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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역에 도착한 후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비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왔더니 정신이 멍했다. 멍하게 있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탑승 준비가 지연되어 5분 늦게 게이트가 열렸다. 대합실에 기다리던 대부분의 모든 승객들은 동해발 동대구행 무궁화호로 탑승하기 위해 플랫폼으로 갔다. 

 

한 시간 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서 다른 기차를 타기 위해 걸어갔다. 

 

이 기차는 동해에서 출발해 삼척, 태백, 봉화, 영주를 거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였다. 

 

누가 이 기차에 탑승할까 생각했는데 은근 이용 고객이 꽤 많아서 놀랬다. 

 
 

요즘 신형 기차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그런지 구형 무궁화호에는 그다지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기차표를 예약할 때 맨 뒤 칸으로 하고 싶었는데 어느 칸이 맨 뒤 칸인지 몰라서 아무칸이나 지정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숫자 4인 4호 차였다. 

 
 

KTX보다는 깔끔함은 덜하지만 좌석 간 간격도 넓고 의자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좋고 정감 어린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11시 1분 동해를 출발하는 1671번 무궁화호는 플랫폼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기차는 많은 역을 지나 동대구까지 가는 완행열차였다. 

 

기차는 아주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단선인 구간이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나는 천천히 달리는 기차의 속도가 답답하긴 했지만 슬로 모션처럼 지나가는 풍경이 좋았다. 

 

기차는 강길을 따라 아주 천천히 달렸다. 가끔은 터널도 지나고 또 다리도 건넜다. 

 
 
 

전에 와봤던 도경리역은 무정차 통과를 했다. 그땐 기차역 밖에서 기차역을 보기만 했는데 스쳐 지나갔지만 기차역을 플랫폼 쪽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기차는 강가를 따라 구불구불 앞으로 갔다. 

 

조금씩 오르막을 오르는지 기차가 힘을 낼 때 기관차에서 힘찬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탄 칸은 승객이 많지 않았다. 총 4명 정도 된 것 같다. 기차 안은 고요했다. 기차의 엔진 소리와 철길에서 나는 찌릉찌릉 소리만 들렸다. 

 
 
 

옆에 태백에서 삼척, 동해로 가는 38번 국도가 보였다. 영동선 기찻길에 비교하면 38번 국도는 직선으로 쫙쫙 펴져있는 것 같았다. 

 

기차는 동네 옆을 지나서 가기도 했다. 

 
 
 

기차는 간이역을 지났다.

 

 
 

이 부근을 수없이 다녔는데 이렇게 이 강을 자세히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승용차에서는 강이 멀리만 보이기에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다.

 
 

일요일 오전이라 풍경마저 고요하게 느껴졌다.

 

기차는 50-60킬로미터 사이로 속도를 내며 달렸다.

 
 

기관차에서 들려오는 부릉부릉 거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아직 초가을이지만 객차에는 히터가 작동하고 있었다. 온몸이 갑자기 노곤노곤해졌다.

 
 
 
 
 

기차는 계속 오르막을 오르나 보다. 기관차에서 더욱더 큰소리가 들려왔다.

 

해발고도 207미터 태백까지 오르려면 최소 400미터에서 500미터는 더 산을 올라야 했다.

 

도계역에 도착한 기차는 많은 승객들이 내리고 탔다. 영동선은 단선이기에 반대쪽에 기차가 들어오면 출발을 할 수 없었다.

 

청량리발 동해행 무궁화호가 반대편에 들어오고 있었다..

 

반대편에 기차가 들어오자 우리 기차는 도계역을 서서히 빠져나갔다.

 

도계역을 벗어난 기차는 바로 터널로 진입했다. 터널을 통과하는데 십여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차 안에서 기차의 속도감이 느껴졌다.

 

터널을 나오니 바로 동백산역이 나왔다. 동백산역 플랫폼에는 사람이 많아서 내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승객들은 탑승하고 내린 사람을 보니 내린 승객은 나 혼자였다.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다니.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차는 나만 동백산역에 남겨주고 동백산역을 떠났다.

 

아빠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하긴 했는데 안 오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기차역에서 아빠가 기다리고 계셨다.

 
 

이렇게 승객이 없는 역도 처음인 것 같다. 아빠가 픽업을 나오지 않으셨다면 어쩔뻔했을까.

 

기차역은 큰데 이용하는 승객이 없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철암역에는 승객들이 좀 있으려나. 서울역에서 7시에 기차를 타서 10시에 도착해서, 동해에서 11시에 출발해 태백 동백산역에 12시에 도착했다. 청량리역에서 태백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오는 시간이나 KTX를 타고 무궁화호를 갈아타고 오는 시간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처음 이 구간을 이용해 보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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