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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매달 태백 가는 게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설렘으로 지금은 익숙함으로 태백 여행을 가게 된다. 

 
 

추석 연휴도 태백에서 보내게 되었다. 명절이라 이것저것 재밌는 영화가 많이 개봉되어 태백에서 강릉까지 영화를 보러 갔다. 편도로 한 시간 반이나 걸리지만 이 자체도 여행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다. 

 
 

코로나 방역이 많이 완화된 채 맞이하는 첫 명절이기에 고속도로 이용료가 면제되었다. 평소라면 7번 국도를 이용하는데 이날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강릉으로 갔다. 

 

삼척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던 중 바다를 볼 수 있는 옥계휴게소에 들렸다. 강릉방면은 옥계휴게소이고 동해 방면은 동해휴게소로 상하행선 이름이 달랐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벤치에 앉아 초가을의 따스한 햇살을 느껴보았다. 

 

9월 중순이라 아직은 덥고 습했지만 그래도 가을의 향기가 아주 조금 느껴졌다. 태백은 벌써 가을의 초입을 지난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동해안의 도시는 여름의 마지막 같은 느낌을 받았다. 

 
 
 

탁 트인 시야에서 오는 청량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코로나 방역이 강화될 땐 휴게소에는 이용객이 적었으나 이젠 코로나 이전과 같은 북적임이 가득했다.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얼마 전까지 전망대가 폐쇄되었으나 우리가 갔을 땐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콘크리트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게 지어진 건물로 거친 질감과 무채색의 콘크리트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었다. 인공물의 무미건조함 사이로 보이는 총 천연 색의 자연. 서로 이질적인 것의 조화가 좋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래서 봤을 때보다 더 시원하게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휴게소 뒤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데 물에 비친 하늘은 작은 우유니 사막 같았다. 사람들이 푸른 하늘을 담고자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멀리서 줌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원경을 담아보기도 했다. 

휴게소를 떠나 다시 강릉 쪽으로 달렸다. 고속도로에서 본 기아 프라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참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드는데 현재는 구형 밖에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강릉 CGV는 홈플러스 위에 위치해 있었다. 강릉까지 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티켓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종이 용지로 다시 발권했다. 그리고 영화엔 팝콘과 콜라가 있어야 하기에 콤보세트를 주문했다. 

이번에 볼 영화는 공조 2였다. 역시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기럭지에 한 번 더 기가 죽었다. 

 
 

액자 같은 창문을 통해 강릉 시내가 보였다. 

 
 

아침을 먹고 나왔지만 허기가 져서 팝콘으로 배고픔을 달래 보았다.

 

중소도시의 작은 영화관이라 생각했는데 영화관도 크고 상영관도 많았다. 

 
 

화장실 이용이 조금 불편했다. 매점 쪽에 있는 화장실을 가거나 상영관 안쪽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상영관이 컸는데 보는 사람이 많을까 생각했는데 영화가 시작하니 좌석이 꽉 찼다. 

 

영화를 본 후 오랜만에 안목 해변으로 갔다. 추석 연휴라 드넓은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해변 쪽으로 갔다. 

 
 

방파제 너머로 보이는 옥색의 바다가 너무 좋았다.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해변 끝이 경포대해수욕장 같아 보였다.

 
 
 

태백은 이제 쌀쌀하다고 느껴졌는데 이곳은 아직까지는 살짝 더웠다. 

 

해변길을 따라 걸었다. 

 
 

안목 하면 커피 아닌가. 안목이라 적힌 커피 의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해변길을 걷다 배고픔이 느껴져 미역국 파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국이 뜨거워 입천장이 까지긴 했지만 뱃속에 뭔가 들어가니 살 것 같았다.

 
 

음식점 풍경도 너무 좋기에 커피 한 잔을 후식으로 마셨다. 

 

음식점을 나와 해변길을 다시 따라 걸었다. 

 

안목에 왔으면 풍경이 멋진 카페에 들어가 우아함도 떨어봐야 하는데 역시 풍광이 좋은 자리는 벌써 다 차있었다. 

 
 
 

확실히 안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커피인가 보다. 다양한 조형물을 통해 처음 오는 사람도 이곳이 커피가 유명한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거리를 걷고 다시 주차장이 있는 방파제로 돌아왔다. 

 
 

역시 주차장은 차로 가득했다. 

 
 
 

어디선가 배가 빠른 속도로 방파제로 접근했다. 

 

우린 관광객이 탄 보트가 불법이거나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 

 
 
 

배는 테트라포드 주변에 정박하고 경찰 한 분은 육지 쪽에 서 계셨다. 

