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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벚꽃 명소를 구경하다 눈에 확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바로 여좌천 벚꽃 터널이었다.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핀 벚꽃이 장관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매년 벚꽃을 보러 일본에 갔다. 주말을 이용해서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꼭 3월 말에서 4월 초에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갔었다. 목적은 벚꽃을 본다고 했지만 그냥 여행이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경화역에서 여좌천까지는 십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기에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차를 세워두어서 주차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서 여좌천 근처에 있는 워터파크 주차장(파크랜드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여좌천 옆이 바로 동네라서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차를 여좌천에서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걸어서 여좌천으로 갔다.

 
 

여좌천에 벚꽃길에 도착하니 눈이 동그래졌다.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장관이었다. 순간 일본 교토에 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입에서 '와!'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남부 지방은 더웠다. 수도권은 아직까지 날이 쌀쌀한데 이곳은 벌써 초여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울을 따라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기에 편하게 걸으며 구경할 수 있었다. 대신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산책로의 걷는 길이 일방통행이었다. 한쪽 방향으로 걸어서 로망스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반대쪽 길을 이용해 다시 돌아오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좌천의 로망스 다리를 보기 위해 오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곳은 그래도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여좌천 로망스 다리는 시내 쪽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시작한 부분에서 끝까지 걸어가야 했다.

 
 
 

벚꽃이 핀 시기에는 상춘객들이 이곳을 가득 채우지만 그 외에는 이곳 주민들의 산책코스이고 운동코스이기에 산책로에는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산책로 옆의 차도에도 벚꽃이 가득했다. 그러나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있었다. 그러나 벚꽃만큼은 환상적이었다. 차 안에 있는 사람들도 창문을 열고 벚꽃 터널 사진을 찍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2022년에는 더 이상 벚꽃을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벚꽃으로 가장 유명한 곳 2군데에서 벚꽃을 봤으니 말이다.

 
 

여좌천을 따라 걷다 화장실에 갈 겸 여좌천 옆에 있는 공원에 잠시 들렸다. 화장실만 들렸다 다시 나가려고 했는데 공원도 너무 좋아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본 후 다시 여좌천 벚꽃길로 나갔다.

 
 
 

하루 종일 벚꽃만 봐서 살짝 눈이 얼얼했는데 푸릇한 나무를 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벚꽃 여행이기에 어디를 가나 벚꽃을 볼 수 있었다. 푸른빛과 분홍빛이 대조를 이루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완연히 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서는 계속해서 땀이 흐르는 것을 보니 확실히 겨울은 저 멀리 가버린 것 같았다.

 
 
 

가지가 인상적인 나무 옆 벤치에 앉아서 잠시 다리를 쉬었다. 오늘 아침부터 끊임없이 걷기만 하는 것 같다. 봄 여행이 여유로워야 하는데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없이 계속 이동하고 걷기만 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생각났다.

 

이곳에 앉아서 쉬고 있으니 아빠와 함께 여행했던 도쿄 우에노 공원의 벚꽃이 생각났다. 호수가 있고 벚꽃이 피어있고 뭔가 분위기가 우에노 공원에 온 것 같았다.

 
 
 

나무들은 호수를 향해 경례를 하듯 길게 휘늘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이던 공간에서 잠시 벗어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공원에도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공원이 꽤 넓어서 사람들이 퍼져 있기에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공원에 들리기 잘한 것 같았다.

 

역시 한국의 어느 관광지나 공원에 있는 뚱뚱도 테스트 기구가 있었다. 아빠는 자신 있게 S로 들어가 보셨지만 통과를 하지 못하셨다. 나는 차마 하기 민망해서 옆에서 구경만 했다.

 

호수에 비친 봄의 반영이 아름다웠다. 한국에 있지만 한국에 있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며 다리도 쉬었으니 다시 여좌천으로 돌아가 기려 했다.

