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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열대야로 펄펄 끓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열대야가 없다는 태백은 어떨까. 낮에는 태양이 따가울 정도로 세지만 밤에는 쌀쌀하다. 그래도 요즘 태백에도 에어컨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보다 많이 더워져서 지내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지금 발리에 와 있다. 방에서 뒹굴다 밀린 숙제를 하듯이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시원하다. 8월의 발리는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동굴이 무서워서 싫다. 뭔가 습하고 어두운 게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서 동굴 가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이날은 아빠가 나를 계속 설득해서 태백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용연 동굴로 갔다. 정선에서 태백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있는 동굴이기에 이름이 낯이 익었다.

 

6월의 태백도 낮에는 머리가 아플 만큼 뜨거웠다. 난 동굴에 간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입이 뾰죡 나온 상태로 아빠를 따라왔다.

 

여름 성수기에는 용연열차를 타고 동굴 입구까지 가야 하고 비수기에는 표만 매표소에서 구매한 후 자차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글을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서 보았다.

 

아빠는 65세 이상이기에 입장료는 무료이고 용연열차 금액만 지불하면 되었다.

 
 

용연열차는 30분 단위로 운행되기에 그늘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땡볕에 있으면 그대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대한민국이 펄펄 끓고 있는 것 같다.

 

주차장 한쪽에 세워진 용연열차가 보였다. 눈을 치울 수 있는 장치가 달린 열차로 겨울에만 운행되는 열차 같았다. 태백에 몇 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이 도시는 정말 눈에 특화된 도시 같았다. 전국에서 눈이 많이 오는 도시이지만 도로에 눈이 쌓이는 것을 본 적이 많지 않았다.

 

코끼리 열차같이 생긴 열차를 타고 동굴까지 올라가나 보다.

 

그늘에서 쉬고 있으니 용연열차가 도착했다. 방금 전 열차와는 느낌이 다른 열차였다. 느낌은 눈 치우는 장비가 달린 열차가 더 좋았다.

 
 

열차에 타는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티고 가다 보니 열차를 끌고 가는 트럭 때문에 답답했다.

 
 

전국 최고지대에 위치한 용연 동굴. 동굴의 위치가 해발 920미터라고 한다. 이곳 태백은 동네 뒷산만 가도 거의 천 미터이니 920미터가 그렇게 높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갔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점점 시원해졌다.

 

동굴 입구에 내렸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동굴 입구에서 안전모를 받고 동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기 전 한 번 더 표 검사를 했던 것 같다.

 

동굴 밖은 30도를 넘나드는데 동굴 내부는 12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싸늘함이 느껴졌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난간을 꽉 잡고 천천히 내려갔다. 구르면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계단의 끝에 도착하니 밝고 넓은 공간이 나왔다.

 

동굴 내부의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략적인 동굴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감은 오지만 확 와닿지 않기에 한번 둘러본 후 다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진행 방향을 따라 걸었다.

 

조명을 잘 설치해 두어서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동굴과는 다른 넓은 동굴이라 답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이상하고 무서운 동굴만 다녔던 것일까. 이곳은 생각보다 널찍하고 걷기 편했다. 특히 다른 동굴에 비해 덜 무서웠다.

 

조명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전반적으로 동굴 내부가 환했다.

 

어떻게 높은 산에 이런 동굴이 생겼을까. 산 안에 이렇게 뻥 뚫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신기함이 무서움을 이겼나 보다. 평소 같으면 무섭다고 징징대며 걸었을 동굴이었는데 눈이 초롱초롱해져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의 작명 실력은 대단한 것 같다. 맘모스라고 이름을 붙여 놓으니 맘모스 같이 보였다. 다른 이름을 가졌다면 또 다르게 보였을 것 같다.

 

모험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관광을 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 동굴이었다. 전에 고씨 동굴인가 고수 동굴인가 갔는데 그 동굴은 거의 모험을 해야 하는 동굴이라 나중에 동굴에서 나오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동굴이다 보니 가파른 길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철제 데크 중간에 돌이 있어서 안전모를 꼭 착용하고 걸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용의 침실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아무리 봐도 침실 같아 보이지 않았다.

