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2박3일은 빛과 같이 지나갔다. 놀땐 왜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릴까? 일하는 시간도 이렇게 빨리 지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잔 후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호텔 복도에서 바라본 하늘이 아름다웠다. 전날과는 다른 파란하늘을 볼 수 있었고, 저멀리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체크아웃 후 금요일날 올 때 본 설악산자생식물원으로 향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서 속초 IC부근에 설악산자생식물원이 있었다. 서울의 꽉막힌 도로와는 다르게 차막힘 없이 차는 시원하게 설악산으로 향했다. 정면에 보이는 울산바위를 보니 반가웠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식물원으로 향했다. 개장한지 얼마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입장료는 따로 없어서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보았다. 다른 식물원처럼 화려하거나 거창한 것은 없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우리가 오전시간에 와서 그런가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이 없기에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식물원하면 생각하는 울창한 숲의 모습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횡한 느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나무들이 더 울창해질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의 마지막주 봄이 오고 있음을 새로 핀 잎들이 알려주고 있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 쬐니 잎은 더욱더 푸르게 보였다.
작은 시내와 징검다리가 보였다. 물이 많이 없어서 징검다리가 유독 커보였다. 물이 찰랑거리면 징검다리도 꽤 이쁘게 보일 것 같았다.
물이 많지 않은 시내였지만, 물은 맑았다. 물 속엔 작은 물고기들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 설악누리길을 잠시 걸어 보았다. 이곳은 멧돼지가 종종 나타나는 지역인지, 멧돼지 조심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이곳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어디서 멧돼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난 다리도 아파서 도망도 못가는데, 혼자 별걱정을 다하고 있었다.
조금 걷다 목도 마르고 허기진 느낌이 들어서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었다.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여행인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잠시 마스크를 벚고 설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셔보았다. 마스크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아닌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숲 속을 조금 더 걸어가다, 이러면 산길을 다 걸어야 될 것 같아서 이쯤이면 충분한 것 같아서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갔다.
이제 날이 제법 더워진 것 같았다. 찬바람이 가끔 불어오기는 했지만 낮에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내마음 아지까지 겨울에 머무는 것 같지만, 어느덧 봄은 우리 삶의 가운데로 들어 온 것 같았다. 자가격리 14일은 내마음을 겨울에 아직까지 묶어 놓고 있었다.
식물원 안에 작은 온실도 있었다. 진짜 작은 온실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꽃인 구절초(?)가 피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봐도 좋은 구절초였다.
온실밖에는 더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2020년 초여름에 본 청옥산이 생각났다. 또 한번 가보고 싶은데 아빠한테 섣불리 다시 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만큼 가는길은 쉽지 않기에.
연두빛 이파리 사이로 핀 분홍색의 붉은색의 꽃들이 밋밋한 식물원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진안 꽃잔디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보 싶었는데 이곳에서 작지만 이쁜 꽃잔디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스케일 자체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였다. 시간이 더 지나 식물원이 좀 더 정착되면 제법 괜찮을 것 같았다.
해외면 해외, 국내면 국내 쭉 이어서 적어야 하는데, 내 마음이 변덕스러워서 한주는 해외여행을 적고, 또 다른 주는 국내여행으로 적고 있다. 아마 내용을 적다가 질리면 글을 쓸 때 머리가 굳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글을 수려하고 멋들어지게 쓰는 것도 아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서 적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오전 내내 속초시내를 돌아 다녔기에 피곤해서 숙소에서 잠시 쉰 후 해가 진 다음 다시 숙소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면 또 다른 속초를 볼 수 있게 된다. 썬라이즈 호텔의 주차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차를 일찍 주차하지 않으면 금방 만차가 되어 근처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는 금요일 저녁시간에 주차를 한 후, 토요일에는 도보여행을 했기에 차를 뺄 필요가 없었다.
지도로 봤을 땐 호수 주변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소화도 시킬겸 청초호 한바퀴를 돌기로 했다. 호수로 난 길은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했다. 숙소 앞을 나와 청초호수공원으로 가는데, 생각보다 길이 편하지 않았다. 항구 주변이라 그런지 가는 길에 으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는 길이 썩 편하지는 않았지만 청초호수공원에 도착하니 청초호 주변에 있는 호텔들과 설악대교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경포대의 야경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설악대교에서는 레이져 불빛도 발사되었다.
잔잔한 호수에 불빛이 비춰지니 아른아른 거리는 것 같이 잔잔하게 불빛이 흔들렸다. 속초 야경이 이럴거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런 야경을 매일보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중소도시라 도시 자체가 번잡하지 않은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았다.
