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버린 탓인지 부여 낙화암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뭔가 기운이 없었다. 우리가 주차한 낙화암 주차장은 의외로 작았다. 그래서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다. 티맴이 알려주는 곳으로 왔기에 다른 고에 주차장이 더 있는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차가 빠지기를 기다린 후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부여는 몇년 전, 대장정 행사때문에 온적은 있지만, 여행으로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백제문화권 여행은 생각보다 나와 기회가 맞지 않았다. 부여라는 도시가 크지 않기에 궁남지에서 낙화암(부소산성)까지는 차로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주차를 하고 천천히 매표소 쪽으로 걸어 갔다. 낮고 짙게 깔린 구름이 언제 비를 뿌릴지 모를 것 같은 불안감을 주었다. 그래도 강한 햇살을 막아 주어서 더위에 지친 나를 살려주는 것 같았다.
아빠는 경로우대라 입장료를 내지 않았고 나만 입장료를 내고 부소산성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우리는 낙화암을 보러 왔기에 낙화암가는 길로 바로 갔다. 더위만 먹지 않았어도 부소산성 한바퀴를 산책삼아 걸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궁남지에서 너무 많이 걸은 것 같았다. 역지 여름여행은 생각보다 힘든 것 같다.
그래도 녹음이 우거진 숲을 걸으니, 조금씩 몸의 온도가 식는 것 같았다. 대신 오르막이라 숨이 헐떡헐떡 거리기는 했지만, 숲에 들어오니 축축하게 땀에 젖어 있던 옷이 조금씩 마르는 것 같았다.
소나무의 녹색은 궁남지에서 본 연꽃의 잎과는 또 다른 녹색을 띄고 있었다.
연리지라고 하는데 나는 어느 부분이 연리지 부분인지 못 찾고 찝찝한 느낌을 남기고 연리지 나무를 지나갔다.
이때가 가장 싫었던 것 같다. 오르막길이면 쭉 오르막길이어서 정상에 도착하면 짜잔하고 넓은 풍경이 펼쳐지면 좋은데, 잘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는데, 다시 내리막길이다. 다시 말해 돌아올 때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하니, 왠지 기분이 안 좋아졌다.
드디어 낙화암에 도착을 했다. 낙화암에 대한 기억은 저 정자 밖에 없었다. 20년이 지나도 정자만큼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정자 옆쪽길로 갔다.
정자 옆쪽길로 가니 공주에서 보았던 금강이 보였다.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보니, 금강은 그날의 역사를 다 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에게 진짜 그날 삼천궁녀가 뛰어 내렸는지 물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백제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항상 우리는 상상을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백제의 멸망을 바로 본 금강에서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금강은 말없이 조용히 흐기기만 했다. 그날도 자신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면서 보기만 했다는 듯이.
전망대가 협소해서 사진을 찍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느라 힘든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낙화암에 왔다. 사람들을 스쳐 지나갈 때 마다 약간의 불안감이 스쳐갔다. 나도 아빠한테 계속 마스크를 쓰라고 말을 했지만, 더운 날씨와 약간의 등산으로 힘들다고 하셨다. 나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했다.
자리가 생겨서 짧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땀을 식힐겸 잠시 정자에 앉아서 쉬었다. 정자에 앉아 있으니 강으로 부터 바람이 솔솔 불어 왔다.
그리고 멀리서 프로팰라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려보니 경비행기 한대가 금강을 따라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에서 본 부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낙화암 밑에 있는 고란사로 가기 위해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는 했지만, 고란사 약수를 마시기 위해 아래로 내려 갔다.
낙화암 밑에 이렇게 좋은 절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고란약수 한잔에 10년씩 젊어 진다고 하니 3잔 정도 마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 오신날은 한참이 지났지만, 연등길을 지나서 가니 절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절벽에 세워진 절이라 절의 앞마당이 넓지는 않았다. 그릭 절 한쪽에는 유람선을 타러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고란약수는 절 뒤편으로 가면 있다. 절 옆쪽으로 오니 탱화가 보이는데 이절이 얼마나 오래된 절인지 알 수 있었다. 빚바랜 처마와 탱화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절 뒤편에서 약수를 마시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이면 물병에 받아서 물을 마시려다, 왠지 공공으로 사용하는 바가지가 불안해서 나는 약수를 마시지 않았다. 아빠만 두잔 드셨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아빠는 피로가 싹가신다고 하셨다.
물 속에 조명이 약숫물을 더욱더 신비스럽게 보이게 했다.
고란약수를 마신 후 아빠는 에너지가 더욱더 넘치는 것 같았다. 나만 뭔가 힘없이 시무룩한게 수분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졌다.
절은 아담해서 아! 절이구나 오래된 절이구나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절 앞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이 우리가 백제 시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리고 길 주변으로는 발굴로 인해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부여 시내에서 이곳이 높은 곳인지 내려가면서 부여 시내가 한눈에 들어 왔다.
부여 객사라고 하는데, 잠시 마루에 누웠다. 사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누워 있는 동안 땀과 몸의 열기가 어느정도 식었다.
누워서 천정을 보니 색이 바래서 예전의 색을 온전히 볼 수는 없었지만, 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대청마루에 누워서 기와집의 지붕을 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객사 반대 쪽에서는 전통방식을 만든 짚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짚꼬아보기 체험도 해볼 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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