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여행에 뚜벅이 여행이다 보니 많은 곳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하회마을이랑 도산서원 등은 예전에 가본적이 있기에 안가본 곳을 찾다보니 만휴정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 당일날까지 미스터션샤인을 기차에서 보면서 왔기에 만휴정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만휴정을 갔다가 여유시간이 있으면 안동시내 다른 것을 둘러볼 생각이였다.
안동역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버스시간표를 들고 안동역 맞은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그런데 버스가 이곳에 서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안내소에서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곳이 아닌 것 같아서 모퉁이에 있는 또 다른 정류장에 갔다.그런데 이곳은 하회마을 방면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는 다른 곳을 찾아 보았다.
어?! 만휴정 방면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다.
일단 버스가 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손님은 우리뿐이였다.
확실히 628번이 오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한시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분명 버스가 올 시간이 되었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날은 왜 그렇게 더운지 한시간 땡볕에서 기다리니 힘도 들고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진짜 만휴정에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KTX이음이 타고 싶어서 오긴 왔는데, 알아본 것도 없고 가는 법도 모르고, 혼자 왔으면 그냥 집에 갔을 것 같다. 날이 더우니 정신만 혼미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관광안내소가 하나 더 있었다. 지나올 땐 문닫았다고 생각했는데, 안내소는 운영중이였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안동역 맞은편, 시내방향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우린 한시간 넘게 엄한 곳에서 버스를 기다렸던 것이다. 너무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고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택시기사에게 만휴정까지 금액을 물어보니 45,000원이라고 했다. 한숨만 나왔다. 힘들긴 하지만 그냥 버스타고 가야겠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628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서 한번 놓치면 최소 30분을 기다려야했다.
드디어 안동역에 도착한지 2시간 만에 628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길안정류소까지 가야했다. 길안정류소에서 다시 미니버스로 갈아 타야했다.
두시간 가까이 밖에 있다 버스를 타니 마음이 드디어 편해졌다. 날도 더운데 에어컨 좀 켜주지 버스는 창문을 다 열고 시골 국도를 달렸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들이 하나하나 너무 아름다웠다. 풍경을 마음 속에 담고 싶었다. 너무 힘들어서 였을까, 버스여행이 오랜만이였을까, 모든 풍경이 아름답게 보였다.
40분정도 걸려서 길안정류장에 도착했다. 628번 미니버스 기사분이 계시기에 묵계로 언제 출발하냐고 물어보니 2시 50분이라고 한다. 버스출발까지 한시간 남아서 정류소 앞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중국집의 베스트 메뉴인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종이를 다시 보니 드디어 시간표 보는 법이 이해가 되었다. 만휴정으로 갈 때는 시내방향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한다고, 한글자만 더 적어 주었으면 혼란이 적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왔다. 오랜만에 아빠랑 사먹는 짜장면이라 너무 맛있었다. 시골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이 너무 꿀맛이였다. 중국집 사장님께 이곳에 택시가 있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식사하는 사이에 콜택시를 불러 주셨다.
동네에 딱 하나 있는 택시라고 한다. 금액은 대략 만원이 나왔다. 아저씨께서 나갈 때도 택시를 탈거냐고 물어보셔서 우린 카페도 갔다 갈 예정이라 언제 갈지 모른다고 말을 했다. 택시가 이곳에 잘 안오는 편이라 우리가 타고 나간다고 하면 아마 기다렸다 다시 태우고 나가실 생각이었던 것 같다.
택시를 보내고 만휴정으로 걸어갔다.
마을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 들었다. 이런 시골까지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미스터션샤인 팀은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만휴정을 본 후 카페 만휴정에서 시간을 보낸 후 시간에 맞춰서 안동역으로 돌아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간 날까지 기와공사 때문에 카페 문을 닫는 다는 안내를 보았다. 안내문을 보는 순간 만휴정을 본 후 버스시간까지 뭐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멍했다.
발열체크를 하고, 개인정보를 간략하게 적은 후 만휴정으로 가는 오르막을 올랐다. 마을에서 아주 조금 들어왔을 뿐인데 분위기가 마을과 사뭇 달랐다.
언덕을 살짝 오르니 작은 계곡이 보였다.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더웠다. 살이 쪄서 더운 것도 있겠지만, 왜 이렇게 날이 더운지, 아직 6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더운지. 8월이 되는 것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계곡을 끼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갔다. 수영복을 입고 워터파크 슬라이드 같이 생긴 바위를 미끄럼틀 삼아 물로 풍덩하고 뛰어 들고 싶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라는 생각을 하며 만휴정으로 걸어갔다.
아빠는 미스터션샤인을 시청하지 않으셔서 왜 이곳이 유명한지 모르시기에 이곳이 어떤 장면을 촬영했는지 설명해 드렸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다리 아래쪽에 있는 바위로 내려가서 사진을 찍는데, 꽤 위험한 것 같았다.
멀리서 저 다리가 보이고 정자가 보이니 이거 진짜야? 세트가 아니였네! 완전 멋지다. 뭔가 연예인을 실제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였다.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평일에는 오는 사람이 적어서 편하게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끊임없이 사람이 왔다.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최대한 빨리 사진을 찍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리도 사진찍기 멋진 곳이지만, 정자 안도 꽤 운치가 있었다.
