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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을 막상 여행하려고 하니 생각나는 곳이 많이 없었다. 어디가지 생각하며 첫번째로 떠오른 곳이 도담삼봉이였다.

 

 

안동하회마을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단양으로 이동했다. 빗방울이 가늘게 내렸다. 전국적으로 장마비가 내린다고 해서 그런지 산봉우리들마다 구름이 짙게 깔렸다.

 

 

단양 IC에서 나온 후 단양강을 따라 단양시내로 들어갔다. 단양역 앞을 지날 때 오렌지색으로 도색한 디젤 기관차가 보였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기울어져 있는 만천하스카이워크가 보였다. 기울어져 있는 것이 위태롭게 보였다.

 

도담삼봉 주차장으로 가는데, 주차료를 내야했다. 어? 주차료를 언제부터 냈지? 워낙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서 그런가 주차료를 받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도담삼봉을 보니 반가웠다. 강에 물이 많이 빠졌는지 삼봉의 아랫부분에 선이 그어져있었다.

 

매번 삼봉만 보고 휘리릭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강을 바라본적은 처음인 것 같다.

 

비가 아주 짜증스럽게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시원스럽게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시원해보이고 부러웠다.

 

 

비는 청승맞게 내리다 말다했다. 아빠의 노란색 우산은 샛노란 색이라 소품으로 너무 좋았다.

 

 

 

강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었는데, 비에 젖어서 앉는 사람이 없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도담삼봉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석문에 가볼까 했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다. 석문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을 보니 왠지 미끄러울 것 같아 보였다. 날도 습해서 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핑계가 필요했다. 석문을 보고 싶었지만, 귀찮기도 했다.

 

석문을 못봐서 아쉽긴 했다. 석문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있는 나비의자에 앉아서 단양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는 주차장만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런 것도 생겼을까? 난 생각보다 이런 구조물이 있으면 생각보다 구도를 못잡는 것 같다.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면 뭘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대충 막찍고 가버린다. 액자 안에 삼봉을 다 넣었어야 했는데, 뭔가 삐뚤어진 사진이 되어버려서 아쉬웠다.

 

 

한쪽엔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가 피어 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려서 그런가 많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방금전과는 달리 여유롭게 나만의 삼봉을 볼 수 있었다.

 

 

새로 도로가 생기면어 예전의 국도는 관광객이 걸을 수 있는 길이 되었다. 벽제역 터널이 생각나서 터널로 가보았다.

 

터널의 반원이 커서 사진을 어떻게 찍나 고민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는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줄서서 기다릴 필요없이 우리가 연출하고 싶은 사진들을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터널 뒤의 풍경이 조금 더 멋졌으면 사진이 좀더 괜찮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새는 삼봉사이를 빙글빙글 돌고 있고, 어부는 물 속에서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늘다리가 있다고 해서 갔더니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줄이 쳐져 있었다.

 

하늘다리를 멀리서 본 후 다시 주차장으로 왔다. 하늘다리에서 시멘트 공장이 보였다.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여차하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움직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도담삼봉을 보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볼 것 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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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단양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남부와 중부지방에 비를 퍼부울 예정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일단 예약을 했으니 가야는 되겠는데, 여행하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도록 기도를 열심히 해야 했다. 가슴 속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단양이 가고 싶었다. 아마 저번에 안동가는 길에 KTX를 타고 가면서 본 단양 잔도길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아서 가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1박 2일 여행이다 보니 토요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새벽에 나오면 하루가 길게 느껴져서 좋기는 한데, 금방 여행으로 인한 피로가 쌓인다. 그러나 주말에 서울 밖으로 나가는 길은 한시간 차이가 도착지에서 몇 시간 차이로 이어지기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길을 나섰다.

 

서울을 벗어나 차가 없을 것 같은 곳에서 휴게소로 들어 갔다. 중앙고속도록 단양휴게소 전에 양평(?)휴게소에서 한번 쉬었다. 서울에서 단양, 구간이 그렇게 길지 않기에 단숨에 달려 올 수 있었다. 단양휴게소는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휴게소 이름이 단양팔경휴게소(?)인가 해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휴게소로 갔다. 휴게소에 가면 꼭 있는 관광안내판을 잘 찍어 두는 편이다. 그래도 지자체에서 이것은 꼭 봐야한다고 뽑아 놓은 곳이니, 계획 없이 왔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양휴게소 뒤쪽으로는 야생화 공원이 있었다. 정리가 잘 안되고, 오래되어서 어수선하기는 했다. 그러나 노랗게 핀 루드베키아가 여름이 또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새로 산 렌즈를 처음 달고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라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다. 돈을 쓴만큼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괜히 또 돈만 날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휴게소 자체가 너무 여유로웠다.

 

여름만 되면 이 꽃만 되면 그냥 설레인다. 여름만 되면 우리나라 길가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루드베키아의 꽃은 너무 아름답지만 줄기가 억세기 때문에 항상 꽃을 따다가 손을 다치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꽃이다. 원래는 단양 도담삼봉을 먼저 본 후, 다른 곳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이곳에서 안동하회마을이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조금 더 먼 곳을 먼저 본 후, 오후에 단양으로 와서 도담삼봉을 본 다음 숙소로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네비의 목적지를 안동하회마을로 변경했다. 차가 많지 않은 중앙고속도로를 신나가 달렸다.

안동으로 가는 길 죽령을 넘는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높은 산을 넘어서 영주, 안동으로 갔을까? 이렇게 깊은 산 속을 혼자 걸어 간다면 간담이 서늘할 것 같았다. 아무튼 장마때문에 구름이 낮고 두껍게 지표면 근처에 깔려 있어서 구름들이 산에 걸린 것 같이 보였다.

 

하회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가 몇 대 없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쁜듯 무서운 각시탈이 우리를 먼저 반겼다. 하회장터를 지나 매표소로 걸어 갔다.

 

이곳도 코로나 때문인지 입구에서 QR코드, 출입명부 작성을 한 후, 체온측정을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매표소 운영은 9시부터라고 했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20여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직원분들도 막 출근하셨는지, QR코드 리더기도 설치하시고, 코로나 예방을 위한 장비들을 막 설치하시기 시작했다.

