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자카르타로 이동을 했다. 이제 한 번의 비행만 마치면 이번 여행이 끝나게 된다. 2주라는 시간이 길면 길고 또 짧으면 짧은 시간이었다.
아시아나는 이곳에서 외국 항공사이다 보니 카운터가 상시 오픈이 아니었다. 대략 3시간 전쯤 카운터가 오픈하는 것 같았다. 성격이 급한 한국 사람이 많은 탓에 카운터 오픈 전부터 줄이 상당히 길었다.
비즈니스와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멤버는 같은 라인을 이용했다. 이코노미석의 줄이 길다 보니 비즈니스석의 라인에 배정된 카운터는 2~3곳뿐이었다. 그래도 긴 기다림 없이 빨리 체크인을 마치고 출국을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면세구역이 나왔다.
면세품 코너에는 한국산 담배가 즐비했다. 한국 면세점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담배로 진열장이 채워져 있었다.
발렌타인을 한 병 사려고 주류코너에 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면세점에는 발렌타인 파이니스트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매장도 같은 제품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이것밖에 없으니 살 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도 못하고 있었기에 바로 라운지로 향했다. 라운지에 가서 일단 씻고 싶었다.
지난겨울에도 와봤기에 쉽게 라운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세워진지 78주년이 되는 것일까. 라운지 앞에 78이라 적힌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라운지에 자리 잡자마자 샤워실로 갔다.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사워 용품은 다 있기에 편하게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이제는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아, 푸드 코너로 갔다.
일단 먹음직스러운 것들을 담아가지고 왔다. 그리고 즉석요리도 한 접시 주문했다.
내가 이것저것 가져와 아빠도 샤워를 마치고 나오셨다. 처음에는 샤워를 안 한다고 했는데 샤워를 하고 나니 살 것 같다고.
아빠와 나는 샤워 후 기분이 꽤 업이 되었다.
라운지 입구에 흡연실이 있기에 라운지 내에서 흡연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탑승 15분 정도를 남기고 게이트 앞으로 왔다.
보잉 777-200기종으로 스타얼라이언스 도장이 인상 깊었다.
탑승이 시작되었다. 길고 지루했던 하루가 점점 끝나가는 것 같았다.
3-3-3 배열로 되어 있는데 마지막 두 좌석은 2-2였다. 원래 우리 자리는 맨 뒷자리가 아닌 한 칸 앞이었는데, 체크인 시 물어보니 맨 뒷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자리를 변경했다.
대형 항공기에 거의 풀로 좌석이 차다 보니 탑승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중거리 비행이니 담요와 베개가 제공되었다. 비행기에 탔을 때는 담요가 걸리적거렸지만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담요가 절실히 필요했다.
자카르타에서 인천까지는 5000여 킬로미터로 비행시간은 대략 7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에어아시아보다는 앞뒤 간격이 훨씬 넓었다. 살짝 다리를 꼬을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살짝씩 빈자리가 보이는 것 같지만 거의 대부분의 좌석은 차있었다.
밤 10시를 향해가는 시간이라 공항은 조용했다.
또 한참을 달려 활주로로 갔다. 밖에는 활주로의 조명뿐 모든 것이 고요했다. 공항은 낮의 활발함은 어디로 갔을까. 이 밤늦게 이곳을 떠나고 있는 사람들.
밤이라 그런지 활주로까지 가는 길이 더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밤의 공항은 불빛으로 황홀하게만 느껴졌다.
활주로에 도착한 후 비행기는 육중한 엔진 소리를 내며 텅 빈 활주로를 달렸다.
만석이라 그런지 이륙할 때의 느낌도 육중했다.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니 자카르타의 야경이 보였다.
생각보다 야경이 화려했다.
해안가에 보이는 야경은 이곳이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했다.
자카르타의 해안을 벗어나니 이때부터 한동안 바다 위를 날았다.
비행기는 기수를 북으로 잡고 적도를 향해 날아갔다. 바다 위를 날고 있기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뿐이었다.
비행기가 안정 고도에 이르니 기내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간단한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밤늦은 시간에 먹는 기내식. 샌드위치 하나이기에 얼굴 부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라운지에서 대강 이것저것 먹고 왔는데도 샌드위치가 뱃속에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샌드위치를 다 먹으니 기내는 다시 어두워졌다.
창밖으로는 비행기 날개 끝에서 나오는 깜빡이는 불빛뿐이었다..
모두들 피곤한지 다들 취침모드에 들었다.
