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은 여행이 길고 짧던 상관없이 아쉬움만 가득한 것 같다.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안도감과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트랜스 누사 항공이 터미널 3을 이용하고 있어서 1층 도착층에서 3층 출발층으로 올라오기만 하면 돼서 편했다. 비행기가 지연되면 어쩌나 걱정되었는데 정시에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해서 출발까지는 시간이 넉넉했다.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길기도 했다.
아시아나 항공 카운터 앞에 앉아서 체크인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아직 체크인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카운터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우리는 우수회원 줄에 캐리어만 두고 근처에 앉아서 쉬었다. 직원에게 짐만 여기에 두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체크인이 시작되었다. 거의 3시간 전에 체크인 카운터를 오픈한 것 같다. 캐리어 무게가 거의 30킬로에 가까웠다. 어쩐지 캐리어가 무게를 못 견뎌서 잘 안 끌렸다.
언제 또 자카르타에 오게 될까. 한동안 발리에 자주 왔으니 이제는 다른 곳을 가볼 생각이었다.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에어 사이드로 들어오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빨리 라운지로 가서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라운지 카드는 체크인을 할 때 받았다. 인천공항에서는 라운지에 들어갈 때 바코드만 스캔하면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문 카드가 있어야 했다.
몇 번 이용한 공항이라 그런지 이제는 인천공항만큼 자카르타 공항이 익숙했다.
아시아나 항공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사들도 사파이어 플라자 라운지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운지가 크고 넓었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끈적이는 것이 너무 싫어서 먼저 샤워실부터 갔다. 샤워를 하고 나니 호텔에서 바로 나온 것 같이 온몸이 뽀송뽀송해졌다.
라운지에서 몇몇 음식은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커피도 주문할 수 있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럴 땐 아이스가 든 음식이 먹고 싶은데 말이다.
몇몇 승객들이 주문해서 먹기에 우리도 샐러드와 누들을 주문해서 먹었다.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라운지를 이용한 다음부터는 공항에서 쓰는 돈이 현저하게 들었다. 대신 항공권이 너무 비싸서 언제나 저가항공을 이용할 것인가,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할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자카르타에서 10시 30분에 출발해 한국에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총 7시간의 비행이었다. 비행기는 길고 긴 유도로를 따라 활주로로 향했다. 그리고 어두운 공항 활주로를 달려 이륙했다.
이제 드디어 자카르타와 이별을 했다. 지상의 사물들은 점점 작아지고 공항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자카르타 시내를 날아 북으로 날았다.
어둠 속에 보이는 자카르타 시내 불빛이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자카르타가 큰 것 같았다. 저렇게 큰 도시에서 우리는 극히 일부만 보고 떠났다.
이륙 후 안정 고도에 들어서자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받았다. 라운지에서 많이 먹고 왔지만 기내식 먹을 배는 따로 있기에 열심히 샌드위치를 먹었다.
비행기는 시속 900킬로미터의 속도로 북동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보르네오섬 상공을 날고 있었다.
어둠 속에 간간이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딜 가든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 조종석에서 이런 풍경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밤의 어둠 속에 엔진 소리만 들려왔다.
구름 보다 위로 날고 있는 비행기는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이 느끼게 했다. 도시의 불빛은 구름에 반사되어 더욱더 화려하게 보였다.
비행기는 이제 남은 시간보다 날아온 시간이 더 길었다. 밤새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두통이 왔다.
제주 상공을 지날 무렵 두 번째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아침이라 입이 껄끄럽기는 했지만 맛있게 기내식을 흡입했다.
동쪽 좌석으로 좌석을 지정했으면 일출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늘엔 어둠이 가고 조금씩 밝음이 찾아오고 있었다.
구름층을 통과해서 비행기는 인천공항 활주로에 진입했다. 비행기는 이륙한지 7시간 만에 땅에 닿았다.
여름 나라에 있다 한국에 오니 모든 게 추워 보였다. 여행이 끝나서 아쉬웠지만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기에 아쉬움의 크기는 크지가 않았다.
또 다른 에어버스 350은 게이트로 향하고 있었다. 공항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다.
우리 앞좌석에 앉은 사람은 아시아나 항공 직원인지 아니면 우수회원 중 상위 고객인지 모르겠지만 3좌석 중 2좌석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렇게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우리는 아쉬움을 가진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나는 아시아나 항공에서 정비사로 일하시는 분을 만나고 갈 예정이라 아빠 혼자 집으로 먼저 가셨다.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비사님과 이야기를 하며 항공분야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ㅅ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발리 여행이 끝나게 되었다.
이번에 다시 발리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은 코모도 섬을 가기 위해서였다. 자카르타에서 코모도로 가는 비행 편은 많은 편이나 시간대가 좋지 않았다. 이른 아침 아니면 늦은 시간뿐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빨리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할 준비를 했다.