 

동굴의 내부가 넓다. 그래도 전체적인 동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태백에도 용두암이었다. 상상은 사람마다의 자유인 것 같다.

 
 

광장 같은 공간이 두세 개 되는 것 같았다. 그 규모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진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넓었다. 이런 동굴이 있다는 것은 산속이 비었다는 것일 텐데, 산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중간중간 CCTV도 설치되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동굴을 돌면서 곳곳에서 느껴졌다.

 

처음 동굴에 들어올 때보다는 무서움이 많이 사라져서 나도 웃으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들인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에 비해 주말인데 너무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이라는 장소가 전국에서 접근하기에 너무 외졌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고속도로도 없고 고속철도도 없으니 더 접근하기 힘든 곳인 것 같다.

 

한 삼십분이면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동굴 내부가 크다 보니 한 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이게 끝인가 싶으면 또 다른 볼거리가 계속 나왔다.

 
 

죠스의 머리를 닮은 석순. 표면이 외계 생명체의 표면 같아 보였다. 미끈미끈해 보이는 게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동굴 내부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푸른 이끼를 본 후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천장이 낮은 곳을 지날 때는 허리를 많이 숙이고 지나야 했다.

 
 

종종 나오는 좁은 길을 걸을 때는 머리를 조심해야 했다. 헬멧을 착용하고 있지만 부딪히면 은근 충격이 꽤 컸다.

 
 
 

초등학생들 정도 되는 아이들을 봤는데 역시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가 동굴 내부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이 동굴의 끝은 어디일까. 걷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소소하게 볼거리가 많았다.

 

자연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만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졌을 동굴 내부의 종유석들.

 
 

이곳에도 푸른 이끼가 돌을 덮고 있었다. 아마 조명 때문에 이끼가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독불장군이라 이름 붙여진 돌은 혼자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곳을 발견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에서 보던 지하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부 온도가 12도 정도 밖에 안되지만 내부가 습하다 보니 쾌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등에는 땀이 흘렀다.

 
 
 

각각의 종유석, 석순 등에 맞게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돌을 감상하기 좋았다.

 
 
 

허리를 접고 걸어야 하는 공간이 나오면 '아이고'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허리를 숙이고 조금 걷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이제 동굴 탐험도 끝날 것 같은데 걸을 때는 왠지 이 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익숙한 공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참을 동굴 안에 있었더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해파리가 우리에게 달려들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드디어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가파를 계단을 오르니 거친 숨을 몰아서 쉬어야 했다.

 

동굴 내부의 온도와 밖의 온도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카메라 렌즈 표면에는 순간 김이 확 끼었다.

 

동굴 앞 쉼터에서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정수기가 있었다. 정수기의 물을 마시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직원분께서 보여줄 것이 있다며 따라오라고 하셨다.

 
 

직원을 따라 야생화 정원으로 갔다.

 

천남성이라는 독초로 사약을 만들 때 사용하는 풀이라고 한다.

 

식물의 가지가 뱀같이 생겨서 징그러웠다.

 
 

야생화 정원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직원분께서 갖가지 꽃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아빠는 야생화를 보니 동굴에서 보다 더 신이 나셔 하셨다.

 
 

용연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야생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야생화 정원을 안내해 준 직원분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용연열차를 타러 갔다.

 

용연열차를 타려는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관광객이 많았다. 동굴 안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갈 때는 뒷자리에 앉아서 갔다. 가파른 길을 아주 천천히 내려갔다.

우리 앞에 있던 청년들은 대중교통으로 태백을 여행 중인가 보다. 주차장에 시내버스가 서있는 것을 보더니 버스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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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에 대한 글을 쓸 때면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한 번 더 느껴진다. 그래도 미뤘던 숙제를 하듯이 사진을 정리하고 귀찮지만 해야 되는 일처럼 간단하게나마 글을 쓰게 된다.

