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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엘 부산에서의 하루는 정말 꿈만같이 지나갔다. 시간당 몇 만원씩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분좋게 오랜만에 조식까지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얼마나 아쉽던지, 하루만 더 지내고 싶지만 가격도 후덜덜하고 또 출근도 해야 하기에 미련이 남지만 미련없이 체크아웃을 하고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차소리가 이상하다. 하루밖에 주차장에 세워두지 않았는데, 하루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일단 소리가 이상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점화플러그가 고장날 경우 소리가 난다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해운대 일대의 차량정비소에 전화를 해보았으나 어느 업체도 받지 않는다. 일단 서울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부산은 나에게 또 다시 시련을 주는 것일까? 2021년 부산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말 여행은 나에게 자가격리를 이번에는 차량고장을 여름과 겨울에 부산에 올 일이 더 있는데, 또 어떤 이벤트들이 내앞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튼 2021년 부산여행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차는 고장난 것이고, 아빠가 자주 가는 정비소에 전화를 해보니 사장님이 엔진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신 출력이 줄어서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서울로 가야 하기에 그러면 원래 계획대로 거창을 들렸다 서울로 가기로 했다. 낮시간대 이동하면 차들도 많아서 속도가 느린 우리차는 더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해운대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거창으로 이동을 했다. 진짜가 탄력을 받지 못하니 최고 속도 70정도 밖에 나지 않았다. 내리막 길에선 다행히 어느정도 속도가 났으나, 오르막길은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저속 주행중인 트럭 꽁무니만 따라서 왔다.

 

구포를 지나 금관가야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평소같으면 금방 부산을 빠져나왔을 텐데 속도가 나지 않으니, 부산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낙동강 옆에 있는 휴게소였다. 강건너에 금정산이 보였다. 이제 부산과 한동안 이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되도록이면 한동안 부산에 오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게 부산을 나왔으면 괜찮았을 텐데 또 이렇게 쫒기듯 찜찜하게 부산을 나왔다.

 

전에는 고속도로에서 저속으로 가는 차량을 보면서 저사람 누군데 왜 저렇게 느리게 가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니 그사람들도 나와 같은 어떤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겠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거창까지 갔다 서울로 가려는 우리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거창톨게이트를 나가기 전 거창휴게소에 들렸다.

 

저속으로 오다 보니 평소보다 더 신경쓰였고, 더 힘들었다. 거창은 말만 들어봤지 처음 오는 곳이였다. 거창사과는 많이 들어 봤지만 한번도 와봐야 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사과가 유명한 곳이다 보니 휴게소에도 사과 조형물이 있었다. 그리고 휴게소를 둘러싼 산의 풍경이 처음오는 우리의 입을 다물어지지 않게 했다.

 

휴게소 한편에는 구절초가 피어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꽃이였다. 아침부터 차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꽃을 보면서 잠시나마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나와 거창 창포원으로 향했다. 차는 떨떨떨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대로 멈추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네비예상시간 보다 배로 많이 걸려서 창포원에 도착했다.

 

 

주말오후 창포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창포원에 들어서니 보라색의 창포가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이 창포가 뭐길래, 이렇게 힘들게 왔을까? 서울에서 한번 오려면 큰마음을 먹고와야 하는 곳이기에 가는 길에 스치듯 지나가고 싶었다.

 

 

한국말로는 창포꽃이지만 영어로는 아이리스라고 불린다. 아이리스하면 드라마 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이리스가 창포였다니,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땐, 보라색의 창포꽃이 이곳저곳 피어있었다.

 

 

 

나는 보라색의 창포꽃도 이쁜데 아빠는 티비에서 다른 색의 창포꽃이 핀 것이 너무 이뻤다며, 보라색과 흰꽃만 있어서 아쉬어하셨다.

 

 

평지라서 걷기는 편했지만 날이 더웠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진을 찍었다. 이때 DSLR을 산지 얼마되지 않아서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할 때였다. 그리고 새로산 중고렌즈로 다양한 사진을 찍기 위해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때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2달이 지금까지 어깨가 아프다. 역시 DSLR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창포원이란 이름답게 공원 내 어디를 가나 창포꽃이 피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즐기는 사람, 우리처럼 걷는사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넓은 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꽃이라 너무 좋았다. 아빠의 불만대로 이시기에 핀 꽃들은 보라색뿐이라 사진을 찍다보니 조금 사진의 색이 단조롭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다양한 색의 꽃들이 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원 한쪽에는 금계국이 피어있었다. 이날 사용한 렌즈가 시그마렌즈였는데 렌즈의 영향 때문인지 노란색의 꽃이 더 노랗게 나와 버렸다.

 

노란색의 금계국은 창포꽃으로 약간 식상하려고 하는 우리에게 다시 호기심을 일게 했다.