 

지나던 사람은 궁금해서 난간에 기대 테트라포드 밑만 바라보았다. 해경선에서는 누군가에게 해경선으로 올라오라는 방송을 했다. 테트라포드 사이로 사람의 몸이 보였다. 아마 양식장 도둑인가 보다. 경찰의 지시를 무시한 채 한참을 계속했다. 

 
 

물속에 들어 간 잠수부는 계속 나오길 거부했다. 우린 지루해서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방파제에서 있던 이벤트의 끝이 어떤지 궁금했다. 

 
 
 
 

우리가 방파제를 아주 조금 걷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 사람은 계속 버티는 것 같았다. 

 

안목 해변을 떠나 다시 태백으로 향했다.

 

손을 뻗으면 구름이 다를 것 같았다.

 
 

남강릉을 통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번에는 옥계휴게소 반대에 있는 동해휴게소를 이용했다. 

 

초원같이 보이는 산이지만 예전에 산불이 났다는 것 같았다. 

 
 
 

이제 확실히 해가 많이 짧아졌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향하는데 왜 그렇게 하늘이 이쁜지.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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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고추. 뭔가 야릇한 의미를 지니지만 여기서 고추는 먹는 고추를 말한다. 청양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청양고추이다. 청양고추라는 말은 누구나 들와 봤지만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청양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칠갑산'이다. 노래 때문에 누구나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칠갑산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청양 하면 고추와 칠갑산인데 이중 고추와 구기자를 모티브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큰 고추가 있다는 천장호 출렁다리로 향했다. 

 

안면도에서 태안 코리안 플라워파크를 구경한 후 청양으로 가기 위해 최근에 새로 생긴 안면도와 보령 간에 놓인 해저 터널을 이용했다. 

 

해저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안면도에서 대천으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는데 지금은 해저터널이 건설되어 십여 분 만에 안면도에서 대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저터널의 길이는 6.9킬로미터로 대략 7킬로미터에 달했다. 차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터널 안에서 밖의 풍경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내 눈은 조금씩 감겨왔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 위로는 바다라는 것이 신기했다. 어릴 적 생각했던 물고기가 보이는 터널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터널에 우리가 탄 차가 가는 것인지 아니면 풍경이 이동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드디어 터널의 끝이 보였다. 궁금하고 신기한 느낌이 든다면 한 번쯤 지나가볼 만하지만 굳이 시간을 내서 이곳을 꼭 지나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대신 안면도에서 대천까지 아주 짧은 시간에 도착한다는 것만은 매력적이었다. 

 

네비를 고속도로 우선으로 설정했기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어딜 가나 실패하지 않는 메뉴인 돈까스를 주문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너무 돌아가는 것 같아서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타고 청양으로 향했다. 

 
 

부여를 지나면 바로 청양군 장평면이 나왔다. 전에 한번 와봤던 길이기에 눈에 익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너무 더웠으나 푸른 하늘과 들판의 노란 물결을 창밖으로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청양군 장평면을 지나 정산면 쪽으로 들어섰다. 출렁다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가니 천장호 출렁다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출렁다리로 향했다. 9월이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출렁다리로 걷는데 왜 그렇게 날이 더운지 모르겠다. 오히려 여름보다 더 더운 것 같았다.

 
 
 

드라마에도 나왔던 곳인가 보다. 천장호 출렁다리 안내도를 슬쩍 읽어 보았다. 나무 사이로 세상에서 제일 큰 고추가 보였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었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인가. 아니면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지 모르겠다. 전국 각지에 지차체에서 출렁다리를 만들고 있고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이곳은 한적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고추로 만든 기둥만 보이는 것 같았는데 가까이 오니 청양고추 앞에 구기자도 있었다. 청양이 구기자도 유명한 것 같다. 전에 청양에 사시는 분께서 구기자를 보내주셨는데 그냥 구기자 농사를 지으시나 보다 생각했는데 청양의 시그니처 작물 중 하나인지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고추와 구기자를 걸어서 지나갔다. 둘 다 붉은색이다 보니 멀리서 보았을 때는 구분이 되지 않게 보였다. 

 

사람에 밀려서 걷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신 다른 출렁다리보다 더 출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다리는 좌우로 조금씩 움직였다. 핸드폰이나 소지품을 잃어버릴까 신경이 쓰였다. 