오래된 호텔이었지만 깔끔했고 또한 올드 타운을 여행하기에 너무 좋은 위치여서 기분이 좋았다.
클룩을 이용해 픽업 서비스를 미리 신청해 두었다. 기사 아저씨가 픽업 시간보다 일찍 오셔서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기사 아저씨는 캐나다 대사관에서 운전기사를 한 적이 있다며 우리에게 그때 시절의 사진과 캐나다 비자를 보여주셨다. 공항으로 가는 길 내내 아저씨의 캐나다 생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틱 에어는 자카르타 공항 2 터미널에서 체크인이 진행되었다. 여러 번 자카르타 공항을 오다 보니 터미널이 여러 개여도 헷갈리지 않고 공항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자만감 때문에 잠시 후 큰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에어 바틱 체크인하는 곳을 찾아 줄을 섰다. 이곳은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기에 한참을 기다려야 한 사람이 체크인을 마쳤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직원이 옆쪽 카운터로 가라고 했다. 여기는 수마트라로 가는 비행기만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때 완전 멘탈이 붕괴되었다. 탑승까지 얼마 남지 않아 초조했는데 다른 줄에 서서 다시 기다리려니 진땀이 났다.
다시 줄을 서서 처음부터 기다렸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더욱더 초조해졌다.
겨우 체크인을 하고 헐레벌떡 게이트로 향했다. 이럴 땐 왜 그렇게 공항이 넓은지 모르겠다.
게이트 앞으로 가니 아직 탑승이 시작되지 않았었다. 몸에서 니코틴을 원해했으나 흡연실까지는 너무 멀어서 그냥 코모도에 도착해서 니코틴을 충전하기로 했다.
평생 살면서 라부안 바조라는 곳을 다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라부안 바조로 가는 티켓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바틱 에어뿐만 아니라 자카르타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 편의 경우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괜히 마음 졸이며 조급해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탑승이 지연되기에 불안해서 게이트 앞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D1에서 라부안 바조로 가는 비행기가 맞는다고 했다. 자카르타 공항뿐만 아니라 발리 공항도 자주 게이트가 변경되기에 불안한 마음에 계속 게이트가 맞는지 확인하게 된다.
정시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탑승이 시작되었다. 탑승을 시작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체크인을 늦게 했는데 수화물은 실렸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비즈니스석을 지나 이코노미 석으로 이동했다.
저가항공이지만 좌석 간격은 촘촘하진 않았다. 두 시간 정도 비행을 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좌석 앞에 모니터가 있어서 비행 정보 등을 볼 수 있었다.
자카르타에서 라부안 바조까지의 비행시간은 대략 두 시간 정도였다. 발리에서 조금 더 가는 느낌이랄까.
승객들이 탑승하는 동안 비행기 날개를 통해 급유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는 급유가 끝나고 승객 탑승이 마무리되니 바로 비행기가 출발을 했다.
활주로까지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면서도 지루한 것 같다. 그러나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비행기는 드디어 활주로에 들어섰고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활주로의 중간지점에서 비행기는 부웅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손에 닿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졌다.
점점 하늘 높이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 지상의 사물들은 점점 미니어처같이 느껴졌다.
비행기는 방향을 북쪽에서 서쪽으로 틀기 시작했다. 날개와 땅이 닿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비행기 아래로는 자카르타의 해안선을 볼 수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자카르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에어쇼로 비행기이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라부안 바조에서 조금만 더 가면 호주의 북부지역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번 태국 여행 때 얻은 책을 이번 여행을 하면서도 계속 읽었다. 뭔가 하나의 문구가 마음속에 깊게 들어왔다.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크다. 살면서 무엇인가 기대가 컸을 땐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중 2 때 기술 선생님께서 너무 큰 기대는 큰 실망을 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살다 보니 그 말이 맞을 때가 많았다.
저가 항공이지만 간단한 스낵과 물이 제공되었다. 같은 금액에 에어아시아가 있었는데 바틱 에어를 선택한 이유는 수화물과 기내식에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에어아시아는 앞뒤 간격이 너무 촘촘한데 바틱 에어는 2시간 비행 정도는 가뿐히 탈만큼의 앞뒤 간격을 가지고 있었다.
에어쇼의 비행 정보에 문제가 있지만 남은 비행시간과 고도, 속도를 알 수 있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소형 기종이다 보니 화장실은 앞뒤에 위치해 있었다. 앞쪽은 비즈니스석이다 보니 뒤쪽에 위치한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기내식을 먹고 나니 이제는 졸음이 쏟아져 왔다. 너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움직인 것 같다. 라부안 바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떨리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비행기 아래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을까. 라부안 바조는 스쿠버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스쿠버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발리보다 훨씬 더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조금씩 마음속에 자라고 있었다.
비행기가 점점 고도를 낮추니 바다 위의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실 속에 없는 느낌이었다.