 

 

매표소 앞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기에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식빵이 맛있을 것 같아서 사먹고 싶었다. 나오는 길에 사먹어야지 생각하며 눈도장만 꾹 찍기만 했다.

 

이른 시간에 오면 사람이 별로 없으니 사진을 찍기도 좋고, 일단 여유로운 점이 너무 좋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답게 입장료도 비싼편이였다. 그러나 아빠는 65세 이상이라 무료였다. 그래서 내 요금만 내면 되었다.

 

지난번 임청각에서 어떤 관광객이 스템프를 어떤 지도 같은 것에 찍는 것을 봤는데, 아마 안동 스템프 투어인가 보다. 나도 해볼까 말까 고민하다 우린 하회마을 한 곳만 왔기에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걸어서 마을까지 가는 것이 아닌,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입구로 이동하는 것이였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마을 안으로 개별 여행객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까?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입구까지 갔다.

 

 

셔틀버스 앞에서 검표를 받았다. 우리가 일등인가 보다. 버스에 아무도 없었다. 입장권을 확인하는 곳에 부채가 있기에 가져가도 되나 물어보니,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하셔서 아빠꺼 한 개, 내꺼 한 개를 챙겼다.

부채 뒤에는 하회마을 지도가 있어서 마을을 걸어다니면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버스는 대략 1~1.5km 떨어진 마을 입구에 우리를 내려줬다. 이럴거면 그냥 걸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관광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렇게 버스를 운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마을 입구에는 세계유산을 알리는 커다란 비석이 있었다. 역시 유네스코 문화재를 좋아하는 아빠께서는 오늘도 놓치지 않고 유네스코 문화재임을 알리는 비석 앞에서 인생샷을 남기셨다.

 

 

걸어서 마을로 들어가는데, 전동카트를 빌려주는 상점들이 많았다. 나는 그냥 여유롭게 마을 구경하고 사진찍고 싶은데, 전동카트 앞으로 지나가니 계속 걸으면 힘들다, 최소 걸으면 1시간 반은 걸린다는 말로 우리를 꼬시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걸으면서 이곳을 느끼러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마을 전경도를 보니 진짜 이름대로 하회였다. 물이 이곳을 휘감고 돌아가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하회마을 옆을 흐르는 강은 한국의 4대강 중 하나인 낙동강이였다.

 

어디부터 갈까 고민을 하다 일단 마을의 중심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마을의 중심으로 걸어 갔다. 논에는 모내기가 끝나서 푸르렀고, 날이 습하여 물에서 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기분 좋은 자연의 향기였다. 너무 에어콘의 건조한 바람에 익숙해지고, 공기청정기로 인위적으로 걸러진 공기에 익숙해진 나에게, 가끔은 이렇게 불편한 습하고 물비린내 나는 공기는 내폐를 촉촉하게 젖혀주고 공기를 한숨한숨 쉴 때마다 그 향기에 취하게 된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매순간 고민이였다. 그러나 어느 길로 가나 나중에는 다 만나는 것 같았다. 담장사이, 담장 위, 담장 아래, 크지 않지만 딱 적당한 만큼 핀 꽃이 너무 아름다웠다.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은 적당함이란 이런 것일까?!

 

한국사람의 키에 딱 맞는 담장은 보일듯 말듯한 높이로, 담장 안이 살짝 볼 수도 있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도 지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담넘어로 살짝 볼 수 있는 높이였다. 거대한 벽같이 높게 느껴지지 않는 담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일찍 와서 그런지 다른 관광객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도 아침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티비소리, 사람의 말소리, 발소리 등 토요일 아침의 평온함이 느껴졌다.

 

 

특히 유난히 계속 눈길을 끌던 것은 담장 위의 갖가지 꽃들이 아닐까? 기와담장만 있다면 이 길이 얼마나 삭막할까?! 담을 살짝 넘어 나오는 꽃들과 나무들이 밋밋해 보이는 이 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곳은 누가 살고 있을까? 이 집은 왜 기와가 아닐까? 이곳사람들은 아직도 상놈, 양반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할까 등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길을 걸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마을이다 보니 솔직히 걸으면서 조금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 민속촌과는 달리 마을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유럽여행을 가면 일면식없는 사람 집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데, 왠지 이곳은 왜 마음이 살짝 불편할까! 아무튼 여행가서 남의 집 앞에서 사진찍는 행위는 똑같은데, 왜 내마음은 다르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땐 내가 이방인으로 취급받지만, 이곳은 한국이라 그런 느낌이 없어서 그런 것들 마저 하나하나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찍고 싶은 사진이 많았는데, 내 이성의 끈이 나를 계속 매너있게 행동하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처음에 무궁화인줄 알았다. 아빠에게 물어보니 접시꽃이라고 하셨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나, 이렇게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아니, 몇 번 어디선가 보았을 텐데, 나는 이 꽃을 무궁화라고 생각하며 봤을 수 있을 것 같다. 집집마다 접시꽃이 활짝 피었다. 도종화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이 떠올랐다. 오래전에 읽은 시여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꽃 이름이 너무 이쁘기에 마음 속에 고이 넣어 두었던 꽃이름이였다.

 

마을을 그냥 걷는 것 만으로도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았다. 다양한 집모양을 보면서 이곳은 지위가 높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까지 한 마을에 살아왔다. 뛰어 넘을 수 없는 계층의 괴리로 누군가는 이곳이 얼마나 답답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관광객이기에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거대한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역시 일반 사람들이 사는 집과는 스케일이 다른 것 같다. 문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왠만큼 기가 쎈사람이 아니라면, 집에 들어가기 전 부터 기가 확 죽을 것 같아 보였다. 아쉽게도 화재로 인해 건물 안쪽은 볼 수 없고 대문 앞에서 바라만 봐야 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 기념품을 파는 가게, 슈퍼, 보건소 등도 볼 수 있있다. 이쁜 하회탈을 하나 사드리고 싶은데, 아빠는 물끄러미 탈을 보기만 하신 후 그냥 발길을 돌리셨다.

