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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을 구경하고 나니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하게 남았다. 바로 서울로 가면 차막힐 것 같고, 그러면 바닷가에 가서 떨어지는 해를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빠는 서해까지 가면 멀지 않냐고 하셔서 카카오맵으로 찾아보니 1시간 거리였다. 그래서 일단 네비를 대천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부여를 출발해서 계속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큰길로 가다가 갑자기 시골길로 빠지더니 이렇게 기찻길을 건너서 갔다. 국도로 달리면 빨리 갈 수 있는 반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시간도 배로 걸리고 구불구불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방도가 좋은 것 같다. 여행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구불구불한 마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가는 도중도 여행이니 시골 마을 마을을 지나면서 풍광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곤욕이겠지만.

 

여름이라 해가 길었다. 그래서 6시가 못된 시간이지만 아직 밖이 환했다. 그러나 뭔가 이 시간만 되면 몽환적인 분위기에 매료되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는 퇴근할 시간이라 항상 집에 가느라 정신이 없는 시간이지만, 여행에서의 이시간은 마법의 시간 같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지만, 하루가 가는게 뭔가 아쉬운, 이 시간이 지나면 오늘하루가 또 가기에 아쉬워하는 시간 같다.

 

부여에서는 하늘의 구름이 조금 두꺼워서 비가 올까 걱정이 되었는데, 이곳에 오니 샌드위치의 잼처럼 아주 얇게 구름이 깔려 있었다. 잼보다는 생크림에 가깝기는 하지만.

 

 

길가에 핀 노란색 꽃의 정체가 궁금하여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원래의 목적지는 대천해수욕장이었으나, 대천해수욕장에서 갑자기 무창포해수욕장으로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용두해수욕장으로 갔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아빠의 의견에 나야 어디를 가도 상관없으니, 처음 가보는 처음 들어보는 용두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처음에 주차할 곳을 못 찾아서 해맸다. 용두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오니 숲속 야영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용해도 되나 차에서 나와 삐줏삐줏 거렸다. 잠깐만 있다 갈거닌까 차빼라고 하면 그냥 차빼서 서울로 가면 되니 뭐 손해 볼거 없어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는 소나무가 울창했다. 소나무 아래로는 나무데크가 있는데, 이 나무 데크를 이용하려면 시설이용료를 지불해야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뭐 잠시 쉬었다 갈거니 나무데크는 필요가 없었다.

 

해변으로 오니 어떤 분들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일단 차에서 가지고온 캠피의자와 과자는 해변가에 있는 벤치에 두고 바다고 나갔다. 해가 아직은 높게 떠있었지만, 그래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그리고 모래사장의 모래 위에는 다양한 해양동물이 살고 있었다. 조개가 기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다.

https://youtu.be/nPiFM1-S7is

 

물이 많이 빠진 상태라 꽤 해안선이 멀리 뒤로 도망가 있었다.

잔잔한 파도가 만들어 놓은 엠보싱 길을 따라 물이 찰랑찰랑 거리는 쪽으로 걸어 갔다. 보기에는 딱딱해 보이는데 밟으면 물컹하는게 기분이 이상했다.

 

파도가 바람에 따라 잔잔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햇살은 강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갈매기들도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대천해수욕장에 비해 한적했지만, 한적한 만큼 더욱더 운치가 있었다. 몇몇 없었기에 왠지 우리가 이 해수욕장을 전세 낸 것 같았다.

파도가 만들어 놓은 모래를 밟으며 큰 바위가 있는 쪽으로 걸어 갔다. 보기와는 다른 모래를 밟으며 걷는데 진흙도 아닌게 진흙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는 두개의 바위가 붙어 있는 큰섬인줄 알고 갔다고 하시는데 막상 가서 보니 아주 쬐금한 바위 두개가 있었다. 바위 표면은 따개비같은 바다 생물이 덮고 있어서 사진 찍는다고 바위 위에 올라갔다. 넘어지면 병원비가 더 나올 것 같아 보였다.

 

 

모래의 출렁거리는 느낌과 하늘에 흩날려 뿌려진 것 같은 구름이 색깔만 다른 대깔꼬마니 같아 보였다.

 

그리고 역시 기분이 좋을 때는 점프샷으로.

그림자만 보면 이렇게 날씬해 보이는데, 난 요즘 살이 너무 쪄서 고민이다. 코로나 이후로 평소에 가던 수영장을 못가고, 정형외과 약을 또 3~4개월 먹었더니 체중이 10키로 가량 더 늘었다. 그리고 갑상선 저하 증세까지, 아무튼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요인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림자마저 뚱둥하게 나왔으면 완전 슬펐을 것 같다.

 

모래사장과 하늘의 대칭 구조가 묘한 끌림을 느끼게 했다.

 

 

바닷물이 조금더 뒤로 후퇴한 것 같아 보였다. 이제 조금만 해가 더 떨어지면 집에 갈 시간이다.

 

 

물 속에 발만 잠깐 담그었는데, 물이 차게 느껴졌다. 어쩐지 물 속에 들어가서 노는 사람이 없더라니! 그래도 해수욕장에 왔으니, 발 정도는 바닷물에 담그고 가야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중에 모래사장을 건너갈 때 분명히 쪼리에 모래가 다 붙을 것을 알면서도 나중일이야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고, 일단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어린 아이들은 모래 속에서 무엇을 찾는지. 해수욕을 하지 않아도 모래놀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 보였다.

 

 

 

역시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은 사람이 만든 아름다움을 뛰어 넘는 것 같다. 자연이 만든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으니,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이렇게 또 가는게 아쉽기만 했다.