 
 
 
 

여좌천으로 다시 돌아오니 도쿄 벚꽃 명소에서 교토의 벚꽃 명소로 옮겨 온 것 같았다. 장소가 바뀌니 또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사이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렇게 멋진 곳을 두고 왜 항상 밖으로만 나돌았는지. 그 비싼 비행기 표를 지불하고 꼭 해외로만 나갔는지 약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너무 익숙해서 제대로 알려고 보려고 하지 않고 다른 문화만을 너무 관심을 가지고 높이 평가했던 것이 아닐까. 한국은 한국 나름의 멋이 있는데 말이다.

 
 
 

그냥 생각 없이 주변 풍광만 보고 걸으면 딱 좋은 길이었다.

 

종종 사람에 휩쓸려 걸어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경화역에 비해 사람에 많이 치이지 않는 점이 좋았다. 경화역은 기찻길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색다른 경험이 좋았고, 이곳은 산책길을 걸으며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침부터 걷다 보니 정오가 조금 지났는데 벌써 만보를 넘게 걸었다. 그래서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더 걸어 내려가서 로망스 다리를 볼까 고민을 하다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와야 하기에 다시 돌아가 기려 했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기분도 다르고 풍경도 달랐다. 반대쪽 길은 차도를 통제해서 사람들이 걸어갈 수 있게 했다. 굳이 좁은 산책로로 걸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게 차도를 걸었다.

 
 

벚꽃 터널에서 아주 잠깐 벗어나서 옆에서 여좌천 터늘을 관망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 주민들에게 벚꽃은 매년 돌아오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곳에 처음 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자 공간이었다.

 

아빠는 벚꽃에 이제는 살짝 질리셨는지 동백꽃을 보시곤 너무 좋아하셨다.

 

무슨 꽃 색깔이 이리 맑고 강렬한지. 파란 하늘에 핑크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아 보였다.

 

여좌천 초입(주차장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카페에 앉아 진짜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사진을 정리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창원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더 이상 어딘가를 돌아다닐 체력이 안되기에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도 못 먹었기 때문에 휴게소를 들려 간단하게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난 역시 언제나 돈까스로.

 

중부지방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그냥 이곳은 주차장이었다.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차 안에 앉아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1킬로미터를 가는데 몇 십분이 걸리니 속에서는 불이 나고 있었다.

 

정체가 아주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차는 점점 속도를 내어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집에 오니 벌써 밤이 되어 있었다. 1박 2일 여행은 너무 빠듯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여러 군데 가보았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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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벚꽃이 아닐까! 원래는 진해인데 창원과 진해, 마산이 통합되어 이제는 창원으로 불린다. 그래도 진해 벚꽃이라 부르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지 않을까. 한 번쯤은 오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이번 봄꽃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이기에 창원으로 오게 되었다.

 
 

토요코인 창원 호텔에서 조식을 먹자마자 나왔다. 아마 8시가 되기 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진해 경화역으로 향했다. 창원 시내에서 진해까지는 1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경화역공원 입구에 오니 차량 정체가 시작되었다. 경화역공원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벌써 자리는 꽉 차버렸다. 그래서 티맵에서 주변 공영주차장을 검색해서 겨우 차를 주차한 후 걸어서 경화역공원까지 걸어갔다.

 

예전에는 기차가 다니던 역과 기찻길이지만 지금은 폐선이 되어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멋진 벚꽃 사진에 꼭 나오는 장소이다. 폐선이 되기 전에는 기차가 벚꽃 사이를 운행하는 모습이 장관인 곳이었다.

 

8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경화역을 방문한 상춘객이 많았다. 우리도 그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경화역에 들어서니 기찻길을 따라 길게 심어진 벚꽃이 보였다.

 
 
 
 

기찻길에 올라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사진을 찍든 주변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몇 시에 와야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벚꽃 터널을 지나는 기차는 볼 수 없지만 경화역 한편에는 예전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게 기차 한 대가 서있었다.