 

 

 

돌담이 올록볼록하게 나온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잔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 같은 디자인이였다.

 

골목을 지나니 수령이 600년 정도 되는 영험한 나무가 나왔다. 그냥 보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내 자신이 작아보였다.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나무가 아닌 이곳을 600년 살아온, 역사를 지켜본 나무였다. 나무 안에는 진짜 영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게 압도당한 나는 그냥 조용해 사진만 찍었다.

 

 

 

소원쪽지에 소원을 적고 나무옆을 둘러싼 줄에 묶으면 되었다. 아빠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어보니 비밀이라고 하셨다. 로또 1등이나 부자되기 등이 아니였을까? 아니면 건강하게 지내기 등,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살면서 지키기 어려운 것을 우리는 소원으로 비는 것 같다.

 

 

핑크빛이 꽃과 짙은 녹색의 잎은 돌담의 황토색 앞에서 더욱더 짙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몇몇 고택들은 직접 이렇게 들어가서 볼 수 있지만,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다 보니 관광객은 저 정도 마당만 본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고택의 규모를 온전히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어릴적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을 다녀갔다는 뉴스를 본 것 같다. 그때 오셨던 그분이 아직도 영국의 여왕을 하고 계신다. 기억엔 충효당 앞인 것 같다. 이곳 앞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기념식수 뿐만 아니라 UN총장을 지내신 반기문 총장의 기념 식수도 있었다.

 

 

나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낡았다는 인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라는 약을 계속 먹여서 그런가 색에서 깊이가 느껴졌다.

 

마루에 앉을 수는 없지만, 마루 앞에서 양반과 같이 서서 줄을 잡고 서있었다. 드라마에서 양반이 저 마루에 서서 아랫사람에게 호통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바랜듯 하면서 은은한 갈색을 띤 나무들에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은은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나를 빨간색으로 파란색으로, 검은색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나도 저렇게 꾸밈없이 조용히 티나지 않게 살고 싶은데 말이다.

 

이곳도 딱 이곳만 구경할 수 있었다. 모든 고택들을 아주 조금씩 맛만 볼 수 있었다.

 

 

강가로 걸어 나왔다. 죽은 나무를 능소화가 덮고 있어서 살아있는 나무 같이 보였다.

 

 

 

초가집은 초가집대로 기와집은 기와집대로의 보는 맛이 있었다. 두 집의 나무가 너무 커서 길 가운데 나무터널을 만들었다. 아침부터 너무 걸어다녔나 보다. 조금씩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길가에 떨어진 살구를 들어 보았다. 어디선가 상큼한 냄새가 나기에 돌담아래를 보니 떨어진 살구가 깨진채 돌담 밑에 줄지어 있었다.

 

 

초가담장을 타고 올라간 나팔꽃이며, 담장을 따라 심어진 풀들이며, 꽃이며, 역시 초가집이 있는 이곳이 더욱더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역시 나에겐 이런 느낌이 더 맞나 보다.

 

 

 

 

사진기의 셔터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이는 모든 모습을 담고 싶었다.

 

종종 주민들의 차가 지나다녀 길을 비켜주어야 할 때도 있지만, 전통카트 없이도 천천히 걸으며 사진찍으며 구경을 하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빠 마음에 완전히 들어오시는 것이 없었나 보다. 이번에도 그냥 보기만 하시고 발길을 돌리셨다.

 

다시 강가 쪽으로 걸어갔다. 마을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걸어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강가에 오니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낙동강이 나왔다. 강둑 아래에는 고운 모래가 쌓여 있었고, 강건너 편은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부영대가 있었다. 하회마을의 전경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요즘 핫한 곳이였다.

 

 

 

 

 

계속 걸어서 힘들었는데, 만송정 솔숲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여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이 푸르름이 너무 좋았다.

 

 

아래로 내려가 볼까라는 생각을 하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상상을 하니, 모래사장으로 안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냥 이렇게 도도하게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배가 몸십 고팠다. 볼 것도 다 본 거 같고, 이제 신선한 느낌이 없기에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기로 했다.

 

 

 

 

강둑으로 난 길을 따라 가는데, 녹음이 우거진 길에 우리 밖에 없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빠는 이 나무들이 벚꽃나무라고 하셨다. 봄에 오면 너무 아름다울 것 같다고 하신다. 지금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전동카드 진입이 안되는 곳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벚나무터널을 나와서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전동카트 대여소 앞을 지나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았다.

단양으로 가기 전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안동에 왔으면 꼭 먹어봐야 할 것 2가지가 찜닭과 간고등어구이가 아닐까?

 

따로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싫고해서 하회마을 앞에 있는 하회장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짭짤한 간고등어도 좋았고, 뼈가 많아서 항상 먹기 싫은 찜닭이지만, 소스가 자작히 고기에 밴 것이 맛있었다. 이렇게 식사를 하고 우리는 단양 도담삼봉으로 향했다. 그러나 조금씩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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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여행에 뚜벅이 여행이다 보니 많은 곳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하회마을이랑 도산서원 등은 예전에 가본적이 있기에 안가본 곳을 찾다보니 만휴정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 당일날까지 미스터션샤인을 기차에서 보면서 왔기에 만휴정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만휴정을 갔다가 여유시간이 있으면 안동시내 다른 것을 둘러볼 생각이였다.

 

안동역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버스시간표를 들고 안동역 맞은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그런데 버스가 이곳에 서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안내소에서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곳이 아닌 것 같아서 모퉁이에 있는 또 다른 정류장에 갔다.그런데 이곳은 하회마을 방면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는 다른 곳을 찾아 보았다.

 

 

어?! 만휴정 방면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다.

 

 

일단 버스가 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손님은 우리뿐이였다.

