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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집에서 십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하이원 추추파크가 있지만 발이 잘 안 가졌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첫해에 가본 후 약간 실망하기도 해서 그 앞을 지나가기만 했다. 친구가 한 달 전 추추파크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본 후 너무 극찬을 해서 나도 한번 타보고 싶었다. 

 

현충일이 낀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을 것 같아서 쿠팡에서 미리 예매를 하고 갔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관광지라 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산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방역이 많이 풀려서 추추파크에는 활기가 띠었다.

 
 

주차를 한 후 주차장 앞에 있는 증기기관차와 사진을 찍은 후 매표소로 갔다.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매표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전에 예약을 했기에 예약자 성명만 말하니 바로 표로 바꿀 수 있었다. 탑승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기에 시간 변경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이날은 예약이 꽉 차서 변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추추파크 레일바이크는 추추파크에서 표를 구매하거나 표를 받은 후 버스로 통리역으로 이동한 후 레일바이크를 타고 다시 추추파크로 돌아왔다.

 

추추파크의 유럽풍 건물도 인상적이지만 주변 산세도 아름다웠다.

 
 

추추파크의 테마가 기차이기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가 있었다.

 
 
 

몇 년 전에 왔을 땐 놀이 기구도 운영하지 않고 사람도 거의 없어서 을씬년스러웠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과 방역이 달라지면서 관광객들이 많아지니 리조로서 활기를 띠었다.

 

손님이 두 명뿐이지만 기차는 신나게 철길을 달렸다.

 

예전 추억이 떠올라 추추파크 트레인 빌리지로 갔다. 너무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는데 시설투자가 너무 안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2년 전이나 오늘이나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더 트레인 빌리지 시설은 안 좋아진 것 같았다.

 
 

기차 표면 도색이라도 깔끔하게 해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탑승시간이 많이 남아서 여유롭게 추추파크를 돌아다녀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유일의 스위치백 철도를 경험해 볼 수 있다. 태백에서 삼척으로 넘어오는 산의 높이 차이를 극복하고자 만든 철도 방식으로 기차가 지그재그로 가는 방식이다.

 
 

기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운행 중인지 플랫폼은 사람도 기차도 없이 비어 있었다.

 
 

스위치백 철도 타는 것은 그다지 익사이팅하지는 않지만 기차가 지그재그로 이동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들한테 흥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에 왔을 때는 본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날은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탄탄대로, 이 추추파크로 탄탄대로를 걸었으면 좋겠는데 리조트가 가진 자원에 비해 아직까지 관광객이 적은 것 같다. 홍보의 부족도 있고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본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나비 표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럽의 기차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차가 테마인 리조트이기에 리조트 곳곳에서 기차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주변 풍경에 넋을 놓아 버렸다. 한동안 말없이 창문만 바라보았다.

 

유럽의 어느 역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리조트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더 기차를 활용한 테마를 이용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관 2층에서는 정글탐험대라는 전시관이 있는데 입장료가 있어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레일바이크 탑승시간이 다 되어 레일바이크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국내 유일의 7킬로미터가 넘는 레일바이크라고 한다.

 
 

탑승장에는 통리역까지 운행되는 셔틀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추추파크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증기기관차와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전반적으로 리조트가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조금만 시설에 투자를 한다면 더 멋진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셔틀버스를 타기 전 직원분께서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레일바이크에 앉을 때 송진가루가 뭍을 수 있기에 비닐봉지를 깔고 앉으라고 했다. 통리역으로 가는 길에 레일바이크 안전 수칙을 방송했다. 과속하지 않고 앞뒤 간격을 지키기 등의 기본적인 수칙들이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직원의 안내에 따라 레일바이크 타는 곳으로 갔다. 작년에 오로라 파크에 왔을 때 기관차 한 대가 서있었는데 아마 그 기관차로 레일바이크를 끌고 오는 것 같았다.

