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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빠가 며칠 전에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부랴부랴 숙소를 알아본 후 토요일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태안으로 향했다. 

이제 점점 해가 늦게 뜨는 것 같다. 여름이라면 환할 시간인데 아직도 밖이 어두웠다. 토요일 아침이기에 수도권을 재빨리 벗어나야 차가 밀리지 않았다. 

 

우리가 향한 곳은 태안 꽃지해수욕장 옆에 있는 태안 코리아플라워파크였다. 전에 꽃지해수욕장에 왔었는데 이곳이 태안 꽃 축제를 하는 곳인지 이번에 와서 처음 알았다. 어쩐지 저번에 왔을 때 주차장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까지는 시간이 남기에 꽃지해수욕장으로 갔다. 

 
 

아침 물안개일까! 안개가 살짝 낀 해변을 혼자 걸어오는 사람. 고요한 해변에는 바람과 파도 소리만 고요함을 깼다. 

 
 
 

사람 없는 모래사장에는 갈매기 무리만 가득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지까지는 따스했고 끈적였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섬이 하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섬이 두 개가 되었다. 물이 아직은 빠지지 않아서 섬까지 걸어갈 수 없지만 간조가 시작되면 물이 빠져서 섬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해변에 서서 쉬고 있는 갈매기에게 괜히 심통을 부려보았다. 이것들이 겁을 상실했는지 사람이 와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침의 상쾌한 느낌보다는 온몸이 끈적였다. 역시 사진과 실제는 다른가 보다. 

 
 

서산휴게소에서 산 아메리카노를 홀짝홀짝 마시며 여유로운 해변을 걸었다. 

 

아빠의 시그니처 동작인 점프샷을 찍었다. 

 

왜 나무 기둥을 가지런히 박아두었을까. 나무 위에 서서 길을 따라 걸었다. 

 
 

너무 안심했을까 갑자기 친 파도에 화들짝 놀래서 뒤로 뛰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니 섬이 두개로 보였다. 처음에 섬이 하나만 보이기에 내 기억을 의심했는데 기억이 왜곡된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섬이 두개로 보였다. 물이 빠지면 저곳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섬이 보이는 곳,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점점 해변이 좁아졌다. 양쪽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서로 겹치며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냈다. 

 
 
 

난간에 기대어 괜히 분위기를 잡아 보았다. 눈에는 잠이 가득해서 감길 것 같았다. 

 

분수가 있는 곳인지 아주 얇게 물이 담겨 있기에 반영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우유니라고 생각했다. 반영만 보이면 우유니 사막 같은 느낌이 나니까 말이다. 

 
 

해변을 걷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고양이가 주차장 바닥에 누워 한가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자기를 쓰다듬어도 날을 세우기보다는 더욱더 애교를 떨었다. 

 
 

하나 둘 주차장에 차가 모이기 시작했다. 입장시간이 거의 다 되어 매표소로 갔다.

 
 

우리가 간 시기는 9월 중순인데 아직 꽃이 완전히 만개하지 않아서 입장료를 반값만 받는다고 했다.

종합안내도에는 코리아플라워파크가 그렇게 큰 것 같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이런 곳은 경험상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아빠는 2시간 정도면 무엇이든 질려 하시는 타입이기에 이곳이 넓지만 크게 걱정은 들지 않았다. 

 
 

나무 팔레트가 쌓여 있는 구조물에 꽃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생쥐 조형물. 조형물 또한 식물로 장식을 했다. 

 

사람이 없기에 코리아플라워파크라고 적힌 글자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글자가 무지무지 크기에 모든 글자를 다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멀리 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글자를 찍은 것인지 사람 사진을 찍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직은 꽃이 만개하지 않아서 생각한 것보다 꽃이 많지 않았다. 

