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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변수가 참 많은 여행인 것 같다. 섬진강 벚꽃길을 달리다 창원으로 향하는데, 이정표에 구례 화엄사가 보였다. 창원에 빨리 도착할 필요가 없었기에 우리는 목적지를 바꿔 구례 화엄사로 향했다.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계획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재미가 있는 것. 이번 여행에서 계획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례 화엄사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이 많아졌다. 네비는 화엄사까지는 1~2킬로미터 남았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차량이 정체되어 있어서 우리는 사하촌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화엄사로 향했다. 그런데 차가 많아서 차가 밀리는 것이 아니라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어서 매표소 앞에서만 차량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었다. 화엄사 입구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기에 차를 타고 화엄사 앞까지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사하촌 식당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기에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걸어가는 사람이든 차를 타고 절로 들어가는 사람이든 입장료는 똑같았다. 이런 것을 몰랐던 우리는 괜히 걸어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절이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들어가는 입구가 꽤 길었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해 벌써 3군데를 들렸다 이곳에 오니 체력이 바닥이 되어서 절로 걸어가는 길이 조금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차를 식당가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옆을 지나가는 차를 보며 살짝 부러웠다.

 
 

부처님 오신 날까지는 한 달이 남았지만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연등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걸어가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를 타고 가면 놓치는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지리산 골짜기를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 야생녹차 재배지로 갔다. 야생녹차 재배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태가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사람들의 흔적이 많지 않은 길 같아 보였다. 우리보다 먼저 온 다른 분이 오두막에 앉아서 이른 봄의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4월의 첫 주이지만 남도의 햇빛은 뜨거웠다. 서울은 아직까지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곳은 봄과 여름의 중간에서 밀당을 하는 것 같았다.

 

야생 녹차밭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냥 지나쳐 간다면 그냥 나무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잘 정리되니 녹차밭의 통일감도 좋지만 이렇게 자라는 녹차밭의 자연스러움도 좋았다. 인위적인 느낌이 어느 정도 배제된 자유로움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 밖에 걷지 않았는데 체력이 후덜덜거렸기에 잠시 그늘에 쉬면서 체력을 충전했다.

 

우리는 다시 도로로 나와 계곡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계속해서 오르막을 오르기에 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걷다 보니 화엄사 입구에 도착했다. 화엄사 입구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걸어서 왔던 것이다.

 

힘들게 걸어서 왔으니 입구에서 먼저 인증숏을 남겼다. 왠지 여기까지 걸어서 왔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절이라 뭔가 기대가 되었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귀엽지만 뭔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은 조각상이 서 있었다.

 
 

유명한 절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꽤 많았다. 그리고 절 자체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느낌에 점점 매료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절을 방문하는 것이 좋아졌다. 아빠와 나는 믿는 종교가 따로 있지는 않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국내를 자주 여행하다 보니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산속에 있는 절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절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 한 곳 한곳에 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항상 앞만 바라보고 앞에 놓여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가끔 이렇게 뒤를 돌아보면 또 다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쉽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크고 웅장한 범종의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았다.

 
 
 
 

나무 기둥과 처마에서 이곳의 세월이 느껴졌다. 법당은 크고 웅장했지만 뭔가 모를 아늑함이 느껴졌다.

 
 

화엄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홍매화가 보였다.

 

사람들은 홍매화와 사진을 찍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었다. 좋은 자리에서 이쁜 사진을 찍기 위해 약간의 눈치 전쟁을 해야 했다.

 

어느 곳이 이쁘게 나올지 모르기에 우리도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었다. 내 카메라 문제인지 아니면 내 실력의 문제인지 생각같이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속상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다 보니 그래도 홍매화를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홍매화 사진을 찍기 위해 홍매화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더 높은 지점에서 홍매화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자리를 옮겼다. 절 담장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소한 풍경이지만 보고 있는 것 자체로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담장 넘어에서 홍매화 사진을 찍었다. 홍매화 나무도 다 나오고 법당과 법당 사이에 심어진 홍매화를 두드러지게 찍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하기에 뭔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깨끗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카메라가 구현해낸 결과물은 눈으로 본 것만큼 사진으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니 또 다른 홍매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나왔다.

 
 
 

기와들 사이에 아름답게 서있는 홍매화가 매력적이었다. 어느 포인트에서 보느냐에 따라 홍매화의 느낌이 달랐다.

 

사람이 없는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이곳에 왔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하게 들리는 풍경소리. 어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 들을 점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해하고 느껴지는 부분이 넓어지는 것 같다.

 
 

법당 앞에 서서 잠시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다.

 
 

다리도 아프고 체력이 바닥나는 것 같아서 이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절로 걸어오면서 모든 체력을 다 써버린 것 같다. 역시 차를 타고 절 입구까지 왔어야 했나 보다.

 

풍경을 즐기는 중년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내려가던 중 하얀 눈처럼 펴있는 목련 꽃이 보이기에 잠시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한참을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가 있는 창원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하동 섬진강 벚꽃길을 못 보고 가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섬진강휴게소에서 섬진강가에 핀 벚꽃을 만날 수 있었다.

 
 
 
 

강가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영화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정류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벚꽃이 바람에 휘날릴 때마다 정류장은 더 운치가 있었다. 꼭 BTS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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