라부안 바조로 착륙하려는데 날이 좋지 않았다. 푸른 바다는 구름 때문에 검은 바다같이 보였다.
비행기는 점점 고도를 낮추었다. 라부안 바조의 해안선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민둥산 같은 라부안 바조. 라부안 바조의 첫인상은 놀람과 함께 신기함으로 다가왔다.
잔잔한 바다와 파란 해안선, 이곳에서 5일을 있어야 하는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활주로가 하나인 공항이기에 착륙 후 비행기는 활주로를 바로 벗어나서 터미널로 이동했다.
시골 공항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공항이 깨끗하고 신식이라 놀랬다.
코모도 섬으로 갈 수 있는 섬이기에 공항에도 코모도 도마뱀을 나타내는 장식물이 걸려 있었다.
짐을 찾은 후 밖으로 나와 픽업 기사를 만났다. 이곳은 택시 기사들의 텃세가 심해서 쫒기다 싶이 주차장으로 왔다.
A.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
Pajang, Tangerang City, Banten, 인도네시아
B. Komodo Airport
Labuan Bajo, Komodo, West Manggarai Regency, East Nusa Tenggara, 인도네시아
2주간의 발리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이번 여행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 첫날부터 아빠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거의 일주일가량은 호텔에서 지내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지셔서 사누르로 숙소를 옮기고 나서는 즐기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발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시원섭섭했다. 여행 기간이 길던 짧던 상관없이 언제나 마지막 날은 아쉬움만이 가득한 것 같다.
이제 아침에 붉은 지붕의 풍경을 보는 것도 낯설지가 않다. 우리도 한 달씩 푹 쉬었다 가면 좋은 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일주일 간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했는데 조식 메뉴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을 이렇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일주일간 매일 먹어서 질릴 만도 한데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왜 그렇게 더 날씨가 좋아 보이는 것일까. 매일 멋진 풍경을 보면서 쉬는 것이 낙이었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니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아쉽고 그리워질 것 같았다.
우리는 발리에서 자카르타까지 이동 후, 다시 자카르타에서 인천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좌석이 만석인지 궁금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을 하니 빈 좌석이 거의 없어 보였다.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노선이다 보니 언제나 만석으로 가득 차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시간인 12시에 리셉션으로 나왔다. 체크아웃 후 픽업 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픽업을 12시로 예약했는데 기사는 12시 20분 정도가 되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발리의 교통체증을 알고 있기에 기다려서 조금 짜증은 났지만 이해는 되었다.
사누르에서 공항까지 20~30분 정도가 걸렸다. 픽업 기사가 운전하는 내내 나에게 발리에서 어디를 가봤나? 등의 질문을 했다. 가이드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오니 금세 공항에 도착한 것 같았다. 가이드가 가장 추천하는 발리 투어는 헬기 투어라고 했다. 금액은 200달러 정도 하는데 한번 해보면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뭐 상술일 수도 있겠는데 약간 솔깃했다.
예전에는 항상 국제선 터미널을 이용해서 출국했는데 이제는 국내선 터미널을 이용해 인도네시아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았다.
픽업 기사들도 국내선 터미널에 내려달라고 하면 깜짝 놀라곤 했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기 전 e 티켓을 공항 입구에서 확인받은 후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은 제발 딜레이가 안되었으면 좋겠는데 항상 운이다 보니 잠깐 비행 편을 전광판에서 확인한 후 체크인을 하러 갔다.
에어아시아의 체크인 카운터는 17~22번까지였다. 저가 항공이다 보니 대부분이 같은 등급이기에 긴 줄의 끝에 서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발리로 올 때는 살짝 지연이 있었지만 그다지 여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였다. 발리에 올 때는 가방이 가벼웠는데 마트에서 이것저것 샀더니 가방이 무거워졌다. 20킬로그램까지는 추가요금 없이 수화물을 보낼 수 있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물건을 사다 보니 왠지 가방의 무게가 20킬로그램이 넘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 추가 수화물 비용을 결제하면 비쌀 것 같아서 에어아시아 사이트에서 추가 10킬로그램을 구매했다. 추가 수화물 무게를 구매하고 나니 체크인할 때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짐을 보내고 나니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탑승구로 가기 위에 2층으로 올라왔다. 국내선이다 보니 표 검사와 보안검색만 마친 후 에어 사이드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발리에만 있다 보면 이곳이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라는 것을 종종 잊고 지내게 된다.
공항이라 그런지 상점들의 물건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비싼 것 같았다.
시간이 남았기에 스타벅스로 갔다. 운이 좋아 빈자리가 있었다. 전 세계 어느 공항을 가나 스타벅스는 언제나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는 것 같다.
점심은 간단하게 커피와 빵으로 때웠다. 기내식이 있기는 하지만 식사라기보다는 간식 정도 밖에 안되기에 스타벅스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빵과 커피를 주문했다. 국내선 게이트 앞에 좌석이 많기는 한데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이 더 많아서 종종 앉을 자리가 없었다.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분주히 움직이는 승객들로 정신이 없었다.