 
 

다리는 천장호를 가로지르기에 짧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를 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 힘든데 천장호 출렁다리에서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출렁다리를 건너오면 칠갑산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 끝에 오면 이 지역의 전설이 적힌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출렁다리는 다리 위에 서서 찍는 것보다 다리가 보이게 찍는 것이 가장 잘 나오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와 왼쪽으로 가면 알프스 하늘다리라는 카페가 있는 것 같았다. 한번 가볼까 하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마장호수 출렁다리처럼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호숫가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출렁다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일까? 출렁다리는 호수 표면과 맞닿을 것 같아 보였다.

 
 
 
 

호수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런데 날이 왜 그렇게 더운 것인지. 물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체력이 쭉쭉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계속 이어진 길을 더 걸어갈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이곳까지 왔으니 그래도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걷자는 심정으로 조금씩 더 걸어가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관광객은 없나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렁다리를 한번 건넌 후 사진 찍고 다시 다리를 건너서 주차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힘들기는 하지만 그리도 호수 주변을 따라 걸으니 다리 전체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었다. 

 
 

아빠도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태안을 거쳐 이곳까지 오니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그래서 카페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다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리 옆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2017년 8월 한국의 가장 긴 출렁다리로 인정받았다는 인증서가 다리에 붙어 있었다. 아마 요즘은 천장호 출렁다리보다 더 긴 다리가 건설된 것 같은데, 그래도 최초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갑자기 아빠 친구분에게 전화가 와서 한동안 다리 앞에서 전화를 하셨다. 

 
 

전화 통화는 길어졌다. 나는 옆에서 기다리다 심심해졌다.

 

그래서 다리의 모습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찍어 보았다. 

 

전화 통화를 끊을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아빠에게 돌아가지고 했다. 다리를 건너면서도 전화 통화는 계속되었다. 전화하다 다리가 출렁가려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관광객 때문에 다리가 꿀렁꿀렁 거렸다. 

 
 

아빠의 수다는 다리를 거의 다 건널 때까지 계속되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으신지. 

 
 
 

전화를 받으시면서도 포즈를 취하라고 하면 잠깐 포즈를 취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셨다. 

 
 
 

날만 시원했으면 호수 한 바퀴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호수 주변을 걷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대신 한번 꼭 오고 싶었던 곳인데 우연한 기회에 올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천장호 출렁다리 주변에 천문대도 있다고 하는데 아빠와 나는 체력이 방전되어 빨리 숙소로 가서 쉬고 싶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천문대도 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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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빠가 며칠 전에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부랴부랴 숙소를 알아본 후 토요일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태안으로 향했다. 

이제 점점 해가 늦게 뜨는 것 같다. 여름이라면 환할 시간인데 아직도 밖이 어두웠다. 토요일 아침이기에 수도권을 재빨리 벗어나야 차가 밀리지 않았다. 

 

우리가 향한 곳은 태안 꽃지해수욕장 옆에 있는 태안 코리아플라워파크였다. 전에 꽃지해수욕장에 왔었는데 이곳이 태안 꽃 축제를 하는 곳인지 이번에 와서 처음 알았다. 어쩐지 저번에 왔을 때 주차장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까지는 시간이 남기에 꽃지해수욕장으로 갔다. 

 
 

아침 물안개일까! 안개가 살짝 낀 해변을 혼자 걸어오는 사람. 고요한 해변에는 바람과 파도 소리만 고요함을 깼다. 

 
 
 

사람 없는 모래사장에는 갈매기 무리만 가득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지까지는 따스했고 끈적였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섬이 하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섬이 두 개가 되었다. 물이 아직은 빠지지 않아서 섬까지 걸어갈 수 없지만 간조가 시작되면 물이 빠져서 섬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해변에 서서 쉬고 있는 갈매기에게 괜히 심통을 부려보았다. 이것들이 겁을 상실했는지 사람이 와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침의 상쾌한 느낌보다는 온몸이 끈적였다. 역시 사진과 실제는 다른가 보다. 

 
 

서산휴게소에서 산 아메리카노를 홀짝홀짝 마시며 여유로운 해변을 걸었다. 

 

아빠의 시그니처 동작인 점프샷을 찍었다. 

 

왜 나무 기둥을 가지런히 박아두었을까. 나무 위에 서서 길을 따라 걸었다. 

 
 

너무 안심했을까 갑자기 친 파도에 화들짝 놀래서 뒤로 뛰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니 섬이 두개로 보였다. 처음에 섬이 하나만 보이기에 내 기억을 의심했는데 기억이 왜곡된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섬이 두개로 보였다. 물이 빠지면 저곳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섬이 보이는 곳,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점점 해변이 좁아졌다. 양쪽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서로 겹치며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냈다. 