 
 

오는 순서대로 레일바이크에 탑승했다. 뒤차에 쫓겨서 정신없이 가는 것이 싫어서 최대한 늦게 탑승했는데 이 레일바이크는 처음에 타야 가장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레일바이크였다.

 

사람들을 따라 탑승 지역으로 걸어갔다. 비가 올까 걱정이 되는 하늘이었다.

 

폐선이 되기 전 여객이든 산업열차든 이곳을 통해 동해로 가고 서울로 갔는데 이제는 폐역이 되어 가끔 오는 관광객만이 이곳을 방문했다.

 
 
 
 

앞에 서있는 바이크는 벌써 자신의 갈 길을 떠났다. 우리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바이크에 탑승했다.

 

35번 바이크. 역시 레일바이크의 좌석은 불편했다. 추추파크 레일바이크는 편도이기에 다시 턴해서 돌아올 필요가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출발 전 인상 숏을 찍었다. 코앞에 있는데도 큰마음을 먹어야 온다는 것이.

 

앞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앞차가 출발했다. 앞차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앞차가 충분히 멀어진 후 우리도 출발할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이다. 평지 구간을 몇 십 미터 가는데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철로에 난 잡초들 때문에 영화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평지 길이 끝나자마자 이제 7킬로미터나 되는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친구 말대로 페달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이젠 중력과 마찰력만으로 바이크를 제어해야 했다.

 
 

바이크는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철길을 내리 달렸다.

 

페달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특히 우리는 체중이 나가는 사람이 둘이나 되어 다른 바이크보다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졌다.

 
 

밖은 후텁지근했는데 터널 안을 지날 때는 너무 시원했다.

 

길고 짧은 터널이 계속 나왔다. 내려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탈선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터널이 너무 많아서 세다가 포기했다. 터널 밖으로 나올 때 그 환함은 사람을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즐겼다.

 
 

앞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가벼운가 보다, 우리의 바이크는 질주본능을 감출 수 없다는 듯 미친 듯이 아래로 내려갔다.

 
 
 
 

밋밋한 터널도 있고 조명으로 장식한 터널도 있었다.

 
 

일부러 풀을 내버려 둔 것일까? 잡초가 무성한 철로가 오히려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냈다.

 
 

나의 인생 멘토인 선생님께서 뒤에서 아빠와 나를 중간중간 찍어 주셨다. 앞자리 보다 뒷자리가 덜 무섭다고 하셨다. 앞자리는 바람을 그대로 맡기에 더 속도감이 느껴졌다.

 
 

끝을 모르던 내리막길이 끝나고 바이크에서 내렸다. 너무 정신없이 내리 달렸다. 내 힘 하나도 안 들이고 신나게 속도를 냈던 레일바이크였다.

 
 

길게 탄 것 같은데 아직도 귓가에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기차를 테마로 한 리조트이기에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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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여행은 언제나 짧은 것 같다. 짧은 여행이지만 그만큼 삶의 리프레시도 강한 것 같다. 긴 여행도 좋지만 주말에 즐기는 짧은 여행이 오히려 더 행복할 때가 있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어디를 가야 할까 방황을 했다. 이순신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여수당 앞에는 아침부터 벌써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아침부터 화창했다. 열차 시간까지는 세 시간 정도 남았는데 어디로 가야 할까! 일단 이순신 광장으로 걸어갔다. 정오 전이지만 광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였다. 샤워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옷은 다 젖어 있었다.

 

파란 하늘로 보이는 구름들, 오늘따라 바다가 더 푸르게 보였다.

 

아름다운 바다로 풍덩하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걸어 다니기에 날씨가 너무 더웠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유람선은 유유히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배에는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배의 갑판은 얼마나 더울까!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무엇을 해야 할까. 3~4시간 무엇을 하기에 가기엔 애매한 시간인 것 같다. 이럴 땐 애매한 체크아웃 시간이 너무 싫었다. 자차로 왔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다 보니 제약사항이 많았다.