 

확실히 628번이 오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한시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분명 버스가 올 시간이 되었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날은 왜 그렇게 더운지 한시간 땡볕에서 기다리니 힘도 들고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진짜 만휴정에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KTX이음이 타고 싶어서 오긴 왔는데, 알아본 것도 없고 가는 법도 모르고, 혼자 왔으면 그냥 집에 갔을 것 같다. 날이 더우니 정신만 혼미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관광안내소가 하나 더 있었다. 지나올 땐 문닫았다고 생각했는데, 안내소는 운영중이였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안동역 맞은편, 시내방향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우린 한시간 넘게 엄한 곳에서 버스를 기다렸던 것이다. 너무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고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택시기사에게 만휴정까지 금액을 물어보니 45,000원이라고 했다. 한숨만 나왔다. 힘들긴 하지만 그냥 버스타고 가야겠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628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서 한번 놓치면 최소 30분을 기다려야했다.

 

드디어 안동역에 도착한지 2시간 만에 628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길안정류소까지 가야했다. 길안정류소에서 다시 미니버스로 갈아 타야했다.

 

두시간 가까이 밖에 있다 버스를 타니 마음이 드디어 편해졌다. 날도 더운데 에어컨 좀 켜주지 버스는 창문을 다 열고 시골 국도를 달렸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들이 하나하나 너무 아름다웠다. 풍경을 마음 속에 담고 싶었다. 너무 힘들어서 였을까, 버스여행이 오랜만이였을까, 모든 풍경이 아름답게 보였다.

 

 

40분정도 걸려서 길안정류장에 도착했다. 628번 미니버스 기사분이 계시기에 묵계로 언제 출발하냐고 물어보니 2시 50분이라고 한다. 버스출발까지 한시간 남아서 정류소 앞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중국집의 베스트 메뉴인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종이를 다시 보니 드디어 시간표 보는 법이 이해가 되었다. 만휴정으로 갈 때는 시내방향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한다고, 한글자만 더 적어 주었으면 혼란이 적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왔다. 오랜만에 아빠랑 사먹는 짜장면이라 너무 맛있었다. 시골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이 너무 꿀맛이였다. 중국집 사장님께 이곳에 택시가 있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식사하는 사이에 콜택시를 불러 주셨다.

 

동네에 딱 하나 있는 택시라고 한다. 금액은 대략 만원이 나왔다. 아저씨께서 나갈 때도 택시를 탈거냐고 물어보셔서 우린 카페도 갔다 갈 예정이라 언제 갈지 모른다고 말을 했다. 택시가 이곳에 잘 안오는 편이라 우리가 타고 나간다고 하면 아마 기다렸다 다시 태우고 나가실 생각이었던 것 같다.

 

택시를 보내고 만휴정으로 걸어갔다.

 

 

마을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 들었다. 이런 시골까지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미스터션샤인 팀은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만휴정을 본 후 카페 만휴정에서 시간을 보낸 후 시간에 맞춰서 안동역으로 돌아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간 날까지 기와공사 때문에 카페 문을 닫는 다는 안내를 보았다. 안내문을 보는 순간 만휴정을 본 후 버스시간까지 뭐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멍했다.

 

발열체크를 하고, 개인정보를 간략하게 적은 후 만휴정으로 가는 오르막을 올랐다. 마을에서 아주 조금 들어왔을 뿐인데 분위기가 마을과 사뭇 달랐다.

 

 

언덕을 살짝 오르니 작은 계곡이 보였다.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더웠다. 살이 쪄서 더운 것도 있겠지만, 왜 이렇게 날이 더운지, 아직 6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더운지. 8월이 되는 것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계곡을 끼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갔다. 수영복을 입고 워터파크 슬라이드 같이 생긴 바위를 미끄럼틀 삼아 물로 풍덩하고 뛰어 들고 싶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라는 생각을 하며 만휴정으로 걸어갔다.

 

아빠는 미스터션샤인을 시청하지 않으셔서 왜 이곳이 유명한지 모르시기에 이곳이 어떤 장면을 촬영했는지 설명해 드렸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다리 아래쪽에 있는 바위로 내려가서 사진을 찍는데, 꽤 위험한 것 같았다.

 

멀리서 저 다리가 보이고 정자가 보이니 이거 진짜야? 세트가 아니였네! 완전 멋지다. 뭔가 연예인을 실제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였다.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평일에는 오는 사람이 적어서 편하게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끊임없이 사람이 왔다.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최대한 빨리 사진을 찍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리도 사진찍기 멋진 곳이지만, 정자 안도 꽤 운치가 있었다.

 

 

정자 마루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면 좋겠지만, 마루에 앉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정자에 앉아서 주변 풍경을 본다면 그당시 사람들이 보던 이곳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도 잠시나마 선조들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낮은 담장으로 보이는 주변은 산과 나무,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까지, 평상 하나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의 다리도 운치가 있지만, 나의 맘을 빼앗은 것은 낮은 담장 사이 혼자 높게 서있는 문이였다.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뭔가 조화로운 모습이 내마음을 빼앗았다. 그리고 문으로 날아 온 잠자리까지 내 마음에 이 모습이 스틸 사진과 같이 저장되었다.

 

문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내 상상력의 한계 때문에 평이하게 사진을 찍었다.

 

 

다리를 건널 때 다리가 살짝 출렁출렁 거리는 것 같았다. 사람에 밀려 다리를 그냥 지나가서 지금 생각해 보니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보고 오지 못한 것 같다.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고, 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만휴정이라는 현판을 사진 안에 넣어서 촬영을 해보았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런데 바위가 너무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했다. 잘못하면 바로 미끄러져 물에 빠질 것 같았다.

 

진짜 넘어지면 내 무릎이랑 바꿀 것 같아서 미끄러지지 않게 엄청 조심해야 했다. 커플들은 바위에 삼각대까지 세운 후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인생샷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 보였다.

 

미끄러운 바위에서 잽싸게 벗어나니 살 것 같았다.

 

 

만휴정으로 가던 길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니 너른 바위가 나왔다. 그리고 만휴정의 다리가 정면으로 보였다. 이곳도 살짝 바위가 미끄럽기는 했지만, 너른 바위라 돗자리를 펴놓고 쉬기 너무 좋은 곳 같았다.

 

 

이곳에서 사람들 사진찍는 모습을 구경하다, 이쪽에서 다리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아빠에게 다시 다리로 가라고 말했다. 나는 망원렌즈를 사용해서 줌으로 땡겨서 사진을 찍으니, 사진이 꽤 괜찮았다. 특히 물에 비친 다리의 모습도 인상적이였다.