저번 겨울에 한번 와봤기에 대략 흡연실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스모킹 룸이라 적힌 안내판을 따라가면 한층 더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다.
이 계단을 따라 한층 더 올라가면 흡연실이 나온다.
흡연실로만 사용하기에 너무 아쉬운 풍경이었다. 땡볕이라 그런지 건기이지만 뜨거웠다. 시원한 실내에 있다 밖에 나오니 약간 핑 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았다.
발리 공항의 트래픽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흡연실에서 활주로를 보니 여러 대의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국내선 비행기와 국제선 비행기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흡연실에서 내려와 타임 테이블을 보니 비행기가 지연되었다고 나왔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느낌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자카르타에 도착해 다시 3터미널로 이동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심한 지연이 아니기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연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원래는 우리가 탈 비행기는 벌써 게이트에 들어와서 청소 등을 마치고 승객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비행기는 지금 발리 상공 앞쪽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발리섬 앞에서 4번이나 턴을 하고 공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지연되기는 했지만 탑승구 근처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카페에서 나와서 탑승구 쪽으로 이동했다.
탑승구로 이동한 후 마지막으로 발리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흡연실로 이동했다. 게이트 5번으로 에어아시아 비행기가 들어오기에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등이 싸한 느낌이 들었다.
등골이 싸하지만 마지막으로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구경한 후 시간 맞춰 게이트 앞으로 갔다.
5번 게이트 앞에 가니 그 많던 승객들이 없었다. 아빠만 화가 난 표정을 하며 사람들이 다른 게이트로 이동했다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게이트 2번으로 이동했다. 아빠는 화가 나셔서 아무 말도 안 하셨다.
2번 게이트 앞은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이건 줄을 선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눈치껏 줄을 선 후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존(zone) 별로 탑승을 하는데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Late Arrival 15:30은 15시 30분에 탑승을 시작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15시 30분에 비행기가 도착하니 탑승하려면 한참 걸리겠네라고 생각했었다.
LCC다 보니 수화물로 짐을 안 보내고 기내로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3-3배열의 좌석으로 역시나 앞뒤 간격은 무릎이 의자에 닿을 만큼 좁았다.
일단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마음은 편했다. 다음에 다시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라고 하면 약간 망설여질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가격적인 면에서 너무 매력적이라 한두 시간의 짧은 비행이면 살짝 혹 할 것 같다. 옆에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이 보이는데 저거 타면 한 번에 한국까지 갈 수 있는 데라를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옆 옆에 있는 발리의 바다같이 푸른 꼬리날개가 인상적인 가루다 인도네시아를 보고 있는데 라이언 그룹의 항공사이니 윙스라 적힌 여객기가 옆 게이트로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운항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서로 교대를 하는지 터미널 쪽에서 걸어온 운항승무원과 한참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승객 탑승이 완료된 후 푸시 백을 했다. 발리의 겨울(한국의 여름) 하늘은 볼 때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 같다. 가늘 날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더 아름다웠다.
발리 공항이 작은 것 같아 보이는데 활주로에서 바라보니 또 그렇게 작아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 뒤에로 또 다른 비행기가 게이트로 들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활주로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 멀리 주황색 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활주로로 가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내 키가 172 정도 밖에 안되는데 무릎에 앞 의자의 그물망에 닿아서 아팠다. 그물망 대신 조금 부드러운 재질로 하면 안 되었을까.
드디어 비행기가의 기수를 트는 것이 느껴졌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들어서서 금세 활주로 가운데 정렬을 했다. 그리곤 갑자기 굉음을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 몸은 발리를 떠나기 싫은지 뒤로 밀리는데 앞으로 나가는 힘이 더 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갔다. 다음에 발리에 올 수 있을까. 또 오면 어디에 갈까.
남국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였다. 누사페니다에 갔을 때 본 파도는 금세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이 무서웠는데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니 잔잔해 보였다. 저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평온해 보였다. 인간의 삶도 이와 비슷한 것 같이 느껴졌다. 자신은 지지고 볶고 정신이 없는 삶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그저 부럽기 그지없는 편안해 보이는 삶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닐까. 왜, 가까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는 기수를 살짝 틀어서 발리섬을 가로질렀다.
사누르 해변에서 언제나 보았던, 항상 그곳에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궁산이 보였다.
몽글몽글한 구름들이 하늘을 덮고 있는데 아궁산 근처만 더욱더 짙게 구름이 덮여있었다.
발리를 지키고 있는 신 같은 느낌이 드는 산이었다. 다음에 또 보기를 기원하며 비행기는 점점 서쪽으로 향했다.
