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국 곳곳이 가을꽃의 축제인 것 같다. 양주 나리공원에서는 천일홍 축제가, 이제는 흔한 꽃이 되어버린 핑크 뮬리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석정 꽃밭을 처음 가본 것은 2021년이었다. 예전에 군부대가 있던 곳에 꽃을 심어 거대한 꽃동산이 되었다. 2021년에 처음 왔을 때도 사람이 많았는데 2022년 코로나에 대한 방역이 완화되어 작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작년에는 고석정 주변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시간도 오래 걸리고 유료이기에 이번에는 목적지를 고석정 꽃밭 주차장으로 설정한 후 출발했다. 다행히 고석정 꽃밭에는 주차할 장소가 여유로워 수월하게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대신 비포장의 흙 밭이라 먼지가 날리긴 했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철원사랑상품권을 주는데 주변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돈을 상품권으로 바꾸는 느낌 같았다.

 
 

매표소가 있어서 순간 당황했지만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한시적으로 안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괜히 축제한다고 입장권 받고 뭐하고 하면 그 당시 여론은 모든 포커스가 방역에 맞춰져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서도 매표소 운영에 대해 엄청 고민했을 것 같았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결재를 하고 나면 철원사랑상품권과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2021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연도는 방문객이 배로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동선도 작년보다 좀 더 심플해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제주 보롬왓에서 본 깡통 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귀여운 황소 조형물도 입구에 서 있었다.

 
 
 

솟대가 길게 늘어진 길을 걸었다.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했다.

 
 

대부분 평지라 누구나 쉽게 가을꽃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신 꽃밭이 너무 넓기 때문에 꽤 많이 걸어야 했다. 그리고 그늘이 별로 없어서 뜨거운 가을 햇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고석정 꽃밭 주차장 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고석정 방향 입구에서 들어오는 동선과 다르게 걸었다.

 
 

파란 하늘 아래 꽃들은 더 원색으로 보였다. 아빠는 오늘 꽃밭에 가신다고 바지는 보라색으로 입고 챙이 있는 밀짚모자까지 챙겨 오셨다.

 
 

여러 번 들어도 왜 그렇게 꽃 이름이 안 외워지는지 모르겠지만 꽃만은 아름다웠다.

 

꽃 사이에 놓인 큰돌 위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안개꽃같이 느껴지는 꽃들 때문에 꽃으로 만든 안개에 둘러 싸인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걸으면 등에는 땀이 한줄기 두 줄기 흐르긴 하지만 그래도 날이 맑으니 꽃구경하기엔 최고인 것 같았다.

 

깡통 열차는 꽃밭 가장자리를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하고 이쁘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곳이 두세 곳 있는데 분홍색이 아름다운 가우라 꽃밭과 맨드라미 꽃밭, 그리고 아직 꽃이 작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노란 물결이 인상적인 해바라기 밭이었다. 천일홍, 코스모스 등 가을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들도 많으니 취향에 따라 꽃을 보면 될 것 같다.

 

가우라 꽃밭은 살짝 언덕 위에 있는 원두막에 오르면 분홍빛의 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가우라 꽃밭 뒤로는 키가 큰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어서 프로방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분홍과 핑크의 색 조합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화사한 분홍빛이 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수시로 돌고 있는 깡통 열차에 자꾸 눈길이 갔다. 탑승한 사람들의 엉덩이 아파라는 말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가우라 맞은편에는 푸른색의 억새(?) 들판이 있었다. 꽃밭의 규모가 큼직큼직해서 어디를 봐도 시원시원하게 느껴졌다.

 
 

가우라 꽃밭엔 철원의 상징인 궁예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었다. 은근 찍는 사람이 많아서 눈치게임을 해야 했다.

 
 

다른 꽃밭에 비해 고석정 꽃밭이 사진을 촬영하기 편했다. 사람들도 준법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다른 지역축제에 비해 통제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눈치껏 즐길 수 있었다.

 
 

똥 손이 내가 막샷을 날려도 풍경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빼어나 결과물이 나왔다.