 

다리 아래에서 다리를 올려다 찍는 사진도 괜찮지만, 이쪽에서 다리를 찍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부 미끄러운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사진을 찍는데, 그 각도 보다 이곳에서 줌으로 땡겨서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바위에 앉아서 사람들 사진 찍는 것을 구경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사진을 찍다 미끄려졌는데 물 속으로 빠져 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내가 당사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지면서 넘어진 것 같은데, 아프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다 보고 있었으니, 얼마나 민망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계서원을 가기 위해 만휴정에서 나왔다.

 

지나가는 길에 밤나무에 밤꽃이 피어있었다. 말로만 밤꽃을 들어봤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였다. 꽃 속에는 밤알이 아주 작게 맺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음 일정이 바쁜지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 나갔다.

 

우린 뚜벅이라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지만 걷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시골집의 살구나무엔 살구가 가득했고, 처음 본 호두 나무에 호두가 두개씩 매달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슬리퍼랑 수건만 챙겨 왔어도 강가에서 물놀이라도 하고 가면 좋은데 너무 준비없이 온 것 같았다.

 

 

요즘 아빠는 텃밭을 가꾸시는데, 이곳 밭을 보시고는 너무 깔끔하게 밭을 정리해 놓으시는 것 같다고 하셨다.

 

찻길을 건너 묵계서원으로 갔다. 원래는 카페 만휴정에서 차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묵계서원 옆 카페 만휴정은 공사중이였다.

 

 

주변에서 공사를 해서 서원이 어수선했다.

 

작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 였다.

 

나는 너무 힘들어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아래에서 사진을 찍기만 했다.

 

서원은 정말 작았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면 어떤 느낌일까? 맑은 공기와 자연을 벗삼아 공부하다 보면 머릿 속을 채우고 있는 잡념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우리의 희망이였던 카페는 문을 닫았고,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아까 탔던 택시에 적힌 콜택시 번호로 전화를 해보았다. 일단은 길안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안동시내로 가려고 했다.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하니 묵계에서 길안으로 가는 택시 배차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안동시내에 임청각까지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35,000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해서, 배차신청을 하니, 곧바로 택시가 배차되서 15분 뒤 택시가 도착했다.

 

역시 택시가 편했다. 돈이 들기는 했지만 한 20여분 만에 안동시내에 도착했다. 택시기사분이 유쾌하셔서 심심하지 않게 임청각까지 왔다.

 

임청각에 내리니 큰 탑이 보였는데 이 탑이 국보라고 한다. 임청각 앞은 중앙선 폐선을 철거 중이라 정신이 없었다. 임청각이 복원되어서 기쁘지만, 철덕으로서 예전 중앙선 열차가 다니던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웠다. 임청각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미스터션샤인에서 애인아씨의 집이 철도가 놓이며 담장이 허물어지고 집이 부숴져 집을 떠나는 모습에서 임청각이 생각나서 드라마를 보면서 한번 와보고 싶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 동선이 제한적이었지만, 짧게 나마 고풍스러운 한옥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방이 많은 집이 였는지 기둥의 갯수를 보고선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한옥 건물이 평면상에 놓여 있는데 이곳은 살짝 비탈진 곳에 세워졌는지 집이 입체적이였다.

 

 

이런 한옥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어떨지 궁금했다.

 

 

마당 한 곳에 피어 있는 자주빛 꽃이 인상적이였다.

 

일반적인 한옥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마루에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마당엔 작은 연못도 있었다.

 

마당에서 담장 넘어를 보니 낙동강이 보였다. 이맛에 저 마루에 앉아서 사람들이 쉬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이 갈 수 있는 동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쉬웠으나 짧게나마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임청각에서 나와서 안동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기차역으로 가기엔 이른 시간이였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아빠와 나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쉬고 싶었다. 오랜만에 뚜벅이 여행을 했더니 많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안동을 이렇게 당일치기로 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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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드디어 타고 싶었던 KTX이음 열차를 타보게 되었다. 자가격리 이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KTX이음 타는 것을 계속해서 미루다, 우연한 기회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나니, 더 이상 코로나 때문에 자가 격리 때문에 움츠려드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안타까워 보였다.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도 무섭지만, 자가격리 후 주변의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 더 힘들었기에 백신 접종전에는 되도록이면 대중교통 사용을 피해왔다. 아직까지 몸에 항체가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기차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몇 달을 벼르다 타는 기차인 만큼 최대한 길게 타고 싶어 청량리-안동구간 왕복티켓을 구매했다.

청량리-안동 KTX이음 703

 

 

매번 차로만 여행을 다니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기 위해 청량이역으로 왔다. 코로나가 극성이기는 하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기차역에는 사람이 많았다.

 

코레일 앱을 이용해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다.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일반석이 25,000원 우등실(특실)이 30,000원 정도이기에 5,000원 더내고 우등실로 예매를 했다.

 

KTX산천은 6번 홈에서 출발하고, 이음은 7, 8번 홈에서 출발을 했다. 강릉, 동해 방면은 강릉선 고속철도이고, 7, 8번은 중앙선 고속철도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푸른빛이 도는 이음 열차가 눈에 들어 왔다. 푸른색의 외관은, 일반적인 KTX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나서 고급스러워 보였다.

 

KTX이음을 처음 타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빠는 앞부분이 메기 같이 생긴 것 같다고 하신다.

 

 

사람들은 처음보는 기차를 보아서 그런가,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KTX를 탈 때보다 기차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음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뭔가 남들이 모르는 특권을 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온지 벌써 몇 달이 되었지만 말이다.

 

 

 

청량리역 KTX탑승하는 플랫홈은 저상홈이라서 이음 열차에서 계단 두개가 나와서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몇몇 신설역은 고상홈으로 되어 있어서 지하철 탑승처럼 플랫홈에서 바로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캐리어 같이 짐을 끌고 기차를 타게 되면 항상 짐을 끌고 계단에 올라가는 것이 스트레스였는데, KTX이음을 타면 이런 수고를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탄 열차는 703호 열차로, 9시 청량리를 출발해 11시 3분에 안동에 도착하는 열차였다. 살짝 연착되어 11시 5분이 넘어서 도착했지만, 안동까지 딱 2시간에 갈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다.