매일매일 맑은 하늘이었는데 오늘따라 구름이 많았다. 수마트라 섬 쪽으로 향할수록 구름이 더 두껍게 깔려있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이르자 승무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기내식 판매가 시작되었다. 우선 예약한 고객부터 기내식이 제공되었는데, 비행기 티켓을 확인한 후 기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아빠는 치킨랩(?)으로 나는 발리로 올 때 먹었던 나사레막이었다. 기내식도 순식간에 먹고 나니 기내식 용기만 테이블에 남았다.
아직도 한 시간이 넘게 남았다. 한국이면 벌써 도착했을 시간인데 이제 반도 못 왔으니 지루한 비행시간을 잠으로 이기는 사람도 있고, 미리 저장해 놓은 영화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같은 항공기 덕후들은 창문에 붙어서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영상을 찍느라 정신이 없지만 말이다.
식사를 마친 후 아빠는 다시 취침모드로 들어가셨다. 아까 내가 흡연실에 갔다 늦게 와서 아직도 삐진 게 안 풀리셔셔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로 한마디도 안 하셨다.
기내식 판매가 전반적으로 끝나고 나니 기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국내선이지만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 되기에 비행기에서 조금이나마 쉴 시간이 있었다.
자카르타로 갈수록 구름층이 두터워졌다.
구름층을 지나는 횟수가 많아졌다. 지상의 사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기내에는 엔터테인먼트가 없기에 우리가 어디를 지나는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맵스미를 통해 대략 어디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다양한 구름층을 통과하고 비행기는 자카르타에 다다랐는지 점점 비행기의 고도를 낮추었다.
비행기는 구름 속을 빠르게 지나기도 했다. 구름 속을 지날 때는 비행기 전체에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방송으로 착륙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했다.
착륙 준비를 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지상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지그재그로 돌며 계속 고도를 낮추는 것 같았다.
어느덧 시간은 늦은 오후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 발리보다 자카르타가 한 시간 느리기에 두 시간 비행을 했지만 시계는 한 시간 밖에 흐르지 않았다.
드디어 자카르타 주변의 바다와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고 석양의 빛도 보였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기에 아쉬움만 남았다.
빠르게 자카르타 외곽 하늘을 날아갔다. 산이 없는 평지가 넓게 뻗어 있었다.
비행기는 사뿐히 자카르타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 후 활주로에서 터미널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발리로 갈 때처럼 1터미널에 도착했다.
맨 뒷자리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앞사람이 모두 내리길 기다린 후 천천히 내렸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우리의 비행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밤 9시 50분 인천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터미널 3으로 이동해야 했다.
어느덧 자카르타의 하늘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자카르타는 발리보다 훨씬 습하고 공기도 좋지 않았다. 공기 중에 먼지가 가득한 것 같았다.
셔틀 트레인을 타고 터미널 1에서 3으로 이동했다.
한번 와봤던 길이라 실수 없이 셔틀 트레인 타는 곳으로 왔다. 발리로 갈 때보다 짐이 늘어서 캐리어가 꽤 무거웠다.
셔틀 트레인은 2층이기에 다시 한층 위로 올라갔다. 아시아나항공 카운터는 게이트 2번에 있었다.
터미널로 들어가기 전 캐리어와 가방을 엑스레이 기계에 넣고 검사를 받아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 오니 히잡을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의자에 앉아서 땀을 식혔다. 잠깐 이동했을 뿐인데 온몸을 땀으로 샤워를 했다.
이제 한국으로 가는 7시간의 비행만을 남겨 두었다. 야간 비행이라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아쉽지만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여름 휴가철이다 보니 서울에서 발리로 바로 가는 직항 가격은 눈을 의심할 만큼 비쌀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및 가루다 인도네시아는 스카이팀 소속이라 매력이 떨어졌다. 그놈의 탑승 횟수와 마일리지가 뭐라고.
어쩔 수 없이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를 이용하던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야 했다.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해서 오다 보니 발리로 가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자카르타를 경유해 국내선은 저가항공을 타는 것이었다.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1터미널까지 왔는데 App in the Air는 2터미널이라 나와 있어 헷갈렸다. 그래서 우리가 타고 갈 QZ7526편의 터미널을 확인해야 했다.
혼자서 1터미널까지 열심히 걸어가서 확인을 한 후 다시 스카이 트레인 역으로 왔다. 난 땀을 뻘뻘 흘리며 스카이 터미널 역에서 1터미널로 이동했다. 1터미널의 일부가 공사 중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참을 걸어서 1A까지 이동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밖에서 셀프체크인을 하고 안으로 가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래서 잠깐 서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항공권 예약증(?)을 보안요원에게 보여준 후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에어아시아 앱을 열어 예약 사항을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공항 안에 들어오니 이곳이 천국이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등에 흐르는 땀이 말랐다. 에어아시아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했다. 짐을 보내버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게이트로 걸어갔다.
게이트로 가기 위해서는 한 층 위로 올라가야 했다.
