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에어부산 8823편으로 김포에서 부산으로 왔다. 날도 따스하고, 부산에서 안가본 곳에 가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특히 2월 28일은 봄날에 가까운 날이였다. 그래서 봄꽃도 보고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참 이번여행도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해운대 보건소인데 에어부산으로 부산에 오지 않았냐며, 우리자리 부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자가격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순간 정신이 멍했다. 우리 사는 곳은 서울쪽이고, 지금 여행왔는데 어떻게 이곳에서 자가격리를 하냐고 물어보니 자가격리 지정 호텔이 있는데, 1인당 1박에 10만원으로 자가격리 해제시까지 인당 140만원을 내라고 했다. 둘이라 280만원으로 가격이 일단 너무 부담되었다. 그래서 서울로가서 자가격리를 할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니, 다른 가족이 데리러 오던가 아니면 방역택시가 있다고 추가로 알려주었다. 보건소 직원이 일단은 지내고 있는 호텔로 가서 짐부터 정리하라고 해서 마스크는 kf94로 바꿔쓰고 호텔로 갔다. 보건소에서 알려준 방역택시로 연락을 해보니, 택시가 지금 상주에 있기에 이용할지 말지 빨리 결정하란다. 그래서 금액을 물어보니 60만원이라고 했다. 이것도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역택시 기사분께 현재 지내는 숙소명을 알려드렸다.
2시간 뒤에 기사분께서 호텔 앞으로 오셨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정리가 안된 느낌으로 부산을 떠났다. 출발한 시간은 밤 10시 30분이였다.
아마 평생 태어나서 이렇게 비싼 택시는 처음 타보는게 아닐까? 부산에서 서울까지 60만원, 한순간 나갈 돈도 돈이지만 이제 보름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지내야하는 것이 더 싫었다.
전화기록을 보니 이렇게 정보가 뜨는 것 아까는 왜 미쳐 몰랐을까? 너무 다급하다 보니 내가 무슨 택시를 타고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택시블로그가 있어서 검색해서 들어가 보았다. 주로 인천공항 입국자들이 이용하는 택시인 것 같았다. 자가격리자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안되기에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빠도 마음이 착찹하신지 말을 안하셨다.
부산에서 점점 멀어져 갈 수록 마음은 편했지만, 또 어떻게 보름을 보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벽 4시가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자가격리자용 앱을 설치하고, 공휴일이 끝나는 2일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자차를 이용해 선별진료소로 갔다. 난 집안에만 있어야하는데 왜그리도 날씨가 좋은지.
점심시간 이후에 갔는데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 있다가 더 코로나가 걸리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이번까지 해서 4번째 코로나 검사라 마음은 담담했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또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냥 일상에서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접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주위의 시선이 더 부담스러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를 나가지 못하니 국내에서 해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없나 찾아보곤 하는데, 인스타에 스위스 마을이 있다길래 스위스를 가지는 못하지만 스위스 마을에 가서 스위스의 느낌을 느끼고 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평으로 나가는 길에 차가 많았다. 코로나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장시간 이어진 방역활동으로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많이 지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 되면, 교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특히 이번 봄, 가을은 왜 그렇게 날씨가 좋은지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것 같다.
날이 좋은 가을날 주말, 가평으로 가는 길은 조금 막히기는 했지만 모든 것이 행복해 보였다. 새로 지어진 경춘선 열차에는 옛날만큼 낭만은 없어졌지만, 대신 빠르고 편하게 서울에서 춘천으로 갈 수 있기에 좋으면서도, 뭔가 경춘선의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
스위스마을로 가는 길이 너무 눈에 익어서 생각해보니 가평 프랑스마을 가는 길에 있었다. 아마 갈림 길에서 한쪽은 프랑스 마을로 다른 한쪽은 스위스 마을로 가는 길 같았다.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서 가다보니 갑자기 마을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또 네비가 이상한 길로 알려주나 생각하며 따라가는데, 마을길을 지나니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다. 바티칸 근위대 복장을 한 귀여운 곰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조금 경사진 길을 올라가야 했다. 운동삼아 걸으면 그렇게 힘든 오르막은 아닌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어서 올라가니 조금 숨이 벅찬 느낌이 들기는 했다. 그리고 가평의 광광지를 운행하는 버스가 있는 것 같은데, 코로나로 인해 운행횟수가 줄었다는 것 같았다. 뚜벅이 여행자의 경우 버스를 이용해 프랑스 마을을 구경하고, 스위스 마을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멀리서 봤을 때 스위스 느낌 조금과 독일 느낌이 조금 나는 것 같았다. 그냥 유럽의 느낌이였다.