 

 

우등실이나 일반실 좌석의 차이는 없어 보였다. 우등실 좌석이 앞뒤 간격이 조금 더 넓다는 것 이외에는 2-2좌석 구조로 된 것은 같았다.

 

 

이번 이음 열차에서 또 마음에 드는 부분은 좌석마다 달린 창문이였다. 은근 창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렇게 각 좌석마다 작은 창문이 달려 있으니 앞뒤사람 눈치 보지 않고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점도 신칸센과 비슷한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KTX와 신칸센의 장점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좌석마다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대신 무선충전을 이용하려면 일단 핸드폰 기종이 무선충전을 지원해야 하고, 케이스를 벚기고 안에 넣어야 쏘옥하고 핸드폰이 충전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의 기울기는 좌석 팔받침대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세워지고 의자가 살짝 앞으로 나오며 기울어졌다. 기본적인 의자 컨셉은 KTX와 같지만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달랐다.

 

 

비행기처럼 앞좌석에는 개인용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각 역 도착정보를 볼 수 있고, KTX를 타면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의 영상, 인터넷조회, 유투브 등을 조회해 볼 수 있는 기능들이 있었다. 그리고 의자 아랫부분에는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와 USB충전 단자가 무려 4개나 있었다. 사용빈도가 높은 부분이다 보니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지만 낡은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기차는 부드럽게 청량리역을 출발했다. 출발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부드럽게 선로를 움직였다. 아마 기존 KTX와는 다른 동력방식을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 이음열차는 각 객차마다 동력원이 있는 방식이다. 일반 KTX는 앞부분의 기관차가 객차를 끌고 가는 방식이라 출발할 때 덜컹하면서 출발하지만, 이음은 스무스하게 출발했다.

 

이번달 KTX매거진에서는 문경을 소개하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한번 타보고 싶은데, 타보고는 싶지만 망설여진다.

 

기차는 아파트 숲인 도시를 벗어나 강이 보이고 숲이 보이는 멋진 풍경을 고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도시를 벗어난 기차는 시속 150키로 이상으로 달렸다. 가끔씩 일부 구간에서는 200이 넘는 것 같았다.

 

 

기존 KTX보다 문도 넓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자유석으로 가시는 분들도 큰 창문을 보면서 기차여행을 할 수 있었다.

 

화장실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어 있었다. 장애인 공용 화장실이 아니여서 그런지 일반 화장실은 넓지 않았다. 종종 누군가 변기 뚜껑을 닫고 앉나 보다. 변기 뚜껑에 앉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소변용 버튼과 대변용 버튼이 따로 있었다. 대변용은 아래에 소변용은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세면대는 자동으로 손만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물이 나왔다.

 

차로 갈 때와 기차로 갈 때의 풍경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방음벽만 잔뜩 보다 오는 경우가 있는데, 기차를 타고 가니 주변 풍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번에 안동에 가면 만휴정에 갈 생각이였다. 최근에 미스터션샤인 재방을 보는데, 저곳 멋지네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주인공들이 만나던 다리가 안동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번 주 지리산 노고단에 갔다오는 길 들렸던 천은사도 미스터션샤인에 나왔던 절이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미스터션샤인에 나온 곳을 세군데나 가보게 되었다. 구례 천은사, 서산 유기방가옥, 안동 만휴정 이렇게 세곳을 가보았다. 이제 논산에 있는 촬영장만 가면 될 것 같다. 사진을 찍다 보니 희성도련님이 고문 받는 장면이 찍혔다. 뭔가 공포영화를 보다 찍힌 것 같이 보인다.

 

기차는 원주를 지나 제천으로 향했다.

 

기존선로와 신선로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제천역에 오니 기차들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전기기관차들이 전부 나란히 줄지어 서 있었다.

 

 

제천역은 태백선과 중앙선이 갈라지는 지점으로 역의 규모가 꽤 컸다. 그리고 어릴적에 보았던 8000호대 기관차들은 볼 수 없었지만, 그후에 나온 기차 모델들이 선로를 채우고 있었다.

 

 

 

제천을 빠져나온 기차는 한참동안 터널을 지났다. 진짜 다음 정거장인 단양까지 터널로만 지나간 것 같다. 예전엔 터널기술이 좋지 않아서 우리나라 기차터널이 길지 않았는데, 요즘은 기술적인 한계가 없는 것인지, 터널이 한없이 길어지는 것 같았다. 뭐, 지하철은 아예 터널에서 달리고 있지만 말이다.

 

단양에 도착하니 시멘트 공장이 보이고, 단양 스카이워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 단양오면 꼭 한번 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워크의 길이도 길고, 일단 풍경이 절경이였다.

 

단양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차를 했다. 더이상 타는 손님도 없었다. 기차에는 빈자리가 점점 많아졌다.

 

 

사람들이 없는 틈에 이렇게 여유롭게 기차의 이곳저곳을 찍어 보았다.

 

 

KTX이음은 총 6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등실은 1호차이고 나머지는 일반실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등실은 청량리에서 출발할 때는 기차의 맨 뒤쪽에 위치해 있고, 안동에서 출발할 때는 기차의 맨 앞칸이 되었다.

 

 

 

기차는 아름답게 펼쳐진 산과 들을 지나 풍기에 도착했다. 태백산맥의 안자락에 들어와 있지만 산맥 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산이 높게 보이기는 했지만, 넓게 펼쳐진 땅이 이곳이 태백산맥 안쪽에 있음을 알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오래되어 보이는 급수탑이 풍기역에 들어오기 전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제 기차는 마지막 역인 안동을 향해 갔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기차는 정시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안동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온 기차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저녁에 또 타고 집에 갈 것인데, 왜 그렇게 미련이 남는지, 플랫홈에 서서 아쉬운 마음에 한컷이라도 더 찍어 보았다.