 

모든 동물, 아마 살아있는 것을 다 좋아하는 아빠는 모래 위에 쭈구려 앉아서 손가락으로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모래를 파니 조개 몇개가 나왔다. 난 똥싸는 자세르 할 수 없기에 서서 구경을 했다.

 

내 발은 너무 못생긴 것 같다. 둘째와 셋째 발가락이 달팽이 눈처럼 툭 튀어 나와서, 운동할 때 꼭 두번째 발가락 발톱이 죽는다.

갑자기 차가 해변으로 오더니 무엇인가를 싣고 가버렸다.

 

 

 

 

차에서 가지고 온 캠핑용 의자를 그늘진 곳에 설치했다. 그리고 잠시 앉아 있는데, 이곳이 파라다이스였다. 여기에 테이블까지 가져왔으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 테이블을 잊고 가져 오지 않았다. 그래도 석양을 보기에 의자만 있어도 충분했다. 뭔가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의자에 앉아서 올드 팝송을 작게 틀었다. 역시 이럴 땐 70~80년대 올드 팝송이 제격인 것 같다.

 

이렇게 석양이 보이는 오션뷰 호텔이면 최소 20만원 이상 할텐데, 우리는 공짜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럴 때 차 한잔 같이 마시면 더 좋았을 텐데, 커피나 차가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을 뿐이다.

 

 

 

갑자기 구름이 살짝 끼더니 해가 구름사이로 숨어 버렸다. 그리고 이제 점점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잠시 의자에 쉬면서 아주 짧은 낮잠도 자고 또 먹고, 텐트보다 오히려 짧게 쉴 때는 캠핑용 의자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뒤가 짧은 것 보다 확실히 고개를 뒤로 젓힐 수 있는게 좋은 것 같다. 대신 내가 무거우니 언제 의자가 망가질지 모르겠다. 망가지면 좀 더 비싼 것으로 사야겠다. 그런데 이 의자의 경우 개당 1키로 정도 밖에 안돼서 나중에 아이스란드 여행갈 때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립하는 시간은 1~2분 정도라 트렁크에 넣고 다니기 너무 좋다.

 

 

 

하늘의 구름이 독수리(?), 갈매기 같이 보였다.

 

 

구름에 가려진 사이 해가 벌써 물 위 근처까지 왔다. 저멀리 보이는 섬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지도앱을 켜서 보니 안면도란다. 날이 맑으니 여기서 안면도까지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노을을 구경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나갔다. 하늘도 붉게 물들었지만 모래사장도 붉게 물들었다.

 

서해의 일몰은 발리의 일몰에 못지 않을 마큼 훌륭했다.

 

 

아빠가 해를 입 속으로 쏘옥하고 먹어 버렸다. 뱃속이 뜨거웠을 것 같다.

 

역시 아빠가 나보다 날씬해서 그런지 점프를 잘하시는 것 같다.

 

 

어떻게 찍어도 멋지게 나왔다. 특히 붉게 물든 모래사장이 인상적이었다.

 

 

석양이 절정에 달했는지 땅위의 모든 것을 금빛으로 붉게 물들여 버렸다.

 

 

해가 점점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이제 몇 분 남지 않았기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출과 일몰이지만, 오늘만은 특별해 보였다.

 

 

아빠도 아쉬운지 할 수 있는 포즈는 다 한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제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파노라마로 길게 해수욕장의 전경을 찍어 보았다.

 

이제 해가 완전히 지자, 짐을 정리했다. 다음날 출근해야 했기에 다시 서울로 향해야 했다. 몇몇 텐트는 다음날까지 휴가인지, 텐트를 철거하지 않고 있었다. 부러웠다. 그래도 가장 멋진 찰나의 순간을 보았기에 미련이 없었다. 단지 이제 걱정은 집에 언제 가냐의 문제만 남았다.

 

 

모래를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다행히 발만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발에 붙은 모래를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몸은 땀과 바닷바람으로 끈적거렸지만 기분은 가벼웠다.

 

방조제 길을 따라 가는데 아직도 햇살이 남아 있었다. 차를 세워 방조제 위로 올라가서 더 보고 싶었으나, 갈길이 바쁘니 그냥 지나쳐 갔다.

 

그리고 갑자기 경찰이 차를 세웠다. 그리고 체온을 쟀다. 체온을 재니 이런 팔찌를 주었다. 우리는 대천해수욕장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바로 다른 길로 나오는데, 다른 쪽 길에서도 체온을 재고 있었다. 처음에 차를 세웠을 땐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체온을 재는데, 미리 큰 안내 간판이라도 있었으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더 순간 당황했다. 불시 검문 받는줄 알고 순간 쫄았었다.

대천 IC에 들어 와서 이제 북으로 달렸다.

 

점심도 거르고 대강 스낵으로 끼니를 때우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첫번째 나온 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칼국수와 충무김밥, 그리고 최애 돈까스까지. 하루종일 굶었지만 역시 돈까스로 저녁을 마무리하니 최고의 하루였다. 저번에 문막에서 돈까스를 못먹어서 화딱지가 났는데, 오늘을 먹어서 운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쪽을 바라보니 달이 밝게 떠 있었다. 달이 우리를 따라 같이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송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매송휴게소에서 가스 충전을 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기름이나 전기차 충전만 가능했다. 아직까지 가스가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넣고 가는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들린건데. 아무튼 잠시 쉬었다 집에 가니 자정이 다되어 가는 시간이 었다.

갑자기 떠난 공주부여여행이었다. 그냥 꽃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많은 수국도 보고, 평생 볼 연꽃은 다 보고 온 것 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 등 평생 마음 속에 깊게 남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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