 

최대한 각도를 낮춰서 사진을 찍어 보면 이렇게 꽃이 가득한 것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무릎을 구부릴 때마다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꽃이 없는 곳은 조금 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 철원 고석정 꽃밭을 다녀왔는데 그곳은 꽃들이 너무 빼곡해서 눈이 아플 정도로 원색의 꽃들이 가득했는데 이곳은 아직 꽃 사이에 푸르름이 보였다. 

 

조금 시기를 늦춰서 왔으면 보랏빛 가득한 꽃밭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대신 반값 입장료와 사람에 치이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꽃 사이에 외롭게 피리를 불고 있었다. 날씨도 흐릿해서 그런지 더욱더 외로워 보였다. 

 
 

웅장한 성을 지나면 또 다른 꽃밭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은 풀들이 많지 않아 성의 모습이 어설퍼 보였다. 직원 한 분이 분주하게 성에 심어진 식물들에 물을 주고 있었다. 

 

성문을 지나면 거대한 도자기 위에 핀 노란색 꽃이 보였다. 

 
 

같은 꽃인데 구역마다 꽃 색이 다른 것 같았다. 아래에서 꽃 하나하나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성에 올라가서 전체적인 풍경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사진을 찍을 대 화분의 검은색 부분이 나와서 신경이 쓰였다. 

 
 
 

최대한 각도를 내려찍으면 검은색 화분이 나오게 찍을 수 있었지만 역시나 앉을 때마다 무릎이 아팠다. 아직 모든 꽃들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이 여유로움은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돌아다니기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사람이 없었다. 

 
 

성위에 오르면 방금 본 꽃들의 전체적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래에서 꽃 하나하나를 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았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이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성을 나와 다음 코스로 걸어갔다. 가을이라 길가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었다. 가을꽃 중 코스모스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접시꽃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꽃을 보았다. 내가 봤을 땐 무궁화나 접시꽃 모양이 비슷해 보이는데. 솔직히 나는 꽃을 잘 모르기에 꽃이 거의 다 비슷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약간 엉성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조형물을 이용한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있었다. 

 

거대한 개 세 마리가 보였다. 처음에 멀리서 보았을 때는 사자나 호랑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강아지였다. 

 

아직 강아지의 털이 무성히 자라지 않아서 엉성한 느낌이 있었지만 크기에서 살짝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보랏빛 가득한 들판을 걷는데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보라색 빛 가득한 꽃밭을 걸어 보았다. 멀리서 자리를 잡고 렌즈의 줌을 당겨서 사진을 찍으니 꽃들이 몽환적으로 나왔다. 

 
 

보라꽃 가득한 곳 뒤에 팜파스 그라스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서 본 꽃 중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보라와 핑크색 사이에 있는 두 마리의 공작이 서있었다. 친숙한 동물들을 이용한 대형 조형물이 걷다 보면 눈에 띄었다. 밋밋한 꽃밭에 대형 조형물을 세워두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을 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는 팜파스 그라스 길이 짧게 펼쳐져 있었다.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식물들을 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다라 걸어 들어갔다. 멀리서 최대한 줌을 당겨서 꽃밭 사이에 있는 느낌도 살리고 꽃도 살리고 싶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꽃을 바라보니 나도 마음속이 살랑거렸다. 마음속에 담겨 있던 고민들도 꽃을 따라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며 머릿속을 떠나고 있는 것 같았다. 

 
 
 

걷다 보니 배가 고파서 매점으로 갔다. 코로나가 많이 완화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매점의 운영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매점을 폐쇄하는 곳이 많았는데 점점 관광지의 매점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사람도 많아지고 있었다.

 

안주류와 스낵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시지, 핫도그, 어묵을 주문했다. 어묵은 옆 테이블에서 먹고 계시기에 갑자기 먹고 싶어서 같이 주문했다. 

 
 

배도 든든하니 다시 걸을 힘이 났다. 이곳에 온 지도 한 시간이 넘게 흐른 것 같은데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각도에 따라 공작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 앞에서 보느냐 뒤에서 보느냐에 따라 서로의 동작이 다르게 보였다. 