 
 
 

가우라를 구경 후 다음 꽃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아래에서 위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또 다른 오두막 입구 아치에는 참외인지 수세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동화책에서 보던 장면이 보였다.

 

오두막을 나와 내리막길을 따라가니 작년에는 없었던 해바라기 밭이 나왔다. 해바라기가 작아서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바라기 밭을 지나 아스타 꽃밭으로 왔다.

 

아스타 꽃밭은 멀리서 봐야 색깔별로 줄지어선 아스타들이 이쁘게 보였다.

 
 

고석정 꽃밭에 오면 꼭 일본 홋카이도의 사계의 언덕이 생각난다. 일본에서 이런 모습의 꽃밭을 처음 봐서 그런지 항상 이런 꽃밭에 오면 사계의 언덕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구절초 밭도 보이고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 밭도 있었다.

 
 

청옥산의 구절초 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규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해바라기 꽃밭이 규모가 작아서 아쉬웠는데 고석정 꽃밭 가운데 새로 해바라기 꽃밭이 생겼다.

 
 
 

우리가 평소에 보던 해바라기와는 종이 다른 건지 해바라기의 키는 어른 허리 정도 밖에 오지 않고 빛은 짙은 노란색을 흰색으로 희석해 놓은 색 같았다. 강렬한 노란색은 아니지만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얼핏 보면 해바라기 조화를 심어 놓은 것 같이 보였다.

 

노란색이 강하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풍경을 찍으면 초록색의 들판처럼 보였다.

 

수시로 지나다니는 깡통 열차를 피해야 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놀이동산에 온 것 마냥 신이 났다.

 
 

멀리서 전경을 찍는 것보다 근접 촬영으로 해바라기를 찍어야 해바라기의 아름다운 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귀엽게 생긴 이 식물은 귀염둥이들은 이름마저 귀여운 댑싸리로 이곳 꽃들이 우아함을 뽐내고 있을 때 댑싸리들은 장난기 가득한 악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댑싸리에 눈이 붙어 있으니 더욱더 개구쟁이 같아 보였다.

 
 
 

왠지 바람이 불면 댑싸리들이 바람을 따라 통통 튀면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장난을 칠 것 같았다.

 
 
 
 

천일홍 꽃밭은 작은 탁구공을 촘촘히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천일홍은 여러 번 보았기에 그냥 지나칠까라는 생각이 들다가 2022년 9월에 보는 천일홍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또 열심히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시간을 넘게 걸으며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카메라의 무게만 대략 1킬로그램이 넘으니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립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진짜 넓기는 넓다. 중간중간 화장실이 있어서 작은 건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매점이 없어서 물을 챙겨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백일홍, 천일홍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천일홍은 넓게 펴진 꽃잎이 어버이날 아이들이 부모님께 드리기 위한 카네이션같이 생겼고, 백일홍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탁구공이 식물마다 알알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꽃을 넣어 아래에서 위로 찍어서 꽃을 풍성하게 찍고 싶었으나 백일홍 자체가 빼빽히 피지 않는 꽃이라 그런지 사진은 뭔가 엉성하게 나왔다.

 
 

백일홍을 본 후 이곳의 백미인 맨드라미 꽂을 보러 갔다. 아마 이곳에서 맨드라미 꽃밭이 최고인 것 같다. 강한 원색의 맨드라미는 가슴 깊이 그 색이 박히는 것 같았다.

 
 

호박 같아 보이는데 위에는 주황색이 아래는 흰색으로 이루어졌다. 껍질만 깎아서 매달아 놓은 것이 아닐까.

 
 

 

멀리서도 맨드라미의 강렬한 색이 확 띠었다.

 
 
 

그냥 할 말이 필요 없었다. 맨드라미의 빨갛고 노랗고 핑크빛이 파도를 이루며 흐르는 것 같았다.