 

기차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또 줄을 서야 했다. 기차가 서 있기는 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예전에 사진에서 보았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벚꽃 하면 진해 벚꽃이라 말하는지 직접 와서 보니 알 수 있었다. 기찻길 양옆으로 핀 벚꽃 때문에 내 정신이 아찔해졌다.

 
 
 
 

기차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조금 줄어드는 틈을 노리기로 하고 기차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기찻길 위를 걷고 있으니 아빠는 또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기차여행을 한지 참 오래된 것 같다. 그래도 1년에 몇 번은 기차를 탔던 것 같은데 코로나 이후로는 딱 한 번 기차를 타본 것 같다. 그리고 느리게 운행하는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언제 타봤을까. 점점 빨리빨리에 익숙하다 보니 고속철도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느리게 운행되는 기차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오래된 새마을호 객차를 보니 잠시 과거를 추억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온 지 몇 십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곱에 곱으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선로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동심의 세계로 빠지는 것 같다. 누구나 마음속에 숨겨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은가.

 
 
 

언제 이렇게 기차에 가까이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평소에는 즐길 수 있는 장면이 아니기에 열심히 특별한 날의 기억을 남겼다.

 
 

옆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쯤이야 오늘 하루는 괜찮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누구나 내가 주인공이 아닐까.

 
 

무거운 쇳덩어리인 기관차이지만 기관차와 함께 사진을 찍으니 기관차가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관차의 쇳덩어리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관차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아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데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모습보다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뒤에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으면 긴장해서 그런가 편하게 사진을 찍지 못하고 대충 사진을 찍고 도망가듯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사진을 찍고 혼자 구시렁 구시렁거리며 자리를 떴다.

 
 
 
 

기존의 역을 공원으로 만들었기에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기찻길 옆에는 걸을 수 있는 산책길도 있었다.

 
 

벚꽃과 기차를 넣어 사진을 찍으니 기차역에 와서 사진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기관차의 도장이 빨강, 파랑, 흰색이라 벚꽃과 꽤 잘 어울렸다.

 

멀리서 주므로 기차를 찍었다. 관광열차가 경화역으로 들어와 정차해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들은 더 많아졌다. 이젠 점점 사람에 밀려다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 번쯤 이런 사진을 찍어 보고 싶었다. 매번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만 보다가 내가 직접 사진으로 찍으려니 쉽지 않았다. 그냥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며 대리 만족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찍었으니 잘

찍었던 못 찍었든 애정이 갔다.

 
 

기차가 서있는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기찻길 위에서 찍는 것도 분위기가 있지만 산책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았다.

 
 
 
 

기차가 있는 곳 반대쪽을 따라 걸으니 이곳부터는 벚꽃 터널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고래를 들면 길게 늘어선 가지와 하얗고 핑크빛을 띠는 벚꽃이 하늘을 가렸다.

 
 
 
 

내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기로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곳의 분위기, 이곳의 향기, 이곳의 빛깔을 모두 사진에 담기에는 내 실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 터널 주변에는 푸릇푸릇 한 나무들이 있어서 밋밋한 풍경에 향신료를 살짝 뿌려놓은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벚꽃이 날아다녔다. 이 봄이 날리는 벚꽃과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했다. 지금 이 순간이 한낮의 꿈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경화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 찾아오는 상춘객이 반갑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매년 이렇게 멋진 풍경을 집 앞에서 볼 수 있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

 
 

잠시 벚꽃에서 벗어나 벚꽃 주변에 핀 다른 꽃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풍경이 그 유명한 경화역 벚꽃 터널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벚꽃 터널 쪽에서 경화역 쪽으로 걸어왔다.

 
 
 
 

벚꽃이 지붕이 되고 기찻길 옆의 푸른 나무가 벽이 되었다.

 

비행기 한 대가 저 멀리 지나가고 있었다.