호수 위에 이렇게 정자도 놓여져 있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불빛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낮에 왔으면 망원경으로 이곳저곳 보았을 텐데, 잘 보이지 않는 망원경을 가지고 설정사진을 찍어 보았다. 하루종일 구름이 잔뜩한 날씨였는데, 저녁시간이 되니 구름이 많이 걷힌 것 같았다.
4월의 마지막 주였지만, 저녁이 되니 바닷가는 쌀쌀했다.
정자에 앉아서 쉬면서 더 걸어갈지 아니면 다시 되돌아 갈지 생각을 해보았다. 더 걸어가면 진짜 청초호 한바퀴를 돌아야 숙소로 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였다.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왠지 추억이 될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망설여졌다.
일단 가보는데 까지 간 후,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안되면 택시를 타고 돌아와도 되닌까, 일단 호수 한바퀴를 돈다고 생각하고 다시 걸었다.
호수공원을 벗어나니 사람의 인적이 뜸해서 살짝 무서웠다. 그래도 야경에 취해서 걷다 보면 무서운 것은 조금 잊을만 했다.
낮에 오면 그늘이 거의 없는 길이라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렇게 이쁜 야경을 왜 이제서야 처음 본 것인지. 속초를 여러번 왔지만 속초의 밤이 이럴 것 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걷고 있는데 보이는 저 타워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스크류바같이 빙빙꼬여있는 건축물이였다. 물결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인지 뭔지 모르지만 보고 있으니 스크류바만 생각났다.
어두운 공원을 지나 청초천 위로 놓여진 다리를 건너니 호수주변을 걷는, 운동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리 위 난간엔 작은 화분들이 놓여져 밋밋한 다리를 화사하게 바꿔 놓았다. 조명까지 받으니 꽃들이 더 화사하게 보였다.
이제 제법 걸어 온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썬라이즈 호텔이 정말 작게 보였다. 아마 이쯤이 출발한 곳으로 부터 딱 반절 온 것 같았다. 이제 다시 돌아갈지 아니면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지 한번더 고민이 되었다.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가기 보다는 그래도 새로운 길이 구미가 더 땡겼다. 그래서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걷던 길을 끝까지 걸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화사하게 핀 꽃들을 보고 있으니 힘든 것도 잊어 버리신 것 같았다. 꽃의 기운을 받아 꽃을 보며 걸었다.
멀리서 보았을 땐 하나의 건물자체 디자인을 계단형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타워를 가운데 두고 주변으로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가 건물이 역동적인 느낌이 더 드는 것 같았다.
밤시간이였는데 새들은 저녁식사를 하려는지 호수가 가장자리에 서서 어로활동을 하고 있었다.
튤립도 많이 피어있고, 또 LED꽃도 밤을 밝히고 있었다. 힘든 3월을 보내고 4월도 힘들게 보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있으니 2달동안 힘들었던 마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언제끝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코로나도 나에겐 남의 일이 아닌 2달이였다.
더 좋았던 것은 밤이라 그러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이곳을 전세낸 것 같이 이 시간과 이 공간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듈립은 에버랜드가 멋지긴 하지만 우연히 만나 꽃들은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 계속 걷기만하면 그게 운동이지 여행이 아니지 않은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행이기에 너무 좋았다.
튤립 정원을 지나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조형물이 보였다. 아마 핀란드 헬싱키에서 이것과 비슷한 것을 본 것 같다. 눈과 비가 내리던 날로 기억된다. 그날 밖에 나가기 싫은데, 그냥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귀찮지만 헬싱키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나갔다. 눈이 내리더니 갑자기 비로 바뀌어 옷만 젖고 왔던 날이였다. 막상 가서 보니 별거없는 것 같았는데, 왜 그렇게 그 조형물을 보기 위해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아마 찾아 가는 길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추픽추도 너무 사진을 많이 봐서 마추픽추를 보지 않아도 벌써 몇번을 갔다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마추픽추로 찾아가는 길은 평생 한번 뿐이였기에 가는 길이 더 설레고 행복했었다.
놀이동산에 있을 법한 놀이터가 있었다. 그리고 한쪽엔 어디서 많이 본 낯이 익은 캐릭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옆에 보니 역시 롯데월드의 메인 캐릭터였다. 롯데의 협찬으로 만들어진 놀이터로 놀이터와 놀이동산을 합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휴~! 이제 반보다 더 온 것 같았다.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아갈까 버스를 알아보니 바로 보이는 앞까지 가는데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남은거리를 걸어가는 시간이나 버스를 타는 시간이나 별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에구, 그냥 남은 거리를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청초호길 한바퀴를 다 돌면 나중에 추억이 될 것 같았지만,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준비없이 나온 것 같았다. 가방에 있는 것은 단지 물 한병 뿐이였다. 호수 주변에는 편의점 등이 보이지 않았다. 매일매일 한바퀴씩 돌면 살이 쪽쪽 빠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 이 여행의 끝이 보이는 것일까? 공터같은 수협수산물유통센터를 지나 설악대교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썬라이즈 호텔이 보였다. 가장 짧게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니 아바이마을에서 갯배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였다.