 

돌 위에 걸쳐 앉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뒤에 보이는 산은 이곳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주변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지만 풍경에 흠뻑 젖어 있으니 우리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 보면 또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아쉬움이 남지 않게 질리도록 보았다.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꽃밭으로 갔다.

 
 

어떤 아저씨가 부인 사진을 찍어주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시며 찍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래서 따라서 굽혀지지 않는 왼 다리를 굽히기까지 하며 꽃 속에서 하늘 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왜 그 아저씨가 저렇게까지 사진을 찍었는지 사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각도에서 찍어보니 사진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수술한 내 다리는 삐걱 소리를 냈다.

 
 

너무 꽃밭이 넓었다. 이제 감흥은 처음보다 덜 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뜨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빠지면 아쉬운 포토 스폿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고석정 앞으로 갔다.

 
 

고석정 앞 상가에서 입장권 발급 시 받은 상품권을 사용했다. 상품권 이용, 누가 생각했는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았다. 어차피 철원에서 사용해야 하니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객도 공짜라는 인식이 들지 않으니 더 즐기며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내년을 기약하며 철원 고석정 꽃밭을 떠났다.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동해역에 도착한 후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비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왔더니 정신이 멍했다. 멍하게 있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탑승 준비가 지연되어 5분 늦게 게이트가 열렸다. 대합실에 기다리던 대부분의 모든 승객들은 동해발 동대구행 무궁화호로 탑승하기 위해 플랫폼으로 갔다. 

 

한 시간 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서 다른 기차를 타기 위해 걸어갔다. 

 

이 기차는 동해에서 출발해 삼척, 태백, 봉화, 영주를 거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였다. 

 

누가 이 기차에 탑승할까 생각했는데 은근 이용 고객이 꽤 많아서 놀랬다. 

 
 

요즘 신형 기차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그런지 구형 무궁화호에는 그다지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기차표를 예약할 때 맨 뒤 칸으로 하고 싶었는데 어느 칸이 맨 뒤 칸인지 몰라서 아무칸이나 지정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숫자 4인 4호 차였다. 

 
 

KTX보다는 깔끔함은 덜하지만 좌석 간 간격도 넓고 의자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좋고 정감 어린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11시 1분 동해를 출발하는 1671번 무궁화호는 플랫폼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기차는 많은 역을 지나 동대구까지 가는 완행열차였다. 

 

기차는 아주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단선인 구간이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나는 천천히 달리는 기차의 속도가 답답하긴 했지만 슬로 모션처럼 지나가는 풍경이 좋았다. 

 

기차는 강길을 따라 아주 천천히 달렸다. 가끔은 터널도 지나고 또 다리도 건넜다. 

 
 
 

전에 와봤던 도경리역은 무정차 통과를 했다. 그땐 기차역 밖에서 기차역을 보기만 했는데 스쳐 지나갔지만 기차역을 플랫폼 쪽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기차는 강가를 따라 구불구불 앞으로 갔다. 

 

조금씩 오르막을 오르는지 기차가 힘을 낼 때 기관차에서 힘찬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탄 칸은 승객이 많지 않았다. 총 4명 정도 된 것 같다. 기차 안은 고요했다. 기차의 엔진 소리와 철길에서 나는 찌릉찌릉 소리만 들렸다. 

 
 
 

옆에 태백에서 삼척, 동해로 가는 38번 국도가 보였다. 영동선 기찻길에 비교하면 38번 국도는 직선으로 쫙쫙 펴져있는 것 같았다. 

 

기차는 동네 옆을 지나서 가기도 했다. 

 
 
 

기차는 간이역을 지났다.

 

 
 

이 부근을 수없이 다녔는데 이렇게 이 강을 자세히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승용차에서는 강이 멀리만 보이기에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다.

 
 

일요일 오전이라 풍경마저 고요하게 느껴졌다.

 

기차는 50-60킬로미터 사이로 속도를 내며 달렸다.

 
 

기관차에서 들려오는 부릉부릉 거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아직 초가을이지만 객차에는 히터가 작동하고 있었다. 온몸이 갑자기 노곤노곤해졌다.