멀리서 본 마을의 느낌도 이쁘지만, 마을에서 바라본 뒷산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였다. 큰 산이 이곳을 포개고 있는 것 같은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입장권은 성인 9,000원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입장권을 사면 무료 음료 쿠폰을 주기 때문에 음료로 교환해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아빠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니 경로로 요금을 조금 깎아 주었다. 아무튼 적은 돈이지만 소소하게 할인을 받으면 기분이 좋은것 같다.
티켓이랑 음료 교환 코인에 귀여운 곰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스위스마을 마스코트인 곰인형을 팔길래 하나 사고 싶었는데, 아빠한테 나이가 몇 개인데 인형을 사냐고 혼나기만 했다.
귀여운 인형의 유혹을 이겨내고 스위스 마으롤 입장을 했다. 입구에 세워진 바티칸 스위스 근위병이 보였다. 근위병을 보니 이탈리아 여행이 생각났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겨울에 이탈리아에 가려고 표를 사두기는 했는데, 이런 상황을 봐서는 이탈리아는 커녕 인천공항 근처도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를 나오니 주차장과 들어오는 길이 훤하게 보였다. 내가 스위스마을에 방문했을 때는 가을의 초입이라 모든 것이 푸릇푸릇했다. 가을이 무르익은 지금 간다면 아마 알록달록한 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스위스와 다른 점이라면 아빠 말로는 눈이 없어서 스위스 같다는 느낌이 덜 든다고 하셨다. 아마 아빠랑 내가 스위스를 방문했을 땐 항상 겨울이여서 그런지 아빠의 눈에 비친 스위스는 항상 눈이 있는 모습이였다.
이 카페에서 음료 교환 코인을 주면 커피나 음료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마을을 다 돌아보고 마을을 나가기 전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기로 했다.
마을은 크지 않고 큰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지도에서 보이는 작은 길을 따라서 내려왔다. 마을의 규모가 크지 않기에 한두어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스위스라는 느낌보다는 유럽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작은 양목장도 있는지 쉽팜을 가리키는 팻말도 있고, 양 조형물도 있었다.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 모든 집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독일마을이나 프랑스마을처럼 분위기만 각 나라의 느낌만 내 놓은 것 같았다. 그래도 꽤 이국적이라 요즘같이 해외에 나가기 어려운 시기에 한번쯤 오기에 좋은 것 같아 보였다.
남의 집 앞에서 사진찍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뻘쭘하기는 했지만, 분위기만은 해외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몇 집은 일반 관광객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테마가 있는 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어떤 방에 들어가니 사랑에 대한 테마인지 이곳에 있으면 왠지 나도 모르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층 올라가니 작은 와인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사진을 몇 컷 찍었는데, 사진의 느낌이 좋았다. 잘만 찍으면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는 인스타 명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똥손이니 그냥 대충 찍지만 말이다.
와인잔의 용도 및 와인을 마시는 방법이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와인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어디가서 약간 유식한척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뒤 뜰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이 좀 더 잘 가꿔져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뒤뜰에는 작은 정자도 있었다. 날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으면 다 그림같이 나왔다.
소소하게 사진찍을 곳이 있어서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었다. 사람들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다녀서 그런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연인이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작은 장미정원도 있었는데, 장미철이 아니라서 살짝 횡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다니면서 느낀점은 스위스의 느낌보다는 독일마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독일마을보다 더 독일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는 이 정원을 보자마자 오스트리아가 생각난다고 했다. 왠지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정원의 느낌 났다.
스위스, 유럽의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 보였다.
크리스마스테마로 한 방에 가보았다. 눈에 확 띄는 그림이 보였다. 약간 야하다고 해야하나 귀엽다고 해야하나, 눈에 산타할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니 스위스마을의 마스코트인 곰들이 있는 방이 있었다. 큰 곰을 하나 업어 가고 싶은데, 사이즈가 너무 크기에 사진만 찍었다.