차가 옆으로 쌩쌩 달려서 솔직히 살짝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야경만큼은 끝내주었다.
이시간에 바다로 나가는 배는 무엇일까? 이시간에 배가 나갈 수 있나? 배가 입출항이 안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으로 아는데 저 배는 이 밤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배는 유유히 설악대교 밑을 지나 동해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아바이마을로 가기 위해 다리 중간에 난 길을 따라 아바이마을로 갔다. 그런데 다리에서 아바이마을까지 가는 길이 이건 고소공포증이 없던 사람도 생기게 만들 것 같은 길이였다. 바닥은 뽕뽕뽕 뚫려있어 밑은 다 보이고, 이거 안전한거 맞어라는 생각만 들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에서 쿠구궁하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이 빠진 아바이 마을은 생기를 잃고 휴식중이였다. 낮에 사람으로 가득 차던 식당들은 한산하거나 문은 닫아 버렸다.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유명한 식당도 문이 닫혀 있었다. 모든게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아침이 되면 얼음 땡하듯 누군가 찾아와서 이 적막을 깨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조금 늦은 시간인데 갯배가 운행될까 걱정도 되었고, 갯배 요금을 지불하기엔 큰 고액권 지폐라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지폐를 바꿀 수 있는 기계가 따로 놓여져 있었다. 이것마저 못타면 다시 금강대교로 해서 속초시내를 지나서 가야 했다.
손님은 아빠와 나 단 둘뿐이였다. 낮에는 이곳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인데,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니 스산함만이 남아 있었다.
갯배가 출발한 후, 몇분이나 지났을까, 배는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했다.
갯배 선착장 앞 갯배st청년몰은 주말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금요일 저녁보다는 그래도 손님이 많아진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주말에 손님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되었다. 청년몰 앞에 있는 백구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반가워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번씩 만지면 귀찮을 텐데, 귀찮은 표정없이 귀여움을 뽐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노고단 산행 후 차로 돌아오니 정신이 멍했다. 그래도 뭔가 오랜만에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은 지치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예전에 성삼재 휴게소에서 내려오다 바퀴에서 연기가 풀풀난 적이 있었다. 그땐 바퀴에에서 불이난 줄 알고 깜짝 놀랬다. 내려오는 길이 가파르기에 주행에 놓고 내리면 브레이크 과열로 연기가 났던 것이였다. 그때 호되게 고생해서 이번엔 1단을 놓고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서 천천히 산에서 내려왔다.
성삼재에서 내려오니 오른쪽에 넓은 주차장이 보였다. 전에 가본 천은사로 갈까말까 망설이다 차도 가파른 길을 내려오느라 고생했으니 잠시 열을 식힐겸 천은사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산책로도 생긴 것 같았다. 아니면 그당시 내가 못본 것 일수도 있을 것 같다.
저멀리 보이는 키가 큰소나무가 인상적이였다. 소나무는 항상 구불구불 자라는지 알았는데 저렇게 곧게 자라는 것도 있는가보다.
곧게 뻗은 소나무는 머리가 무거운지 기울어져서 자라고 있었다.
천은사 앞에 있는 호수주변에 산책길을 만들어서 상생의 길이란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두개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로 걸어가는 길에 어디서 본듯한 팻말이 서 있었다. 이곳에서도 미스터션샤인을 촬영했다고 한다. 안내판에 나온 사진을 보니 어느 장면에서 나온지 금새 알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인 서산 유기방가옥, 안동 만휴정, 구례 천은사까지 세곳을 가보게 되었다. 나중에 논산에 있는 세트장만 가보면 될 것 같았다.
나중에 드라마를 다시보니 이 다리도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 중 하나였다. 드라마를 볼 때 내가 가본 장소가 나오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드라마의 장면을 생각하며 걷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저뒤편으로는 호수가 보였다.
그리고 오래된 다리 맞은편에 또 다른 다리가 보였다. 돌아나오는 길에 내가 맞은편에 가서 이쪽으로 사진을 찍으면 구도가 딱 좋을 것 같았다.