 
 
 
 
 

기차는 계속 오르막을 오르나 보다. 기관차에서 더욱더 큰소리가 들려왔다.

 

해발고도 207미터 태백까지 오르려면 최소 400미터에서 500미터는 더 산을 올라야 했다.

 

도계역에 도착한 기차는 많은 승객들이 내리고 탔다. 영동선은 단선이기에 반대쪽에 기차가 들어오면 출발을 할 수 없었다.

 

청량리발 동해행 무궁화호가 반대편에 들어오고 있었다..

 

반대편에 기차가 들어오자 우리 기차는 도계역을 서서히 빠져나갔다.

 

도계역을 벗어난 기차는 바로 터널로 진입했다. 터널을 통과하는데 십여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차 안에서 기차의 속도감이 느껴졌다.

 

터널을 나오니 바로 동백산역이 나왔다. 동백산역 플랫폼에는 사람이 많아서 내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승객들은 탑승하고 내린 사람을 보니 내린 승객은 나 혼자였다.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다니.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차는 나만 동백산역에 남겨주고 동백산역을 떠났다.

 

아빠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하긴 했는데 안 오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기차역에서 아빠가 기다리고 계셨다.

 
 

이렇게 승객이 없는 역도 처음인 것 같다. 아빠가 픽업을 나오지 않으셨다면 어쩔뻔했을까.

 

기차역은 큰데 이용하는 승객이 없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철암역에는 승객들이 좀 있으려나. 서울역에서 7시에 기차를 타서 10시에 도착해서, 동해에서 11시에 출발해 태백 동백산역에 12시에 도착했다. 청량리역에서 태백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오는 시간이나 KTX를 타고 무궁화호를 갈아타고 오는 시간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처음 이 구간을 이용해 보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오랜만에 가지는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내가 일이 있는 바람에 태백에 아빠와 같이 가지 못해서 이번에는 아빠가 먼저 차로 태백에 가고 나만 다음날 기차를 타고 동백산역으로 갔다. 10월 개천절 연휴라서 기차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해로 갈지 강릉으로 가야 할지. 일단 원하는 시간대는 매진이기에 새벽 열차로 대기 예약을 걸어 두었다. 다행히 빈자리가 생겨서 서울역에서 동해로 가는 KTX 이음 841편을 예약할 수 있었다. 

 
 

전날도 새벽에 일어났는데 이날도 새벽에 일어나 전철을 탔다. 급행을 타서 용산역에서 전철을 갈아타야 했다. 

 
 
 

무궁화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호남선도 전철화 공사가 끝나서 그런지 전기 기관차가 무궁화호 앞에 있었다는 점이다. 

 

전철이 들어오기 전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내며 용산역을 벗어났다. 

 
 

서울역에 내리니 날이 좋지 않았다. 오랜만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보는 것 같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벌써 출발시간이 되었다. 출발역이 서울역이라 청량리로 가는 것보다는 여유로웠다.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은 14번으로 서울역 맨 끝이었다. 이곳에서 어떻게 용산역으로 가서 경의선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서 한강을 따라가는지 궁금했다. 

 

서울역에서 보는 이은 열차는 신기하면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일반 KTX와 산천 열차가 주를 이루는 역에서 이음은 눈에 확 띄었다. 

 

전에 청량리에서 안동 갈 때 타본 이후로 처음 타는 이음 열차라 설레었다. 특히 기차가 바다를 따라갈 때 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이기에 기대를 가득 안고 기차에 올랐다. 

 

서울역에서 동해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대기 예약해서 표를 구매했기에 표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도 창가 자리라 마음에 들었다. 

 

일반석과 우등석의 차이는 좌석 앞에 개인 모니터의 유무인 것 같다. 

 
 

기차는 정시에 서울역 플랫폼을 출발했다. KTX메거진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꾸준히 발행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나름 KTX 메거진에 나온 여행정보와 사진을 보며 새로운 여행정보를 얻기에 없어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웠다.