곰돌이들로 토이스토리를 만들었는데,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곰들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스위스 느낌이 나는 벽화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멋진 나무가 있길래 앉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옆에 팻말에 규화목이라 적혀 있었다. 나무 화석이라는데, 생김새는 그냥 오래된 나무 같아 보였다.
마을 중간에 있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다들 오르막을 올라와서 그런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광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모든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광장에는 긴 미끄럼틀도 있었는데, 아빠한테 한번 내려가 보라고 하니 미끄럼틀을 타는 흉내만 내셨다. 아빠가 자리를 비켜주니 어떤 어린이가 겁도 없이 휘릭하고 미끄럼틀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끝부분에서 서서 미끄럼틀에서 나온 후 다시 위로 올라왔다.
역시 알프스 하면 하이디가 아닐까, 어릴적 봤던 만화를 이곳에서 틀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어 원어로 되어있어서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어릴적 기억이 났다. 어릴 때 만화를 볼 때는 일본만화라는 인식없이 보았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왜색이 짙어 보였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많은 부분에서 문화적으로 아직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마을 위 부분으로 올라가 보았다. 간간히 이곳에 사는 주민을 볼 수 있었다.
담을 타고 자란 식물이 인상적이였다. 마을의 아래부분보다 분위기는 더 차분했다.
그리고 이곳의 터줏대감인 듯한 냥이가 관광객이 오는 길목에 누어서 관심을 달라는 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독일의 시골마을을 한가로이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의 집 앞에 서서 사진찍는게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유럽여행을 가도 똑같지 않을까?! 어차피 관광객인데,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한도내에서 우리도 우리나름대로 즐기는 것인데.
짚앞에 핀 꽃이 너무 이뻐서 여러 컷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간혹 지나가다가 주차된 차를 볼 수 있었다. 아마 주말에만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가을이라 물의 양이 적어서 연못이라고 할지 그냥 정원이라고 할지 조금 애매했다. 그래도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놓은게 연인을 위한 공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융프라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이 열차를 타면 진짜로 스위스까지 날아갔으면 했다.
지금 스위스로 갈 수는 없지만, 마음만큼은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가는 것 같았다.
작은 산책로를 따라 정문쪽으로 갔다. 가을하늘과 앞에 보이는 산이 인상적이였다. 오히려 자연에서 스위스의 느낌이 느껴졌다.
스위스마을에서 나가기 전 음료 코인을 바꾸기 위해 카페로 왔다. 배도 살짝 고파오길래 쿠키는 따로 구매했다.
테라스로 나오니 바람이 많이 차가웠다. 아빠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나는 얼죽아라 아아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물건너 온 쿠키를 먹으니 달달한게 힘들었던 몸이 확 깨는 것 같았다.
해가 지려고 하니 바람이 많이 차가웠다. 그래서 후다닥 커피를 마신 후 자리를 정리했다. 카페의 분위기도 스위스 느낌이 나도록 꾸민 것 같았다.
짧지만 잠시나마 유럽에 갔다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마을과 묶어서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았다. 프랑스마을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잠시 나들이 삼아 가기 좋은 장소였다.
낙화암을 구경하고 나니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하게 남았다. 바로 서울로 가면 차막힐 것 같고, 그러면 바닷가에 가서 떨어지는 해를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빠는 서해까지 가면 멀지 않냐고 하셔서 카카오맵으로 찾아보니 1시간 거리였다. 그래서 일단 네비를 대천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부여를 출발해서 계속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큰길로 가다가 갑자기 시골길로 빠지더니 이렇게 기찻길을 건너서 갔다. 국도로 달리면 빨리 갈 수 있는 반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시간도 배로 걸리고 구불구불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방도가 좋은 것 같다. 여행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구불구불한 마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가는 도중도 여행이니 시골 마을 마을을 지나면서 풍광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곤욕이겠지만.
여름이라 해가 길었다. 그래서 6시가 못된 시간이지만 아직 밖이 환했다. 그러나 뭔가 이 시간만 되면 몽환적인 분위기에 매료되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는 퇴근할 시간이라 항상 집에 가느라 정신이 없는 시간이지만, 여행에서의 이시간은 마법의 시간 같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지만, 하루가 가는게 뭔가 아쉬운, 이 시간이 지나면 오늘하루가 또 가기에 아쉬워하는 시간 같다.