이곳도 천왕문으로 가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천왕문을 지나니 작은 탑과 큰나무가 보였다.
가파르지 않은 계단을 또 올라갔다. 쌍계사와 비슷하게 계단을 오르면 하나의 풍경이 나오고 또 오르면 또 다른 풍경이 나왔다.
계단 끝에 오르니 천은사 경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절이 드라마에서 유독 기억에 났던 이유는 처마밑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 때문이였다. 보통의 절들은 처마를 받들고 있는 기둥들이 없는데 이 절은 기둥들이 처마를 받치고 있었다. 저 기둥들 때문에 절이 유독 작게 보이기도 했다.
절자체는 그렇게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돌담으로 쌓은 축대와 계단이 아름다웠다. 요즘은 콘크리트로 만드는 건축물이 많은데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 같아서 그 느낌이 그냥 좋았다. 특히 돌틈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회색빛 돌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담넘어가 보일듯 말듯한 높이의 담장과 덩굴이 뒤덮었지만,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또 다른 담장들까지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플하지 않은 담장의 모습이 내마음을 사로 잡았다.
여름철 담장을 덮은 덩쿨을 보고 있으면 어릴적 기억들이 나도 모르게 소환되는 것 같다. 그리고 군대가기 전 혼자 떠났던 남도여행도 생각이 난다. 버스를 타고 갔던 송광사의 모습 등 여름은 나에게 많은 추억을 간직한 계절이였다.
이곳에서도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들어가보았다.
천은사 경내가 살짝 무거운 느낌이 든다면, 이길은 가벼운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쾌한 느낌이 나에게 더 맞는 것 같았다.
너무 깊욱히 들어가면 안될 것 같아서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 나왔다.
다시 경내로 돌아왔다. 비는 올락말락 계속 한두방울씩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늘도 흐린게 경내의 분위기를 촤악 가라 앉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절을 즐기기 너무 좋았다.
이렇게 고요한 절은 참으로 오랜만이였다. 항상 유명한 절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하니하나 보면서 즐긴다기 보다는 사람에 밀려 다닌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날만 조금 더 좋았다면 좋겠네라는 생각만 들었다.
절에서 내려와 아치교로 갔다. 나는 반대쪽 다리로 가 아치가 잘나오게, 드라마에 나온 것 처럼 사진을 찍고 싶었다.
생각보다 두다리간 거리가 되었다. 이럴 땐 망원렌즈를 사용하면 좋은데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서 찍어 보았다.
천은사로 들어갈 땐 호수주변의 산책로로 들어가서 이 문을 지나지 않았다.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우리를 보고 잘가라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얼떨결에 들린 절이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촬영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구례에서 서울까지 갈 생각을 하니 갈길이 멀어 보였다.
천은사에서 출발하니 빗방울이 굵어지는 것 같았다. 임실휴게소에 들려 이른 저녁을 먹었다. 임실지도를 보다보니 김용택선생님의 고향인 진메마을이 나와있기에 사진을 찍어 두었다,
아빠는 휴게소에서 항상 한식으로, 난 돈까스 킬러 답게 또 돈까스로 주문했다.
특별히 임실이 치즈로 유명하니 매콤치즈돈까스로 주문했다. 돈까스 사이 임실치즈가 들어있었다. 크기도 크고 맛은 더 좋았다. 살짝 매콤하긴 했지만, 느끼한 치즈맛을 잡아 주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었다. 또 만난 고속철을 보니 옆으로 기차 한대만 지나가라 그렇게 기도를 했건만 빈철도만 보면서 서울로 향했다.
정안 휴게소에 갔을 때, 화장실에서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 주는 기계가 있다는 안내를 보았다. 어차피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고 싶었기에 기계로 가보았다.
주문을 넣으니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 주었다.
로봇은 열심히 움직여 음료를 만들어 주었다. 로봇이 칼같이 계량해서 만들어준 음료는 어떤지 궁금했다.
숙소인 켄싱턴하동리조트에서 나온 후 곡성섬진강기차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 속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작년에 가려다 가지 못한 노고단이 가보고 싶었다. 잠깐 올라갔다, 곡성으로 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스쳐 지나갈 마음으로 방향을 노고단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성삼재주차장으로 네비의 목적지를 바꾸었다.
평지길을 잘 달리다가 성삼재로 가기 위해 산길로 접어 들었다. 나는 옆에서 풍경구경하느라 길이 구불구불한게 더 재미있는데, 운전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길이기도 했다. 이 더운 초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삼재로 가는 길 시암재라는 곳에서 잠시 차를 세운 후, 차를 쉬게 했다. 시암재에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바이크를 즐기시는 사람들과 아까 올라오는 길에 본 자전거를 탄 사람들까지 좁은 곳이였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곳에서 쉬고 있었다.