 

이음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대신 케이스를 벗겨야 하기에 조금 귀찮게 느껴졌다. 

 

용산을 지난 기차는 한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3호선이 보였다. 

 

전에 자전거 타고 중랑천 입구에 왔던 기억이 났다. 기차는 왕십리를 지나고 청량리에서 섰다. 이때 기차의 대부분의 좌석이 승객으로 찼다. 

 

회기를 스치듯 간 후 상봉역에서 또 승객들이 탔다. 이제는 기차가 제법 속도를 내는 것 같았다. 중앙선의 작은 역은 빠르게 지나갔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속도를 낸 기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가는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안개도 아름답고 잠이 깨알같이 쏟아지지만 처음 타는 강릉선이기에 무거운 눈꺼풀은 커피 한 잔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외곽으로 나오니 가을이 느껴졌다. 기차는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단선인 오래된 철교에서 오랜 기차여행의 향수가 느껴졌다. 

 
 

기차는 양평역에 잠시 정차한 후 몸으로 느껴질 만큼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비가 조금씩 부슬부슬 내렸다. 산안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기차의 속도는 빨랐다 느렸다를 반복했다. 

 
 

터널이 많다 보니 생가보다 풍경만 감상하기는 힘들었다. 대신 터널 때문에 기차는 고속으로 달릴 수 있었다.

 
 

아조 좁은 들판이 나왔다 또 터널이 나왔다를 반복했다. 

 
 

기차의 속도는 200킬로미터를 넘기고 있었다. 

서울역을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어 원주 만종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악구간같이 느껴졌다. 풍경을 조금 보면 바로 나오는 터널. 점점 졸음이 쏟아졌다. 한 손에는 폰을 다른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기차는 거의 300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며 평창으로 향했다. 

 
 
 
 

원주에서 평창까지 몇 분 안 걸린 것 같다. 

 

지대가 높아서 귀가 살짝 멍해서 침을 꼴칵 삼켰다. 

 
 

진부 오대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으로 넘어왔다. 왼쪽으로 가면 강릉역이 오른쪽으로 가면 정동진, 묵호, 동해역이 나왔다. 

 
 

태백산맥을 넘은 기차는 태백산맥과 평행하게 남쪽으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는 KTX 전용선이 아니기에 KTX는 완행열차같이 천천히 정동진으로 향했다. 

 

기차가 정동진에 도착하기 전 왼쪽 창가에는 동이 튼 바다가 보였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 예매를 하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으니 어찌할 수 없었다. 대신 정동진에서 기차 승객의 반 이상이 내렸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은 아쉽지만 정동진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정동진의 상징인 고현정 소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동진을 떠난 기차는 바다를 따라 달렸다. 

 
 

가끔 바다와 멀어지기도 했다.

 
 

내륙 어딘가를 달렸다. 

 
 

기차는 옥계역에서 정차를 하지 않고 남쪽으로 계속 갔다. 

 

다시 바다가 나왔다. 구름이 끼어 있는 바다. 왜 그렇게 어둡나 생각해 보니 내가 새벽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탄 게 생각났다. 

 

잠깐 바다와 만났다 다시 멀어졌다.

 
 

이렇게 기차와 바다는 밀당을 하듯 가까웠다 멀었다를 반복했다.

 
 

기차는 묵호역에 도착했다. 이제는 종착역까지는 한 정거장만 남았다.

 
 
 
 

다시 바다를 만났다. 날이 안 좋아 아쉬울 수 있었는데 하늘은 오렌지빛을 띠고 있었다.

 
 
 

옥빛 바다 위의 오렌지 빛깔의 하늘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제 마지막 종착역인 동해역에 접근했다.

 

일단 동해역에 무사히 왔다는 것도 좋았지만 서울역에서 동해까지 기차로 왔다는 점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동해역에 정차한 기차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육교로 올라가지 않고 걸어서 기차역 앞을 지나서 역사로 갔다.

 
 

후다닥 가긴 싫어서 기차의 이모저모를 찍어 보았다.