 

몽환적인 벚꽃 터널을 걷고 있으니 내 마음이 봄바람을 따라 살랑이는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은 것 같다.

 
 

경화1이라고 쓰여있는 기차역에 서있는 신호기를 보니 역시 기차와 벚꽃은 뗄 수 없는 것 같다.

 
 

무미건조한 신호기조차 벚꽃 사이에 서있으니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우리가 이곳에 8시가 못돼서 왔는데 벌써 10시가 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힘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고 싶었다. 이 봄은 이 순간뿐이기에.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2022년 4월의 봄은 내 인생에 아빠의 인생에 딱 한 번뿐이기에 사진에 내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어떻게 누가 찍던 멋진 작품을 선사해 주었다. 또 일주일이 지나면 언제 이곳에 벚꽃이 피었냐는 듯이 모든 벚꽃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기에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었다.

 
 

1박 2일도 이곳에 와서 촬영을 했었나 보다. 1박 2일 촬영팀이 전국에 다니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영혼을 벚꽃 사진과 바꾼 후 경화역을 나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길가에 핀 벚꽃도 아름다웠다. 서울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지만 이곳엔 서울보다 한 템포 빨리 봄이 찾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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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변수가 참 많은 여행인 것 같다. 섬진강 벚꽃길을 달리다 창원으로 향하는데, 이정표에 구례 화엄사가 보였다. 창원에 빨리 도착할 필요가 없었기에 우리는 목적지를 바꿔 구례 화엄사로 향했다.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계획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재미가 있는 것. 이번 여행에서 계획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례 화엄사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이 많아졌다. 네비는 화엄사까지는 1~2킬로미터 남았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차량이 정체되어 있어서 우리는 사하촌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화엄사로 향했다. 그런데 차가 많아서 차가 밀리는 것이 아니라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어서 매표소 앞에서만 차량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었다. 화엄사 입구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기에 차를 타고 화엄사 앞까지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사하촌 식당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기에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걸어가는 사람이든 차를 타고 절로 들어가는 사람이든 입장료는 똑같았다. 이런 것을 몰랐던 우리는 괜히 걸어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절이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들어가는 입구가 꽤 길었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해 벌써 3군데를 들렸다 이곳에 오니 체력이 바닥이 되어서 절로 걸어가는 길이 조금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차를 식당가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옆을 지나가는 차를 보며 살짝 부러웠다.

 
 

부처님 오신 날까지는 한 달이 남았지만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연등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걸어가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를 타고 가면 놓치는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지리산 골짜기를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 야생녹차 재배지로 갔다. 야생녹차 재배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태가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사람들의 흔적이 많지 않은 길 같아 보였다. 우리보다 먼저 온 다른 분이 오두막에 앉아서 이른 봄의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4월의 첫 주이지만 남도의 햇빛은 뜨거웠다. 서울은 아직까지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곳은 봄과 여름의 중간에서 밀당을 하는 것 같았다.

 

야생 녹차밭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냥 지나쳐 간다면 그냥 나무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잘 정리되니 녹차밭의 통일감도 좋지만 이렇게 자라는 녹차밭의 자연스러움도 좋았다. 인위적인 느낌이 어느 정도 배제된 자유로움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 밖에 걷지 않았는데 체력이 후덜덜거렸기에 잠시 그늘에 쉬면서 체력을 충전했다.

 

우리는 다시 도로로 나와 계곡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계속해서 오르막을 오르기에 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걷다 보니 화엄사 입구에 도착했다. 화엄사 입구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걸어서 왔던 것이다.

 

힘들게 걸어서 왔으니 입구에서 먼저 인증숏을 남겼다. 왠지 여기까지 걸어서 왔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절이라 뭔가 기대가 되었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귀엽지만 뭔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은 조각상이 서 있었다.

