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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일기를 겨울이 다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쓰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글쓰기가 귀찮아서 미루다 이제 겨우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불러와 보았다. 

 
 
 
 

전날 백양사에서 흠뻑 가을 단풍에 취한 후 신안 자은도까지 와서 하루를 보냈다. 체크아웃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체크아웃을 했다. 자은도 라마다 플라자에서 나오는 길 전날 찍고 싶었던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모델은 이 마을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분들이 아닐까. 

 
 

일단 천사 대교를 향하기로 하고 섬과 섬을 잊는 다리를 넘었다. 한적한 포구에 잠시 차를 세웠다. 

 
 

남쪽 지방이지만 바람이 찼다. 아마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서 더 쓸쓸하고 차갑게 느껴진 것 같다. 

 

다시 이차선의 시골길을 달렸다. 앞에 큰 관광버스 한 대가 우리 앞에 있지만 추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천천히 이곳을 즐기면 되니까. 

 
 

천사 대교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오도선착장에 왔다. 

 

안개가 낀 것일까. 앞에 크고 작은 섬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이 느낌 가을 느낌같이 느껴졌다. 

 

물이 빠진 갯벌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양식장의 기둥들이 보였다. 

 
 
 
 

신안에는 1004개의 섬이 있다고 어디선가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다리 이름도 1004인지. 천사 대교가 시원하게 보이는 선착장 앞 조형물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의 상상력과 발상은 끊임이 없는 것 같다.

 
 
 

바다 위에 구불구불하게 길게 놓인 다리는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도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역시 이런 곳에 오면 요런 포즈 하나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주말이라 오도선착장은 차로 북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곳도 스산한 가을바람만 불어왔다. 

 
 

선착장을 떠나 목포로 가기 위해 천사 대교 위에 올랐다. 

 

걸어서는 건널 수 없고 차량으로만 갈 수 있는 다리였다. 

 

멀리서 보이던 다리의 주각은 가까이 갈수록 그 위엄을 드러냈다. 가까이서 보니 대천사 미카엘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사 같은 다리를 건너면 다시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졌다. 오르락 내리 락을 두 번 하고 나면 육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신안에서 목포 북항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전날과 다른 우중충한 날씨가 기분을 다운시켰다. 

 
 
 

유달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 고하도에 도착하는 케이블카로 산과 바다를 둘 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역시나 케이블카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그래도 왕복이니 가격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크리스털 케빈이 아닌 일반 케빈으로 매표를 했다. 고하도 승차장 까지는 하차가 불가능하고 고하도에서 북항으로 돌아오는 길 유달산에서 승하차가 가능했다. 다들 귀찮아서인지 유달산에서 승하차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탑승을 위해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탑승장에 가니 크리스털 캐빈과 일반 캐빈, 두 줄로 나누어졌다. 

 

역시 일반 캐빈 줄이 더 길지만 오는 횟수가 일반 캐빈이 많으니 대기 인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케이블카 정원은 10명인데 대기줄이 길지 않으면 일행끼리 태워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두 명뿐이라서 전세 낸 것 같이 두 명이서 케이블카를 통째로 이용할 수 있었다. 

 
 
 

캐빈 안에 앉으니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이기는 했지만 풍광이 너무 좋았다. 

 
 
 

케이블카는 유달산을 따라 정상 쪽으로 이동을 했다. 

 

정상의 기암괴석이 인상적인 유달산 아래는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전체적인 도시의 색감도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했다. 

 

오히려 단풍 옷을 입은 유달산이 요란한 치장을 한 것 같이 보였다. 

 

케이블카 위에서 자연을 그리고 도시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굳이 등산을 하지 않더라고 목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좋았다. 점점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른 여행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케이블카가 정상에 가까울수록 산의 나무와 바위가 손에 닿을 것만 같았다. 

 

정상에 도착하니 등산로가 보였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껏 손을 흔들어 보기도 했다.