 
 
 

난간에 기대어 괜히 분위기를 잡아 보았다. 눈에는 잠이 가득해서 감길 것 같았다. 

 

분수가 있는 곳인지 아주 얇게 물이 담겨 있기에 반영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우유니라고 생각했다. 반영만 보이면 우유니 사막 같은 느낌이 나니까 말이다. 

 
 

해변을 걷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고양이가 주차장 바닥에 누워 한가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자기를 쓰다듬어도 날을 세우기보다는 더욱더 애교를 떨었다. 

 
 

하나 둘 주차장에 차가 모이기 시작했다. 입장시간이 거의 다 되어 매표소로 갔다.

 
 

우리가 간 시기는 9월 중순인데 아직 꽃이 완전히 만개하지 않아서 입장료를 반값만 받는다고 했다.

종합안내도에는 코리아플라워파크가 그렇게 큰 것 같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이런 곳은 경험상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아빠는 2시간 정도면 무엇이든 질려 하시는 타입이기에 이곳이 넓지만 크게 걱정은 들지 않았다. 

 
 

나무 팔레트가 쌓여 있는 구조물에 꽃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생쥐 조형물. 조형물 또한 식물로 장식을 했다. 

 

사람이 없기에 코리아플라워파크라고 적힌 글자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글자가 무지무지 크기에 모든 글자를 다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멀리 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글자를 찍은 것인지 사람 사진을 찍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직은 꽃이 만개하지 않아서 생각한 것보다 꽃이 많지 않았다. 

 

최대한 각도를 낮춰서 사진을 찍어 보면 이렇게 꽃이 가득한 것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무릎을 구부릴 때마다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꽃이 없는 곳은 조금 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 철원 고석정 꽃밭을 다녀왔는데 그곳은 꽃들이 너무 빼곡해서 눈이 아플 정도로 원색의 꽃들이 가득했는데 이곳은 아직 꽃 사이에 푸르름이 보였다. 

 

조금 시기를 늦춰서 왔으면 보랏빛 가득한 꽃밭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대신 반값 입장료와 사람에 치이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꽃 사이에 외롭게 피리를 불고 있었다. 날씨도 흐릿해서 그런지 더욱더 외로워 보였다. 

 
 

웅장한 성을 지나면 또 다른 꽃밭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은 풀들이 많지 않아 성의 모습이 어설퍼 보였다. 직원 한 분이 분주하게 성에 심어진 식물들에 물을 주고 있었다. 

 

성문을 지나면 거대한 도자기 위에 핀 노란색 꽃이 보였다. 

 
 

같은 꽃인데 구역마다 꽃 색이 다른 것 같았다. 아래에서 꽃 하나하나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성에 올라가서 전체적인 풍경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사진을 찍을 대 화분의 검은색 부분이 나와서 신경이 쓰였다. 

 
 
 

최대한 각도를 내려찍으면 검은색 화분이 나오게 찍을 수 있었지만 역시나 앉을 때마다 무릎이 아팠다. 아직 모든 꽃들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이 여유로움은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돌아다니기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사람이 없었다. 

 
 

성위에 오르면 방금 본 꽃들의 전체적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래에서 꽃 하나하나를 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았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이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성을 나와 다음 코스로 걸어갔다. 가을이라 길가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었다. 가을꽃 중 코스모스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접시꽃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꽃을 보았다. 내가 봤을 땐 무궁화나 접시꽃 모양이 비슷해 보이는데. 솔직히 나는 꽃을 잘 모르기에 꽃이 거의 다 비슷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약간 엉성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조형물을 이용한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있었다. 

 

거대한 개 세 마리가 보였다. 처음에 멀리서 보았을 때는 사자나 호랑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강아지였다. 

 

아직 강아지의 털이 무성히 자라지 않아서 엉성한 느낌이 있었지만 크기에서 살짝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보랏빛 가득한 들판을 걷는데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보라색 빛 가득한 꽃밭을 걸어 보았다. 멀리서 자리를 잡고 렌즈의 줌을 당겨서 사진을 찍으니 꽃들이 몽환적으로 나왔다. 

