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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이 가을꽃의 축제인 것 같다. 양주 나리공원에서는 천일홍 축제가, 이제는 흔한 꽃이 되어버린 핑크 뮬리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석정 꽃밭을 처음 가본 것은 2021년이었다. 예전에 군부대가 있던 곳에 꽃을 심어 거대한 꽃동산이 되었다. 2021년에 처음 왔을 때도 사람이 많았는데 2022년 코로나에 대한 방역이 완화되어 작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작년에는 고석정 주변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시간도 오래 걸리고 유료이기에 이번에는 목적지를 고석정 꽃밭 주차장으로 설정한 후 출발했다. 다행히 고석정 꽃밭에는 주차할 장소가 여유로워 수월하게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대신 비포장의 흙 밭이라 먼지가 날리긴 했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철원사랑상품권을 주는데 주변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돈을 상품권으로 바꾸는 느낌 같았다.

 
 

매표소가 있어서 순간 당황했지만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한시적으로 안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괜히 축제한다고 입장권 받고 뭐하고 하면 그 당시 여론은 모든 포커스가 방역에 맞춰져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서도 매표소 운영에 대해 엄청 고민했을 것 같았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결재를 하고 나면 철원사랑상품권과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2021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연도는 방문객이 배로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동선도 작년보다 좀 더 심플해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제주 보롬왓에서 본 깡통 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귀여운 황소 조형물도 입구에 서 있었다.

 
 
 

솟대가 길게 늘어진 길을 걸었다.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했다.

 
 

대부분 평지라 누구나 쉽게 가을꽃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신 꽃밭이 너무 넓기 때문에 꽤 많이 걸어야 했다. 그리고 그늘이 별로 없어서 뜨거운 가을 햇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고석정 꽃밭 주차장 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고석정 방향 입구에서 들어오는 동선과 다르게 걸었다.

 
 

파란 하늘 아래 꽃들은 더 원색으로 보였다. 아빠는 오늘 꽃밭에 가신다고 바지는 보라색으로 입고 챙이 있는 밀짚모자까지 챙겨 오셨다.

 
 

여러 번 들어도 왜 그렇게 꽃 이름이 안 외워지는지 모르겠지만 꽃만은 아름다웠다.

 

꽃 사이에 놓인 큰돌 위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안개꽃같이 느껴지는 꽃들 때문에 꽃으로 만든 안개에 둘러 싸인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걸으면 등에는 땀이 한줄기 두 줄기 흐르긴 하지만 그래도 날이 맑으니 꽃구경하기엔 최고인 것 같았다.

 

깡통 열차는 꽃밭 가장자리를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하고 이쁘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곳이 두세 곳 있는데 분홍색이 아름다운 가우라 꽃밭과 맨드라미 꽃밭, 그리고 아직 꽃이 작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노란 물결이 인상적인 해바라기 밭이었다. 천일홍, 코스모스 등 가을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들도 많으니 취향에 따라 꽃을 보면 될 것 같다.

 

가우라 꽃밭은 살짝 언덕 위에 있는 원두막에 오르면 분홍빛의 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가우라 꽃밭 뒤로는 키가 큰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어서 프로방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분홍과 핑크의 색 조합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화사한 분홍빛이 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수시로 돌고 있는 깡통 열차에 자꾸 눈길이 갔다. 탑승한 사람들의 엉덩이 아파라는 말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가우라 맞은편에는 푸른색의 억새(?) 들판이 있었다. 꽃밭의 규모가 큼직큼직해서 어디를 봐도 시원시원하게 느껴졌다.

 
 

가우라 꽃밭엔 철원의 상징인 궁예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었다. 은근 찍는 사람이 많아서 눈치게임을 해야 했다.

 
 

다른 꽃밭에 비해 고석정 꽃밭이 사진을 촬영하기 편했다. 사람들도 준법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다른 지역축제에 비해 통제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눈치껏 즐길 수 있었다.

 
 

똥 손이 내가 막샷을 날려도 풍경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빼어나 결과물이 나왔다.

 
 
 

가우라를 구경 후 다음 꽃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아래에서 위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또 다른 오두막 입구 아치에는 참외인지 수세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동화책에서 보던 장면이 보였다.

 

오두막을 나와 내리막길을 따라가니 작년에는 없었던 해바라기 밭이 나왔다. 해바라기가 작아서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바라기 밭을 지나 아스타 꽃밭으로 왔다.

 

아스타 꽃밭은 멀리서 봐야 색깔별로 줄지어선 아스타들이 이쁘게 보였다.