부여에서는 하늘의 구름이 조금 두꺼워서 비가 올까 걱정이 되었는데, 이곳에 오니 샌드위치의 잼처럼 아주 얇게 구름이 깔려 있었다. 잼보다는 생크림에 가깝기는 하지만.
길가에 핀 노란색 꽃의 정체가 궁금하여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원래의 목적지는 대천해수욕장이었으나, 대천해수욕장에서 갑자기 무창포해수욕장으로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용두해수욕장으로 갔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아빠의 의견에 나야 어디를 가도 상관없으니, 처음 가보는 처음 들어보는 용두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처음에 주차할 곳을 못 찾아서 해맸다. 용두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오니 숲속 야영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용해도 되나 차에서 나와 삐줏삐줏 거렸다. 잠깐만 있다 갈거닌까 차빼라고 하면 그냥 차빼서 서울로 가면 되니 뭐 손해 볼거 없어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는 소나무가 울창했다. 소나무 아래로는 나무데크가 있는데, 이 나무 데크를 이용하려면 시설이용료를 지불해야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뭐 잠시 쉬었다 갈거니 나무데크는 필요가 없었다.
해변으로 오니 어떤 분들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일단 차에서 가지고온 캠피의자와 과자는 해변가에 있는 벤치에 두고 바다고 나갔다. 해가 아직은 높게 떠있었지만, 그래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그리고 모래사장의 모래 위에는 다양한 해양동물이 살고 있었다. 조개가 기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다.
잔잔한 파도가 만들어 놓은 엠보싱 길을 따라 물이 찰랑찰랑 거리는 쪽으로 걸어 갔다. 보기에는 딱딱해 보이는데 밟으면 물컹하는게 기분이 이상했다.
파도가 바람에 따라 잔잔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햇살은 강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갈매기들도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대천해수욕장에 비해 한적했지만, 한적한 만큼 더욱더 운치가 있었다. 몇몇 없었기에 왠지 우리가 이 해수욕장을 전세 낸 것 같았다.
파도가 만들어 놓은 모래를 밟으며 큰 바위가 있는 쪽으로 걸어 갔다. 보기와는 다른 모래를 밟으며 걷는데 진흙도 아닌게 진흙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는 두개의 바위가 붙어 있는 큰섬인줄 알고 갔다고 하시는데 막상 가서 보니 아주 쬐금한 바위 두개가 있었다. 바위 표면은 따개비같은 바다 생물이 덮고 있어서 사진 찍는다고 바위 위에 올라갔다. 넘어지면 병원비가 더 나올 것 같아 보였다.
모래의 출렁거리는 느낌과 하늘에 흩날려 뿌려진 것 같은 구름이 색깔만 다른 대깔꼬마니 같아 보였다.
그리고 역시 기분이 좋을 때는 점프샷으로.
그림자만 보면 이렇게 날씬해 보이는데, 난 요즘 살이 너무 쪄서 고민이다. 코로나 이후로 평소에 가던 수영장을 못가고, 정형외과 약을 또 3~4개월 먹었더니 체중이 10키로 가량 더 늘었다. 그리고 갑상선 저하 증세까지, 아무튼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요인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림자마저 뚱둥하게 나왔으면 완전 슬펐을 것 같다.
모래사장과 하늘의 대칭 구조가 묘한 끌림을 느끼게 했다.
바닷물이 조금더 뒤로 후퇴한 것 같아 보였다. 이제 조금만 해가 더 떨어지면 집에 갈 시간이다.
물 속에 발만 잠깐 담그었는데, 물이 차게 느껴졌다. 어쩐지 물 속에 들어가서 노는 사람이 없더라니! 그래도 해수욕장에 왔으니, 발 정도는 바닷물에 담그고 가야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중에 모래사장을 건너갈 때 분명히 쪼리에 모래가 다 붙을 것을 알면서도 나중일이야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고, 일단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어린 아이들은 모래 속에서 무엇을 찾는지. 해수욕을 하지 않아도 모래놀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 보였다.
역시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은 사람이 만든 아름다움을 뛰어 넘는 것 같다. 자연이 만든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으니,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이렇게 또 가는게 아쉽기만 했다.