 
 

유명한 절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꽤 많았다. 그리고 절 자체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느낌에 점점 매료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절을 방문하는 것이 좋아졌다. 아빠와 나는 믿는 종교가 따로 있지는 않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국내를 자주 여행하다 보니 한국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산속에 있는 절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절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 한 곳 한곳에 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항상 앞만 바라보고 앞에 놓여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가끔 이렇게 뒤를 돌아보면 또 다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쉽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크고 웅장한 범종의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았다.

 
 
 
 

나무 기둥과 처마에서 이곳의 세월이 느껴졌다. 법당은 크고 웅장했지만 뭔가 모를 아늑함이 느껴졌다.

 
 

화엄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홍매화가 보였다.

 

사람들은 홍매화와 사진을 찍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었다. 좋은 자리에서 이쁜 사진을 찍기 위해 약간의 눈치 전쟁을 해야 했다.

 

어느 곳이 이쁘게 나올지 모르기에 우리도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었다. 내 카메라 문제인지 아니면 내 실력의 문제인지 생각같이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속상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다 보니 그래도 홍매화를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홍매화 사진을 찍기 위해 홍매화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더 높은 지점에서 홍매화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자리를 옮겼다. 절 담장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소한 풍경이지만 보고 있는 것 자체로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담장 넘어에서 홍매화 사진을 찍었다. 홍매화 나무도 다 나오고 법당과 법당 사이에 심어진 홍매화를 두드러지게 찍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진으로 표현하지 못하기에 뭔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깨끗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카메라가 구현해낸 결과물은 눈으로 본 것만큼 사진으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니 또 다른 홍매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나왔다.

 
 
 

기와들 사이에 아름답게 서있는 홍매화가 매력적이었다. 어느 포인트에서 보느냐에 따라 홍매화의 느낌이 달랐다.

 

사람이 없는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이곳에 왔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하게 들리는 풍경소리. 어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 들을 점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해하고 느껴지는 부분이 넓어지는 것 같다.

 
 

법당 앞에 서서 잠시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다.

 
 

다리도 아프고 체력이 바닥나는 것 같아서 이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절로 걸어오면서 모든 체력을 다 써버린 것 같다. 역시 차를 타고 절 입구까지 왔어야 했나 보다.

 

풍경을 즐기는 중년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내려가던 중 하얀 눈처럼 펴있는 목련 꽃이 보이기에 잠시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한참을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가 있는 창원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하동 섬진강 벚꽃길을 못 보고 가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섬진강휴게소에서 섬진강가에 핀 벚꽃을 만날 수 있었다.

 
 
 
 

강가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영화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정류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벚꽃이 바람에 휘날릴 때마다 정류장은 더 운치가 있었다. 꼭 BTS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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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은 역시 서울보다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구례 산수유마을을 본 후 바로 하동에 가서 섬진강 벚꽃길을 보려고 했으나 중간에 지리산 치즈랜드에 가는 바람에 일정이 조금 늦어졌다.

 
 

부랴부랴 하동 섬진강 벚꽃길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티맵은 십여 킬로미터를 가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알려주었다. 고작 30분이면 되는 길을 두 시간 넘게 걸린다는 안내를 보고는 좌절감이 왔다.

 

아직까지는 막히지 않는 도로를 달렸다. 길가에는 벚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굳이 하동까지 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동에 도착하기 전 벌써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서 가고 있기에 차가 막히는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의 첫날의 메인이 하동 섬진강 벚꽃인데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구간에 들어섰는지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커브길에서 앞에 있는 차들을 보니 한숨밖에 나지 않았다. 진짜 이곳에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네비에서는 계속해서 도착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 사거리에서 가던 길을 틀어서 막히는 도로에서 빠져나왔다.

 

막히는 도로를 빠져나오니 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굳이 하동까지 내려가지 않더라도 길가의 벚꽃이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야! 양길 가로 벚꽃이 활짝 펴서 눈꽃이 내리는 것 같았다.

