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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고추. 뭔가 야릇한 의미를 지니지만 여기서 고추는 먹는 고추를 말한다. 청양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청양고추이다. 청양고추라는 말은 누구나 들와 봤지만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청양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칠갑산'이다. 노래 때문에 누구나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칠갑산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청양 하면 고추와 칠갑산인데 이중 고추와 구기자를 모티브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큰 고추가 있다는 천장호 출렁다리로 향했다. 

 

안면도에서 태안 코리안 플라워파크를 구경한 후 청양으로 가기 위해 최근에 새로 생긴 안면도와 보령 간에 놓인 해저 터널을 이용했다. 

 

해저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안면도에서 대천으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는데 지금은 해저터널이 건설되어 십여 분 만에 안면도에서 대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저터널의 길이는 6.9킬로미터로 대략 7킬로미터에 달했다. 차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터널 안에서 밖의 풍경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내 눈은 조금씩 감겨왔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 위로는 바다라는 것이 신기했다. 어릴 적 생각했던 물고기가 보이는 터널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터널에 우리가 탄 차가 가는 것인지 아니면 풍경이 이동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드디어 터널의 끝이 보였다. 궁금하고 신기한 느낌이 든다면 한 번쯤 지나가볼 만하지만 굳이 시간을 내서 이곳을 꼭 지나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대신 안면도에서 대천까지 아주 짧은 시간에 도착한다는 것만은 매력적이었다. 

 

네비를 고속도로 우선으로 설정했기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어딜 가나 실패하지 않는 메뉴인 돈까스를 주문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너무 돌아가는 것 같아서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타고 청양으로 향했다. 

 
 

부여를 지나면 바로 청양군 장평면이 나왔다. 전에 한번 와봤던 길이기에 눈에 익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너무 더웠으나 푸른 하늘과 들판의 노란 물결을 창밖으로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청양군 장평면을 지나 정산면 쪽으로 들어섰다. 출렁다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가니 천장호 출렁다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출렁다리로 향했다. 9월이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출렁다리로 걷는데 왜 그렇게 날이 더운지 모르겠다. 오히려 여름보다 더 더운 것 같았다.

 
 
 

드라마에도 나왔던 곳인가 보다. 천장호 출렁다리 안내도를 슬쩍 읽어 보았다. 나무 사이로 세상에서 제일 큰 고추가 보였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었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인가. 아니면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지 모르겠다. 전국 각지에 지차체에서 출렁다리를 만들고 있고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이곳은 한적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고추로 만든 기둥만 보이는 것 같았는데 가까이 오니 청양고추 앞에 구기자도 있었다. 청양이 구기자도 유명한 것 같다. 전에 청양에 사시는 분께서 구기자를 보내주셨는데 그냥 구기자 농사를 지으시나 보다 생각했는데 청양의 시그니처 작물 중 하나인지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고추와 구기자를 걸어서 지나갔다. 둘 다 붉은색이다 보니 멀리서 보았을 때는 구분이 되지 않게 보였다. 

 

사람에 밀려서 걷지 않아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신 다른 출렁다리보다 더 출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다리는 좌우로 조금씩 움직였다. 핸드폰이나 소지품을 잃어버릴까 신경이 쓰였다. 

 
 

다리는 천장호를 가로지르기에 짧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를 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 힘든데 천장호 출렁다리에서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출렁다리를 건너오면 칠갑산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 끝에 오면 이 지역의 전설이 적힌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출렁다리는 다리 위에 서서 찍는 것보다 다리가 보이게 찍는 것이 가장 잘 나오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와 왼쪽으로 가면 알프스 하늘다리라는 카페가 있는 것 같았다. 한번 가볼까 하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마장호수 출렁다리처럼 호수 주변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호숫가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출렁다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일까? 출렁다리는 호수 표면과 맞닿을 것 같아 보였다.

 
 
 
 

호수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런데 날이 왜 그렇게 더운 것인지. 물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체력이 쭉쭉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계속 이어진 길을 더 걸어갈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이곳까지 왔으니 그래도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걷자는 심정으로 조금씩 더 걸어가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관광객은 없나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렁다리를 한번 건넌 후 사진 찍고 다시 다리를 건너서 주차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힘들기는 하지만 그리도 호수 주변을 따라 걸으니 다리 전체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었다. 

 
 

아빠도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태안을 거쳐 이곳까지 오니 많이 힘들어 보이셨다. 그래서 카페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다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리 옆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2017년 8월 한국의 가장 긴 출렁다리로 인정받았다는 인증서가 다리에 붙어 있었다. 아마 요즘은 천장호 출렁다리보다 더 긴 다리가 건설된 것 같은데, 그래도 최초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갑자기 아빠 친구분에게 전화가 와서 한동안 다리 앞에서 전화를 하셨다. 

 
 

전화 통화는 길어졌다. 나는 옆에서 기다리다 심심해졌다.

 

그래서 다리의 모습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찍어 보았다. 

 

전화 통화를 끊을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아빠에게 돌아가지고 했다. 다리를 건너면서도 전화 통화는 계속되었다. 전화하다 다리가 출렁가려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생각이 들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관광객 때문에 다리가 꿀렁꿀렁 거렸다. 

 
 

아빠의 수다는 다리를 거의 다 건널 때까지 계속되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으신지. 

 
 
 

전화를 받으시면서도 포즈를 취하라고 하면 잠깐 포즈를 취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셨다. 

 
 
 

날만 시원했으면 호수 한 바퀴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호수 주변을 걷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대신 한번 꼭 오고 싶었던 곳인데 우연한 기회에 올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천장호 출렁다리 주변에 천문대도 있다고 하는데 아빠와 나는 체력이 방전되어 빨리 숙소로 가서 쉬고 싶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천문대도 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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