 

푸른 물 색 때문에 유명한 미인폭포. 다시 해외여행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약간 인기가 시들해진 것 같다. 운탄고도 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미인폭포는 태백과 삼척의 경계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차장이 협소해서 주차하는 것이 곤란했는데 지금은 미인폭포 입구 반대편에 널찍한 임시 주차장이 생겨서 여유롭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겨울의 초입이라 찾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전에는 미인폭포에 가려면 절을 통과해서 가야 했다. 그래서 입장료 개념의 시전함 같은 것이 놓여 있었는데 새로 진입로 공사를 한 후 입장료 통이 없어졌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비탈진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낭떠러지에 떨어질까 위험했던 길은 길가에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조금 더 완만하게 경사를 내서 휠체어 등도 다닐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폭포로 내려가는 길 자체가 워낙 험했기에 이 정도로 길을 만들어 놓은 것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피아노 연주를 하듯 떨어지는 폭포인 피아노 폭포.

 
 

음악적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려보지만 음악적 감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작명 센스에 그냥 놀랄 뿐이었다.

 

미끄러웠던 비포장길이 아닌 나무데크와 멍석 깔린 바닥 덕분에 수월하게 폭포로 내려갈 수 있었다.

 

길을 절을 피해 놓아서 부담 없이 폭포까지 걸어갔다.

 

절부근 부터 계단을 계속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는 건 어찌해보겠지만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래전 지구의 심장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 놓은 협곡 사이에 서 있으니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뾰족하게 높게 솟아 오른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층층이 쌓여 있는 지층에서 지구의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두 번째 오는 곳이지만 설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저 멀리 하얗게 떨어지는 폭포가 보였다. 나뭇가지만 남아 앙상한 나무들이 쓸쓸해 보였지만 그런 나무 덕분에 폭포의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옥빛 물색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전에는 비탈길에서 미끄러질까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폭포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이곳에서 폭포를 보는 것도 좋지만 미인폭포의 진가는 아래로 내려가서 보는 것이기에 잠시 숨을 고른 후 폭포 쪽으로 내려갔다.

 

그저 하얗게 떨어지는 폭포는 아래에 모여 옥빛을 만들었다.

 
 

겨울이라 그런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옥색은 폭포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빨리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다. 전에는 카메라 조작 실패로 옥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꼭 인생 숏을 찍어가고 싶었다.

 
 

폭포로 가기 위해 다시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어 폭포 근처가 살짝 지저분하게 보였디만 낙엽 덕분에 폭포가 더 운치 있게 보였다.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 낸 옥색의 물빛. 우리나라에도 이런 물색이 가진 폭포가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폭포의 물은 계속을 따라 흘러내렸다. 갈색으로 변한 나뭇잎이 옥색의 물과 잘 어울렸다.

 

찍어도 찍어도 너무 좋은 폭포.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기에 오랫동안 폭포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폰이 실패할 확률이 적기에 가끔 인생 사진을 찍을 땐 아이폰이 카메라보다 좋은 것 같다. 몇 년 전 우유니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대부분을 날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다 잘 나온 반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다 검게 나왔다. 그 후로 중요한 사진은 폰과 카메라로 같이 찍는 습관이 생겼다.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폭포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렀고 부채꼴 모양으로 물이 퍼져서 흘러내렸다.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니 물방울이 뛰지 않는 점이 좋았다.

 
 
 

어떤 포즈를 취해야 좋을까.

 

서서 찍는 것도 멋지지만 역시 않아서 찍는 게 내 마음에 더 들었다.

 
 

그늘진 곳에 오래 있다 보니 점점 추워졌다.

 

겨울이라 삭막했지만 삭막한 주변 풍경이 에메랄드빛의 물을 더 돋보이게 했다.

 
 
 

다른 관광객이 왔기에 자리를 비켜주고 폭포를 떠났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를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오르막이 가파르기에 몇 번을 중간에서 쉬었다. 살이 찌니 오르막길이 점점 힘겹게 느껴졌다.

 

같은 풍경이지만 내려갈 때 풍경과 올라갈 때 풍경은 왜 다르게 느껴질까.

 

누군가 쌓아 놓은 돌에 우리도 돌 하나를 버탰다. 소원은 로또 당첨같이 소박한 소원으로.

 
 

겨울이라 해가 짧다. 어느덧 해는 서쪽 하늘 끝에 매달려 있었다.

