스타벅스를 지나칠 수 없었다.

스타벅스 앞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마실까 다른 음료를 주문할까 고민하다 목이 말라 시즌 음료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면 왠지 목이 더 마를 것 같았다. 문어 도시락이 맛있기는 한데 확실히 짜기는 한 것 같았다. 계속 물만 먹히는 것을 보니.

1층에 앉아 찍은 사진도 정리하고 SNS도 하다가 잠시 2층에 올라왔다.

1층보다 2층이 더 시원하고 빈 좌석이 많았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기타노이진칸을 나와 고베 포트 타워로 걸어갔다. 전철을 타고 가기도 애매해서 그냥 고베 포트 타워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밤이기는 했지만 날이 더웠다.

저번에 고베에 왔을 때 고베 포트 타워를 못 보고 간 것이 아쉬웠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고베에 왔으면 한 번쯤 와볼만한 곳인 것 같다. 주변으로 고베 하버랜드도 있고 호빵맨 박물관 등도 있다.

우리는 너무 늦은 저녁시간에 도착해 고베 포트 타워만 방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까지 걸어갈 힘이 없었다.

포트 타워 안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 입장권을 구매했다. 루프탑까지 올라가는 것은 금액이 더 비쌌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다음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전망대까지만 가기로 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고베항 주변이 보였다.

항구 주변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전망대 안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폿이 몇 곳 있었다.

전망대가 그렇게 넓지 않아서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나올 때는 계단을 이용해 몇 층을 내려가야 했다.

그냥 계단만 내려오면 밋밋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데 내려가는 길에도 다양한 장식을 해두어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엘리베이터 타는 곳에 도착했다.

포트 타워에 올라갔다 오니 미션 하나를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체력도 점점 바닥나고 있고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나만 더 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고베 포트 타워 옆에 있는 메리켄 공원으로 걸어갔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기에 한 번쯤 와보고 싶었다. 와서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는데 오기 전까지는 왜 그렇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BE KOBE'라 적힌 기념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드디어 사진을 찍게 되었다. 늦은 밤이었는데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동네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지 계속해서 부릉부릉 소리로 조금 시끄러웠다.

숙소까지 걸어가야 하나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을 하다 택시를 탔다. 한 시간 걸려 걸어간 거리를 택시를 타니 십분이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비가 2만 원 정도 나오기는 했지만 편하게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렇게 고베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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