 
 
 

역사는 크지 않았다. 이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동백산으로 가는 무궁화호로 갈아타야 했다. 한 시간 동안 사진도 정리하고 주말이면 꼭 보는 동물농장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흡연장소는 역을 등지고 왼쪽에 있었다. 동해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전날 태백에서 강릉까지 당일치기 여행을 한 후 다음 날은 태백 옆 도시인 삼척을 갔다. 

저번에 맹방해수욕장을 방문했었는데 맹방해변 옆에 있는 덕봉산만 오르고 그냥 갔었다. 덕봉산으로 이어진 다리는 태풍에 무너져 건널 수 없었다. 이번에 맹방해수욕장을 다시 찾은 이유는 BTS 버터 앨범 재킷 촬영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맹방해수욕장 주차장을 지나 한참을 더 들어가면 BTS 앨범 재킷 찍은 곳이 나왔다. 해변 옆으로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변에 BTS라 적힌 조형물이 보였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전에 왔을 땐 BTS가 이곳에서 앨범 재킷을 찍었다는 것은 알고 왔지만 덕봉산만 오르고 다시 태백으로 갔다. 이번엔 순전히 BTS 촬영지만 보기 위해 맹방으로 왔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는 BTS 조형물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빨리 사진을 찍고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날이 좋지 않아 옥색의 바다는 성이 난 것처럼 거칠게 파도가 쳤다. 

 
 

날이 이젠 쌀쌀한데 이 날씨에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BTS 조형물 옆에는 앨범 재킷 촬영에 나오는 동남아 느낌 가득한 파라솔과 선베드가 놓여 있었다. 

 
 
 

BTS 조형물에 비해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적어서 사진 찍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선베드 옆에도 앨범 재킷에 나온 비치발리볼을 위한 그물망과 심판석, 그리고 서핑보드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까지 와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BTS 조형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떠났다. 

 

BTS 조형물도 이쁘지만 서핑보드 옆에 서서 찍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날씨만 좋았으면 꼭 와이키키 해변에서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텐데. 

 
 
 

BTS 조형물, 선베드와 파라솔, 비치발리볼과 서핑보드, 이렇게 3가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선베드를 옆에서만 찍는 것이 아쉬워 정면에서도 찍어 보았다. 날씨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앞에서 찍은 사진도 꽤 만족스러웠다. 

 
 

차로 돌아왔는데 풀 사이로 보이는 조형물이 인상적이라 다시 한번 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빠가 사진을 보더니 구도가 이쁘다며 아빠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셨다. 이렇게 맹방에서 사진을 찍으며 삼척해변으로 향했다. 방금 전 들뜬 기분을 더 업 시키고자 삼척해변으로 가는 길에 BTS의 노래를 들었다. BTS 뮤비나 앨범 재킷 촬영지로 제천 활주로, 맹방해수욕장 이렇게 두 군데 가봤는데 딱 한군데 더 간다면 주문진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가보고 싶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삼척해변에 주차를 하려니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겨우 주차를 한 후 산토리니 느낌이 나는 삼척 쏠비치를 보기 위해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 

 
 

삼척해변에 오니 살짝 해가 나는 것 같았다. 맹방해변은 횅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곳은 활기가 느껴졌다. 맹방보다 잘 정비된 느낌이 들었다. 

 

언제쯤 한번 가볼지 모르는 삼척 쏠비치가 보였다. 언젠가 한번 가보겠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가격도 비싸고 딱히 갈 일이 생기지 않아서 못 가고 있다. 

 

해변 옆 벤치와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해 자리가 없었다. 

 
 
 

모래도 곱고 해수욕장의 경사도도 거의 없었다. 

 
 
 

해수욕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었는데 이것마저 삼척 쏠비치를 연상시켰다. 

 

아이들이 노는 미끄럼틀 위에 잠시 올라 사진을 찍었다. 