 
 

집에서 쉬는데 아빠가 졸라서 왔는데 같이 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집에서 차로 십여 분 밖에 안 걸리는데 집 밖으로 나오기 왜 그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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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비도 오고 집에 축 처져 있는데 아빠가 집에 있기 답답하다며 동두천에 있는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가자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본에 안 가본 지 3년이 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기 힘들어지니 국내에서 해외의 이국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사람들 사이에 이슈가 되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가볍게 아빠를 따라나섰다.

 
 

일본어로 적힌 문구들이 오랜만에 봐서 어색했다. 입장료를 구매했다. 보통은 입장권에 주차권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입장료 따로 주차료 따로였다. 주차장은 니지모리 스튜디오 소속이 아니라는 것 같았다.

 

이곳이 양주와 동두천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대부분은 자가용을 이용해서 온다. 그러나 버스로도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 입구를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잠깐 동안 일본 여행을 하러 가기 위해 정문으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이 어둡기에 길가의 등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은은한 불빛이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이 거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교토의 어느 거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해외로 놀러 온 것 같은 기쁨이 보였다.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넓지 않아 빠르게 본다면 몇 십분이면 볼 수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며 구경한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비가 내리기에 잠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건물 안에는 체스판도 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선풍기도 있었다.

 

비가 내려 밖이 쌀쌀했는데 안에 있으니 포근하고 좋았다.

 

메인 거리에는 관광객이 직접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 있었다.

 

비에 젖어 건물의 색은 더 짙게 보였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기분은 더 센티멘털하게 만들었다.

 

의자가 젖어 있어 모닥불 옆에 앉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녔다.

 

입장료가 비싸서 솔직히 조금 불만은 있었는데 디테일하게 꾸며 놓은 것을 보니 입장료가 비싼 게 이해되었다.

 

곳곳에서 일본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져 카페 앞 처마 밑에 앉아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빠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계시고 나 혼자 커피를 주문하러 들어갔다. 빈자리가 있으면 카페 안에서 차를 마시면 더 커피가 맛있을 것 같았다. 일본 오타루에서 갔던 어느 카페가 생각났다. 그날도 비가 이렇게 내렸었다.

 
 

커피 주문이 밀려서 한참을 기다렸다.

 
 

화장실 앞에는 일본식 우산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카페 앞 노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걸어 오르니 작은 뮤직룸이 나왔다.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있고 올드 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커피를 받으러 다시 카페로 갔다. 커피를 들고 다시 뮤직룸으로 왔다. 1970년대 디제이가 있는 다방 같았다.

 
 

사람들은 이곳을 잘 모르는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약간 눅눅한 냄새가 났다. 냄새는 아빠와 나를 서로의 젊은 시절로 소환시켰다.

 
 

아빠는 옛날 생각이 나신다며 디제이석에 들어가 잠깐 동안 디제이가 되어 보셨다.

 
 
 

고급진 분위기의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늘어져서 심심했던 주말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입장 시 받은 니지모리 스튜디오 안내도를 그제야 확인해 보았다.

 

오래된 카메라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피를 다 마신 후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저녁을 먹고 집에 갈까라는 생각이 들어 음식점 가격을 보니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비쌌다.

 
 

밥은 집에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니지모리 스튜디오의 남은 부분을 구경했다.

 
 

어떻게 사진을 찍든 이국적인 분위기의 사진으로 찍혔다.

 

동호회 사람들인지 코스프레를 하고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일본에 가지 않고 일본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가성비는 좋은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공기도 싱그럽고 사진기에 찍힌 색감은 보기보다 더 짙고 쫀쫀했다.

 
 

식당에서 사 먹지는 않았지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사진만 찍었다.

 

메인 광장을 지나 빨간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올랐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인지 건물이 어수선했다.

 

어수선한 건물에서 나오는 길 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곳은 어떤 신을 모시는 것일까. 온갖 잡신 중 토끼를 모시는 사당일까.

 
 
 
 

길이 조금 질퍽거리기는 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걷기도 좋고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았다.

 
 

계단이 많기는 했지만 서두를 일이 없기에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니 니지모리의 모습이 훤하게 보였다.

 
 

시골 속에 파묻힌 일본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았다.

 

앉아서 전망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오르막 끝에 도착하니 사람들의 소원이 걸려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난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다리에도 소원이 적힌 나무가 걸려 있었다.