모든 동물, 아마 살아있는 것을 다 좋아하는 아빠는 모래 위에 쭈구려 앉아서 손가락으로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모래를 파니 조개 몇개가 나왔다. 난 똥싸는 자세르 할 수 없기에 서서 구경을 했다.
내 발은 너무 못생긴 것 같다. 둘째와 셋째 발가락이 달팽이 눈처럼 툭 튀어 나와서, 운동할 때 꼭 두번째 발가락 발톱이 죽는다.
갑자기 차가 해변으로 오더니 무엇인가를 싣고 가버렸다.
차에서 가지고 온 캠핑용 의자를 그늘진 곳에 설치했다. 그리고 잠시 앉아 있는데, 이곳이 파라다이스였다. 여기에 테이블까지 가져왔으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 테이블을 잊고 가져 오지 않았다. 그래도 석양을 보기에 의자만 있어도 충분했다. 뭔가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의자에 앉아서 올드 팝송을 작게 틀었다. 역시 이럴 땐 70~80년대 올드 팝송이 제격인 것 같다.
이렇게 석양이 보이는 오션뷰 호텔이면 최소 20만원 이상 할텐데, 우리는 공짜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럴 때 차 한잔 같이 마시면 더 좋았을 텐데, 커피나 차가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을 뿐이다.
갑자기 구름이 살짝 끼더니 해가 구름사이로 숨어 버렸다. 그리고 이제 점점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잠시 의자에 쉬면서 아주 짧은 낮잠도 자고 또 먹고, 텐트보다 오히려 짧게 쉴 때는 캠핑용 의자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뒤가 짧은 것 보다 확실히 고개를 뒤로 젓힐 수 있는게 좋은 것 같다. 대신 내가 무거우니 언제 의자가 망가질지 모르겠다. 망가지면 좀 더 비싼 것으로 사야겠다. 그런데 이 의자의 경우 개당 1키로 정도 밖에 안돼서 나중에 아이스란드 여행갈 때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립하는 시간은 1~2분 정도라 트렁크에 넣고 다니기 너무 좋다.
하늘의 구름이 독수리(?), 갈매기 같이 보였다.
구름에 가려진 사이 해가 벌써 물 위 근처까지 왔다. 저멀리 보이는 섬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지도앱을 켜서 보니 안면도란다. 날이 맑으니 여기서 안면도까지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노을을 구경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나갔다. 하늘도 붉게 물들었지만 모래사장도 붉게 물들었다.
서해의 일몰은 발리의 일몰에 못지 않을 마큼 훌륭했다.
아빠가 해를 입 속으로 쏘옥하고 먹어 버렸다. 뱃속이 뜨거웠을 것 같다.
역시 아빠가 나보다 날씬해서 그런지 점프를 잘하시는 것 같다.
어떻게 찍어도 멋지게 나왔다. 특히 붉게 물든 모래사장이 인상적이었다.
석양이 절정에 달했는지 땅위의 모든 것을 금빛으로 붉게 물들여 버렸다.
해가 점점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이제 몇 분 남지 않았기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출과 일몰이지만, 오늘만은 특별해 보였다.
아빠도 아쉬운지 할 수 있는 포즈는 다 한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제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파노라마로 길게 해수욕장의 전경을 찍어 보았다.
이제 해가 완전히 지자, 짐을 정리했다. 다음날 출근해야 했기에 다시 서울로 향해야 했다. 몇몇 텐트는 다음날까지 휴가인지, 텐트를 철거하지 않고 있었다. 부러웠다. 그래도 가장 멋진 찰나의 순간을 보았기에 미련이 없었다. 단지 이제 걱정은 집에 언제 가냐의 문제만 남았다.
모래를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다행히 발만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발에 붙은 모래를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몸은 땀과 바닷바람으로 끈적거렸지만 기분은 가벼웠다.
방조제 길을 따라 가는데 아직도 햇살이 남아 있었다. 차를 세워 방조제 위로 올라가서 더 보고 싶었으나, 갈길이 바쁘니 그냥 지나쳐 갔다.
