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간의 발리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이번 여행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 첫날부터 아빠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거의 일주일가량은 호텔에서 지내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지셔서 사누르로 숙소를 옮기고 나서는 즐기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발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시원섭섭했다. 여행 기간이 길던 짧던 상관없이 언제나 마지막 날은 아쉬움만이 가득한 것 같다.


이제 아침에 붉은 지붕의 풍경을 보는 것도 낯설지가 않다. 우리도 한 달씩 푹 쉬었다 가면 좋은 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일주일 간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했는데 조식 메뉴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을 이렇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일주일간 매일 먹어서 질릴 만도 한데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왜 그렇게 더 날씨가 좋아 보이는 것일까. 매일 멋진 풍경을 보면서 쉬는 것이 낙이었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니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아쉽고 그리워질 것 같았다.


우리는 발리에서 자카르타까지 이동 후, 다시 자카르타에서 인천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좌석이 만석인지 궁금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을 하니 빈 좌석이 거의 없어 보였다.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노선이다 보니 언제나 만석으로 가득 차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시간인 12시에 리셉션으로 나왔다. 체크아웃 후 픽업 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픽업을 12시로 예약했는데 기사는 12시 20분 정도가 되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발리의 교통체증을 알고 있기에 기다려서 조금 짜증은 났지만 이해는 되었다.


사누르에서 공항까지 20~30분 정도가 걸렸다. 픽업 기사가 운전하는 내내 나에게 발리에서 어디를 가봤나? 등의 질문을 했다. 가이드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오니 금세 공항에 도착한 것 같았다. 가이드가 가장 추천하는 발리 투어는 헬기 투어라고 했다. 금액은 200달러 정도 하는데 한번 해보면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뭐 상술일 수도 있겠는데 약간 솔깃했다.


예전에는 항상 국제선 터미널을 이용해서 출국했는데 이제는 국내선 터미널을 이용해 인도네시아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았다.



픽업 기사들도 국내선 터미널에 내려달라고 하면 깜짝 놀라곤 했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기 전 e 티켓을 공항 입구에서 확인받은 후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은 제발 딜레이가 안되었으면 좋겠는데 항상 운이다 보니 잠깐 비행 편을 전광판에서 확인한 후 체크인을 하러 갔다.


에어아시아의 체크인 카운터는 17~22번까지였다. 저가 항공이다 보니 대부분이 같은 등급이기에 긴 줄의 끝에 서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발리로 올 때는 살짝 지연이 있었지만 그다지 여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였다. 발리에 올 때는 가방이 가벼웠는데 마트에서 이것저것 샀더니 가방이 무거워졌다. 20킬로그램까지는 추가요금 없이 수화물을 보낼 수 있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물건을 사다 보니 왠지 가방의 무게가 20킬로그램이 넘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 추가 수화물 비용을 결제하면 비쌀 것 같아서 에어아시아 사이트에서 추가 10킬로그램을 구매했다. 추가 수화물 무게를 구매하고 나니 체크인할 때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짐을 보내고 나니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탑승구로 가기 위에 2층으로 올라왔다. 국내선이다 보니 표 검사와 보안검색만 마친 후 에어 사이드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발리에만 있다 보면 이곳이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라는 것을 종종 잊고 지내게 된다.


공항이라 그런지 상점들의 물건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비싼 것 같았다.



시간이 남았기에 스타벅스로 갔다. 운이 좋아 빈자리가 있었다. 전 세계 어느 공항을 가나 스타벅스는 언제나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는 것 같다.


점심은 간단하게 커피와 빵으로 때웠다. 기내식이 있기는 하지만 식사라기보다는 간식 정도 밖에 안되기에 스타벅스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빵과 커피를 주문했다. 국내선 게이트 앞에 좌석이 많기는 한데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이 더 많아서 종종 앉을 자리가 없었다.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분주히 움직이는 승객들로 정신이 없었다.




저번 겨울에 한번 와봤기에 대략 흡연실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스모킹 룸이라 적힌 안내판을 따라가면 한층 더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다.