 
 

고석정 꽃밭에 오면 꼭 일본 홋카이도의 사계의 언덕이 생각난다. 일본에서 이런 모습의 꽃밭을 처음 봐서 그런지 항상 이런 꽃밭에 오면 사계의 언덕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구절초 밭도 보이고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 밭도 있었다.

 
 

청옥산의 구절초 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규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해바라기 꽃밭이 규모가 작아서 아쉬웠는데 고석정 꽃밭 가운데 새로 해바라기 꽃밭이 생겼다.

 
 
 

우리가 평소에 보던 해바라기와는 종이 다른 건지 해바라기의 키는 어른 허리 정도 밖에 오지 않고 빛은 짙은 노란색을 흰색으로 희석해 놓은 색 같았다. 강렬한 노란색은 아니지만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얼핏 보면 해바라기 조화를 심어 놓은 것 같이 보였다.

 

노란색이 강하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풍경을 찍으면 초록색의 들판처럼 보였다.

 

수시로 지나다니는 깡통 열차를 피해야 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놀이동산에 온 것 마냥 신이 났다.

 
 

멀리서 전경을 찍는 것보다 근접 촬영으로 해바라기를 찍어야 해바라기의 아름다운 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귀엽게 생긴 이 식물은 귀염둥이들은 이름마저 귀여운 댑싸리로 이곳 꽃들이 우아함을 뽐내고 있을 때 댑싸리들은 장난기 가득한 악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댑싸리에 눈이 붙어 있으니 더욱더 개구쟁이 같아 보였다.

 
 
 

왠지 바람이 불면 댑싸리들이 바람을 따라 통통 튀면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장난을 칠 것 같았다.

 
 
 
 

천일홍 꽃밭은 작은 탁구공을 촘촘히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천일홍은 여러 번 보았기에 그냥 지나칠까라는 생각이 들다가 2022년 9월에 보는 천일홍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또 열심히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시간을 넘게 걸으며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카메라의 무게만 대략 1킬로그램이 넘으니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립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진짜 넓기는 넓다. 중간중간 화장실이 있어서 작은 건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매점이 없어서 물을 챙겨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백일홍, 천일홍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천일홍은 넓게 펴진 꽃잎이 어버이날 아이들이 부모님께 드리기 위한 카네이션같이 생겼고, 백일홍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탁구공이 식물마다 알알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꽃을 넣어 아래에서 위로 찍어서 꽃을 풍성하게 찍고 싶었으나 백일홍 자체가 빼빽히 피지 않는 꽃이라 그런지 사진은 뭔가 엉성하게 나왔다.

 
 

백일홍을 본 후 이곳의 백미인 맨드라미 꽂을 보러 갔다. 아마 이곳에서 맨드라미 꽃밭이 최고인 것 같다. 강한 원색의 맨드라미는 가슴 깊이 그 색이 박히는 것 같았다.

 
 

호박 같아 보이는데 위에는 주황색이 아래는 흰색으로 이루어졌다. 껍질만 깎아서 매달아 놓은 것이 아닐까.

 
 

 

멀리서도 맨드라미의 강렬한 색이 확 띠었다.

 
 
 

그냥 할 말이 필요 없었다. 맨드라미의 빨갛고 노랗고 핑크빛이 파도를 이루며 흐르는 것 같았다.

 

돌 위에 걸쳐 앉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뒤에 보이는 산은 이곳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주변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지만 풍경에 흠뻑 젖어 있으니 우리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 보면 또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아쉬움이 남지 않게 질리도록 보았다.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꽃밭으로 갔다.

 
 

어떤 아저씨가 부인 사진을 찍어주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시며 찍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래서 따라서 굽혀지지 않는 왼 다리를 굽히기까지 하며 꽃 속에서 하늘 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왜 그 아저씨가 저렇게까지 사진을 찍었는지 사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각도에서 찍어보니 사진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수술한 내 다리는 삐걱 소리를 냈다.

 
 

너무 꽃밭이 넓었다. 이제 감흥은 처음보다 덜 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뜨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빠지면 아쉬운 포토 스폿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고석정 앞으로 갔다.

 
 

고석정 앞 상가에서 입장권 발급 시 받은 상품권을 사용했다. 상품권 이용, 누가 생각했는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았다. 어차피 철원에서 사용해야 하니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객도 공짜라는 인식이 들지 않으니 더 즐기며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내년을 기약하며 철원 고석정 꽃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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