 
 
 
 
 

보랏빛 세상에 다시 한번 더 빠져 보았다. 라벤더의 느낌도 나면서 라벤더보다는 더 진한 보랏빛을 보였다. 원래는 나는 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아빠랑 여행을 다니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꽃 이름 외우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무궁화만 보면 생각나는 것은 훈련병 때 육군훈련소를 걸으며 봤던 무궁화 길이 생각난다. 무궁화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그때만큼 무궁화를 많이 보았던 적이 있었을까. 

 
 

항상 접시꽃과 비슷해 보여서 꽃만 보면 헷갈리는데 무궁화는 나무 같은 곳에서 자라는 것이 접시꽃과 다른 것 같다. 한 송이 접시꽃이 줄기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흔들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코리아플라워프라자 한쪽 구석진 곳에 작은 동물원(?)이 있었다.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온실이 3개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열대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들어가 보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나나 나무였다. 바나나는 처음 보는 것이 아닌데 볼 때마다 신기하다. 평소에 즐겨먹는 바나나가 어떻게 매달려있고, 바나나 꽃을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과일이기에 바나나에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주렁주렁 매달린 바나나 끝에 무지하게 큰 바나나 꽃이 매달려 있었다. 바나나는 맛있는데 꽃은 이쁘지 않았다. 

 
 
 

식물을 이용한 조형물들을 중간중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식물을 이용한 탑도 있었는데, 탑은 뭔가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아플라워파크를 걷다 보니 담장 넘어 꽃지해수욕장이 보였다.

 

흡연실은 공원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는데 작은 컨테이너 안에서 흡연을 하면 되었다. 대신 흡연을 하면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장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었다. 산책로를 걸으며 꽃지해수욕장을 볼 수 있었다. 아침보다 확실히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아침에는 섬처럼 보였던 두 개의 섬은 물이 빠지니 다시 물길이 열려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두 시간 만에 이렇게 물이 많이 빠지는 것이 항상 신기하기만 하다. 

 
 
 

꽃이 더 만개했다면 사람들로 정신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공원에서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공원을 걸으며 꽃을 이용한 조형물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조형물은 괜찮은 것 같았다. 특히 귀엽게 캐릭터화한 이런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방금 본 탑은 뭔가 애매했다. 탑이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크기를 크고 웅장하게 만들었다면 어떠했을까.

 
 
 

나무와 꽃이 길을 따라 심어진 길은 드라마의 한 장면같이 보였다. 

 
 
 
 
 

팜파스 그라스 안에 서서 사진을 찍으니 이국적인 풍경이 좋았다. 

 

파란 하늘 아래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팜파스 그라스. 외국 억새라고 부르면 더 입에 촥 감기기는 한다. 요즘 들어 한국의 이곳저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다. 

 
 

아침 해무가 사라지니 푸른 하늘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이 조금씩 늘고 있었다. 

 
 
 
 

한두 시간 정도 보았을까. 너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왔기에 피로함이 느껴졌다. 또한 강렬한 태양볕도 체력을 빨리 고갈 시켰다. 이상하리 만큼 갑자기 더워진 날씨도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니 전동차도 운행을 하고 있었다. 트랙터 기차를 타고 꽃이 만발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더운 날에는. 

 

로또 당첨의 기운을 얻고자 꽃돼지 옆에 서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로또 한 장 딱 맞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바람이 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출구 옆에 있는 온실에 들려 온실 안의 식물들을 잠시 구경했다. 

 

요즘은 이쁜 카페 같은 곳에서 실내 인테리어로 이용하는 식물도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내가 부지런하면 집에 매달아 놓고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공원이 크고 넓었다. 그리고 그늘이 없는 점이 구경할 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만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신 공간이 오밀조밀 붙어 있지 않은 점이 꽃을 구경하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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