 
 

보라꽃 가득한 곳 뒤에 팜파스 그라스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서 본 꽃 중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보라와 핑크색 사이에 있는 두 마리의 공작이 서있었다. 친숙한 동물들을 이용한 대형 조형물이 걷다 보면 눈에 띄었다. 밋밋한 꽃밭에 대형 조형물을 세워두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을 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는 팜파스 그라스 길이 짧게 펼쳐져 있었다.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식물들을 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다라 걸어 들어갔다. 멀리서 최대한 줌을 당겨서 꽃밭 사이에 있는 느낌도 살리고 꽃도 살리고 싶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꽃을 바라보니 나도 마음속이 살랑거렸다. 마음속에 담겨 있던 고민들도 꽃을 따라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며 머릿속을 떠나고 있는 것 같았다. 

 
 
 

걷다 보니 배가 고파서 매점으로 갔다. 코로나가 많이 완화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매점의 운영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매점을 폐쇄하는 곳이 많았는데 점점 관광지의 매점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사람도 많아지고 있었다.

 

안주류와 스낵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시지, 핫도그, 어묵을 주문했다. 어묵은 옆 테이블에서 먹고 계시기에 갑자기 먹고 싶어서 같이 주문했다. 

 
 

배도 든든하니 다시 걸을 힘이 났다. 이곳에 온 지도 한 시간이 넘게 흐른 것 같은데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각도에 따라 공작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 앞에서 보느냐 뒤에서 보느냐에 따라 서로의 동작이 다르게 보였다. 

 
 
 
 
 

보랏빛 세상에 다시 한번 더 빠져 보았다. 라벤더의 느낌도 나면서 라벤더보다는 더 진한 보랏빛을 보였다. 원래는 나는 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아빠랑 여행을 다니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꽃 이름 외우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무궁화만 보면 생각나는 것은 훈련병 때 육군훈련소를 걸으며 봤던 무궁화 길이 생각난다. 무궁화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그때만큼 무궁화를 많이 보았던 적이 있었을까. 

 
 

항상 접시꽃과 비슷해 보여서 꽃만 보면 헷갈리는데 무궁화는 나무 같은 곳에서 자라는 것이 접시꽃과 다른 것 같다. 한 송이 접시꽃이 줄기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흔들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코리아플라워프라자 한쪽 구석진 곳에 작은 동물원(?)이 있었다.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온실이 3개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열대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들어가 보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나나 나무였다. 바나나는 처음 보는 것이 아닌데 볼 때마다 신기하다. 평소에 즐겨먹는 바나나가 어떻게 매달려있고, 바나나 꽃을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과일이기에 바나나에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주렁주렁 매달린 바나나 끝에 무지하게 큰 바나나 꽃이 매달려 있었다. 바나나는 맛있는데 꽃은 이쁘지 않았다. 

 
 
 

식물을 이용한 조형물들을 중간중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식물을 이용한 탑도 있었는데, 탑은 뭔가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아플라워파크를 걷다 보니 담장 넘어 꽃지해수욕장이 보였다.

 

흡연실은 공원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는데 작은 컨테이너 안에서 흡연을 하면 되었다. 대신 흡연을 하면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장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었다. 산책로를 걸으며 꽃지해수욕장을 볼 수 있었다. 아침보다 확실히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아침에는 섬처럼 보였던 두 개의 섬은 물이 빠지니 다시 물길이 열려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두 시간 만에 이렇게 물이 많이 빠지는 것이 항상 신기하기만 하다. 

 
 
 

꽃이 더 만개했다면 사람들로 정신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공원에서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공원을 걸으며 꽃을 이용한 조형물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조형물은 괜찮은 것 같았다. 특히 귀엽게 캐릭터화한 이런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방금 본 탑은 뭔가 애매했다. 탑이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크기를 크고 웅장하게 만들었다면 어떠했을까.

 
 
 

나무와 꽃이 길을 따라 심어진 길은 드라마의 한 장면같이 보였다. 

 
 
 
 
 

팜파스 그라스 안에 서서 사진을 찍으니 이국적인 풍경이 좋았다. 

 

파란 하늘 아래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팜파스 그라스. 외국 억새라고 부르면 더 입에 촥 감기기는 한다. 요즘 들어 한국의 이곳저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다. 

 
 

아침 해무가 사라지니 푸른 하늘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이 조금씩 늘고 있었다. 

 
 
 
 

한두 시간 정도 보았을까. 너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왔기에 피로함이 느껴졌다. 또한 강렬한 태양볕도 체력을 빨리 고갈 시켰다. 이상하리 만큼 갑자기 더워진 날씨도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니 전동차도 운행을 하고 있었다. 트랙터 기차를 타고 꽃이 만발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더운 날에는. 