 
 
 

너무 더워서 더 이상 걷다가는 쓰러질 것 같아서 전날 보았던 카페로 들어왔다. 투썸플레이스 2층으로 올라와 앉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여수의 풍경은 그림 같았다. 역시 몸이 편해야 보이는 풍경도 아름다운 것 같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시원했지만 통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뜨거웠다. 그래도 창가 좌석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창가에 앉아 있었다.

 

멍하게 케이블카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케이블카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탑승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남겨두고 택시를 타고 여수엑스포역으로 이동했다. 시내에서 역까지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날 아빠가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던 엑스포역 앞에 있는 조형물과 사진을 찍었다.

 

조형물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음식점들이 있었다. 배도 고프기도 했고 서울에 도착하면 6시가 되기에 늦었지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기차를 탑승하면 좋을 것 같았다.

 
 
 

건물 안 다른 조형물이 꽤 인상적이었다. 바다로 놀러 가는 가족들. 가족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출근하는 길도 매일매일 이렇게 가벼우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 좋아하던 돈까스보다 이날은 짜장면과 탕수육에 끌려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세트메뉴로 주문했더니 짜장면, 탕수육, 짬뽕이 나왔다. 기차 탑승 전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기차 탑승 시간이 거의 다 되어 플랫폼으로 갔다. 우리가 타려는 기차는 서울역까지 운행되는 기차였다. 순천-구례구-남원-전주-익산-공주-오송-광명을 지나 서울역까지 가는 기차로 대부분의 기차가 용산으로 가는 반면 이 기차의 종착지는 서울역이라 신기했다.

 

오른쪽에는 산천이 왼쪽에는 유럽산 KTX가 정차해 있었다.

 
 

KTX4번 열차로 초창기에 들어온 기차 같아 보였다.

 
 
 

기관차 포함해 총 20량의 기차는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이렇게 긴 열차가 시속 300킬로미터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KTX 산천보다 상어를 닮은 구형 KTX가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천에 비해 앞뒤 간격이 좁은 것 같지만 내부 디자인은 아늑해서 산천보다 구형 KTX가 훨씬 더 좋았다.

 
 
 
 

역시 KTX 일반 석은 자리가 좁은 것 같다. 내가 덩치가 크다 보니 아빠랑 둘이 앉으니 자리가 꽉 차버렸다. 다음엔 특실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갑자기 예매한 표라서 좌석이 역방향밖에 없었다. 표를 살 때는 역방향인지도 모르고 예매했는데 기차를 탑승하고 난 뒤에 역방향인지 알게 되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기차는 역을 빠져나오니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익산까지는 고속선이 아니기에 일반 열차의 속도로 철로를 달렸다.

 
 

순간순간 옆으로 지나가는 열차 때문에 깜짝깜짝 놀랐다.

 
 
 

순천을 지난 기차는 지리산 자락을 끼고 북으로 달렸다. 천천히 가도 기분 좋은 길이었다.

 
 
 

지리산 자락을 나온 기차는 전주를 지나면서 넓은 평야를 만났다. 시원시원한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익산에서 고속선에 진입한 기차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속도가 증가할 때마다 느껴지는 기차의 진동과 바람 소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방향의 좌석이라 조금 어질어질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 속도감이 너무 좋았다.

 
 

기차는 오송역에 가까워져 오니 다시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오송 드리프트를 지나면서 기차는 경부선 본선과 합류되고 있었다.

 
 
 

경부선에 진입하려고 하니 다른 열차가 우리보다 먼저 빠른 속도로 오송역을 지나고 있었다.

 

경부선 본선에 진입한 기차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차는 광명역에 도착해 많은 승객들을 내려주었다.

 
 

다시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강을 지나 서울역에 진입하기 전 남영역 부근부터 서행을 하기 시작했다.

 
 

여수에서 서울까지 세 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익산까지는 고속선이라 한 시간 반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나머지 구간은 일반 선로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속철과 일반 철로를 둘 다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이라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노선 같았다.