 

계단을 걸어 대합실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발열체크를 하고 있었다. 기차 탈 때도 발열체크를 하지만, 기차에서 내릴 때도 발열체크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노래로만 듣던 안동역에 도착했다. 기존 기차역에서 가지고 온 현판일까? 유교의 고장 안동답게, 이곳에 온 관광객들을 안동역이라 적힌 현판이 먼저 반겼다. 만휴정을 가고 싶은데 가는 법을 잘 몰라서 역안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서 만휴정 가는 버스시간표를 받을 수 있었다.

 

 

안동역은 안동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경주역과 비슷한 느낌이였다. 고가화된 철로 위로 기관차 한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안동-청량리 KTX이음 712

 

 

만휴정, 임청각을 보고 다시 안동역으로 돌아왔다. 너무 더웠다. 역시 차없이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안동에 오면 최대한 렌트를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하루 렌트비가 주말엔 10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안동역에서 만휴정까지 택시로 가면 45,000원이 나오닌까. 왕복하면 렌트카 비랑 택시비랑 비슷할 것 같다. 처음엔 10만원이 아까워서 렌트를 안했는데, 하루종일 다니면서 너무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였던 것 같다.

 

너무 덥고 끈적거리고 기차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서 기차역 안에 있는 카페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면서 땀을 식혔다. 진짜 밖에 있다, 안에 들어오니 천국 같았다.

 

탑승시간이 되어서 기차를 타러 갔다.

 

서울까지 갈 기차는 플랫홈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강장 한쪽은 고상홈이고 한쪽은 저상홈으로 무궁화호와 KTX이음을 사용할 수 있게 한쪽씩 높낮이를 다르게 기차역 플랫홈이 만들어져 있었다.

 

서울까지 타고 갈 기차는 KTX이음 712였다. 이번에도 우등실로 코레일 어플을 이용해 예매했다.

 

 

열차의 객차수가 많지 않아서 끝에서 끝에 가는데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지하철처럼 기차를 타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왜 예전부터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어색하기는 하지만 승하차가 너무 편리했다.

 

 

안동역에서 탑승하는 승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출발할 때는 빈자리가 많았다.

 

 

반나절 놀다갈 뿐이였지만, 온몸이 노곤노곤해졌다. 그렇지만 밖에 보이는 풍경을 놓칠 수 없기에 몸은 피곤했지만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기차는 서서히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기차는 북쪽으로 올라갔고, 노을은 점점 깊어만 갔다.

 

 

기차는 풍기, 영주, 단양을 거치며 승객들을 태웠다.

 

 

아직까지 해가 길기에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해가 한뼘정도 하늘에 남아 있었다.

 

해가 지고 나면 바로 어둠이 찾아 올 것 같았다.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이날 석양은 너무 아름다웠다. 인스타그램을 열었을 때 오늘의 그림같은 석양사진이 인스타를 뒤 덮었다.

 

몸은 계속 녹아드는 것 같은데, 잠도 오지 않고, 그렇다고 집중은 안되고, 낮에 싸댕기느라 더위를 먹었는지 목만 마르고 몸은 축축 쳐졌다. 그리고 하루종일 긴장했었나 보다, 기차를 타니 아쉬운 마음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제천을 들어설 때 반대쪽 창문이 핑크빛으로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차는 도착시간 보다 5분 늦게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안동이라는 곳은 항상 먼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KTX이음을 타고 안동당일치기 여행을 하고 오니 안동이 서울에서 더욱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단양이나 원주 등도 KTX를 이용해 다녀오고 싶어졌다. 날이 조금 선선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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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디스크 때문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조식을 먹었다. 숙소에 있는데 잠이 너무 오지 않아서 영화 채널에서 해주는 영화 '감기'를 보았다. 감기를 만든 영화감독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일까? 지금 상황을 너무 잘 반영한 영화를 만든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9시 정도 된 것 같다. 숙소에 더 밍기적 거려봤자 더 나가기 싫어질 것 같아서 짐을 정리해서 체크아웃을 했다.

 

부산으로 이동하기 전 숙소에서 4키로미터 떨어진 태화강국가정원을 보기 위해 태화강국가정원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햇살이 뜨거웠다. 그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였지만 주차장은 조금씩 빈자리가 사라져 갔다. 우리가 이곳을 떠날때 쯤되니, 빈 주차장이 많이 없었다.

 

라벤다 꽃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주차한 곳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주말에 운동을 나온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국가정원이라고 이름이 붙여 있기에 순천처럼 입장료를 내고 가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공업도시라 강이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강에는 다양한 새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었다.

 

 

대나무 숲이 길게 뻗어 있었다. 아빠는 담양 죽녹원의 대나무보다 이곳이 훨씬 더 굵고 크고 멋진 것 같다고 하셨다.

 

신기한 대나무는 기둥에는 가지나 잎이 하나도 없다가 빗자루처럼 나무 꼭대기에는 잎과 가지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곳의 대나무를 보고 있으니 쿄토에 있는 아라시야마가 생각났다. 그곳보다 이곳의 대나무 숲이 훨씬 더 크고 울창한 것 같았다.

 

무료인 공원이지만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대나무가 너무 커서 강한 햇빛을 가려주어서 대나무 안을 걷고 있으니 더운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죽순들이 땅아래에서 위로 자라고 있었다. 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대나무 기둥이였다. 이렇게 작은 순들이 저렇게 크게 큰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대나무숲 속에 들어와 걷고 있으니 도심 속에서 즐기는 소소한 힐링 같았다.

 

 

아빠는 여기 사는 사람은 좋은 것 같다고, 매일매일 이런 곳에 올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말하였다. 내생각에도 이런 자연을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건 하나의 복같았다. 그리고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강가 주변으로는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고, 안쪽으로는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에 사는 사람들은 진짜 전망하나는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밭이 있는 곳으로 오니 그늘이 없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길가에 심어진 큰 나무 한그루라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니 두그루의 나무였다. 멀리서 봤을 때 꽃밭에 심어진 한그루의 나무가 고흐 그림을 연상시켰다.

 

청보리밭에 가보고 싶었는데, 징검다리를 건너기 전에 청보리밭이 규모가 크지는 않진만 아담하게 가꿔져 있었다.