 
 

아빠는 등에 그려진 못난이가 나랑 비슷한 것 같다고 하셨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등이 걸린 길로 걸어갔다.

 
 

정신없는 것 같으면서도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한데 이 촌스러운 느낌이 더 좋았다. 축제에 온 것 같이 내 마음도 들떴다.

 
 
 

단렌즈를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이럴 때 표준 줌렌즈가 그리웠다.

 
 
 
 

슬램덩크에서 백호가 소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을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인형이 마루에 있기에 사진을 찍으러 옆에 가니 갑자기 인형이 움직였다.

 

아빠랑 나는 화들짝 놀랬다.

 

내려오는 길 안 갔던 길이 궁금할 것 같아서 다시 연못을 따라 걸어갔다.

 

연못을 보며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연못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따라 내려갔다.

 

작은 폭포가 연못으로 흘렀다.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잠깐이었지만 이국적인 장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나들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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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일기를 겨울이 다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쓰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글쓰기가 귀찮아서 미루다 이제 겨우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불러와 보았다. 

 
 
 
 

전날 백양사에서 흠뻑 가을 단풍에 취한 후 신안 자은도까지 와서 하루를 보냈다. 체크아웃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체크아웃을 했다. 자은도 라마다 플라자에서 나오는 길 전날 찍고 싶었던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모델은 이 마을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분들이 아닐까. 

 
 

일단 천사 대교를 향하기로 하고 섬과 섬을 잊는 다리를 넘었다. 한적한 포구에 잠시 차를 세웠다. 

 
 

남쪽 지방이지만 바람이 찼다. 아마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서 더 쓸쓸하고 차갑게 느껴진 것 같다. 

 

다시 이차선의 시골길을 달렸다. 앞에 큰 관광버스 한 대가 우리 앞에 있지만 추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천천히 이곳을 즐기면 되니까. 

 
 

천사 대교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오도선착장에 왔다. 

 

안개가 낀 것일까. 앞에 크고 작은 섬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이 느낌 가을 느낌같이 느껴졌다. 

 

물이 빠진 갯벌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양식장의 기둥들이 보였다. 

 
 
 
 

신안에는 1004개의 섬이 있다고 어디선가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다리 이름도 1004인지. 천사 대교가 시원하게 보이는 선착장 앞 조형물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의 상상력과 발상은 끊임이 없는 것 같다.

 
 
 

바다 위에 구불구불하게 길게 놓인 다리는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도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역시 이런 곳에 오면 요런 포즈 하나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주말이라 오도선착장은 차로 북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곳도 스산한 가을바람만 불어왔다. 

 
 

선착장을 떠나 목포로 가기 위해 천사 대교 위에 올랐다. 

 

걸어서는 건널 수 없고 차량으로만 갈 수 있는 다리였다. 

 

멀리서 보이던 다리의 주각은 가까이 갈수록 그 위엄을 드러냈다. 가까이서 보니 대천사 미카엘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사 같은 다리를 건너면 다시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졌다. 오르락 내리 락을 두 번 하고 나면 육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신안에서 목포 북항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전날과 다른 우중충한 날씨가 기분을 다운시켰다. 

 
 
 

유달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 고하도에 도착하는 케이블카로 산과 바다를 둘 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역시나 케이블카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그래도 왕복이니 가격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크리스털 케빈이 아닌 일반 케빈으로 매표를 했다. 고하도 승차장 까지는 하차가 불가능하고 고하도에서 북항으로 돌아오는 길 유달산에서 승하차가 가능했다. 다들 귀찮아서인지 유달산에서 승하차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탑승을 위해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탑승장에 가니 크리스털 캐빈과 일반 캐빈, 두 줄로 나누어졌다. 

 

역시 일반 캐빈 줄이 더 길지만 오는 횟수가 일반 캐빈이 많으니 대기 인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케이블카 정원은 10명인데 대기줄이 길지 않으면 일행끼리 태워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두 명뿐이라서 전세 낸 것 같이 두 명이서 케이블카를 통째로 이용할 수 있었다. 

 
 
 

캐빈 안에 앉으니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이기는 했지만 풍광이 너무 좋았다. 

 
 
 

케이블카는 유달산을 따라 정상 쪽으로 이동을 했다. 

