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잉크호텔 바로 앞이 공원이라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가 공산성 야경도 볼겸 공원으로 나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 강건너에 있는 성에 불이 들어 오지 않았다. 공원은 운동하거나 산책하기 좋게 정비되어 있었다. 금강을 따라 조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 무릎은 더 이상 나를 달리게 하지 못하니 아쉽기만 했다.
구름은 솜사탕을 찢어 놓은 것 처럼 아주 얇게 하늘에 깔려 있었다. 구름때문에 노을이 더 이뻐 보였다.
강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강길을 따라 핀 꽃들도 많았다. 아빠는 처음에는 별로라고 투덜거렸는데, 꽃들을 보니 다시 말을 바꿔서 이곳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암튼 아빠는 어디를 가던지 꽃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해가 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달이 뜨고 있었다. 전날까지는 비가 많이 왔다고 다른 관광객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인지 이날을 비가 하루종일 오지 않았다. 대신 하늘에 낮게 구름이 깔려 있기는 했었다.
그리고 걷다 보니 자주빛 루드베키아를 만났다. 노란색은 자주 봐서 그런가 보다 하는데, 자주색 루드베키아는 처음 본 것 같다. 조금 더 환할 때 왔으면 색이 이쁠 것 같은데, 햇님이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 생각보다 색이 이쁘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주변의 가로등은 점점 하나둘 불이 들어 오고 있었지만, 해가 아직까지 바다 밑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약간 남은 자연광으로 사물을 볼 수 있었다. 이시간은 참 사람의 마음을 센티멘탈하게 하는 것 같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 만큼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점점 해의 기운이 줄어들수록 사람이 만든 해가 하나씩 떠올랐다. 사람이 만든 해가 철교의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공산성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금강은 공산성의 아름다운 빛을 머금고 있었다.
강변이라 그런지 시원하기는 했지만, 날벌레가 많았다. 다행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입으로 들어가는 벌레는 없었다.
이제 완전히 어둠이 깔리니 모든 곳이 조명 빛으로 빛이 났다. 그리고 강물은 유유히 흐르며 땅 위의 사물들을 자신의 몸안에 품고 있었다. 뭔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성에 직접 가서 야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강건너에서 공산성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야경이 멋지다는 프라하나 다른 유럽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그리고 달빛을 따라서 천천히 강변을 걸었다.
가는 곳마다 꽃이 있었다. 원래 나는 꽃 같은거에 관심이 없었는데, 아빠랑 같이 여행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제는 꽃이 있으면 사진을 찍게 된다.
같은 다리고 성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다. 아마 내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기에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다.
물에 비친 공산성의 모습을 찍고 싶었으나, 핸드폰으로 찍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그래도 최대한 담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엄청난 노이즈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공주에 왔다는 인증샷도 남겼다.
그리고 꽃이 만발한 곳에서 공산성을 바로보니 더욱더 선명한 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꽃의 노란색과 공산성 야경의 노란 불빛이 은근히 잘어울렸다.
달빛에 비친 강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났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수만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금강은 백제의 멸망해 가는 과정을 보았을, 사연만은 강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폰의 야경모드로 찍으니 그래도 나름 사진이 잘 나왔다. 그런데 3초 정도 숨도 안쉬고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하니 힘들었다.
역시 이럴 땐 삼각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랑나비 같이 생긴 꽃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여기도 날벌레가 너무 많았다. 사진을 찍다가 모기에 한방 물린 것 같았다. 모기인지 다른 벌레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공주의 상징이 곰인가 보다. 호텔에 오다가 이것과 비슷한 조형물을 본 것 같다. 왜 곰인지는 모르겠지만, 곰돌이라 귀여웠다. 근데 왜 곰돌이는 원시인 같은 옷을 입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ㄷ.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강변을 올라가는데 내려올 때는 몰랐는데 다시 올라가려고 계단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올라와서 뒤를 돌아보니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약간의 부러움도 생겨났다. 멋진 자연과 풍경을 보면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복인 것 같다. 수도권에 살면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다. 이곳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수도권에 비해서는 여유로워 보였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호텔 옆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으나, 잠잘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올 것 같아서 다음에 오면 한번 오기로 약속을 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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