 

차를 세운 후 벚꽃길을 걸었다. 그냥 스쳐 지나긴 기에는 이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갓길엔 벚꽃을 보기 위해 주차된 차들이 있었다.

 

길가 옆으론 섬진강을 따라 난 길이 있었다.

 
 
 
 

많이는 걷지 않고 벚꽃의 분위기만 느끼고 싶었다.

 
 
 
 

걷다 보니 조금만 더 가볼까? 조금만 더 가볼까 하며 길을 걸었다.

 

아직 서울은 벚꽃이 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곳은 벚꽃이 만발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차를 타고 가며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하동까지 내려가지 않고 길을 틀어서 반대편 도로로 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것 같다.

 

만약 그 순간 계속해서 하동으로 갔다면 아직도 차 안에서 짜증을 내고 있을 것 같았다.

 
 
 

흐드러진 벚꽃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노래 한 곡, 벚꽃엔딩.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역시 봄마다 생각나는 노래인 것 같다.

 
 
 

하동에서 보는 벚꽃은 아니지만 이곳도 섬진강을 따라 난 길이니 섬진강 벚꽃길이 아닐까.

 
 
 

산수유도 보고 수선화도 보고 이제는 벚꽃까지. 봄을 맞이하는 꽃들을 보고 있으니 봄날이 왔음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파란 하늘 때문에 벚꽃 더 희고 핑크빛으로 보였다.

 
 

사람에 치이는 벚꽃 구경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다. 사람에 밀려다니지 않고 산책하듯 꽃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꿩 대신 닭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닭을 선택한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하동의 벚꽃을 보지 못해서 언젠가 꼭 한번 보러 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날의 선택은 후회가 되지 않았다.

 
 
 

한쪽엔 섬진강이 흘렀다. 섬진강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등학생 때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나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한가롭게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행복했다. 봄날 꽃놀이 인파로 전국이 떠들썩한데 이곳은 피해 간 것 같아 보였다.

 
 
 

우연히 지나다 내린 곳에서 봄날의 정취에 충분히 취할 수 있었다.

 
 
 
 

벚꽃을 구경한 후 오늘의 숙소가 있는 창원으로 향하는 중 갑자기 화엄사에 가고 싶어져서, 네비의 목적지를 수정했다. 우리는 계획에도 없는 구례 화엄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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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마을에서 봄 향기를 느낀 후 우리는 하동으로 향했다. 국도를 달리던 중 갑자기 산수유 마을 근처에 구례 치즈랜드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치즈랜드에 수선화가 가득 펴있는 사진을 SNS를 통해서 본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가던 길을 돌려 치즈랜드로 향했다.

 

아마 8시 반쯤 도착한 것 같다. 그런데 주차장에는 차가 반 이상 차있었다. 수선화 꽃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은 입장료가 3,000원이고 경로는 70세 이상부터였다.

 
 

전에는 입장료 없이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수선화 때문인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전에 방문했을 때는 푸른 들판만 보였다. 그래서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전부 노랬다. 이번 연도에도 수선화를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수선화를 못 보나 생각했었다. 이렇게 우연히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서산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와는 또 분위기가 다른 곳이었다. 낮은 산비탈을 따라 심어진 수선화 꽃이 인상적이었다.

 
 
 
 

산비탈 위에서 아래로 내려서 찍으면 호수도 같이 볼 수 있었다.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는 멋진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이곳은 수선화와 호수, 산을 같은 프레임에 넣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각각의 지역마다 각각의 매력을 지닌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봤을 때보다 수선화 꽃밭이 넓었다. 요즘 수선화 꽃밭이라고 하고는 아주 조금 심어 놓고 많은 것처럼 보이게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을 혹하게 한다. 그런데 이곳의 수선화 꽃밭은 넓었다.

