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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지는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내가 일이 있는 바람에 태백에 아빠와 같이 가지 못해서 이번에는 아빠가 먼저 차로 태백에 가고 나만 다음날 기차를 타고 동백산역으로 갔다. 10월 개천절 연휴라서 기차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해로 갈지 강릉으로 가야 할지. 일단 원하는 시간대는 매진이기에 새벽 열차로 대기 예약을 걸어 두었다. 다행히 빈자리가 생겨서 서울역에서 동해로 가는 KTX 이음 841편을 예약할 수 있었다. 

 
 

전날도 새벽에 일어났는데 이날도 새벽에 일어나 전철을 탔다. 급행을 타서 용산역에서 전철을 갈아타야 했다. 

 
 
 

무궁화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호남선도 전철화 공사가 끝나서 그런지 전기 기관차가 무궁화호 앞에 있었다는 점이다. 

 

전철이 들어오기 전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내며 용산역을 벗어났다. 

 
 

서울역에 내리니 날이 좋지 않았다. 오랜만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보는 것 같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벌써 출발시간이 되었다. 출발역이 서울역이라 청량리로 가는 것보다는 여유로웠다.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은 14번으로 서울역 맨 끝이었다. 이곳에서 어떻게 용산역으로 가서 경의선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서 한강을 따라가는지 궁금했다. 

 

서울역에서 보는 이은 열차는 신기하면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일반 KTX와 산천 열차가 주를 이루는 역에서 이음은 눈에 확 띄었다. 

 

전에 청량리에서 안동 갈 때 타본 이후로 처음 타는 이음 열차라 설레었다. 특히 기차가 바다를 따라갈 때 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이기에 기대를 가득 안고 기차에 올랐다. 

 

서울역에서 동해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대기 예약해서 표를 구매했기에 표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도 창가 자리라 마음에 들었다. 

 

일반석과 우등석의 차이는 좌석 앞에 개인 모니터의 유무인 것 같다. 

 
 

기차는 정시에 서울역 플랫폼을 출발했다. KTX메거진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꾸준히 발행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나름 KTX 메거진에 나온 여행정보와 사진을 보며 새로운 여행정보를 얻기에 없어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웠다.

 

이음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대신 케이스를 벗겨야 하기에 조금 귀찮게 느껴졌다. 

 

용산을 지난 기차는 한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3호선이 보였다. 

 

전에 자전거 타고 중랑천 입구에 왔던 기억이 났다. 기차는 왕십리를 지나고 청량리에서 섰다. 이때 기차의 대부분의 좌석이 승객으로 찼다. 

 

회기를 스치듯 간 후 상봉역에서 또 승객들이 탔다. 이제는 기차가 제법 속도를 내는 것 같았다. 중앙선의 작은 역은 빠르게 지나갔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속도를 낸 기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가는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안개도 아름답고 잠이 깨알같이 쏟아지지만 처음 타는 강릉선이기에 무거운 눈꺼풀은 커피 한 잔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외곽으로 나오니 가을이 느껴졌다. 기차는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단선인 오래된 철교에서 오랜 기차여행의 향수가 느껴졌다. 

 
 

기차는 양평역에 잠시 정차한 후 몸으로 느껴질 만큼 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비가 조금씩 부슬부슬 내렸다. 산안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기차의 속도는 빨랐다 느렸다를 반복했다. 

 
 

터널이 많다 보니 생가보다 풍경만 감상하기는 힘들었다. 대신 터널 때문에 기차는 고속으로 달릴 수 있었다.

 
 

아조 좁은 들판이 나왔다 또 터널이 나왔다를 반복했다. 

 
 

기차의 속도는 200킬로미터를 넘기고 있었다. 

서울역을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어 원주 만종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악구간같이 느껴졌다. 풍경을 조금 보면 바로 나오는 터널. 점점 졸음이 쏟아졌다. 한 손에는 폰을 다른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기차는 거의 300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며 평창으로 향했다. 

 
 
 
 

원주에서 평창까지 몇 분 안 걸린 것 같다. 

 

지대가 높아서 귀가 살짝 멍해서 침을 꼴칵 삼켰다. 

 
 

진부 오대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으로 넘어왔다. 왼쪽으로 가면 강릉역이 오른쪽으로 가면 정동진, 묵호, 동해역이 나왔다. 

 
 

태백산맥을 넘은 기차는 태백산맥과 평행하게 남쪽으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는 KTX 전용선이 아니기에 KTX는 완행열차같이 천천히 정동진으로 향했다. 

 

기차가 정동진에 도착하기 전 왼쪽 창가에는 동이 튼 바다가 보였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 예매를 하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으니 어찌할 수 없었다. 대신 정동진에서 기차 승객의 반 이상이 내렸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은 아쉽지만 정동진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정동진의 상징인 고현정 소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동진을 떠난 기차는 바다를 따라 달렸다. 

 
 

가끔 바다와 멀어지기도 했다.

 
 

내륙 어딘가를 달렸다. 

 
 

기차는 옥계역에서 정차를 하지 않고 남쪽으로 계속 갔다. 

 

다시 바다가 나왔다. 구름이 끼어 있는 바다. 왜 그렇게 어둡나 생각해 보니 내가 새벽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탄 게 생각났다. 

 

잠깐 바다와 만났다 다시 멀어졌다.

 
 

이렇게 기차와 바다는 밀당을 하듯 가까웠다 멀었다를 반복했다.

 
 

기차는 묵호역에 도착했다. 이제는 종착역까지는 한 정거장만 남았다.

 
 
 
 

다시 바다를 만났다. 날이 안 좋아 아쉬울 수 있었는데 하늘은 오렌지빛을 띠고 있었다.

 
 
 

옥빛 바다 위의 오렌지 빛깔의 하늘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제 마지막 종착역인 동해역에 접근했다.

 

일단 동해역에 무사히 왔다는 것도 좋았지만 서울역에서 동해까지 기차로 왔다는 점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동해역에 정차한 기차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육교로 올라가지 않고 걸어서 기차역 앞을 지나서 역사로 갔다.

 
 

후다닥 가긴 싫어서 기차의 이모저모를 찍어 보았다.

 
 
 

역사는 크지 않았다. 이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동백산으로 가는 무궁화호로 갈아타야 했다. 한 시간 동안 사진도 정리하고 주말이면 꼭 보는 동물농장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흡연장소는 역을 등지고 왼쪽에 있었다. 동해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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