시암재 휴게소 반대쪽 공터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뒤로는 지리산이 보였다. 구름은 지리산의 위엄에 놀랬는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많았다.
시암재에서 조금 더 산속 깊이 들어갔다.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할 장소가 많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아래쪽 주차장으로 갔다. 보통 입구에 있는 주차장만 이용하는데, 아래쪽에 계단식으로 주차장이 더 있었다.
몇 년전 노고단을 가려고 새벽같이 일찍 왔다가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노고단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주차장에서 대피소까지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 물한병을 가방에 넣고 출발을 했다. 대략 한시간이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출발을 했다.
두꺼운 구름이 높은 지리산에 걸려 있었다.
갑자기 온 노고단이다 보니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었다. 그냥 노고단을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온 곳이였다. 들어가는 입구에 이것저것 다양한 정보가 있는 입간판이 서있기는 했으나, 그냥 나중에 블로그에 올려야지라고 생각하고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나중에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고서야 정상에 오르려면 탐방예약을 해야하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현장에서도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탐방이 가능했으나, 사전에 알았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입구는 누구나 걷기 편한길로 되어 있었다. 약간 경사도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 산행(?)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기분좋게 걸을 수 있었다.
어떤 분들은 샌들을 신고 오기도 했고, 슬리퍼만 신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그사람들도 우리처럼 그냥 잠시 들렸다 갈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 같았다.
지대가 높기는 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서 그런지 시원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내몸은 비오듯이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길이 이렇게 길었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였다.
그래도 군데군데 있는 신기한 식물을 보면서 걸으니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늘은 비가 올 것 같이 구름으로 덮혀 있었다. 그대로 비가 오면 가방이며 옷이며 다 젖을 것 같았다.
어느정도 오르막을 오르니 갈림길이 나왔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걸어가는 길이 짧아질 것이기에 힘들어도 가파른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또 다시 우리 앞에 길이 놓여져 있었다. 그냥 간단하게 산책삼아서 온 것인데, 이건 산너머 산같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돌아가기엔 뭔가 아쉬울 것 같았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땀은 비올듯이 쏟아지고 속옷은 축축한게 집에 갈 때 얼마나 끈적일지. 또 뚱뚱해지니 뭔가 땀을 많이 흘리면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무튼 거구의 몸을 끌고 열심히 올랐다.
아직도 노고단대피소까지는 1키로, 또 노고단 고개까지 1키로, 그리고 노고단까지는 지도에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나와있지 않았다. 아무튼 왕복 1시간 정도일거라는 내 기억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또 갈림길이 나왔다. 이번엔 계단이 아닌 돌로된 길이였다. 이 길을 통해가면 금방 노고단대피소까지 갈 수 있기에 지름길을 통해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였다. 계단은 길이라도 편해서 오를만 했는데, 이곳은 자갈로 되어 있기에 걷기도 불편한데 가파르기는 왜이렇게 가파른지 그냥 힘들어도 돌아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은 턱턱 막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려갈 때는 편하게 돌아가는 길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노고단 정상은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이 가능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노고단 정상 입장에 대한 예약을 확인하지 않았다. 계단쪽 길과 평탄하게 오르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계단을 이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서 또 위로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길도 방금 전 왔던 길처럼 가파르고 돌바닥이라 힘들었다. 아~! 이길로 가면 안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왠만하면 한번에 쭉쭉 올라가겠는데,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안했으면 대략 한시간도 못되게 운동을 하고 숨을 헐떡거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이 돌길도 끝이 보였다. 이제 노고단 정상인가라는 희망을 가지며 이 길의 끝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이 끝이 아니였다. 그래도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주변 풍광이 다 들어오는 노고단 고개였다.
노고단 정상을 가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지만(무료인 것 같음), 갑자기 온 곳이기에 여기까지 왔는데, 바로 앞에 정상이 보이는데 그대로 내려가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현장에서 성명과 연락처만 입력하면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이런 점을 모르고 왔는지 현장에서 발급을 했다.
이제 여기서부터가 우리가 아는 노고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에 오히려 노고단고개까지 오르는 길보다 노고단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훨씬 더 수월했다.
그리고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시원했다. 올라오는 동안 땀으로 범범이 되었다가 여기에 오니 땀이 서서히 식으면서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파른 것 같아 보이지만 완만한 길이라 걸어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저 정상에는 노고단의 상징인 돌무더기가 있었다.