 
 

유달산 정상을 지난 케이블카는 다시 산과 멀어졌다. 

 
 

이제 케이블카는 바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유달산이 보였다. 

 
 

푸른 바다 위를 건너는데 바람이 세졌다. 이날 신안을 떠날 때부터 바람이 강해서 걱정했는데 바닷가에 오니 다시 바람이 세진 것 같았다. 

 
 
 

고하도에 다다르니 고하도 섬에 놓인 데크가 눈에 들어왔다. 고하도에 내리면 한번 가볼만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색이 파랗다. 내가 생각한 서해바다의 색이 아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렸더니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고하도 케이블카 승강장에 매점이 있기에 간단히 요기를 할 겸 매점으로 들어갔다. 목포까지 왔는데 낚지를 먹어보지 않았기에 좀 플랙스 하게 낚지 라면을 주문했다. 

 

낚지 라면이라고 하기에 낚지가 잘라진 상태로 나왔는지 알았는데 각 그릇마다 낚지가 한 마리씩 들어있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은 후 고하도 승강장 밖으로 나갔다. 

 

승강장 밖으로 나오니 바로 산책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초반부터 계단이라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다 보니 아빠는 아빠 나이만큼 벌써 도달하셨다. 

 

100세까지 무탈하게 살고자 이를 악물고 남은 계단을 더 올랐다.

 

드디어 100세.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서로 웃으며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 나머지 나이는 덤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이 끝나면 산책길과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타고 왔던 케이블카가 저 멀리 보였다. 

 
 

판옥선의 모습을 한 전망대가 인상적이었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옆으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인 꼰대 인턴도 이곳에서 촬영했나 보다. 

 

계단을 오르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가을이라 고하도도 알록달록했다. 푸른 바다와 대비된 색감이 감미롭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긴 했지만 올라갈수록 보이는 풍경이 더 좋았다. 

 
 
 

각 층마다 전시실이 있기에 숨도 고를 겸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힙하고 이쁠까 여러 고민을 해보았지만 역시 내 능력의 한계만 맛보았다. 

 

그래도 이런 귀여운 콘셉트 사진은 찍고 나서 확인하니 나쁘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도착했다. 생각보다 별로였다. 오히려 걸어오면서 계단에서 본 풍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전망대엔 안전상 이유로 펜스가 둘러져 있어서 그런가 오히려 사진 찍기가 더 불편했다.

 
 

그래도 꼭대기에 왔으니 인증숏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번엔 바다 절벽에 놓인 길을 걷기 위해 또 한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를 요했다. 내려간 만큼 다시 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고하도 해상 데크에 도착하니 양 갈래 길에서 갈등이 생겼다. 우린 그냥 남들 따라 오른쪽으로 걸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한글의 자음이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옆에 있는 분이 비켜주지 않는다. 신경이 쓰였지만 별말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가고 나니 좀 더 편하게 사진을 찍었다. 

 
 

더 걸어갈까 고민이 들었지만 뭔가 지친 느낌이 들어서 다시 고하도 승강장으로 향했다.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중간에 쉬어가며 계단을 걸었다. 

 

아까 보았던 전망대의 카페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렸다.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이곳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고하도 승강장에는 케이블카를 타려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갈 땐 사람이 많아서 정원을 채운 상태로 북항으로 향했다.

 
 

아쉬운 마음에 힐끔힐끔 뒤를 돌아 보았다. 유달산에 내리려던 계획은 접고 바로 주차장이 있는 북항으로 갔다. 

 
 

서서히 다가오는 유달산의 모습. 정상의 바위들을 꼭 아슬아슬 피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케이블카의 운행 길이가 길기에 쉬면서 주변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타고 와서 불편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빨리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좋았다.

 

목포를 떠나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이제 몇 시간을 가야 할까. 차나 안 막혔으면 좋겠는데.

https://youtu.be/8XBzwDIf5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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