역시 여행의 마무리는 서울역에서 내려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기차의 시작과 끝이 있는 곳에서 짧은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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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는 곳은 아니지만 여수 여행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한 것 같다. 여수에 도착하면 머릿속의 카세트 플레이 자동으로 플레이 된다.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 여수를 생각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이 여수 밤바다가 아닐까.

 
 

숙소에 짐을 놓고 이순신 광장으로 나왔다. 북부지방은 후텁지근하고 더웠는데, 이곳은 따가울 만큼 햇살이 강했다. 그래도 날이 맑으니 기분이 저절로 업이 되었다.

 

광장에서 돌산대교가 보였다. 주각의 한쪽은 장군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세워진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이순신 광장의 조형물은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은은하게 바람을 따라 느껴지는 바다의 짠 내. 아침에는 서울에 있었는데 오후에 여수에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길가에 핀 꽃은 설렘 가득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레트로한 감성(?) 아니면 구닥다리 건물이라 해야 할까. 요즘 표현으로 레트로 감성 가득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창가에 기대어 와인을 마시며 바다를 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햇볕은 뜨겁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혀주었다.

 
 

우리가 타려고 했던 미남크루즈가 장군도를 지나 항해를 시작했다.

 
 
 
 

언제 타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여수 케이블카는 끊임없이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미남크루즈는 서서히 돌산과 여수 사이 바다에 접어들어 속도를 냈다. 이번 여행의 메인이 미남크루즈에서 여수의 야경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놈의 미련이란 감정은.

 
 
 

아빠도 크루즈를 탄다는 기대감이 컸는데 멀리서 보기만 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고만 하셨다.

 
 

매번 보던 시각이 아닌 다른 시야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또 어떤 느낌이 들까.

 
 

크루즈를 못 타서 아쉽지만 그래도 이곳 여수, 특히 여수 바다를 보고 있는 지금이 행복했다.

 
 

우중충한 날씨의 서울을 벗어나 맑은 하늘을 보고 있는 이 순간은 우리의 소확행이었다.

 
 
 
 

걷다 보니 땀이 많이 났다.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이곳은 장마와 상관없는 것 같아 보였다. 카페에서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커피를 사서 벤치에 앉아서 마셨다. 카페에서 마실까 생각했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며 마시고 싶어서 밖이 살짝 덥지만 밖으로 나왔다.

 
 

더운 날씨 때문에 체력이 금방 방전되는 것이 느껴졌다.

 

저 크루즈는 어디까지 갔다 오는 것일까? 우리가 그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이 다시 미남크루즈가 보였다.

 

배의 갑판엔 사람들이 많았다. 속으론 뜨거울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타면 갑판이 뜨거울 것 같지만 나중에 오면 한번 타보고 싶었다.

 
 

섬섬여수. 섬과 섬이 많은 곳이기에 이 도시의 브랜드명은 섬섬여수인 것 같았다. 섬섬이라는 말의 어감이 부드러워서 좋았다.

 
 

그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니 다시 체력이 올라왔다. 그사이 뜨거웠던 햇살도 많이 누그러졌다.

 
 

하멜 등대가 보였다. 딱 저기까지만 걸어갔다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구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호수같이 느껴졌다.

 
 
 

서쪽 하늘은 주황색으로 또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낮은 고요함은 사라지고 진정한 여수 밤바다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오고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매분마다의 하늘의 모습은 다르게 보였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다.

 

뜨거운 한낮보다 지금 저 케이블카에서 이 바다와 여수를 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멜등대로 오니 하늘은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하늘색으로 하늘은 점점 극적으로 변해갔다. 황홀했다. 오늘 하루가 또 이렇게 가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사진 속에서지만 하멜 등대를 이렇게 저렇게 한 손으로 들어 보았다.