국제선 터미널은 모던한 디자인인데 국내선 터미널들의 경우는 인도네시아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인테리어로 되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공항 시설물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보안검색은 상가지역을 지난 후 받을 수 있었다.
거대한 샹들리에가 달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터미널 1은 뭔가 만들다 말은 느낌이 들었다. 안내 지도도 터미널의 반절만 나와 있었다. 수시로 게이트가 변하는 곳이기에 수시로 탑승구를 확인해야 했다.
보안 검색을 지난 후 게이트 A6로 걸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모습. 2터미널의 모습과 비슷했다.
게이트 근처에 흡연실과 화장실이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나는 남는 시간 동안 문틀이 닿도록 흡연실에 갔다.
맨 뒷자리라 우선 탑승 다음에 탈 수 있는 Zone 2였다. 갈 때는 짐이 얼마 되지 않아서 추가 무게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올 때는 이것저것 사다 보면 캐리어가 무거울 것 같아서 기본 20kg에 10kg을 추가로 구매해 두었다.
안내방송이 나왔던가. 사람들이 우르르 A6 앞에 줄을 섰다. 우리도 눈치껏 일어나 줄을 섰다.
보딩브리지로 바로 탑승하는 게 아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니 역시나 더웠다.
버스를 타고 이십분 가까이 간 것 같다. 1터미널에서 2터미널까지 온 것 같다.
탑승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은 탑승을 위해 땡볕에 서 있어야 했다.
앞서 탑승한 사람들이 짐을 넣으며 자리에 착석하다 보니 탑승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활주로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바람은 뜨겁거나 미지근했다.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스텝카 위를 걷고 있었다.
2시간 밖에 안 걸리기에 소형 기종도 괜찮았다. 우리 자리에 가니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 자리를 자기 자리라고 우겼다. 그 아주머니는 복도 자리인데 창가에 앉고 싶으셨나 보았다.
탑승 절차도 꽤 길고 귀찮았는데 옆자리 아주머니와의 트러블까지 탑승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아빠는 피곤하신지 말이 없으셨다.
심심해서 좌석 앞 포켓을 뒤적거렸다.
다양한 항공사 로고 제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이라 대부분은 이해하고 타겠는데 이건 앞뒤 간격이 너무 좁은 게 아닌가. 그냥 반듯이 앉았는데 좌석 앞 포켓의 그물이 무릎에 닿아서 아팠다. 더군다나 이륙 후 앞사람이 의자를 뒤로 조금이라도 밀면 내 무릎은 두 시간 동안 압사될 것 같았다.
나는 맨 마지막 자리를 선택하면 뒷사람 신경 쓰지 않고 의자를 뒤로 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아예 맨 마지막 자리는 의자를 뒤로 밀 수도 없었다. 완전 망했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비행기 창문 안에 무엇인가 보였다. 거미 같아 보이는데 저건 저 안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미스터리였다.
푸시 백을 한 후 활주로로 향했다.
역시나 1터미널에서 2터미널까지 온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자리가 너무 좁아 좌석에 앉아 움직이기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다.
막 착륙한 비행기들은 게이트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리 앞에 몇 대의 비행기가 있어서 우리 순번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비행기는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은지 활주로에 들어서자 속도를 냈다. 비행기는 사뿐히 지상과 멀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공항이 점점 작게 보였다.
십여 일 뒤에 다시 보길 바라며 우리는 자카르타를 떠났다.
비행기는 북쪽으로 출발했는지 공항을 조금 벗어나니 바다가 보였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도 자카르타는 많은 면적이 물에 잠기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수도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왠지 서울보다 자카르타가 작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자카르다가 서울보다 몇 배나 큰 수도 같았다,
비행기는 이제 기수를 동쪽으로 틀었다.
자바 섬의 해안선을 따라 발리로 향했다.
저 멀리 화산의 분화구가 보였다.
이륙 후 안정 고도에 들어서니 기내식 판매가 시작되었다.
하나는 볶음밥으로 다른 하나는 나시 레막으로 주문했다. 기내식을 받기 전 사전 예약자들은 승무원이 탑승원을 확인했다.
기내식을 먹는 사람보다는 간단한 스낵 종류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혼자 기내에서 냄새를 풍기며 먹는 것 같아서 조금 눈치가 보였다.
밥을 먹다 밖을 바라보니 또 화산이 보였다.
밥 한술 뜨고 카메라로 창밖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어아시아에서는 모든 것이 다 돈이기 때문에 식사 후 커피는 생략했다. 단 2시간의 비행이지만 아빠는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산이 얼마나 높으면 화산의 정상만 구름 위로 올라와 있을까.
이번에는 화산 두 개가 연달아 가족처럼 나란히 있었다. 불의 고리에 있는 인도네시아이기에 화산이 많은 것이 신기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더 신비하게 보였다.