 

로또 당첨의 기운을 얻고자 꽃돼지 옆에 서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로또 한 장 딱 맞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바람이 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출구 옆에 있는 온실에 들려 온실 안의 식물들을 잠시 구경했다. 

 

요즘은 이쁜 카페 같은 곳에서 실내 인테리어로 이용하는 식물도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내가 부지런하면 집에 매달아 놓고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공원이 크고 넓었다. 그리고 그늘이 없는 점이 구경할 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만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신 공간이 오밀조밀 붙어 있지 않은 점이 꽃을 구경하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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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에 내리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게 날씨가 습했다. 시원하지만 습한 느낌.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그런 느낌이었다. 

 
 

역부근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화도 시킬 겸 기차 탑승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우리가 타고 온 관광열차는 또 한가득 손님을 싣고 분천역을 떠났나 보다. 북적이던 마을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동네의 댕댕이도 야옹이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사납게 우리를 바라보진 않았다. 눈빛에서 쟤네는 뭐지라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비는 오는 둥 마는 둥. 그러나 기분 나쁜 비는 아니다. 

 

강가로 내려갔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잔잔한 강물은 아주 잔잔하게 일렁이듯이 보였다. 

 
 

강 건너의 나무도 이쁘고 이 조용함이 너무 좋았다.

 
 
 

강둑을 다시 올라 마을로 들어왔다. 크지 않은 마을. 기차역을 주변으로 생긴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밭은 곱게 갈려져 있었다. 추상미술의 한 장르를 보는 것 같았다. 붉은색의 양철지붕도 오랜만에 메마른 감성을 젓게 만들었다.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누군가에겐 향수를 일으키고 우리 같은 세대에게는 낯설지만 느껴보고 싶은 감성이다. 

 
 
 

마을은 크지 않기에 슬렁슬렁 뚜벅뚜벅 걷다 보면 어느덧 다시 분천역에 도착해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싶은 카페도 보았다. 담에 오면 꼭 한번 들려야겠다. 그리고 역 앞에 있는 2층 건물도 꽤 인상적이었다. 

 

99세 이상만 기댈 수 있는 난간. 송해 할아버지가 오셔도 기댈 수 없기에. 이 안내판을 만든 사람의 센스가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사계절 언제나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었다. 초록 물결 사이에 빨간 옷을 입고 있는 산타가 조금은 어색했다. 

 

화본역이든 분천역이든 역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너무 좋다. 조용한 역 앞에서 편안하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지금은 관광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역이지만 예전에는 이곳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하루에 기차가 몇 대 정차하지 않지만 여객업무를 보는 직원이 있었다.

 
 

역 내부는 아담한 게 아늑했다. 초여름이라 화목난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분위기만큼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플랫폼 쪽으로 가면 스위스 풍의 건물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언제 생긴지 모르겠지만 기차역 옆에 분천 사진관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앉아 쉬면서 계속해서 나오는 영상을 보고 싶은데 너무 더웠다. 그래서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고속도로도 없고 국도만 있는 곳. 그리고 기찻길도 단선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인 것만큼 이곳이 얼마나 오지인지 알 수 있었다. 

 
 

분천 사진관 옆에는 분천 산타우체국이 있었다. 오늘따라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이 이상하게 많이 보였다.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런가 보다. 

 
 

우체국 안의 테마도 크리스마스였다. 아직 반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크리스마스를 이곳에서 미리 느껴 보았다. 

 
 

아이들이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가운도 비치되어 있었다. 

 

큰 곰인형에 파묻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계절과 언밸런스한 것 같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반팔을 입고 성탄절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분천역은 눈이 내려야 제맛인 것 같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한 번 더 이곳에 오고 싶었다.

 

산안개가 자욱한 마을의 붉은색 지붕의 집들은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강릉까지 운행되는 동해 산타 열차는 플랫폼에서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협곡 열차는 클래식한 맛이 있다면 동해 산타 열차는 산뜻한 느낌에서 젊은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이 기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동해안까지 타고 가고 싶지만 우리는 철암역에서 내려야 했다. 

 
 

백두대간 열차는 주변 풍경을 조금 더 다이내믹하고 편하게 볼 수 있게 열차가 편성되고 운행되는 반면 동해 산타 열차는 일반열차와 같은 속도로 운행을 하면서 가족과 친구와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열차의 편의시설이 되어 있었다. 

 
 
 

아기자기한 산타 열차 몇 번 분천역에 놀러 왔다 지나가는 것만 봤는데 이제 드디어 탑승을 해보게 되었다. 

