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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숙소 침대에 잠시 누웠다 나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시간 정도 잠이 들어 버렸다. 잠깐의 낮잠이지만 새벽부터 시작된 여행의 피곤함을 어느 정도 없애 주었다.

 

 

아빠는 오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옷을 갈아입고 나오셨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봤을 땐 엄청 이쁜 옷처럼 보였는데, 막상 입으니 애벌레 무늬와 비슷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벚꽃이 파스텔톤으로 흐드러지게 핀 곳에 원색의 옷을 입으니 인물이 두드러지게 나왔다. 숙소를 나와 보문관광단지 쪽으로 걸어가는데 이곳은 그냥 벚꽃세상이였다. 걷다 뒤돌아 보았을 때 벚꽃사이로 보이는 황룡원의 풍경이 일품이였다.

 

 

사진에서만 보던 이 벚꽃길을 걷고 있다니, 꿈같이 느껴졌다. 벚꽃을 보러 여의도도 못가고 진해도 못가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 경주로 몰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충분히 경주의 벚꽃은 아름다웠다. 강한 바람이 한번씩 불 때 마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여행자의 마음을 꽃비가 두둥실 설레게 했다.

 

 

초대형 천마도가 보여서 천마도가 있는 건물 앞으로 가보았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로 현대적인 느낌이 경주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리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 저 앞에 보이는 천마도가 한몫을 하고 있지 않을까?

 

컨벤션센터 앞에 목련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단조로운듯 하면서 단아한 꽃이 너무 좋았다. 몇몇 성질급한 꽃들은 벌써 땅바닥에 떨어져 생을 마감했다.

 

화백컨벤션 센터라고 화배회의 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해 놓았는데, 난 솔직히 이런 조형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런 조형물을 세워야 할까? 너무 쌩뚱맞은 위치에 이렇게 놓여져 있는게 누구의 생각일지 궁금했다.

 

컨벤션센터 앞 횡단보도를 지나 스타벅스 있는 곳으로 갔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할까 잠시 고민했다가 들어가려고 줄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서는 바로 포기했다.

 

스타벅스 앞 넓은 주차장은 관광객의 차로 빈자리가 없어 보였다.

 

주차장을 지나니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 나왔다. 직선으로 뻗은 길가에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벚꽃사진을 찍으며 걸어가기 좋았다.

 

경주월드에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소리지르는 것에 따라 나도 그들과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경주의 곳곳에 사람들이 그래도 많이 분산되어서 그런지 의외로 사람들이 없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사람들은 더 좋은 곳 어딘가 있지 않을까? 나는 이것도 이쁜 것 같은데, 다른 곳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경주에 몇 번을 온 것 같은데 이렇게 화사한 경주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였다. 여름에 왔을 땐 푸른느낌에 쨍한 선명한 느낌이 좋았고, 겨울은 황량한 듯한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봄에 오니 뭔가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가을에 온적이 없는 것 같다. 나중엔 가을에 이곳은 어떤 느낌일지 와봐야겠다.

 

서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이렇게 여유롭게 꽃구경을 한지가 언제인지. 예전 벚꽃여행은 벚꽃구경이라기 보다는 사람구경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사람없는 벚꽃여행은 오랜만인 것 같다.

 

벚꽃길 끝에서 왼쪽으로는 경주월드 방면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있고, 오르쪽은 보문관광단지 방면으로 가는 길이였다. 우리는 왼쪽으로 난 징검다리를 건너서 경주월드를 끼고 보문호를 한바퀴 돌 생각이였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 물이 깊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흐르는 강물이라 그런지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징검다리가 길어서 강 한가운데 왔을 땐 물이 덮쳐오는 상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그러나 징검다리 가운데로 가면 황룡원과 벚꽃 그리고 불국사가 있는 산까지 한눈에 들어 왔다.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로 와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벚꽃길이 쭉 이어져 있는 것이 또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주었다. 날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사진도 쨍하게 이쁘게 나올 것 같은데, 하늘에 밀가루를 뿌려 놓았는지 하루종일 뿌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이제부터 계속 걸으며 이야기하고 또 힘들면 잠쉬 쉬었다가 또 걸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쪽보다는 보문관광단지쪽이 훨씬 더 벚꽃이 많이 펴서 더 아름다웠다.

 

이곳도 어떤 나무는 벚꽃을 활짝피우고 있었지만 약간 머리숱 없는 사람 머리 같아 보여서 방금 전 보았던 벚꽃 터널이 다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날이 후텁지근해서 덥게 느껴졌다. 또 옷을 벗으면 추울 것 같기도 하고 몸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중부지방 날씨에 익숙한 나는 그냥 감기 걸리는 것보다는 옷 입고 있는게 나을 것 같아서 땀을 흘려가며 그냥 걸었다.