 

바람이 불때마다 하늘하늘하는 금계국을 보고 있으니, 황금물결이 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아빠가 그토록 보고싶어 하는 노락색의 창포꽃을 발견했다. 노란책 창포꽃의 많은 부분이 시들어 있었다. 노란색꽃이 먼저 피고 보라색꽃이 나중에 피는 것일까?

 

 

날이 더워 그늘에 앉아 물도 마시며 잠시 쉬었다. 아직 5월말인데 햇볕은 뜨거웠다. 그래도 추운 계절이 다 지나간 것 같아서 마음은 좋았다. 봄은 점점 짧아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엊그제 추웠던 것 같은데 어느덧 날이 더워졌다.

 

 

창포원에는 창포꽃 뿐만 아니라 국화원 등 다양한 꽃들을 심어 놓은 것 같은데, 우리가 간 시기에는 창포꽃이 활짝 핀 시기라 많은 사람들이 창포꽃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창포원은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정비하고 있는 곳이 많아 보였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홈페이지에 가서 연역을 보니 창포원은 2021년 5월에 개장을 했다고 나와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창포원이 개장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창포원 주변도 계속 개발 중인 것인지, 창포원 주변으로는 살짝 공사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1~2년 뒤에 오면 또 다르게 변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창포가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어디가나 보라빛 창포꽃의 물결을 이루었다.

 

 

 

창포꽃은 사진을 찍으면 수줍어 하는 것 같았다. 특히 물가에 핀 창포꽃은 더 수줍어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창포원에는 여러 개의 연못이 있다. 각각의 연못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창포원의 규모가 꽤 커서 꽤 많이 걸어야 했다.

 

 

 

너무 많이 걷기만 했더니 다리가 아팠다. 어쩐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더라니, 자전거를 타고 창포원을 도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항상 여행은 걸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걷는 것이 좋았다.

 

 

 

아빠도 이제는 힘드신지 쉴 수 있는 곳에선 잠깐씩 앉았다 가셨다.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새것의 느낌이 많이 났다.

 

 

이쁜 것도 너무 보면 질리는 것 같다. 들판에 핀 창포꽃만 찍고 차로 돌아가리고 했다. 우리는 항상 딱 2시간이 지나면 질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곳에 가더라도 2시간이면 적당한 것 같았다. 부산에서 이곳까지 정신없이 와서 그런지 점심도 건너뛰었기 때문에 배도 고팠다. 슬슬 이제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저 돌은 왜 꽃밭 한가운데 있는지는 모르겠다. 돌을 가까이 가서 보니 뭔가 영엄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좋은 기운 받아서 매일매일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길가에 핀 작은 꽃도 그냥 지나치기에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오늘 이곳에 못올뻔 했는데, 무슨 깡이 생겼는지, 고장난 차를 타고 이곳까지 왔을까? 아빠가 카카오스토리에서 이곳사진을 봤는데 너무 이쁘다는 말한마디가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했다.

 

 

두어시간 이곳에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온전히 꽃만 보고,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아마 창포꽃이 활짝 핀 계절이 오면 사람들에 밀려서 걷지 않게되지 않을까?

 

아직도 계속 정비를 하고 있기에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창포꽃을 보기 위해 온 곳이기에 충분히 창포꽃을 보았기에 너무 좋은 시간이였다. 단지 우리의 차 때문에 우리의 마음만 조금 심란할 뿐이였다.

 

우리는 창포원을 나와 다시 고속도로를 탔다. 통영-대전간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왜그리 산이 많은지 내리막길은 그래도 다행인데,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려면 너무 힘들었다. 오르막 길만 보면 정신이 아찔했다.

 

거기에 차선은 2개 밖에 없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보이지 않는 눈치를 봐야 했다.

 

 

 

우리는 진짜 저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모든 차들이 우리 옆을 쌩하며 지나갔다. 평소보다 2배는 시간이 더 덜리는 것 같았다. 그사이 해는 서쪽하늘로 지기 시작했다.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었다. 앞에 산이 보이면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무사히 고장없이 서울까지 차가 버텨주기를 바랬다.

 

 

지나가는 고속철도를 보니 반가운 마음도 들면서 부럽기도 했다. 부산까지 그냥 기차타고 갔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부산여행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대전을 지나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 속도는 안나는데 비까지 내리니 정신이 더 없어졌다. 차들은 갑자기 내린 비에 처음에는 속도를 줄이더니, 익숙해졌는지 다시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거북이 차는 느리기는 하지만 우리를 안전히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무튼 살아서 돌아온게 신기한 여행이였다. 금요일에 서울에서 출발할 땐 호기있고 멋있게 출발했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땐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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