 

앙증맞은 산타와 같이 뽀뽀도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 구성이 다양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일반석은 2-2좌석으로 되어 있었다. 창문에는 감성을 쿡쿡 찌르는 다양한 글들이 적혀 있었는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다면 이 기차는 기차여행을 하는 느낌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목조 느낌이 나는 실내 분위기에서 아늑함이 느껴졌다. 

 
 

동해라는 곳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는데 태백에 자주 오면서부터 어느덧 가깝다고 느껴졌다. 

 
 

기차는 총 4량으로 짧았다. 그러나 각 객차마다 특징이 다르기에 각 객차의 묘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칸막이가 길게 쳐 있기에 답답함이 있지만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면이 좋은 칸도 있었다. 대신 좌석이 고정형이라 오랫동안 탑승하면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문으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리고 고급스러움이 넘치는 좌석도 있었다. 의자가 고정이라 의자를 뒤로 밀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탁자에 맛있는 간식을 가득 얹어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가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전날 과음으로 인해 말없이 잠에 빠져서 분천역을 출발했다. 

 

V-Train은 천천히 영동선에 있는 간이역을 정차하며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지만 동해 산타 열차는 빠른 속도로 운행되었다. 

 
 

내 좌석 옆 창문에 있는 문구가 은근 거슬렸다. 난 안 이쁜데 계속 뭔가 나한테 비꼬듯 너 예쁘면 다냐고 비꼬듯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앉아도 이런 자리에 앉았는지. 

 

V-Train은 빈 좌석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이 열차는 손님이 손에 꼽힐 만큼 텅텅 비어서 강릉으로 가고 있었다. 

 

철암역에 가까워질 무렵 멀리 구문소가 보였다. 처음 봤을 때도 구문소는 신기했지만 매번 봐도 신기하고 뭔가 홀리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오면 올수록 매력적인 곳이 강원 남부가 아닐까. 그런데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쉽게 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다양한 관광자원을 누구나 누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접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아무튼 오면 올수록 매력이 많은 곳이 태백인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열차를 타고 강원 남부와 경상북도 북부를 여행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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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운행하지 않던 관광열차가 운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발이 묶여 있던 국내 관광이 코로나 방역단계가 풀리면서 관광열차도 다시 운행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태백에서만 탈 수 있는 열차인 V-Train을 예약해 두었다. 며칠 미적거리다 보니 좋은 자리는 벌써 애매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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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와보는 철암역인가.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사람들로 분주했을 역은 이제는 관광열차가 운행할 때만 사람들이 반짝 많았다. 10년 전 환상선 눈꽃열차를 타고 온 이후 역에 와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때는 날도 흐리고 늦은 오후라 우중충했는데 오래간만에 온 역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깔끔한 KTX 역과는 다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역이었다.

집에서 철암역까지는 차로 1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전날 아빠는 과음을 하셔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다. 해장을 대강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몸이 계속 처진다고 하셨다. 석탄산업의 전진기지였던 곳이기에 기차역 가운데에는 석탄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은 관광열차와 일부 정기 여객편이 정차하는 역으로 역내는 조용했다. 동대구에서 출발한 기차가 동해해서 출발한 기차가 가끔 정차할 뿐이었다. 여객으로 이용하는 승객이 많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역에서 승차권 발매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태백을 오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다행히 관광열차의 출발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승객들이 많아졌다. 

 
 

역내에 있는 매점에서 강원도 옥수수와 음료수를 사서 밖에서 먹었다. 옥수수를 먹으며 기차 시간이 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오랜만에 운행하는 관광열차라 그런지 탑승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역내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초여름이지만 역시 태백은 추웠다. 반팔을 입고 온 것이 약간 후회가 되었다. 

 

전광판에 열차 플랫폼 번호가 나왔다. 우리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타는 곳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탑승하러 가는 곳에서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열차는 미리 플랫폼에 들어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관광열차라 그런지 외관부터 역시 독특하다. 옆 창문뿐만 아니라 천장의 일부도 유리로 되어 있기에 협곡의 모습을 자리에 앉아서 양옆과 위로 전부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V-Train의 출발점인 철암역 안내판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마지막 객차에 발전차가 붙어 있어서 열차의 끝에서 멀어져 가는 철로를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예매할 당시에는 하루에 두 번만 운행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싫어서 오후 열차로 예매를 했다. 

 

좌석은 편하지 않았다. 편하려는 여행이 아니기에 이 정도 좌석은 괜찮은 것 같다. 탑승하고 나서 나 자신에게 아쉬웠던 점은 3명이라 일행끼리 앞뒤로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하철처럼 옆으로 보면서 가는 좌석 쪽이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풍경도 옆으로 되어있는 쪽이 훨씬 더 괜찮았다. 