아빠도 노고단 고개까지 올라오는 길보다 여기가 더 편하고 시원하다고 하셨다. 아빠가 생각한 노고단은 이런 모습인데, 못보고 갈까 걱정이 되었다고 하신다.
구름이 우리쪽으로 빠르게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름이 지나간 자리에는 군데군데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부분에서 살짝 가파르게 오르기는 하지만, 날씨가 시원해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저 구름때가 이곳으로 밀려오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이 보일 것 같았다.
풀밖에 없는 노고단 정상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나무는 구상나무였다.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긴 나무로 바람의 영향때문에 바람머리를 하고 있었다.
한숨을 쉰 후 주변을 둘러 보았다. 구름때문에 주변이 깨긋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때문에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산너머 저곳에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을 해보았다. 구름이 조금씩 걷힌 자리에는 희미하게 육지의 모습이 보였다.
힘들기는 했으나 절벽 위 전망대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니 올라올만한 가치가 있고 보람이 느껴졌다.
이곳에 서면 맑은 날 저렇게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짙은 구름으로 인해 산아래 강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저렇게 멋지게 흐르는 섬진강 사진을 어디서 찍나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찍는 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섬진강의 굽이치는 역동적인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한 사진이기에 저 사진은 어디서 찍었는지 너무 궁금했었다.
옆사람이 난간에 앉아서 저렇게 사진을 찍고 있기에 우리도 그사람들을 따라 난간 앞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하늘에 도넛구멍이 생겨서 보면서 너무 웃겼다.
구름이 살짝 없는 곳에 희미하게 섬진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만들어낸 상상의 장면인지 실제로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희미하게 저멀리 보이는 것 같았다.
남은 힘을 다 쏟아서 노고단 정상으로 올라갔다. 진짜 이곳에 안왔으면 너무 후회했을 껏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성기차마을도 가보고 싶기는 했지만, 그렇게 막 땡기지는 않았다. 그래서 쉽게 목적지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드디어 정상에 올라 왔으니 노고단이라 적힌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다른 산들에 비해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진짜 얼마만에 올라본 노고단인지. 뭔가 해냈다는 느낌에 뿌듯하기도 했다.
노고단 정상의 상징인 돌탑을 보니 진짜 내가 노고단에 오르긴 올랐나 보다. 해발고도 1500미터로, 인도 다즐링보다 500여미터 낮지만, 올라올 때의 느낌은 3000미터가 넘는 산에 오르는 느낌 같았다. 1500미터나 되니 성삼재보다 시원했다. 오히려 추웠다. 왜 사람들이 등산을 갈 때 바람막이를 하나씩 챙겨가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옷은 면인데다 땀에 옷이 다 젖어 버렸기에 급속도로 체온이 떨어졌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물도 마시고 쉬면서 내려갈 힘을 충전했다.
다행히 가방에는 물뿐만 아니라 음료수도 한 캔 들어있어서 음료수를 한 캔 마시고 나니 기운이 도는 것 같았다.
이 돌무더기는 신라시대때 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이 돌무더기 때문에 노고단하면 이 돌무더기부터 생각나는 것 같다.
다시 성삼재휴게소로 내려갔다. 아쉽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니, 보고싶으면 또 언젠가 시간내서 오면 되지 않을까!
우리도 늦게 이곳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내려가는 도중에도 사람들은 노고단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너무 좋았다.
노고단 고개에서 이번에는 옆으로 난 완만한, 돌아서 가는 길로 갔다. 가파르지 않아서 무릎도 편했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기에 전망대로 가서 보았다.
구름이 살짝 걷힌 틈으로 섬진강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주 잠깐 산아래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아주 잠시 희미하게 산아래의 풍경을 보여주고는 바로 다시 구름이 두껍게 깔리었다.
역시 길어도 완만한 길이 좋은 것 같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편하게 대피소까지 내려왔다.
올라갈 때 왜 이 표시를 못보았을까? 성삼재에서 노고단 구간 왕복 2~3시간이였다. 우리는 가뿐하게 한시간 정도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산에 내려오니 벌써 세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원래는 노고단 보고 시간되면 곡성에 잠시 들렸다 가려고 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미숫가루를 샀다.