그리고 갑자기 경찰이 차를 세웠다. 그리고 체온을 쟀다. 체온을 재니 이런 팔찌를 주었다. 우리는 대천해수욕장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바로 다른 길로 나오는데, 다른 쪽 길에서도 체온을 재고 있었다. 처음에 차를 세웠을 땐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체온을 재는데, 미리 큰 안내 간판이라도 있었으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더 순간 당황했다. 불시 검문 받는줄 알고 순간 쫄았었다.
대천 IC에 들어 와서 이제 북으로 달렸다.
점심도 거르고 대강 스낵으로 끼니를 때우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첫번째 나온 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칼국수와 충무김밥, 그리고 최애 돈까스까지. 하루종일 굶었지만 역시 돈까스로 저녁을 마무리하니 최고의 하루였다. 저번에 문막에서 돈까스를 못먹어서 화딱지가 났는데, 오늘을 먹어서 운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쪽을 바라보니 달이 밝게 떠 있었다. 달이 우리를 따라 같이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송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매송휴게소에서 가스 충전을 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기름이나 전기차 충전만 가능했다. 아직까지 가스가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넣고 가는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들린건데. 아무튼 잠시 쉬었다 집에 가니 자정이 다되어 가는 시간이 었다.
갑자기 떠난 공주부여여행이었다. 그냥 꽃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많은 수국도 보고, 평생 볼 연꽃은 다 보고 온 것 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 등 평생 마음 속에 깊게 남을 여행이었다.
궁남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버린 탓인지 부여 낙화암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뭔가 기운이 없었다. 우리가 주차한 낙화암 주차장은 의외로 작았다. 그래서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다. 티맴이 알려주는 곳으로 왔기에 다른 고에 주차장이 더 있는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차가 빠지기를 기다린 후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부여는 몇년 전, 대장정 행사때문에 온적은 있지만, 여행으로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백제문화권 여행은 생각보다 나와 기회가 맞지 않았다. 부여라는 도시가 크지 않기에 궁남지에서 낙화암(부소산성)까지는 차로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주차를 하고 천천히 매표소 쪽으로 걸어 갔다. 낮고 짙게 깔린 구름이 언제 비를 뿌릴지 모를 것 같은 불안감을 주었다. 그래도 강한 햇살을 막아 주어서 더위에 지친 나를 살려주는 것 같았다.
아빠는 경로우대라 입장료를 내지 않았고 나만 입장료를 내고 부소산성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우리는 낙화암을 보러 왔기에 낙화암가는 길로 바로 갔다. 더위만 먹지 않았어도 부소산성 한바퀴를 산책삼아 걸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궁남지에서 너무 많이 걸은 것 같았다. 역지 여름여행은 생각보다 힘든 것 같다.
그래도 녹음이 우거진 숲을 걸으니, 조금씩 몸의 온도가 식는 것 같았다. 대신 오르막이라 숨이 헐떡헐떡 거리기는 했지만, 숲에 들어오니 축축하게 땀에 젖어 있던 옷이 조금씩 마르는 것 같았다.
소나무의 녹색은 궁남지에서 본 연꽃의 잎과는 또 다른 녹색을 띄고 있었다.
연리지라고 하는데 나는 어느 부분이 연리지 부분인지 못 찾고 찝찝한 느낌을 남기고 연리지 나무를 지나갔다.
이때가 가장 싫었던 것 같다. 오르막길이면 쭉 오르막길이어서 정상에 도착하면 짜잔하고 넓은 풍경이 펼쳐지면 좋은데, 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는데, 다시 내리막길이다. 다시 말해 돌아올 때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하니, 왠지 기분이 안 좋아졌다.
드디어 낙화암에 도착을 했다. 낙화암에 대한 기억은 저 정자 밖에 없었다. 20년이 지나도 정자만큼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정자 옆쪽길로 갔다.
정자 옆쪽길로 가니 공주에서 보았던 금강이 보였다.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보니, 금강은 그날의 역사를 다 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에게 진짜 그날 삼천궁녀가 뛰어 내렸는지 물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백제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항상 우리는 상상을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백제의 멸망을 바로 본 금강에서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금강은 말없이 조용히 흐기기만 했다. 그날도 자신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면서 보기만 했다는 듯이.