 
 
 
 

타지마할을 들 듯이 꼭지만 잡아서 들어도 보았다. 꼭 해외에서만 저런 설정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을까. 일상에서도 이렇게 즐길 수 있는데 말이다.

 
 
 

나는 넋을 놓고 하늘과 바다를 보고만 있었다.

 
 
 
 

이제 길가의 가로등에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있었다. 하루가 참 짧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멜등대를 보러 온 관광객이 꽤 많았다. 여수 밤바다 주변의 포차에는 관광객들로 벌써부터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보였다.

 

하멜전시관 앞에서 작은 공연이 있었다. 가수가 유명하든 무명이든 이 순간만큼은 최고의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여수의 노을이 너무 좋기에 하멜등대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또 내일은 서울로 돌아가야 하기에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었고 아쉽다 않게 즐겼다.

 
 

이제 해도 완전히 사라지고 동쪽에서부터 어둠이 몰려왔다.

 

맛집들은 웨이팅도 길고 먹고 있는 사람도 많기에 맛집들은 지나치고 손님이 조금 적은 곳으로 왔다. 맛집이 뭐 대수인가 내가 먹어서 맛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여수에 왔으니 문어 삼합을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문어 삼합을 먹다 보니 술이 오늘따라 술술 들어갔다. 그리고 문어 라면까지. 차 없이 온 여행이기에 술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오래간만에 아빠와 진솔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저녁이 되니 공기가 선선했다. 맥주 몇 잔을 마시니 알딸딸한 게 기분이 좋았다.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 아쉬우니 다시금 하멜등대 쪽으로 향했다.

 

이제 바다는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까만 바다엔 조명 불빛만이 잔잔하게 흔들거릴 뿐이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온 것일까? 사람들도 북적이고 이제 좀 관광지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쿵짝쿵짝의 소리도 시원한 밤바다도 모든 게 행복한 밤이었다.

 
 
 

낮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낮과 밤 모두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지금부터가 여수 밤바다의 시작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동결되었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모르게 이곳은 활기를 띠었다.

 
 
 

어느덧 시간은 10시를 넘어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따라오는 그 길에서 나도 모르게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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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떠나는 기차여행이라 많이 설레었다. 갑자기 떠난 여행이라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 숙소도 급하게 알아보고 계획도 없었다. 그냥 기차 타고 멀리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가고 싶었던 숙소도 만실이라 저렴한 숙소로 예약을 했다. 6월 한 달간 코레일에서 다른 여행사와 제휴해서 기차표와 여행상품을 같이 구매하면 기차표가 반값이었다. 우리는 왕복 KTX 티켓과 여수 미남크루즈를 예약했다. 크루즈 예약할 때 날짜를 지정해서 다 된 건가 생각했는데 다시 여행사에서 보내준 링크로 들어가서 미남크루즈를 예약했어야 했는데 스팸문자라 생각해서 링크를 누르고 예약을 다시 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부랴부랴 예약을 하려고 하니 야경투어는 매진이라 웹투어로 전화해 사정을 이야기하고 미남크루즈는 취소했다.

 
 

어찌 되었든 여수행 기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으로 왔다. 여수 갈 때는 주로 비행기나 승용차를 타고 가다 보니 용산역은 오랜만이었다. 서울역만큼 산뜻한 느낌은 덜하지만 카카오 프렌즈 숍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오전 기차는 모두 매진이라 12시 열차로 예약을 했다. 갑자기 중부지방은 비가 내리려고 해서 날도 습하고 더웠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일어나 기차역에 오니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났다. 역에 있기에 들어간 커피숍의 커피 맛과 향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도 한 번 더 가고 싶었다.

 

앱으로 기차 플랫폼을 확인한 후 다시 한번 던 전광판으로 확인 후 기차를 타기 위해 내려갔다.