비행기는 어느덧 보르네오 섬을 지나고 있었다. 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핸드폰으로 인도네시아 여행을 한 사진을 확인하는데 내 자리에서도 조금씩 보였다. 청각 장애인인지 승무원이 종이에 글을 써서 승객과 대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앞자리에 앉은 분은 인도네시아의 화산 투어를 다녀왔나 보다. 힐끗 본 사진이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멋진 사진이었다. 특히 그분이 청각적인 핸디캡이 있는데도 그 높은 화산을 올라서 찍은 사진을 보니 사람의 의지는 모든 것을 해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나도 화산 투어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끔씩 어둠 사이로 불빛이 보였다. 지구 곳곳 사람이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르네오 섬을 지나 이제는 필리핀 영역으로 진입했다.
도시 옆을 지나는지 지상의 불빛이 꽤 컸다.
번개가 치는지 불빛이 번쩍거렸다.
이 높은 곳에도 구름층이 있는지 주변이 희미하게 보였다.
도시의 불빛을 보니 뭔가 반가웠다.
필리핀을 가로질러 계속해서 북쪽으로 향했다.
간간이 비행기 옆으로 번개가 쳤다.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번개 치는 모습은 신기했다.
필리핀을 지나니 이제 비행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야간비행이라 언제나 걱정이 되지만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2000여 킬로미터. 먼 것 같지만 비행기로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 지겨운 비행시간도 비행기에서 내리면 또 그리울 것이다.
앱 인 더 에어라는 앱은 대략 내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한동안 또 검은 하늘만이 계속되었다.
적막한 하늘을 날고 있다 강한 불빛이 아름답게 들어왔다. 대만 동쪽 해안을 따라 날고 있었다.
동쪽 해안보다는 서쪽이 화려했다. 그리고 가운데는 높은 산들 때문에 텅 빈 것 같이 보였다.
타이폐이 부근에 오니 대낮같이 밝았다.
이제 비행시간은 대략 두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길었던 7시간의 비행도 두 시간 뒤면 끝났다.
대만을 지나쳐 나오자 기내의 불이 밝아졌다.
그리고 두 번째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아메리칸식 또는 죽이었다. 입이 껄껄해서 나는 조금 자극적인 맛이 필요해 아메리칸 식으로 아빠는 오늘도 죽으로 주문했다.
화장실에 가려고 비상구 앞에 서있는데 어느덧 하늘은 동이 트고 있었다. 그사이 어둠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해가 뜨는 방향으로 앉고 싶었지만 원하는 좌석은 다 차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반대쪽으로 좌석을 지정했었다.
내가 탄 서쪽 하늘도 신기하게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종실에서 본다면 어떤 느낌이고 어떻게 보일까.
고고도로 높게 오래 날아서 그런지 창문은 차가웠다.
기내식을 먹고 나니 사람들이 잠에서 깨었나 보다. 조용했던 기내가 조금 활기차졌다.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보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몰랐다. 이 순간은 짧기에 살짝 졸리긴 하지만 놓칠 수 없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 보이는 것은 구름과 하늘밖에 없기에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제주 상공을 지날 무렵 하늘에서 한라산을 보고 싶었는데 구름 때문에 제주도를 볼 수 없었다.
한국 영토에 들어선 비행기는 조금씩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인천에 가까워 올수록 더 많이 고도가 낮아지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여러 번 구름층을 통과하고 선회를 했다.
선회를 할 때는 지상의 사물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보름 정도 밖에 떠나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오는 데 몇 년이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착륙 후 터미널로 이동하는 시간이 비행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여행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지만 어딘가 후련한 느낌도 들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새벽시간이라 입국심사는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짐만 나오면 되는데 이 시간이 제일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입국장 면세점도 이용해 보고 싶은데 몸이 힘드니 이번에도 다음으로 패스해야 했다.
아빠는 때마침 공항버스 시간과 맞아서 공항버스를 타고 가셨다.
전에는 공항버스를 탈 때 그냥 교통카드를 찍고 탔던 것 같은데 인천공항에서 탑승을 할 때는 승차권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매표소로 가서 표를 사 왔다.
나는 새로 개통한 서해선을 이용해 예전보다 편하게 집까지 갈 수 있었다. 이렇게 2주간의 발리 여행이 이렇게 끝나버렸다.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여행이었다.
자카르타에서 인천으로 올 때는 보르네오 섬, 필리핀, 대만을 경유해서 왔다.
그런데 인천에서 자카르타로 갈 때는 상하이,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를 지나서 갔다. 아마 태풍을 피해 가느라 살짝 돌아서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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