전망대가 협소해서 사진을 찍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느라 힘든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낙화암에 왔다.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 때 마다 약간의 불안감이 스쳐갔다. 나도 아빠한테 계속 마스크를 쓰라고 말을 했지만, 더운 날씨와 약간의 등산으로 힘들다고 하셨다. 나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했다.
자리가 생겨서 짧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땀을 식힐겸 잠시 정자에 앉아서 쉬었다. 정자에 앉아 있으니 강으로 부터 바람이 솔솔 불어 왔다.
그리고 멀리서 프로팰라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려보니 경비행기 한대가 금강을 따라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에서 본 부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낙화암 밑에 있는 고란사로 가기 위해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는 했지만, 고란사 약수를 마시기 위해 아래로 내려 갔다.
낙화암 밑에 이렇게 좋은 절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고란약수 한잔에 10년씩 젊어 진다고 하니 3잔 정도 마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 오신날은 한참이 지났지만, 연등길을 지나서 가니 절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절벽에 세워진 절이라 절의 앞마당이 넓지는 않았다. 그릭 절 한쪽에는 유람선을 타러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고란약수는 절 뒤편으로 가면 있다. 절 옆쪽으로 오니 탱화가 보이는데 이절이 얼마나 오래된 절인지 알 수 있었다. 빚바랜 처마와 탱화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절 뒤편에서 약수를 마시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이면 물병에 받아서 물을 마시려다, 왠지 공공으로 사용하는 바가지가 불안해서 나는 약수를 마시지 않았다. 아빠만 두잔 드셨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아빠는 피로가 싹가신다고 하셨다.
물 속에 조명이 약숫물을 더욱더 신비스럽게 보이게 했다.
고란약수를 마신 후 아빠는 에너지가 더욱더 넘치는 것 같았다. 나만 뭔가 힘없이 시무룩한게 수분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졌다.
절은 아담해서 아! 절이구나 오래된 절이구나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절 앞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이 우리가 백제 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길 주변으로는 발굴로 인해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부여 시내에서 이곳이 높은 곳인지 내려가면서 부여 시내가 한눈에 들어 왔다.
부여 객사라고 하는데, 잠시 마루에 누웠다. 사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누워 있는 동안 땀과 몸의 열기가 어느정도 식었다.
누워서 천정을 보니 색이 바래서 예전의 색을 온전히 볼 수는 없었지만, 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대청마루에 누워서 기와집의 지붕을 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객사 반대 쪽에서는 전통방식을 만든 짚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짚꼬아보기 체험도 해볼 수 이었다.
무령왕릉에서 궁남지까지는 차로 40여분이 안 걸린 것 같다. 창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어콘을 틀었으나 바람이 부는 곳만 시원했다.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가다 보니 궁남지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주차장이 만차였다. 그래서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쪽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신기한 차를 봤다. 찾아보니 수륙양용자동차라고 한다. 공주에서는 코끼리 열차를 보고, 부여에 오니 수륙양용자동차까지,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서문 주차장은 여유공간이 많아서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궁남지에 대한 안내판을 보니 생각보다 무지무지하게 큰 것 같았다. 그리고 연꽃을 보러 오는 곳이다 보니 대부분이 그늘이 없는 곳이었다.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동남아의 후텁지근함과 한국 특유의 강한 햇살이 직각으로 나를 찍어 누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여름이 겨울보다 더 좋은 것 같다. 햇볕에 타들어 가더라도 푸릇푸릇함이 있는 여름이 그래도 더 나은 것 같다. 또한 여름에 살도 더 잘빠지니 겨울에 비해 여름에 살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덜한 것 같다.
연꽃 말고도 다른 꽃들도 길가에 피어 있었다. 연꽃이 지루해질 무렵에 다른 꽃을 보는 것도 꽤 좋았다.
연잎이 아빠 키만큼 컸다. 이렇게 큰 연꽃과 연잎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연잎 속을 걷고 있으면 만화 속 주인공인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연잎을 꺾어서 써도 될만큼 연잎의 사이즈가 상상을 초월했다.
일상에서는 분홍색 연꽃을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를 처음 반긴 것은 하얀색 연꽃이었다. 자세히 보면 꽃잎의 끝이 살짝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순백의 꽃안의 노란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걷다보니 이번에는 절에서 봤을법한 분홍빛의 연꽃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오면 이렇게 비를 피할 수 있을까? 굼긍해서 직접 연잎 밑으로 들어가 보았다. 개구리 왕눈이라면 왠지 이 연잎을 꺾어서 비를 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을이 되지 않았지만 길가에 코스모스 한무리가 피어 있었다.