이 계단을 따라 한층 더 올라가면 흡연실이 나온다.


흡연실로만 사용하기에 너무 아쉬운 풍경이었다. 땡볕이라 그런지 건기이지만 뜨거웠다. 시원한 실내에 있다 밖에 나오니 약간 핑 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 같았다.


발리 공항의 트래픽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흡연실에서 활주로를 보니 여러 대의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국내선 비행기와 국제선 비행기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흡연실에서 내려와 타임 테이블을 보니 비행기가 지연되었다고 나왔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느낌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자카르타에 도착해 다시 3터미널로 이동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심한 지연이 아니기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연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원래는 우리가 탈 비행기는 벌써 게이트에 들어와서 청소 등을 마치고 승객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비행기는 지금 발리 상공 앞쪽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발리섬 앞에서 4번이나 턴을 하고 공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지연되기는 했지만 탑승구 근처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카페에서 나와서 탑승구 쪽으로 이동했다.


탑승구로 이동한 후 마지막으로 발리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흡연실로 이동했다. 게이트 5번으로 에어아시아 비행기가 들어오기에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등이 싸한 느낌이 들었다.




등골이 싸하지만 마지막으로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구경한 후 시간 맞춰 게이트 앞으로 갔다.



5번 게이트 앞에 가니 그 많던 승객들이 없었다. 아빠만 화가 난 표정을 하며 사람들이 다른 게이트로 이동했다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게이트 2번으로 이동했다. 아빠는 화가 나셔서 아무 말도 안 하셨다.



2번 게이트 앞은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이건 줄을 선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눈치껏 줄을 선 후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존(zone) 별로 탑승을 하는데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Late Arrival 15:30은 15시 30분에 탑승을 시작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15시 30분에 비행기가 도착하니 탑승하려면 한참 걸리겠네라고 생각했었다.






LCC다 보니 수화물로 짐을 안 보내고 기내로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3-3배열의 좌석으로 역시나 앞뒤 간격은 무릎이 의자에 닿을 만큼 좁았다.


일단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마음은 편했다. 다음에 다시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라고 하면 약간 망설여질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가격적인 면에서 너무 매력적이라 한두 시간의 짧은 비행이면 살짝 혹 할 것 같다. 옆에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이 보이는데 저거 타면 한 번에 한국까지 갈 수 있는 데라를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옆 옆에 있는 발리의 바다같이 푸른 꼬리날개가 인상적인 가루다 인도네시아를 보고 있는데 라이언 그룹의 항공사이니 윙스라 적힌 여객기가 옆 게이트로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운항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서로 교대를 하는지 터미널 쪽에서 걸어온 운항승무원과 한참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승객 탑승이 완료된 후 푸시 백을 했다. 발리의 겨울(한국의 여름) 하늘은 볼 때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 같다. 가늘 날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더 아름다웠다.


발리 공항이 작은 것 같아 보이는데 활주로에서 바라보니 또 그렇게 작아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 뒤에로 또 다른 비행기가 게이트로 들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활주로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 멀리 주황색 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활주로로 가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내 키가 172 정도 밖에 안되는데 무릎에 앞 의자의 그물망에 닿아서 아팠다. 그물망 대신 조금 부드러운 재질로 하면 안 되었을까.



드디어 비행기가의 기수를 트는 것이 느껴졌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들어서서 금세 활주로 가운데 정렬을 했다. 그리곤 갑자기 굉음을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 몸은 발리를 떠나기 싫은지 뒤로 밀리는데 앞으로 나가는 힘이 더 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갔다. 다음에 발리에 올 수 있을까. 또 오면 어디에 갈까.





남국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였다. 누사페니다에 갔을 때 본 파도는 금세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이 무서웠는데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니 잔잔해 보였다. 저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평온해 보였다. 인간의 삶도 이와 비슷한 것 같이 느껴졌다. 자신은 지지고 볶고 정신이 없는 삶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그저 부럽기 그지없는 편안해 보이는 삶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닐까. 왜, 가까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는 기수를 살짝 틀어서 발리섬을 가로질렀다.