구름이 없는 곳에서 화산의 완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승무원의 기내식 서빙이 끝나니 기내는 조용해졌다. 혼자 프레드릭슨씨를 가지고 놀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데 자리가 너무 좁아서 팔이 프레드릭슨씨가 있는 곳까지 닿지 않았다. 몇 번 주우려고 시도를 하다가 포기했다. 착륙할 때 어차피 관성 때문에 앞으로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하기 시 주우면 될 것 같았다.
프레드릭슨씨를 바닥에 떨어뜨렸더니 뭔가 기분이 다운되었다. 그래서 혼자 멍하니 밖을 쳐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화산의 모습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구름만 없으면 완전히 뾰족한 화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비행기가 화산 근처를 지날 때는 최대한 줌으로 확대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었다.
제주 한라산은 같은 화산이지만 편안함이 있지만 이곳의 화산은 크고 웅장해서 사람의 마음을 작게 만드는 힘을 기지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구름이 두껍게 깔려 지상의 사물을 볼 수 없었다. 대신 흰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화산만이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봐도 그 규모가 엄청난데 지상에서 본다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화산이 많은 자바 섬을 거의 다 지났다. 엄청나게 큰 화산을 비행기에서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화산 등반 트레킹 같은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내 앞에 앉은 사람의 여행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화산 트레킹을 다녀온 것 같았다. 화산에 올라 찍은 사진들을 보니 가슴속 깊게 봉인해 놓은 어드벤처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자바 섬을 벗어나자 비행기는 고도를 점점 낮추기 시작했다.
발리섬 근처에 오니 구름은 없고 맑은 하늘만 보였다.
간간이 구름 사이를 지나가는 했지만 그래도 자바 본섬보다는 훨씬 더 날씨가 맑은 것 같았다. 그리고 비행기 아래로 남인도양의 푸른 바다가 보였다.
비행기는 더욱더 고도를 낮추었다. 이제는 바다를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다만 보이던 지상에 저 멀리 섬이 보였다. 이제 곧 착륙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바란 앞 바다는 언제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다. 하얗게 부숴셔 밀려오는 파도가 아름다웠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착륙했고 활주로를 빠르게 비워주었다.
우리가 자리를 비워준 활주로에는 또 다른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있었다.
아직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발리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국내선 터미널은 안쪽에 있기에 국제선 터미널을 지나가야 했다.
이번이 5번째 발리 여행이었다. 5번째 여행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발리에서 안 가본 곳도 많고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보딩 브리지를 통해 내리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다. 게이트에 미처 못 가서 비행기가 멈추었다.
비행기의 앞뒤 문에 스텝 카가 놓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뜨거운 열기가 들어왔다. 앞뒤를 통해 승객들이 내리는 것 같았다. 우리 짐은 우리 자리보다 앞쪽에 있는데 가방을 가지러 갈 생각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도착하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발리는 역시 발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의 공기는 생각보다 시원했다. 오히려 한국이 더 덥고 습했다.
사람들 입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나 또한 입을 헤벌쭉 벌리고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힘드신지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늘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아빠에게 기념사진만 남기자고 했다.
푸른 하늘에 물감을 촥 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발리 느낌. 반년 동안 그리웠다.
발리 여행은 여러 번 왔지만 8월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발리가 이렇게 시원했던가. 시원한 바람이 바다에서 산에서 불어왔다.
짐 찾는 곳으로 가는 길에 있는 흰두 사원 입구 조형물을 보니 드디어 발리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발리가 시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 안이 더 좋기는 했다. 국내선을 타고 오다 보니 짐만 찾으면 되는 점이 편했다.
짐 나오는 속도가 느렸다. 짐 찾는 곳까지 느긋하게 왔는데 아직 짐이 나오지 않았다.
클룩을 통해 공항에서 우붓에 있는 숙소까지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는데 픽업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면 오겠지 생각하며 발리라 적힌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국내선을 타고 오니 왠지 나도 인도네시아 현지인이 된 것 같았다.
가이드와 연락이 되었다. 내 이름이 외국인이라 국제선을 타고 발리로 오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국제선 터미널에서 국내선 터미널로 갈 테니 기다려 달라고 연락이 왔다.
가이드와 만나기 편하기 Solaria 앞에서 가이드를 기다렸다. 많은 기사들이 예약 고객을 만나기 위해 솔라리아 앞에서 이름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십분쯤 기다리니 기사분의 차가 픽업 존으로 들어왔다. 비행시간이 겨우 2시간이었을 뿐인데 온종일 비행기를 탄 것 같이 피곤했다. 비행기 타는 내내 좁아서 벌을 받는 것 같았다. 되도록이면 에어아시아를 피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매력적이라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힘든 에어아시아를 타고 발리까지 왔으니 잊지 못할 발리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나 항공 OZ761을 타고 자카르타에 도착하면 현지 시간으로 오후 8시가 넘는다. 우리 비행기는 실제로는 오후 8시 50분에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 및 짐을 찾고 나니 오후 9시 30분 정도 되었다. 자카르타 공항은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공항이다 보니 외국인 입국심사 줄이 길지 않았다.