차에 앉아서 커피와 미숫가루를 마셨다. 집에 바로 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다른 곳을 들릴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 차에서 이것저것 먹으며 당을 보충했다. 일단 성삼재휴게소에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주차비를 내는데, 3시간 주차한 것 치고는 꽤 주차비가 비싼 것 같았다. 대신 입장료가 없으니 비슷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코로나 단계가 갑자기 4단계로 올라서 정신이 멍했다. 요즘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갑자기 급증하고 있는데, 이정도로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하루 확진자가 몇 명인지 포털에서 매일매일 확인했는데, 요즘들어 확인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아마 나도 일년반 넘게 이런 상황이 진행되어 너무 무디어진 것 같다. 내 주변에도 항상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면서도, 내노력과는 별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된다. 3월 자가격리 이후 비행기 타는게 무서워졌다, 7월에 진짜 큰 용기를 내어 제주를 가려고 다 계획을 세웠는데, 뭔가 다시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졌다. 비행기 타는게 유일한 낙인데 이젠 즐거우면서 두려운 일이 되었다.
주말에 비는 올 것 같이 하늘은 찌뿌둥했다. 집에 있긴 싫고 그렇다고 멀리가기는 부담스러워 양평 세미원과 두물머리로 갔다. 머리 속에는 계속해서 제주여행을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 뿐이였다.
몸은 세미원으로 가고 있지만, 내 머리속은 이놈의 제주 갈 것 인지, 말 것인지 그것이 문제였다. 솔직히 가고 싶지만, 아빠가 많이 제주여행을 내켜하시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론 이해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튼 시큰둥한 표정을 한채로 세미원에 도착했다. 4단계로 격상 저 주말이라 그런지 세미원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주차장을 돌다 겨우 빈자리 하나를 발견했다.
두물머리는 여러번 와봤는데 세미원은 처음이였다. 두물머리는 따로 입장료가 없지만, 세미원은 입장료가 있었다. 두물머리만 생각하고 왔다 입장료를 내야해서 순간 당황했었다.
세미원에 온 이유는 세미원이 연꽃으로 유명하기에 연꽃을 보기 위해서 였다. 부여도 연꽃으로 유명한데, 작년에 다녀왔기에 이번 년도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태극기 문양의 문을 통과해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더 자세를 낮춰 찍으면 태극마크가 정가운데로 갔을 것 같다.
들어서니 길이 세갈래로 나눠졌다. 좌우로 징검다리 길이 놓여져 있고, 가운데로는 숲길이 있었다. 물소리가 흐르고 녹음이 진 징검다리 길도 운치가 있었다.
징검다리 길은 나올 때 걷기로 하고 가운데로 난 길을 걸었다.
두물머리는 여러번 왔지만 세미원은 처음이라 모든 부분이 낯설었다.
시원한 분수의 물줄기가 더운 여름 날씨를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장독대 분수 앞 어머니라는 시비가 적혀져 있는데, 지은이가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라 사진을 찍어 두었다. 페북에서 친구로 등록된 분인 것 같았다.
장독대에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솟아 올랐다. 물줄기는 오르라내리락,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독대 분수를 지나면 눈 앞에 연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부여처럼 연꽃 천국은 아니였지만, 군데군데 하얀 연꽃이 얼굴만하게 피어있었다.
날이 더울 것 같아서 저녁이 다 된시간에 왔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높은 습도로 인해 땀샘이 고장난 것 처럼 땀이 났다.
빗물이 연잎에 고여 있는 모습도 신기했다. 잎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물도 스무스하게 움직였다,
조금 더 연꽃과 가까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봉오리만 부끄럽게 내민 꽃들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새로 렌즈를 사서 두번째로 사진을 찍으러 나온 날이였다. 찍으면서 이번엔 이 렌즈가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했다. 빨리 손에 익어서 내마음대로 조작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감이 서질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 찍고 안되면 후보정해야겠다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다.
한주 더 늦게 왔으면 저 꽃들이 활짝 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꽃들이라 내가 보이는 모습대로 사진에 표현되지 않았다.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 내 머리속은 끊임없이 구도를 생각해야했다.
햇살이 부드러워 사진 찍기 너무 좋았다. 어떤 꽃들은 성급한 성격인지 일찍 피고 시들어져 갔고, 어떤 꽃들은 이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조금씩 꿈틀 거리는 것 같아 보였다.
흰연꽃들 사이에 꽃잎이 살짝 분홍색인 꽃들이 눈에 띄였다.
하늘엔 비가 언제든 올 것 같이 구름이 두껍게 덮고 있었다.
연꽃정원 옆에 다른 꽃밭도 있었다. 정원 한쪽에 있는 사슴조형물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꽃터널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조명터널을 지났다. 낮이라 철골구조물로된 터널을 지났다. 해가지면 조명이 터널을 밝게 빛날 것 같지만, 낯에 봐서 그런지 살짝 볼품이 없어 보였다.
연꽃밭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 두세곳으로 나눠서 있었다. 연꽃밭마다 꽃색이 다른 것 같았다.
이곤은 연분홍빛을 가진 연꽃들이였다.