 

겨울에는 화목난로를 태우나 보다. 이것도 나름 운치 있을 것 같았다. 

 

열차의 운행속도가 느리기에 창문을 열고 밖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분천에서 철암, 철암에서 분천으로 운행하는 기차로 강원도 남부인 태백과 경상북도 봉화를 연결하는 열차였다. 이 구간은 영화 '기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동선 구간이었다. 

승무원과 기관사들은 출발 준비로 분주했고 관광객은 오랜만에 타는 관광열차이기에 설렘을 가득 안고 열차 안과 밖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백두대간을 달리는 호랑이 무늬의 기관차도 인상적이었다. 신기하게 전기기관차를 이용하지 않고 디젤 기관차를 이용해 이 구간을 달렸다.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나와서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V 트레인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기관차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객차는 조금씩 덜컹거렸다. 

 

톱니 모양의 창문 레버도 신기했고 창문 옆에는 컵 받침도 있어서 음료수 등도 꼽을 수 있었다. 

 

이제 열차는 철암역을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까. 10년 전 환상선 눈꽃열차를 타본 후 이 구간을 기차를 타고 지나가 본 적이 없기에 가슴 설레었다. 

 
 
 

철암역을 벗어나니 기차의 창문을 통해 푸른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암역의 칙칙한 검은빛이 아닌 진초록빛이 기차 안으로 가득했다. 창문의 프레임이 얇아서 파노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안내방송으로 역에 대한 소개가 간략하게 흘러나왔다. 

 
 

기차는 본격적으로 협곡에 들어섰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졌다. 기차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강을 왼쪽에 또는 오른쪽에 두고 경상도로 향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자리가 더 좋아 보이는지. 우리 쪽은 옹벽이 있는 구간이 많기에 반대쪽 풍경이 더 멋져 보였다. 다음에는 꼭 반대쪽에 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는 경상북도에 들어섰고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인 승부에 도착했다. 

 

여기를 저기를 둘러봐도 산 뿐인 역이었다. 

 
 
 

기차는 길지 않게 승부역에서 정차했다. 

 

기차만이 아니면 올 수 없는 곳이라 알고 있지만 요즘은 도로 사정이 좋아져 차로도 오는 곳 같았다.

 
 

첫 번째 정차하는 역이라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승부역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승부역 세평 하늘 체험장에 누워 승부역 주변의 절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V-Train이 정차하는 역마다 있는 기념 표지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기차는 낙동강을 따라 계속 달렸다. 이렇게 작은 강이 부산, 경남에서는 넓은 강으로 바뀐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음엔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양원역이었다. 영화 '기적'으로 유명해진 곳으로 저번에 차로 오려고 했지만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좋은 것 같지 않아서 포기했었다. 

 
 
 
 

나도 이번 기차를 타면서 가장 기대했던 역 중 하나였다. 영화 촬영지라는 플래카드는 영화를 보고 오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역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역시 기차가 정차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린 곳은 양원역 대합실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 

 

영화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집에 가서 영화'기적'을 한 번 더 봐야겠다. 

 

각 역마다 정차하는 시간이 길지 않기에 후다닥 봐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 

 

양원역 앞에서 잽싸게 사진을 찍고 다시 기차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내려서 낙동강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번 오고 싶었던 양원역을 이제는 떠나야 했다. 차장이 화장실이나 기차 대합실에 남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후 기차는 출발했다. 

 

우리 앞에 앉았던 다른 승객은 양원역에 내렸는지 앞자리가 비어 있었다.

 

비동역에서는 잠깐 정차한 후 바로 출발했다. 비동에서도 트레킹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내리고 탑승했다. 낙동강 길을 따라 걸으면 영화 '기적'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분천역에 가까워질수록 빗방울이 굵어졌다. 

 

기차는 분천역에 도착했다. 다시 철암으로 돌아갈 때는 동해 산타 열차를 타고 가기 때문에 V-Train 앞에 서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기차는 다른 손님을 태우고 다시 철암으로 출발하기 위해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처음 오는 곳은 아니지만 올 때마다 느낌이 너무 좋은 역이다. 

 

한여름에 산타라 어색하지만 이곳에서는 일 년 내내 산타를 볼 수 있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푸른색과 대비되는 우리가 타고 온 붉은 열차. 

해장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기차역 앞 식당으로 걸어갔다. 한 시간 정도 뒤에 다시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조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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