 
 
 
 

동해는 유명한 해변이 많은데 삼척은 그렇게 많이 알려진 것 같지는 않다. 처음 와본 삼척해변은 망상해수욕장처럼 크지는 않지만 아늑한 느낌이 좋았다. 

 
 

백사장이 앞뒤로 완만하게 펼쳐진 부분도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곳 같았다. 

 
 

대부분의 동해바다의 해변은 물이 있는 곳 쪽이 움푹 들어가서 파도에 휩쓸릴 것 같이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삼척해변은 제주의 함덕해수욕장 같아 보였다. 

 
 

파도도 적당했다. 바닷물은 완만한 해수욕장의 깊숙한 곳까지 밀려 들어왔다. 

 
 
 
 
 

바닷물이 닿는 곳은 촉촉했다. 물기가 있는 곳은 하늘이 반영되어 보였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리라 생각은 했지만 갈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들기도 했다. 

 
 
 

카페 파스쿠찌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 

커피를 마신 후 다시 태백으로 향했다. 노는 날은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노는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안면도에서 꽃을 본 후 청양 출렁다리를 건넌 다음 숙소는 예산으로 잡았다. 덕산 스파뷰호텔은 이번이 두 번째로 처음에 갔을 때 너무 좋아서 다시 찾게 되었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 하루 동안 두 군데 밖에 안 갔는데 숙소에 들어오니 아빠와 나 둘 다 지쳐있었다. 저녁에 뭐 먹을까 고민하다 숙소 안내 책자를 보니 인터넷으로 룸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었다.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뭐를 먹을까 고민이 되었다. 주문하기 전 과연 주문해도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어 다른 불로거들의 리뷰를 보았다. 

 

큐얼 코드를 찍으면 주문 사이트로 연결되고 주문할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할 수 있었다. 음식 주문 상태는 카톡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빠랑 나 둘 다 퍼져 있다, 초인종 소리에 놀라서 음식을 받았다. 음료와 술까지 같이 주문할 수 있는 것이 편했다.

 
 

그렇게 저녁을 잔뜩 먹고 빅마우스를 본 후 잠들어 버렸다. 상쾌한 아침을 맞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그래도 공기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아침은 컵라면으로 대충 먹은 후 밖으로 나왔다.

 

숙소를 나와 아빠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사과 농장으로 향했다.

 

들판 위에 시원하게 펼쳐진 철로가 눈에 들어왔다.

 

예산하면 사과 아닌가. 길가에 늘어선 농원들이 인상적이었다.

 
 

아빠 친구분은 일하시느라 바쁘셨다. 아빠 친구분이 일하는 중이셔서 그분이 오실 때까지 사과 농장을 구경했다. 사과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사과농장에서 사과를 산 후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도고오천에 도착한 후 아빠 지인분 농장에서 고구마를 한 시간 캤다. 왜 이렇게 날이 더운지. 고구마를 열심히 캔 후 아빠의 학창 시절 추억이 깃든 도고온천역으로 갔다.

 

도고온천역은 지금은 폐역이 되었으나 레일바이크 탑승으로 인기를 끄는 곳이 되었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도고온천역. 지금은 장항선 직선화 공사로 도고온천역은.마을 외곽으로 옮겨졌다. 예전에는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로 북적였을 역이었는데 지금은 관광객만 방문하는 역이 되었다. 아빠는 학창 시절 이곳에서 예산까지 등하교를 했다고 하셨다. 아빠에게는 추억이 있는 역이었다.

 

기차가 사라진 역은 다양한 장식물과 꽃들로 가득했다.

 
 
 
 

많은 역들 이 사라지고 있어서 너무 아쉽기만 하다.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구불구불한 기찻길을 따라 느리게 다닐 기차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차가 없는 도고온천역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거렸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레일바이크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생뚱맞은 아이언맨은 기차가 오지 않는 기차역 승강장에 서 있었다.

 
 
 

이곳에 오니 아빠와 나 서로 90년대로 60년대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시간대로의 여행이지만 추억으로의 여행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찻길 옆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사진 찍기 좋았다.