역시 흰꽃보다 분홍색의 연꽃이 사진에 더 잘 나왔다.
분홍색의 연꽃을 보니 이제 드디어 연꽃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른잎 속의 분홍빛 연꽃은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왔다. 흰연꽃은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래도 연꽃은 단연코 분홍빛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세미원에 와서 처음으로 아빠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셨다.
연꽃정원을 지나니 넓은 잔디밭에 다양한 조형물이 있었다. 전날 비가와서 잔디가 젖어 있었다. 가끔 앞을 안보고 걸으면 물이 고여있는 곳에 신발이 빠졌다.
다양한 연꽃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으나 그냥 대충 눈으로 쓰윽하고 지나갔다.
아빠상어, 엄마상어, 아기상어 뚜루륵 드럼통에 그려진 그림만 봤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아기상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 어린왕자네? 근데 저 목도리부분 바람 심사게 불면 부러지는거 아냐?라는 괜한 오지랍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젖지 않은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서쪽 하늘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나 보다. 용머리 분수에서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돌바닥은 빨래판 모양으로 되어 있던 것이, 아! 빨래판을 이렇게도 이용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박힌 빨래판 무늬의 돌들이 옛스러우면서 고급스러웠다.
두무머리로 가기 위해 다리로 가는 길 어디서 본듯한 집이 있어 잠시 들어왔다.
어디서 봤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추사의 그림 중 세한도 였다. 세한도의 집을 현실에 나타내면 꼭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세한도 그림에 나오는 집 앞에서 두물머리 쪽을 바라보았다. 항상 저쪽에서 다리입구까지는 몇번 와봤지만, 두물머리 반대편에 있는 세미원은 처음이였다.
여기도 어린왕자가 있었다.저 목도리 멋지면서 은근 신경쓰였다.
정조대왕이 한강을 건널 때 쓰였던 다리같이 이 다리도 배를 띄운후, 그 위를 판자로 막아서 사람이 걸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대신 배 위에 놓인 다리이다 보니 조금씩 다리가 충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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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길이가 제법 길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강물이 불은 것 같아 보였자
다리끝에 오니 직원분이늦어도7시 30분까지는 돌아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두물머리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올 때 세미원 들어올 때 산 입장료를 보여주면 되었다. 아빠는 통통하니 표준을 못 통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표준은 쉽게 통과하셨다.
두물머리에도 연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까 세미원의 흰연꽃들은 잎이 시들해서 속상했는데, 이곳의 흰꽃들은 막 핀 꽃같이 아름다웠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세미원보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능수화 꽃도 쌩둥마치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세미원 연꽃보다 정원이 조금 작기는 했지만, 심심한 주말오후를 즐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날이 너무 습하고 덥기에 코로나 때문에 불안했지만, 난 슬러쉬로 아빠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사람을 피해 없는 곳으로 갔다. 사람이 없는 구석 너른 바위에 앉아서 목을 축였다.
너른 잔디 가운데 네그루의 나무가 인상적이였다. 어떤 가족은 네그루의 가로수 한편에 비닐버블같이 생긴 텐트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물머리 스팟포인트인 액자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돌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줄지 않은 것 같았다.
두개의 강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뜻의 두물머리는 양옆이 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장마철이였지만 물은 어느날과 같이 유유히 서해로 흐르고 있었다.
이사진 저사진을 찍다보니 여기 올 때 가졌던, 제주도 여행에 대한 고민은 어느덧 마음을 떠났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이 풍경을 어떻게 하면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할지만 생각했다,
두물머리를 쓰윽 본 후 다시 세미원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은 걸어보지 못한 곳으로 걸어서 갔다.
해는 어느덧 산 위에 살짝 걸쳐있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오늘하루도 끝날 것 같았다.
석양빛을 받은 연꽃은 보일듯 말듯한 역광의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 버린 건 같아 아쉬우면서, 한편으론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생각을 하니 설레였다.
관광객들도 해가 지기 전 세미원을 나가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는 연꽃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잠시 이렇게 푸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돌아가는 길은 징검다리 길을 따라 걸었다.
날이 어두워 카메라가 쉽게 흔들렸다.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 수 있는 렌즈를 하나 더 챙겼어야 했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다음부터는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 수 있는 렌즈를.귀찮아도 하나더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으로 오니 많은 차들이 빠져서 빈공간이 많이 보였다. 하얀 솜사탕같은 하늘이 아닌, 히말라야의 설산에 노을이 진 것 같은 하늘을 보니 그냥 마음이울먹 거렸다. 하늘이 왠지 슬픈 그런 날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