정자 마루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면 좋겠지만, 마루에 앉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정자에 앉아서 주변 풍경을 본다면 그당시 사람들이 보던 이곳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도 잠시나마 선조들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낮은 담장으로 보이는 주변은 산과 나무,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까지, 평상 하나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의 다리도 운치가 있지만, 나의 맘을 빼앗은 것은 낮은 담장 사이 혼자 높게 서있는 문이였다.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뭔가 조화로운 모습이 내마음을 빼앗았다. 그리고 문으로 날아 온 잠자리까지 내 마음에 이 모습이 스틸 사진과 같이 저장되었다.
문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내 상상력의 한계 때문에 평이하게 사진을 찍었다.
다리를 건널 때 다리가 살짝 출렁출렁 거리는 것 같았다. 사람에 밀려 다리를 그냥 지나가서 지금 생각해 보니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보고 오지 못한 것 같다.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고, 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만휴정이라는 현판을 사진 안에 넣어서 촬영을 해보았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런데 바위가 너무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했다. 잘못하면 바로 미끄러져 물에 빠질 것 같았다.
진짜 넘어지면 내 무릎이랑 바꿀 것 같아서 미끄러지지 않게 엄청 조심해야 했다. 커플들은 바위에 삼각대까지 세운 후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인생샷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 보였다.
미끄러운 바위에서 잽싸게 벗어나니 살 것 같았다.
만휴정으로 가던 길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니 너른 바위가 나왔다. 그리고 만휴정의 다리가 정면으로 보였다. 이곳도 살짝 바위가 미끄럽기는 했지만, 너른 바위라 돗자리를 펴놓고 쉬기 너무 좋은 곳 같았다.
이곳에서 사람들 사진찍는 모습을 구경하다, 이쪽에서 다리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아빠에게 다시 다리로 가라고 말했다. 나는 망원렌즈를 사용해서 줌으로 땡겨서 사진을 찍으니, 사진이 꽤 괜찮았다. 특히 물에 비친 다리의 모습도 인상적이였다.
다리 아래에서 다리를 올려다 찍는 사진도 괜찮지만, 이쪽에서 다리를 찍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부 미끄러운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사진을 찍는데, 그 각도 보다 이곳에서 줌으로 땡겨서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바위에 앉아서 사람들 사진 찍는 것을 구경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사진을 찍다 미끄려졌는데 물 속으로 빠져 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내가 당사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지면서 넘어진 것 같은데, 아프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다 보고 있었으니, 얼마나 민망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계서원을 가기 위해 만휴정에서 나왔다.
지나가는 길에 밤나무에 밤꽃이 피어있었다. 말로만 밤꽃을 들어봤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였다. 꽃 속에는 밤알이 아주 작게 맺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음 일정이 바쁜지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 나갔다.
우린 뚜벅이라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지만 걷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시골집의 살구나무엔 살구가 가득했고, 처음 본 호두 나무에 호두가 두개씩 매달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슬리퍼랑 수건만 챙겨 왔어도 강가에서 물놀이라도 하고 가면 좋은데 너무 준비없이 온 것 같았다.
요즘 아빠는 텃밭을 가꾸시는데, 이곳 밭을 보시고는 너무 깔끔하게 밭을 정리해 놓으시는 것 같다고 하셨다.
찻길을 건너 묵계서원으로 갔다. 원래는 카페 만휴정에서 차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묵계서원 옆 카페 만휴정은 공사중이였다.
주변에서 공사를 해서 서원이 어수선했다.
작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 였다.
나는 너무 힘들어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아래에서 사진을 찍기만 했다.
서원은 정말 작았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면 어떤 느낌일까? 맑은 공기와 자연을 벗삼아 공부하다 보면 머릿 속을 채우고 있는 잡념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우리의 희망이였던 카페는 문을 닫았고,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아까 탔던 택시에 적힌 콜택시 번호로 전화를 해보았다. 일단은 길안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안동시내로 가려고 했다.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하니 묵계에서 길안으로 가는 택시 배차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안동시내에 임청각까지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35,000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해서, 배차신청을 하니, 곧바로 택시가 배차되서 15분 뒤 택시가 도착했다.
역시 택시가 편했다. 돈이 들기는 했지만 한 20여분 만에 안동시내에 도착했다. 택시기사분이 유쾌하셔서 심심하지 않게 임청각까지 왔다.
임청각에 내리니 큰 탑이 보였는데 이 탑이 국보라고 한다. 임청각 앞은 중앙선 폐선을 철거 중이라 정신이 없었다. 임청각이 복원되어서 기쁘지만, 철덕으로서 예전 중앙선 열차가 다니던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웠다. 임청각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미스터션샤인에서 애인아씨의 집이 철도가 놓이며 담장이 허물어지고 집이 부숴져 집을 떠나는 모습에서 임청각이 생각나서 드라마를 보면서 한번 와보고 싶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 동선이 제한적이었지만, 짧게 나마 고풍스러운 한옥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방이 많은 집이 였는지 기둥의 갯수를 보고선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한옥 건물이 평면상에 놓여 있는데 이곳은 살짝 비탈진 곳에 세워졌는지 집이 입체적이였다.
이런 한옥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어떨지 궁금했다.
마당 한 곳에 피어 있는 자주빛 꽃이 인상적이였다.
일반적인 한옥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마루에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마당엔 작은 연못도 있었다.
마당에서 담장 넘어를 보니 낙동강이 보였다. 이맛에 저 마루에 앉아서 사람들이 쉬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이 갈 수 있는 동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쉬웠으나 짧게나마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임청각에서 나와서 안동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기차역으로 가기엔 이른 시간이였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아빠와 나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쉬고 싶었다. 오랜만에 뚜벅이 여행을 했더니 많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안동을 이렇게 당일치기로 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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