 

정상의 기암괴석이 인상적인 유달산 아래는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전체적인 도시의 색감도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했다. 

 

오히려 단풍 옷을 입은 유달산이 요란한 치장을 한 것 같이 보였다. 

 

케이블카 위에서 자연을 그리고 도시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굳이 등산을 하지 않더라고 목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좋았다. 점점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른 여행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케이블카가 정상에 가까울수록 산의 나무와 바위가 손에 닿을 것만 같았다. 

 

정상에 도착하니 등산로가 보였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껏 손을 흔들어 보기도 했다.

 
 

유달산 정상을 지난 케이블카는 다시 산과 멀어졌다. 

 
 

이제 케이블카는 바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유달산이 보였다. 

 
 

푸른 바다 위를 건너는데 바람이 세졌다. 이날 신안을 떠날 때부터 바람이 강해서 걱정했는데 바닷가에 오니 다시 바람이 세진 것 같았다. 

 
 
 

고하도에 다다르니 고하도 섬에 놓인 데크가 눈에 들어왔다. 고하도에 내리면 한번 가볼만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색이 파랗다. 내가 생각한 서해바다의 색이 아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렸더니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고하도 케이블카 승강장에 매점이 있기에 간단히 요기를 할 겸 매점으로 들어갔다. 목포까지 왔는데 낚지를 먹어보지 않았기에 좀 플랙스 하게 낚지 라면을 주문했다. 

 

낚지 라면이라고 하기에 낚지가 잘라진 상태로 나왔는지 알았는데 각 그릇마다 낚지가 한 마리씩 들어있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은 후 고하도 승강장 밖으로 나갔다. 

 

승강장 밖으로 나오니 바로 산책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초반부터 계단이라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다 보니 아빠는 아빠 나이만큼 벌써 도달하셨다. 

 

100세까지 무탈하게 살고자 이를 악물고 남은 계단을 더 올랐다.

 

드디어 100세.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서로 웃으며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 나머지 나이는 덤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이 끝나면 산책길과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타고 왔던 케이블카가 저 멀리 보였다. 

 
 

판옥선의 모습을 한 전망대가 인상적이었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옆으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인 꼰대 인턴도 이곳에서 촬영했나 보다. 

 

계단을 오르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가을이라 고하도도 알록달록했다. 푸른 바다와 대비된 색감이 감미롭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긴 했지만 올라갈수록 보이는 풍경이 더 좋았다. 

 
 
 

각 층마다 전시실이 있기에 숨도 고를 겸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힙하고 이쁠까 여러 고민을 해보았지만 역시 내 능력의 한계만 맛보았다. 

 

그래도 이런 귀여운 콘셉트 사진은 찍고 나서 확인하니 나쁘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도착했다. 생각보다 별로였다. 오히려 걸어오면서 계단에서 본 풍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전망대엔 안전상 이유로 펜스가 둘러져 있어서 그런가 오히려 사진 찍기가 더 불편했다.

 
 

그래도 꼭대기에 왔으니 인증숏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번엔 바다 절벽에 놓인 길을 걷기 위해 또 한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를 요했다. 내려간 만큼 다시 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고하도 해상 데크에 도착하니 양 갈래 길에서 갈등이 생겼다. 우린 그냥 남들 따라 오른쪽으로 걸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한글의 자음이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옆에 있는 분이 비켜주지 않는다. 신경이 쓰였지만 별말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가고 나니 좀 더 편하게 사진을 찍었다. 

 
 

더 걸어갈까 고민이 들었지만 뭔가 지친 느낌이 들어서 다시 고하도 승강장으로 향했다.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중간에 쉬어가며 계단을 걸었다. 

 

아까 보았던 전망대의 카페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이곳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고하도 승강장에는 케이블카를 타려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갈 땐 사람이 많아서 정원을 채운 상태로 북항으로 향했다.

 
 

아쉬운 마음에 힐끔힐끔 뒤를 돌아 보았다. 유달산에 내리려던 계획은 접고 바로 주차장이 있는 북항으로 갔다. 

 
 

서서히 다가오는 유달산의 모습. 정상의 바위들을 꼭 아슬아슬 피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케이블카의 운행 길이가 길기에 쉬면서 주변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타고 와서 불편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빨리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좋았다.