 
 

전광판에는 목포행과 여수행 기차가 같은 플랫폼에 같은 시간으로 나오기에 의아했다. KTX산천 두대가 연결되어 익산까지 같이 간 후 분리되에 한 대는 호남선을 계속 따라서 다른 한 대는 전라선을 따라갔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이런 형태의 목적지가 다른 중련 연결을 많이 보았는데 한국에서 보니 신기했다. 우리가 타는 열차 등록번호도 119였다.

 

산천어처럼 생긴 열차의 주둥이가 서로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진짜 물고기 두 마리가 뽀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련으로 연결되었기에 탑승하는 승객이 많았다. 작년에 KTX 이음을 타본 후 아마도 처음 타는 기차 같았다. 산천은 예전에 타보고 좌석이 불편해서 좋은 기억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방향 좌석이 없기에 그 점은 좋았다. 여수에서 올 때는 역방향을 타고 왔지만.

 

저상 홈이라 탑승을 위해서는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최근에 나온 이음은 저상과 고상홈에서 둘 다 사용하는 점이 좋고, 그리고 이음이 다니는 노선의 경우는 대부분 고상홈이라 짐을 가지고 기차에 타고 내릴 때 편했다.

 
 
 

기차가 뭐가 되었든 오랜만에 기차를 탄다는 것에 설레었다.

 

다른 승객들이 오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KTX 매거진의 앞뒤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앞뒤 모두 사진으로 되어 있어서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구분이 모호했지만 이점이 마음에 들었다.

 
 

기차 안에 들어와 앉으니 시원했다. 기차는 서서히 용산역을 출발했다. 드디어 떠나나 보다.

 
 

한강을 지나고 경부선을 따라 달리던 기차는 지하터널로 진입하니 첫 번째 역인 광명역에 도착했다. 용산에서보다 많은 승객들이 광명에서 탔다. 그리고 다시 기차는 도시 외곽으로 나오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해안고속도로도 지나고 지하철 4호선과 선로가 교차하며 지났다.

 

어느덧 기차는 조금씩 진동을 하고 휙휙 소리가 났다. 속도는 280킬로미터를 왔다 갔다 했다.

 
 

천안아산을 지났다. 또 이곳에서 많은 승객이 내리고 탔다.

 
 

오송을 지난 후 우리 기차는 경부선에서 분리되어 나와 오송 드리프트라 불리는 구간을 지났다. 한쪽에는 일자로 뻗은 경부선이 보였고 우리는 굽이가 큰 고가구간을지나고 있었다.

 

호남선에 들어선 후 속도를 내던 기차는 밤꽃 나무 가득한 공주 역에서 정차를 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만들어진 공주 역을 보니 이런 곳에 왜 기차역을 세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공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여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는 역.

 

공주 역을 나온 기차는 다시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게 느껴졌다.

 
 

드디어 시속 300킬로미터에 도달했다. 평야라 그런지 기차는 시원하게 속도를 내는 것 같았다. 푸른 들판 사이를 달리고 있으니 마음도 시원했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니 익산까지 금방 와버렸다. 익산에서 앞 열차와 우리 열차를 분리했다. 우리는 익산에서부터는 고속철로가 아닌 일반 선로를 이용하기에 서행을 했다. 익산까지 오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는데 이제 익산에서 여수까지 한 시간 반을 더 가야 했다.

 
 
 

모가 심어진 들을 보니 그냥 기분이 좋았다. 기차가 지리산 쪽으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이런 광활한 들판이 계속 보였다.

 
 

들판의 끝을 알 수 없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것만 보일 뿐이었다.

 
 
 

전주역을 지나 우리는 계속해서 남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날씨가 좋았다.

 
 

이제는 들판이 아닌 산과 강만이 보였다.

 

춘향이의 고장 남원을 지났다.

 
 

화장실에 갔다 오면서 둥근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여수가 멀긴 먼 것 같다. 아직도 더 가야 하니.

 
 

곡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영화가 먼저 생각난다. 장엄한 태백산맥이 보이고 섬진강이 우리를 따라 흘렀다.

