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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이후 어디 가는 것이 무서워서 기존에 예약했던 여행을 거의다 취소하거나 수정해야 했다. 자가격기가 무서운 것보다는 그 후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나 또한 마음이 소심해져서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았다. 어디로 떠나기도 무서워져서 3월 말에 예약해둔 강원도 여행을 취소해버렸다. 그러나 이놈의 역마살은 어쩔 수 없나보다. 자가격리 때문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졌다는 핑계를 삼아서 3월 마지막주에 경주여행을 감행했다.

 

경주에 가기 전 중간에 들렸다 갈만한 곳을 찾다보니, 토요일 밤에 하는 "손현주의 간이역"이라는 프로그램 첫회에 나온 간이역인 화본역이 가는 길에 있었다. 경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리면 좋을 것 같아서 경주여행을 하기 전 군위에 있는 간이역인 화본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새벽 3시에 나왔더니 고속도로는 아직 어둠으로 가득차 있었다. 차가 없으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면서, 막힘없이 나가는 차에 마음 속 깊이 묻어 둔 우울함이 조금씩 날아가는 것 같았다.

 

군위에 가까워질수록 동쪽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너무 집에서 일찍 나와서 약간 졸음이 쏟아졌지만, 운전하는 아빠에게 미안해서 졸음을 참아가며 참새처럼 계속 조잘조잘 거렸다.

군위 IC를 나와 시골길을 따라 가다 보니 저 멀리 화본역의 상징인 급수탑이 보였다.

 

화본역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역주변을 구경했다. 새벽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아직 관광객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벽부터 이렇게 다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동네가 조용했다.

 

 

감성적인 기차역과 기차역 역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김유정역과 비슷한 느낌이였다. 김유정역이 조금더 시골간이역의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화본역은 간이역이지만 세련되게 새단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였다. 새단장을 했지만 옛날의 감성만은 잃지 않고 있어서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 같아 보였다.

 

기차역 옆에는 공원이 있었다. 여름이 되면 나무에 잎이 무성해지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공원이 풍성하고 정겹게 느껴질 것 같았다. 내륙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아침공기는 쌀쌀했다. 그러나 공기에서 신선함이 느껴졌다.

 

기차카페인데 코로나로 인해 운영을 안한다는 것을 블로그에서 본 것 같다. 이른 시간이라 카페가 열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새마을호 앞부분이 이렇게 생겼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서 보니 앞부분은 모형으로 만든 것이였다. 직접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쩐지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앞부분은 진짜 기차가 아니였다.

 

하루에 기차가 몇 대 정차하는 간이역이라 고요함과 적막함이 플랫홈과 기차역에서 느껴졌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이런 간이역에서 기차를 타본 것이 언제적일까? 기차의 덜컹거림에 따라 내 생각도 같이 덜컹덜컹거리고, 무엇인가 여유롭던 예전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작년에 동대구에서 경주에 갈 때 무궁화호를 타고 갔었다. 오랜만에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풍경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90년대 감성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그시대의 감성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급수탑으로 가기 위해 화본역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간이역을 촬영했던 곳이라 간이역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처음 이 방송을 보고 기차역 너무 이쁘다. 어딜까 궁금해서 카카오맵에서 찾아서 즐겨찾기를 해놓았다. 그만큼 한눈에 역의 매력에 뿅하고 반해버렸다.

 

 

역사 안에 들어오니 무엇인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방문객들을 위한 기념사진용 모자도 있었다. 어릴적 꿈 중 하나가 저런 모자를 쓰고 기차를 운전하는 것이였는데,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요즘들어 어릴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곳에 갈 때 빈 종이나 메모지를 하나 챙겨갔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을 못하고 이곳에 와서 스탬프를 찍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스탬프를 찍지 못해 아쉬워서 이렇게 사진만 찍었다. 손현주의 간이역에 나온 역들을 따라서 돌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방문지는 충주에 있는 삼탄역을 가볼까 슬그머니 아빠에게 운을 띄었다가 아빠한테 한소리 들었다.

 

의자에 앉아 위를 올려다 보니 천장에 용 한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나하나 디테일이 숨어 있는 역같았다.

 

급수탑을 보고 싶었으나 급수탑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오전 9시부터라 멀리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차이용승객이 아닌 관광객이 플랫홈으로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했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아침 8시 무렵이라 역내부만 구경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빠도 뭔가 아쉬운지 차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역앞을 왔다갔다 하셨다.

 

 

이렇게 조용한 아침은 오랜만에 맞이하는 것 같다. 가끔 동네 주민분께서 왔다갔다 하시기는 했지만, 차소리가 없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급수탑에는 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아쉬움이 덜했다. 나는 급수탑보다는 배우 유해진씨가 만든 의자에 앉아 보고 싶었는데, 카메라 줌을 이용해서 밖에 나무의자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극적으로 기차 한대만 지나가면 그림이 딱 이쁠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말고도 다른 커플이 너무 이른시간이 이곳을 방문해서 우리처럼 멀리서 사진만 찍고 갔다. 우리도 더 있어봤자 아쉬움만 더 커질 것 같아서 경주로 이동을 했다.

경주로 들어서기 전 휴게소를 들려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서울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기에 너무 피곤했다. 그런데 호텔 체크인까지는 아직도 5시간 이상 남았기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석굴암과 불국사를 보면 대충 체크인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다시 불국사 쪽으로 향했다.

youtu.be/QdRw0bbrl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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