 

목포를 떠나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이제 몇 시간을 가야 할까. 차나 안 막혔으면 좋겠는데.

https://youtu.be/8XBzwDIf5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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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을이 왔다. 이번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지 생각했지만 몸이 근질거렸다. 어김없이 어디를 가면 좋을까 숙소를 검색하고 있었다. 

 

이번엔 조금 멀리 숙소를 정했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 신안으로 정했다. 신안으로 가는 길 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를 걸쳐서 가기로 했다. 주말이라 차가 밀릴 것 같아서 오늘도 새벽에 집에서 출발했다. 오래간만에 서울 톨게이트를 거쳐서 전라도 지방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했다. 동쪽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잠을 많이 못 자고 출발해서 그런지 정신이 몽롱했다. 지구의 시간은 내 몸 상태와는 달리 어김없이 아침이 오고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쉬지 않고 내리 달렸다. 수도권을 벗어나니 차량도 많이 줄었다. 

 

아침 일찍 출발한 덕분인지 차가 밀리지 않고 내장산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내장산 톨게이트를 나와 장성 쪽으로 향했다. 이제 아침 공기가 많이 차가웠다. 

 

서울에서 늦게 출발했으면 아마도 가을 단풍을 구경 가는 차량들 때문에 수도권도 못 벗어났을 것 같았다. 

 
 

백양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단풍이 우리를 맞이했다. 

 

점점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짙은 단풍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백양사에 도착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단풍이 우리를 맞이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아침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차장에는 우리보다 먼저 온 차량들이 많았다. 

 
 

쌀쌀한 공기를 마시며 백양사로 걸어갔다. 

 

주차장과 연결된 계단을 통해 백양사로 갔다.

 

예전에 왔을 땐 이 길이 사람들로 가득 찼던 기억이 났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길이 한적해서 호젓하게 걷기 좋았다. 

 

간혹 차가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지나는 차들이 많지 않아서 이렇게 차도에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간혹 차들이 다니기에 다시 인도로 와서 걸었다. 

 

백양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가인 민박마을이 있었다. 하루 정도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걷는 사람이 보였다. 나도 예전에는 저렇게 혼자 잘 다녔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혼자보다는 아빠랑 둘이 다니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 20대 때는 무서운 것도 없이 카메라 하나만 들고 전국을 아니 전 세계를 돌아다녔었다. 

 

새로 산 조리개 값 2.8 렌즈 때문에 인물사진을 찍을 맛이 났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처럼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사진의 결과물을 볼 때마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나중에 핸드폰으로 옮겨서 사진을 확인하니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은 것이 많았다. 

 
 
 

사람에 치이지 않다 보니 주차장에서 절까지 올라가는 길이 멀기는 했지만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풍이 화려하진 않았다. 그러나 은은하게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은 걸으며 밟을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를 냈다. 시각적으로도 좋고 청각적으로도 걷는 길이 너무 좋았다. 몇 시간 아니 몇 분 뒤면 인파에 이 고즈넉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간이 행복했다.

 
 

2022년의 가을은 이 순간뿐이기에 천천히 걸으며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빨리 걸으면 금방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게으른 여행자이기에 아주 천천히 백양사 쪽으로 향했다. 

 

하늘이 맑다. 기분도 맑다. 몸은 잠을 못 자서 피곤했지만 맑은 공기가 피곤한 몸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었다. 

 

감나무의 꼭대기에는 아직 감이 매달려 있었다. 누구를 위해 저렇게 남겨 놓은 것일까. 

 

감나무를 흔들어 감을 따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다. 

 
 

예년에도 백양사에 왔었다. 그때는 내장산 1일 투어를 이용해서 왔었다. 단체 투어로 오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여유였다. 백양사의 단풍만 구경하고 신안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기에 충분히 이곳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게 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이런 여유로운 여행이 요즘은 더 마음에 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양사로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호수는 단풍이 든 산을 머금고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맑은 하늘이 하늘에도 땅에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백양사로 가는 길이 힘이 들지 않기에 누구나 쉽게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이 맛이 그리워, 이 풍경이 그리워 다시 이곳 백양사로 오게 되었다. 