 

 

 

정원이 꽤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이 중간중간 있기는 했지만, 필요해서 찾으려고 하니 잘 보이지 않았다.

 

 

붉게 핀 꽃을 아름답게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너무 오래된 것을 사용해서 그런가 붉은색의 꽃이 뭉개져서 나와서 가슴이 아팠다. 녹색의 물결 위에 핀 붉은 꽃이 너무 아름다웠다.

 

 

조금 더 꽃이 풍성하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꽃이 빈 공간만 찾아서 사진을 찍는 것 같았다.

 

 

사진을 잘못 찍은 것일까? 사진이 뭉개져 보이기에 사진이 징그럽게 나왔다. 처음에 사진을 찍은 후 확인했을 때는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이렇게 사진을 옮겨서 편집을 하니 조금 색감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양귀비(?)꽃 옆쪽에는 푸른색의 꽃이 피어있었다. 왜 그렇게 꽃이름은 잘 외워지지 않을까? 아무튼 한쪽은 빨간색의 물결이 다른 한쪽은 파란색의 물결이 대조를 이루었다.

 

 

붉은색의 꽃보다는 파랗고 보라색의 꽃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훨씬 더 사진이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원래는 태화강국가정원의 라벤더가 멋지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다른 꽃들에게 빠져 버렸다. 라벤더 정원을 찾아야 하는데 찾지 못해서 다른 꽃들을 보면서 일단 이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계속해서 주차장에서 먼 쪽으로 걸어 갔다. 일반적인 나무들도 이곳에 심어 놓으니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태화강국가정원을 걷다보면 프로방스 분위기가 어디선가 느껴진다고 생각이 들었다. 걷다 보니 모네의 다리가 보였다. 처음에는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면 볼 수록 프로방스 지방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멀리 보이는 풍경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다리와 주변 정원의 풍경만 보면 프랑스에 온 것 같았다. 너무 해외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커서 일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곳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름은 모르지만 이쁜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땐 이 꽃이 보라색이라 라벤다인줄 알고 꽃에 다가갔다. 그러나 라벤다는 아니였다. 라벤다가 아니라고 이 꽃들과 함께 사진을 찍지 않으면 꽃들이 서운해 할 것 같아서 포도맛 새콤달콤같은 꽃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꽃은 넓게 심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색이 너무 이뻐서 기억에 남는다.

 

 

다시 모네의 다리를 거쳐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 찍은 위치보다, 반대로 넘어와서 사진을 찍으니 다리의 느낌을 더 살려서 찍을 수 있었다. 녹음이 푸르른 여름에 찍어서 그런가 다리도 산뜻하게 나왔다.

 

점점 주차장과는 멀어져 걸어갔다. 광장같은 곳에 오니 사람들이 광장에 놓여진 피아노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억에는 소리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개울을 건너 갔다. 개울을 건너 조금만 걸어가니 우리가 찾던 라벤더 정원이 나왔다.

 

아빠께서 오기 전에 라벤더 정원이 엄청 크다고 하셔서 고성 하늬라벤더정원을 상상하고 왔는데, 저기 보라색으로 보이는 곳이 라벤다정원이라고 해서 약간 실망을 했다.

 

그래도 못보고 가는 것 보다는 이렇게 보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고성에 있는 하늬라벤더팜처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잠깐이나마 이곳에서 라벤더 향기에 취해 볼 수 있었다.

 

계속 걸었더니 힘들기에 이곳에서 앉아서 쉬었다.

 

시간은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만큼 태양빛이 더욱더 따가웠다. 땀이 많은 나는 걸어오는 동안 벌써 옷이 다 젖는 것 같았다. 역시 여름이 오고 있기는 한 것 같다.

 

 

라벤더가 이렇게 생겼었나? 하늬라벤더팜을 매년 갔던 것 같은데, 라벤더가 이렇게 생겼구나는 처음 알게 된 것 같았다. 항상 멀리서 찍어서 그런지 라벤더의 보랏빛은 생각나는데, 라벤더 하나하나를 뜯어서 보니 애벌레 같아 보였다.

 

 

 

라벤더 하나하나만 뜯어서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멀리서 그룹으로 보면 아름다운 꽃이였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라벤더를 줌을 땡겨서 사진 찍은 적이 없던 것 같다. 이번에 산 DSLR에 줌렌즈를 달았기에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이 라벤더를 보기 위해 어제 서울에서 5시간이 걸려서 울산까지 내려왔다. 원래는 대전에서 일박한 후 부산으로 오려고 했는데, 태화강국가정원의 라벤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숙박일정을 변경했다. 작은 라벤더 정원이였지만, 이번년도에도 라벤다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2021년에도 고성 하늬라벤더팜을 가고 싶었는데, 아빠께서 매년 라벤더 팜에 가서 약간 식상하다고 하셔서 이번 해에는 광양 라벤더 축제에 가볼까 한다.

 

라벤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 사이에 핀 해바라기 한그루를 볼 수 잇엇다.

 

 

해바라기가 이렇게 한그루만 피어있으니 아름다우면서 더 슬퍼보였다.

 

 

코스모스가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가을이 아니지만 날짜 감각이 없는 몇몇 코스모스들은 벌써 꽃을 피웠다.

 

 

라벤다도 보고, 해바라기에 코스모스까지 공원을 돌아다니며 볼 것은 다 본 것 같았다. 몇몇 꽃들은 가을에야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다시 주차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늘 하나 업는 정원이 있다가 다시 대나무숲으로 돌아오니 시원했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만들어 내는 소리는 청각적인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보다 정오쯤 되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송에서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안내문이 주기적으로 흘러 나왔다. 이제 부산으로 이동해서 오늘 하루 남은 시간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몇 년에 한번 갈만한 가격의 고급호텔이니 오늘 하루는 호텔 밖에 나오지 않고 최대한 호텔에서 보낼 예정이였다.

 

네비는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라고 알려주었지만, 국도로 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국도를 이용해 부산 해운대로 이동했다. 기장 부근에서 차가 막히기는 했지만 해운대까지 한시간 반정도 걸린 것 같다. 차를 시그니엘 부산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체크인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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