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서 꽃이야기만 적으려고 하니 쓸 말이 뭐가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8월에 다녀온 주말 나들이 이야기를 10월이 되기 하루 전에서야 작성하는 것을 보니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주말에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아빠가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 가자고 해서 주말오후 수목원으로 향했다. 8월이 반이상 지나고 늦은 오후시간이지만 여름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와서 그런지 주차장은 여유로웠다. 주차를 한 후 매표소로 와서 입장권을 구매했다. 나는 할인이 되지 않고 아빠는 65세 이상 경로 할인이 적용되어 7,500원에 표를 샀다.
이번을 포함해서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세계절에 이곳을 방문하는 것 같다. 여름이라 푸르름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목원 입구에서 부터 알록달록함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오는 곳이 아니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순서로 수목원을 돌아보았다. 입구 근처에 있는 온실부터 향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숨이 너무 가쁘게 느껴졌다. 살이 쪄서 그런지 행동이 더욱더 굼뜬 것 같았다. 매일매일 운동과 식이요법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번 찐 살을 20대 때와는 달리 쉽게 빠지지 않았다. 살찌는 것은 5G속도로 찌지만 빠지는 속도는 달팽이 속도보다 훨씬 더 느렸다.
온실 잎구에서 뒤를 돌아 보니 산골짜기 사이로 모든 것이 푸르렀다.
예전엔 온실이 꽤 인상적이였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여름이라 역시 온실을 돌아보는 것이 싫었다. 밖에 있어도 덥고 습한데, 온실 안에 있으니 더 더웠다. 온실 안을 대강대강 돌아본 후 밖으로 나왔다.
더운 온실에서 밖으로 나오니 바깥공기가 신선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푸르름 사이에 핀 꽃들이 평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하늘이 흐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수목원을 산책하기에는 적당했다. 약간의 끈적거림과 더위 그러나 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여서 수목원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기 좋았다.
8월 아침고요수목원은 무궁화 꽃이 만발해 있었다. 무궁화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논산훈련소이다. 초여름 무궁화가 길게 심어진 길을 아침 저녁으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등병도 아닌 훈련병 시절이라 모든게 낯설고 힘들었지만, 15년이 지났지만 그때 본 무궁화는 아직도 엊그제 본 것과 같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아는 분홍색과 붉은색의 무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을 가진 무궁화 천국이였다.
아름다운 무궁화 꽃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었다.
무궁화 천국을 걷다 보니 다양한 무궁화가 있음에 새삼 놀라기도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무궁화 동산을 나와 개울가로 가보았다. 날이 후텁지근해서 그런지 어린아이들은 개울가에서 맨발로 더위를 쫒고 있었다. 아이들처럼 우리도 개울에서 놀고 싶었다. 그냥 시원한 물만 손에 묻혀 보았다.
늦여름과 가을의 초입 사이라 그런지 가을에 볼 수 있는(?) 꽃들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수목원에 오면 여러가지 꽃이름을 알고 있는 아빠가 신기했다. 어떻게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땐 그게 그거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름을 줄줄줄 말해줄 때마다 신기할 뿐이였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꽃인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천일홍인지 백일홍인지. 아빠가 몇 번을 말해 주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꽃 이름이 헷갈린다. 내게는 그냥 자주빛 물병청소 솔같이 생긴 꽃이였다.
나무수국 아래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수국인데 이렇게 거대한 수국도 있나보다. 예전에 보았던 수국보다 나무수국은 화려하면서 심플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나무수국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화려하게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고, 수국과 나무의자만 찍었을 땐 심플하면서 단아함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는 캡보다는 확실히 밀집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나무수국을 지나 수국 뒤쪽에 있는 들판으로 갔다. 나무가 빼곡한 곳 가운데 있는 들판은 아이들이 오면 참 좋아할 것 같았다.
들판 위에는 고인돌 같은 돌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길에서 이국적인 맛이 느껴졌다.
작은 들판을 지나니 다시 숲이 나왔다. 숲에는 풀도 있고 꽃도 있었다. 어떻게 나무와 식물이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을까!
화려하게 핀 꽃들 사이로 일벌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여러번 온 곳이기에 익숙한 곳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다른 계절에 와서 그런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겨울은 추워서 아직까지 올 생각을 못해 보았다.
호랑나비같이 생긴 꽃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꽃들을 하나로 묶으면 이쁜 꽃다발이 될 것 같았다.
걷다보니 아침고요수목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하늘길에 도착했다. 저번에 왔을 땐 튤립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맨드라미가 가득했다.
하늘길에서 맨드라미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은 유럽 어느 귀족의 정원같아 보였다. 앞선 곳들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이라면 이곳은 인공적으로 가꿔진 정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였다.
길을 따라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하나 있을 땐 눈에 띠지 않는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꽃들이었지만 같은 꽃들이 모여 있으니 하나만 피어 있을 때보다 한번 더 눈길이 가고 아름다워보였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보다 정원 안으로 들어오니 더 화사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였다.
진짜 집에 이런 꽃밭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꽃밭이 있으면 집에서 빈둥빈둥 쉬고 싶어도 못쉬고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아주 작은 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난 며칠만 열심히 물도 주면서 관심을 가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전부 아빠의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쯤 걸어다니니 나는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내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뭔지 모르게 계속 숨이 차는 것이 느껴져서 평소보다 더 빨리 피곤함이 느껴졌다. 쉬고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고 집에 가서 계속 눞고만 싶었다. 그래도 아빠가 기분이 좋으니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집으로 가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이 수목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도착했다. 정원의 주인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동화 속 집이였다. 카페같은 곳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빈집만 덩그러니 있어서 이쁘면서도 약간 으시시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람의 생기가 없는 건물에서 느껴지는 한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 집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유럽의 별장에 놀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원을 어느정도 돌아본 후 연못으로 갔다. 이제 수목원의 거의 끝까지 왔다.
평소엔 이 연못에 사람이 많은 편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한 무지개색의 의자가 반대편에 있었다. 연못에 비친 무지개 의자가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빠에게 저기 보이는 무지개의자에 빨리 가서 앉아보라고 했다. 사람이 없을 때 잽싸게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아빠한테 빨리빨리 재촉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연못을 한바퀴 돈 후 한옥은 패스하고 바로 출구쪽으로 향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한옥쪽으로 가자고 해서 쫄래쫄래 따라 갔다.
한옥의 대청마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대청마루에 누워있어서 사람들을 피해 건물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깐 한옥의 마루에 앉아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방금 전 지나왔던 정원을 가로 질러 갔다. 지나오면서 봤던 곳이지만 미쳐 보고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아직은 여름이지만 나무의 일부분이 단풍빛으로 물든 나무가 보였다. 이곳만큼은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평소라면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숍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했을 텐데 오늘은 커피숍을 멀리 바라만 보고 지나갔다.
아빠도 힘드신지 길가에 앉아서 잠시 쉬셨다. 초반에 기운차게 수목원 투어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확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되돌아 가는 길이가 처음에 지나왔던 곳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다시 보았지만 나무수국이 흐들어지게 핀 모습은 정말 장관이였다. 수국이 저렇게 핀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다시 계곡에 들려 시원한 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시원한 계곡 물이 힘들어 축쳐진 근육에 잠깐이지만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항상 아빠와 나는 딱 2시간이 적당한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을 보러와도 2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처음엔 좋은 것을 보니 아드레날린이 확 올라와서 그런가 구름을 걷듯 붕붕 떠있는 것 같이 다니는데, 2시간에 가까워 오면 급속도로 흥미도가 떨어진다. 아무튼 후반부를 약간 설렁설렁 봐서 아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꽃과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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