 
 

예전 전라선 철길이 보였다. 2000년 초반에는 여수에 가려면 6시간이 걸렸었다. 그래도 KTX 때문에 반절밖에 걸리지 않으니 더 좋아져야 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때만큼의 설렘과 낭만은 없어진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 편하고 좋지만.

 
 

무슨 하늘이 이렇게 파란지. 중부지방은 날씨가 흐린데 이곳은 살이 탈 정도로 햇살이 뜨거웠다.

 

기차는 경전선과 전라선이 교차하는 순천에 도착했다.

 
 

역시 큰 도시라 기차의 대부분 승객이 내렸다.

 
 

빈 좌석이 많이 보였다. 우린 이제 조금 더 남으로 내려가면 되었다.

 

순천에서 여수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여수공항 근처를 지날 땐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여수에 내리니 뜨거웠다. 남도는 벌써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여수역이 종착역이다 보니 한참을 걸어서 역으로 갈 수 있었다.

 

플랫폼 양옆에는 기차가 서있는 모습에서 유럽의 향기가 느껴졌다.

 
 

여수역 앞에서 사진을 찍고 너무 덥기에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https://youtu.be/ZneWyHySN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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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이라 그런지 벌써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역시 퇴근 후 오는 여행은 시기이 너무 빨리 간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 일본 여행, 주말 중국 여행, 주말 베트남 여행 등 주말에 갈 수 있는 여행은 다 해본 것 같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여행은 주말 보라카이 여행이었다. 진짜 보라카이 바다에 발 두 시간 담그고 온 기억밖에 없는 시간에 쫓기는 여행이었다. 아무튼 주말여행은 언제든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다.

 

토요코인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 조식 제공이 아닐까.

 
 

제공되는 조식의 퀄리티도 꽤 괜찮은 편이다. 아침의 시작을 든든하게 할 수 있었다. 특히 오랜만에 본 부산우유가 반가웠다. 2년간 열심히 부산우유에 단백질 파우더를 넣어 먹었던 지난 과거가 떠올랐다.

 
 

무료 조식이다 보니 사람들이 꼭 빼먹지 않고 조식을 먹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이지만 사람이 꽤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부족한 잠을 더 자고 체크아웃 시간 보다 조금 빨리 숙소에서 나왔다. 오후엔 기대하고 고대하던 기장에 있는 아난티 힐튼 부산으로 옮겨야 했기에 배낭을 멘 상태로 나가야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대신 뜨겁기도 했다. 이기대의 끝에는 오륙도가 선명하게 보였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파란 동백섬과 이기대. 모든 것이 파란 나라였다. 파란 나라에선 빨강과 노랑이 톡톡 튀어 보였다.

 
 

햇살은 뜨겁지만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와 뜨거운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었다.

 
 
 

시원한 바다로 풍덩하고 싶었지만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가방만 없으면 조금 더 편하고 자유로울 텐데 어쩔 수 없이 매고 있어야 하니 짐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바다가 좋은지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을 뛰고 있었다.

 
 
 
 

전날엔 선명하게 보지 않던 모래작품들이 디테일하게 보였다.

 
 
 
 

모래축제를 준비하는 작가들의 손이 분주해 보였다. 모래축제 기간에 왔으면 완성된 작품을 보았을 텐데 미완성의 작품만 보고 간 것이 아쉬웠다.

 
 
 

어제는 못 본 귀염둥이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역시 부산은 여름인 것 같았다.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는 제트스키가 부러울 뿐이었다.

 

아빠의 지인분께서 주신 기프티콘을 이용하러 스타벅스에 갔다. 창가 쪽 자리가 없어서 다른 자리에 먼저 앉았다.

 
 
 

내가 음료와 케이크를 가지고 자리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옆자리가 비어서 창가 자리로 옮겼다. 우리 테이블 근처에는 언어 교환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뭔가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며 힐튼으로 가기 전까지 시간을 보냈다. 힐튼에서 얼리체크인을 해주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기에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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