사누르 해변에서 언제나 보았던, 항상 그곳에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궁산이 보였다.


몽글몽글한 구름들이 하늘을 덮고 있는데 아궁산 근처만 더욱더 짙게 구름이 덮여있었다.




발리를 지키고 있는 신 같은 느낌이 드는 산이었다. 다음에 또 보기를 기원하며 비행기는 점점 서쪽으로 향했다.





매일매일 맑은 하늘이었는데 오늘따라 구름이 많았다. 수마트라 섬 쪽으로 향할수록 구름이 더 두껍게 깔려있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이르자 승무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기내식 판매가 시작되었다. 우선 예약한 고객부터 기내식이 제공되었는데, 비행기 티켓을 확인한 후 기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아빠는 치킨랩(?)으로 나는 발리로 올 때 먹었던 나사레막이었다. 기내식도 순식간에 먹고 나니 기내식 용기만 테이블에 남았다.





아직도 한 시간이 넘게 남았다. 한국이면 벌써 도착했을 시간인데 이제 반도 못 왔으니 지루한 비행시간을 잠으로 이기는 사람도 있고, 미리 저장해 놓은 영화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같은 항공기 덕후들은 창문에 붙어서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영상을 찍느라 정신이 없지만 말이다.

식사를 마친 후 아빠는 다시 취침모드로 들어가셨다. 아까 내가 흡연실에 갔다 늦게 와서 아직도 삐진 게 안 풀리셔셔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로 한마디도 안 하셨다.


기내식 판매가 전반적으로 끝나고 나니 기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국내선이지만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 되기에 비행기에서 조금이나마 쉴 시간이 있었다.


자카르타로 갈수록 구름층이 두터워졌다.







구름층을 지나는 횟수가 많아졌다. 지상의 사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기내에는 엔터테인먼트가 없기에 우리가 어디를 지나는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맵스미를 통해 대략 어디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다양한 구름층을 통과하고 비행기는 자카르타에 다다랐는지 점점 비행기의 고도를 낮추었다.





비행기는 구름 속을 빠르게 지나기도 했다. 구름 속을 지날 때는 비행기 전체에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방송으로 착륙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했다.






착륙 준비를 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지상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지그재그로 돌며 계속 고도를 낮추는 것 같았다.




어느덧 시간은 늦은 오후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 발리보다 자카르타가 한 시간 느리기에 두 시간 비행을 했지만 시계는 한 시간 밖에 흐르지 않았다.


드디어 자카르타 주변의 바다와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고 석양의 빛도 보였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기에 아쉬움만 남았다.




빠르게 자카르타 외곽 하늘을 날아갔다. 산이 없는 평지가 넓게 뻗어 있었다.



비행기는 사뿐히 자카르타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 후 활주로에서 터미널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발리로 갈 때처럼 1터미널에 도착했다.


맨 뒷자리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앞사람이 모두 내리길 기다린 후 천천히 내렸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우리의 비행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밤 9시 50분 인천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터미널 3으로 이동해야 했다.



어느덧 자카르타의 하늘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자카르타는 발리보다 훨씬 습하고 공기도 좋지 않았다. 공기 중에 먼지가 가득한 것 같았다.


셔틀 트레인을 타고 터미널 1에서 3으로 이동했다.





한번 와봤던 길이라 실수 없이 셔틀 트레인 타는 곳으로 왔다. 발리로 갈 때보다 짐이 늘어서 캐리어가 꽤 무거웠다.





셔틀 트레인은 2층이기에 다시 한층 위로 올라갔다. 아시아나항공 카운터는 게이트 2번에 있었다.


터미널로 들어가기 전 캐리어와 가방을 엑스레이 기계에 넣고 검사를 받아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 오니 히잡을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의자에 앉아서 땀을 식혔다. 잠깐 이동했을 뿐인데 온몸을 땀으로 샤워를 했다.


이제 한국으로 가는 7시간의 비행만을 남겨 두었다. 야간 비행이라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아쉽지만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