짐을 찾고 나오니 1층이었다. 아나라 공항 호텔의 위치를 대략 알아두기는 했지만 공항 직원에게 가는 방법을 한 번 더 물어보았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2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니 공항 호텔이 표시된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조금 걸으니 오른쪽에 아나라 호텔이라 적힌 호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처음 가보는 길이다 보니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걷다 보니 아나라라 적힌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서 또 걸었다.
오른쪽으로 꺾으니 길 끝에 호텔 같은 것이 보였다. 이정표에 호텔 반다라라고 적혀서 반다라 호텔이 아닌가 착각했는데 인도네시아어로 반다라가 공항, 즉 에어포트라는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늦은 밤이지만 공항 호텔이다 보니 로비에 사람들이 많았다.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빨리 씻고 쉬고 싶은 생각만 굴뚝같았다.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수십 개의 방을 볼 수 있었다.
방은 모던하고 깔끔했다. 공항 호텔이다 보니 일박에 십만 원 정도 했지만 시내까지 가는 것보다 공항과 연결된 호텔에서 자는 것이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이득이었다. 다음 날 빨리 가는 비행기를 오후 한 시쯤에 타야 했기 때문에 시내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다.
침대의 쿠션감도 좋았다. 아빠는 피곤하다고 하셨지만 몸이 아프셔서 그런지 한동안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시지 않았다.
미니 냉장고, 커피포트, 인스턴트커피, 물도 있었다.
화장실은 크지 않았다.
샤워실에는 샴푸 겸 컨디셔너 한 개와 보디샴푸가 있었다. 그리고 일회용 칫솔도 준비되어 있어서 세면용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호텔 로비에 흡연실이 있어서 굳이 흡연실을 찾아서 헤맬 필요가 없었다.
편의점은 호텔에서 나와 다시 공항 가는 방면으로 가면 있었다. 편의점이 작아서 살 물건은 많지 않았다. 국제선 출발층인 3층에 큰 페밀리 마트가 있다는 것을 다음날 알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인수받은 스카이롬 에그를 작동시켰다. 작동시키기 전 스카이롬 앱으로 아시아 10개국 전용 데이터 20기가를 48불을 주고 구매했다. 스카이롬 밑면에 와이파이 주소와 비번이 적혀있었다. 스카이롬을 작동시킨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부터 인터넷이 원활하게 작동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라면을 먹고 잤더니 얼굴이 부었다. 그래도 아침만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팠다. 식당으로 가기 위해 방에서 나왔는데 복도에서 본 풍경은 그다지 이쁘지 않았다.
식당은 로비 바로 위에 있는 MZ 층이었다.
음식이 바로바로 채워지지 않아서 빈 그릇 통이 많았다. 그래도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빈 그릇 통이 꽤 있었지만 담다 보니 꽤 음식을 많이 담아 왔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또 힘을 내서 발리행 비행기를 타기에 열심히 먹었다.
아빠는 몸이 안 좋으셔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빈속에 약을 먹을 수 없기에 가지고 온 음식을 꾸역꾸역 드셨다.
호텔 내 부대시설은 따로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방으로 돌아와 조금 쉰 후 짐을 가지고 나왔다. 몇 시간 있지 못하고 떠나야 해서 아쉽기만 했다.
국제선 터미널은 3터미널이었다. 발리행 항공편은 1터미널에서 체크인하기에 셔틀 트레인을 타고 터미널을 이동해야 했다. 3층 출국장으로 일단 갔다.
출국장으로 가는 길 전날 밤에는 못 본 상점들이 보였다.
그리고 호텔 앞보다 훨씬 큰 편의점도 있었다.
셔틀 트레인을 타기 위해 3층 밖으로 나와야 했다. 한국보다는 덜 덥지만 동남아 특유의 습하고 더운 공기가 느껴졌다.
셔틀 트레인을 타기 위해서는 한 층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처음 오면 조금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셔틀 트레인은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늦게 자카르타에 도착해서 다음날 국내선으로 다른 곳에 이동할 예정이라면 터미널 3에 있는 호텔에서 지내고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플랫폼 A, B가 있는데 먼저 오는 것 아무거나 타면 되었다.
트레인이 들어오니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터미널 1은 마지막 역이기에 한참을 앉아 갔다.
터미널 1에 내리니 터미널 3과는 공항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에어아시아 타고 간다고 후진 터미널로 배정한 것일까. 비행기 예약 안내에는 터미널 1이라고 되어 있는데 App in the Air에는 터미널 2라고 나와 있어서 헷갈렸다. 스카이 트레인 역에도 비행 편을 확인할 수 있는 TV가 있는데 우린 출발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안내판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터미널 1로 가서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스카이 트레인 역이 시원하기에 아빠에게 기다리라 말한 후 혼자 터미널 1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