연꽃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연꽃과 잎이 커서 사진찍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정오가 넘어간지 얼마 안된 시간이라, 그늘이 많이 없어서 힘들었다. 일단 물이 많다보니 습하고, 그늘이 없어서 머리가 뜨거웠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쓰고 다녔다.
연꽃 단지마다 꽃들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어느 쪽은 하얀 연꽃이 다른 쪽은 분홍색이, 또다른 곳은 노란색의 꽃이 우리가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연꽃도 있었다.
분홍색의 연꽃히 활짝 피어 있었다.
날이 뜨거워서 힘들지만 찍는 사진마다 너무 잘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화장실에 갔더니 프리와이파기 안내 팻말이 있어서, 역시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맛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만큼 와이파이에 후한 나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궁남지는 연꽃 때문에 너무나도 유명한데, 봄, 가을도 사진을 보니 멋진 것 같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을에 한번 더 오고 싶었다.
궁남지가 꽤 넓고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면서 걸을 수 있었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것 같았다.
가는 곳마다 아빠 키만한 연꽃들이 피어 있어서 사진찍는 것을 쉴 수 없었다.
같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사진들이 찍혔다. 그리고 꽃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걸으면서 계속 꽃에 시선을 뺏기었다.
이 꽃은 유난히 더 핑크빛깔을 띄고 있어서 더 눈이 갔다.
연못에 물을 대기 위한 수차도 있었는데 작동을 해볼 수는 없었다.
분홍꽃과 흰꽃에 질릴 무렵 이번에는 금빛의 연꽃을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진하지 않은 노란색 꽃잎이 단아한 미를 뽐냈다.
그리고 물 위에 피어있는 수련도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는지 연꽃과는 다른 새침함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올 때는 얼마나 넓겠어 하고 왔는데, 걷다보니 너무 너무 넓었다. 그냥 산책삼아 오기에는 조금 사이즈가 큰 것 같았다. 특히 대낮에 걸으려니 점점 지쳐갔다.
길가 옆에서도 이렇게 연꽃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좋은 포인트에서 줄을 길게 설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꽃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곳이 사진찍기 좋은 장소였다.
연꽃봉오리의 크기도 어마어마 했다. 연꽃봉오리를 먹는 척을 하니, 거대한 복숭아를 먹는 것 같아 보였다.
어느 연못은 이렇게 가운데를 걸어갈 수 있게 해놓았다. 뒤로 보이는 텐트만 없으면 발리에 와서 찍었다고 해도 될 만큼 이국적이었다.
연꽃 사이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니, 우리가 소인국의 난쟁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꽃을 구경하며 돌다보니 가운데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가 하늘까지 머금고 있었다. 땅의 꽃들도 너무 이쁘지만 이날은 하늘의 구름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넓은 호수를 보니 눈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녹색과 파란색의 콜라보레이션이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잠시 오두막에 쉬어갔다. 앉아 있으니 눕고 싶어졌지만, 체면이 있으니 앉아서 땀만 잠시 식혔다.
노란 물양귀비가 자라는 곳을 지났다. 누군가 물 위에 노란색 색종이를 뿌린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서동요에 나오는 인물 같은데, 표정이 새침한게 보면서 너무 웃겼다. 그러면서 약간 어색하게 왜 이곳에 덩그러니 놓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완전히 더위에 지쳐서 차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왠지 다 못보고 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남은 부분까지 보고 갔다.
한 두어시간 연꽃만 보니 눈에 연꽃이 아른 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큰 연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날씨가 조금만 덜 더웠어도 좋았을 텐데, 날씨에 대한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사람들이 종이 모자를 쓰고 다니길래 어디서 주나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서문주차장에서 궁남지로 들어가는 길이 세군데 있는데, 우리는 다른 길로 들어가서 종이모자와 부채를 받지 못했다. 받을까 하다가 어차피 다 구경하고 가는데 굳이 받으면 짐이 될 것 같아서 지나쳤다. 연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가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의 크기도 클뿐만 아니라 연꽃과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