 
 

이제 가을이 끝나고 겨울로 들어가는 초입이기에 어떤 나무는 단풍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을 가지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도 단풍이 무성한 나무도 모두 다 이쁘게 보였다. 

 
 

이 나무는 얼마나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까. 나무가 너무 커서 한 화면에 나무의 전체 모습을 다 담기 힘들었다. 

 
 
 
 

백양사로 올라가는 길 만난 또 다른 사진 명소. 물에 반영된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니 백양사의 최대 포토 스폿이 눈앞에 보였다. 

 
 
 
 

백양사의 단풍과 누각, 그리고 내장산의 모습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어떻게 찍으면 잘 찍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내 능력으로 이 아름다운 모습을 다 담아낼 수 있을까. 

 
 
 

때깔 꼬마니 같은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리저리 카메라의 설정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뭔가 2퍼센트 부족한 이 느낌은 무엇인지.

 
 
 

뭔가 아쉽기는 하지만 내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생각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징검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넘어왔다. 이젠 제법 관광객이 많아졌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며 사진을 찍으며 걷는 사이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백양사로 들어오니 입구에서 구운 가래떡을 팔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아침을 먹어서 그런가 가래떡을 굽는 구수한 냄새에 위가 요동쳤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가래떡을 먹고 백양사 경내를 구경했다. 

 
 
 

처마끝 매달려 있는 발이 인상 깊었다. 

 
 

햇빛을 가려주는 용도뿐만 아니라 미적으로도 아름다웠다. 기능성과 미를 둘 다 취하고 있었다. 

 
 

절 뒤로 보이는 바위산에서 영업함이 느껴지고 절은 아기자기했다. 

 
 
 

스님들이 기거하는 공간은 고요했다. 관광객이 다니는 길과 스님들만의 공간은 낮은 나무 담장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뭔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힘이 느껴졌다. 

 
 

백양사 본당에 들어서니 마음이 경건해졌다. 다른 절에 비해 본당이 웅장하지는 않지만 뒤로 보이는 산과 절이 주는 분위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경내가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절이라는 공간이 주는 경건함이 느껴졌다. 

 

극락보전 뒤에는 아직까지 따지 않은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보이는 홍시는 더욱더 주황색 빛을 띠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백양사를 나오는 길 뒤를 돌아 보았다. 들어갈 때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백양사를 구경한 후 경내 외부로 나오니 단풍을 보기 위한 수많은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서둘러 왔기 때문에 백양사의 고즈넉함과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백양사 앞 카페에 앉아서 잠시 여유를 느껴보았다. 커피를 주문할까 고민하다 따스한 대추차를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에는 전통차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카페 뒤로 사람들은 분주히 백양사의 단풍을 보기 위해 지나갔다. 

 

실내보다는 역시 실외가 좋은 것 같다. 날이 조금은 쌀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을을 느끼기에는 야외 테라스가 좋았다. 

 
 

대추차를 마시고 왔던 길을 되돌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오면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왜 처음 볼 때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뒤돌아보면 항상 미처 깨닫지 못한 아름다움이 보였다. 인생도 가끔 뒤돌아보면 내가 깨닫지 못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찍어도 작품이 되었다. 눈으로 본 것을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2022년의 가을을 느끼지도 못하고 아쉬움만 남기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장산 백양사에서 잠시나마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먼 거리를 온 후 백양사 산책길을 걸으니 피곤함이 밀려왔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느끼기 위해 우리와 반대편으로 걷고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모습이지만 일렬로 걸어가는 그들이 모습이 아름다웠다. 

 

사진보다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어떠했을까. 사람들의 모습이 물에 비친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아쉬움이 남아 가끔씩 뒤를 돌아보았다. 이 가을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이제 백양사에서 다시 신안으로 이동해야 했다. 왜 그렇게 숙소를 멀리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최대한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백양사로 가고 오는 산책로 만으로도 충분히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남들보다 서두른 탓에 백양사의 호젓함을 볼 수 있었다. 

 

이제 2시간 이상을 달려서 또다시 이동해야 했지만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떠날 수 있어서 마음이 가벼웠다. 2022년의 가을을 뜻깊게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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