 
 

예전에도 있었던 모형 양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없는 틈을 기다렸다, 멀리서 주므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몇 장의 사진을 찍은 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다 보니 손가락이 저려올 만큼 사진을 찍은 것 같다. 힘들지만 좋았다. 아직 오전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지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쁜 사진을 찍을까? 어떻게 찍어야 잘 찍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혼자만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사진기를 잘 못 다루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기가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꽃 사진을 찍으면 꽃이 너무 뭉개지게 나와서 속상하기도 했다.

 
 
 

비슷해 보이는 사진이지만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 보았다. 찍다 보니 다 사진이 비슷해 보여서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참 날이 좋았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 꽃밭을 보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20대 때에는 자연을 즐기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부터 이런 자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어디를 가도 노랑, 노랑, 노란색의 향연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에 들판은 노란 물결.

 

그냥 지나쳐서 하동으로 갔으면 어떠했을까? 아마 하동 섬진강 길을 따라서 멋진 벚꽃 사진을 찍었을 것이지만, 이곳도 충분히 좋았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바람이 불 때마다 수선화가 살랑살랑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잔디가 깔렸던 들판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으로 바뀌었을까!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면 이곳 풍경도 바뀌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갔던 곳은 다시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난 갔던 곳을 또 가는 것이 너무 좋다. 그때의 내 감정, 풍경 등이 같은 장소이지만 다르게 다가온다.

 
 
 

치즈랜드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봄날을 즐기는 가족, 연인과 아름다운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한 포토그래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방문하고 즐기고 있었다.

 
 

산수유의 노란색과는 다른 느낌의 노란색이었다. 산수유의 노란색은 화려하지 않지만 질리지 않는 노란색이라면 수선화의 노란색은 화려하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지만 강렬한 색 때문인지 오래 보기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둘었다.

 

투명하게 맑은 하늘의 파란색과 소나무의 짙은 녹색만이 강렬한 노란색과 대조를 이루는 것 같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돌면서 다양한 구도와 포즈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걷다 보니 다시 제자리로 또다시 왔던 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마다 같은 자리도 매번 다르게 느껴졌다.

 
 

각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찍혔을지 궁금했다. 같은 풍경이지만 찍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며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에 사람들의 작품이 자꾸만 궁금해졌다.

 
 

멀리서 봤을 땐 살아있는 젖소같이 보였다. 역시나 모형 소였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소 두 마리가 앉아서 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젖소가 있는 곳까지는 수선화를 심지 않아서 초록 들판이었다. 너무 노란 물결만 보고 와서 그런지 눈이 시렸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눈에게 쉬는 시간을 주었다. 더 위로 올라오니 보이는 풍경이 더욱 좋았다. 전에 왔을 땐 덥고 습했던 기억만 난다.

 

돌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어떤 풍경 이이게 줄을 설까 생각하며 우리도 그 줄에 합류해 서 있었다.

 
 

다시 꽃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살짝 질릴 때가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처음에 왔을 때의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어디를 찍든 사람들이 프레임 안에 걸렸다.

 
 

포토그래퍼들이 많이 가기에 가본 포인트였다.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어떤 사진을 찍으려고 이곳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지. 나 같은 사진 문외한은 그냥 인증숏 정도만 찍고 지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들어가지 말라고 쳐진 줄을 넘어서 사진을 찍고 어떤 이는 앞에 꽃이 시들해서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살짝 꺾어서 버리고, 서로 간 배려하고 매너를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서로가 얼굴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행복하게 사진을 찍지 않을까.

 
 
 
 

치즈랜드 카페에 앉아서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그렇지만 차를 마시기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곳에서 2시간도 못 있었는데 그사이 주차장은 꽉 차고 차를 주차하려는 사람들로 도로까지 차가 가득했다.

 

지리산 치즈랜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 인증 사진을 찍었다.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그때와 지금 느낌이 또 달랐다. 이번에는 봄꽃 가득한 향기에 취해 볼 수 있었다. 가을과 겨울엔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다음엔 다른 계절에 한번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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