 
 
 

기찻길을 따라 걸었다. 날이 조금만 덜 더웠으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날이 습하고 더운지.

 
 
 
 

기찻길을 따라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차는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했었다. 시간이 지나니 사람도 떠나고 기차도 이곳을 떠났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 보니 코미디 홀을 알리는 의자가 나왔다.

 
 

코미디 홀 앞에는 코미디언들의 손 프린팅이 있었다. 그중 눈에 끌은 것은 최근 고인이 되신 송해 선생님의 손이었다.

 

코미디 홀을 나와 도고온천 벽화를 보러 가는데 코미디 홀의 안내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충청도 사투리의 구수함이 마음에 콕 들었다.

 
 

오래된 건물에 그려진 벽화에서 오랜 기억의 향수를 느꼈다.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기는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벽화를 보다 보니 아빠는 학창 시절이 생각나시는 것 같았다.

 
 

천사화가 담장 너머로 피어 있었다.

 

천사화가 많이 져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남은 꽃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보았다.

 
 
 

아빠는 학창 시절 추억을 따라 도고온천역 앞마을을 걸으셨다.

 

마을이 많이 변해서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하셨다.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는 밋밋할 수 있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빠의 기억 속에 있던 성당은 모습만 변했을 뿐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을 안 한옥집은 자세히 보니 카페였다. 마을의 고요함과 어울리는 카페 갔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돈 후 다시역으로 향했다.

 
 
 
 

도고역 앞에는 북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시골 버스정류장도 보였다. 도고온천역 및 인근 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어떤 버스는 자주 오고 어떤 버스는 뜸했다. 몇 분 단위로 오고 가는 버스나 지하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점심은 역 앞에 있는 중국집에서 먹었다.

 
 

자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시골역 앞에서 먹는 자장면과 탕수육은 꿀맛이었다. 부먹인 상태로 탕수육이 나와서 더 좋았다.

 
 

몇십 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빠가 중학교 때도 이 자리에 우체국이 있었다고 한다.

 

예산에서 도고로 오는 길에 있는 카페 도고창고로 갔다.

 

마을 끝에 위치한 카페로 예전 쌀 창고인 곳을 카페로 바꿔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드라마 가을동화가 떠올랐다. 점점 이런 예스러움에 더 마음이 가게 된다.

 

녹슨 문마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핼러윈은 많이 남았지만 핼러윈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기존 창고의 느낌은 살렸기에 내부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빵 종류도 다양했다. 일단 내부가 시원해서 너무 좋았다.

 

창문 넘어 보이는 논뷰가 마음에 들었다.

 
 

매일매일 이런 뷰를 보면서 살고 싶었다.

 
 
 

커피가 조금 진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고농도 카페인 때문에 지친 몸에 에너지를 넣는 것 같았다.

 
 

한순간 사람이 싹하고 빠졌다. 창가 자리가 비어서 창가에 앉아서 분위기에 취해보았다.

 
 
 

너무 시원해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뷰만 보고 있어도 행복했다.

 
 

카페를 나와 차로 향하는데 날이 너무 뜨거웠다.

 
 

시멘트의 거친 느낌의 벽도 감성을 자극했다.

 
 

왜 있는지 모르겠는 빨간 스쿨버스와 군 생활을 추억하게 하는 콜렉트콜 전화기도 카페 앞에 있었다.

 

커피를 마신 후 서울로 향했다. 넓은 들판을 달리니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당진 쪽으로 갔다.

 
 

주말이라 서해안고속도로는 주차장 같았다. 화성휴게소에서 쉬는데 비행기가 휴게소 위를 낮게 날아갔다.

 
 
 

일몰시간이 확실히 빨라진 것 같다. 오후 6시 무렵이 되지 벌써 하늘은 뭉크의 절규처럼 붉게 물들었다.

 
 
 
 

붉은하늘은 더 붉게 물들어 갔다. 일박 이일의 짧은 여행이라 벅찼지만 언제나 여행은 좋다.

반응형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