 

화려하게 혼자 피어있는 꽃은 자신을 지나쳐 가지 말란 듯이 혼자서 샛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벚꽃이 핀 곳을 걷고 있으면 우중충한 날씨에 뿌옇게 되어 있던 내마음도 다시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빛났다.

 

 

 

걷는 길 중간중간 화장실이 있기는 한데, 은근 뜸하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차도인데 다행히 호수주변을 걷고 있으면 차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아서 산책삼아 걷기너무 좋았다. 그러나 숙소에서 보문호의 중간지점인 보문 콜로세움까지는 대략 4키로미터 정도였다. 걸어서 갔기에 다시 걸었던 만큼 걸어야 하기에 괜히 걸어 왔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우산을 쓸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우산을 쓰지 않고 걸었다. 아빠는 비라면 치를 떠시는 분이라서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니 바로 개나리같이 노란 우산을 펼치셨다.

 

보문호의 끝자락에 있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밑으로는 흘러넘친 보문호의 물들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강을 쭉 따라가면 월정교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유리온실 같은 곳이 보였는데,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유리로 만든 건물이 멀리서 봐도 온실 같아 보였다. 한번 가볼까 아빠에게 여쭤 보았지만 너무 많이 걷는 것 같다고 커피숍 같은 곳에서 쉬자고 하셨다.

 

 

 

다리를 건너니 보문 콜로세움이 보였다.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내가 보는 각도가 너무 길가에서 바라봐서 그런가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모습보다는 극적인 감동이 덜했다.

 

여기까지 걸어서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기에 콜로세움 근처로 갔다. 나는 이곳이 숙소나 커피숖, 레스토랑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건물 안에 다양한 상가들이 입점해 있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마른 자리를 찾아 잠시 앉았다 갔다. 나는 좋고 싫고의 느낌이 아닌 나도 이걸 보았다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여기 오기 전 너무 기대감이 컸던 것일까? 막상 보문 콜로세움을 보니 봤다 이상의 느낌 들지 않았다.

 

 

남들이 많이 사진찍는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 느낌이 덜한 것 인지, 다른 사람이 올린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리 옆에서 몇몇 커플은 점프샷도 찍고 다양한 포즈를 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감성이 메마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문 콜로세움 옆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난 오히려 스타벅스 건물의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원래는 스벅에서 테이크 아웃해서 밖에서 마시고 싶었으나, 아빠의 표정이 너무 좋아보이지 않아서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스벅에서 잠시 쉬러 들어갔다.

 

3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없어서 일단 마음이 놓였다. 자가격리 이후 어디에 가고는 싶지만 사람들 있는 곳에서 마스크를 잠시라도 벗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특히 QR코드 등 개인정보를 남기게 되면 또 재수없으면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말을 들을까봐 밥먹기도 무섭고 차 한잔 마시기도 무서웠다.

 

 

 

아빠는 계속해서 어디서 칼국수 한그릇이라도 먹고 가면 안되냐고 나에게 물어 보았다. 나는 솔직히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는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아빠가 먹고 가자고 하면 먹고 갈 생각이였다. 아빠도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서는 더 이상 밥먹고 가자는 말을 하지 않으셨으나, 나중에 보문관광단지를 걸을 때쯤 짜증이 폭발하셨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는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테라스 안으로 비가 들어오지 않았다. 앞에는 호수가 보이고 조금 고개를 돌리면 보문 콜로세움이 보였다.

 

약간 땅콩주택같이 생긴 스타벅스는 건물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이제 또 4키로를 걸어가야 하기에 약간 한숨이 나왔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곳곳에 조명이 들어오고 있었다.

 

 

 

조명이 들어온 콜로세움은 조명이 없을 때보다 훨씬 더 멋지게 보였다. 역시 사람이나 건물이나 조명발이 중요한가 보다. 해가 지기 전에 찍은 사진들은 너무 밋밋해 보였는데, 조명을 받은 건물은 훨씬 더 입체적이고 로맨스 가득해 보였다.

 

조명빛으로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카페 앞을 지나갔다. 보문호 바로 옆에 있어서 보문호를 바라보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것 같았다. 꽤 유명한 곳인가 보다. 안에 사람이 많이 보였다.

 

 

 

강가에도 어둠이 찾아 오니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이때부터 사진 찍기 귀찮다고 그냥 가셨다. 나는 뒤에서 쫑쫑쫑 쫒아가며 열심히 사진을 계속 찍었다.

 

 

조명에 의해 분홍빛의 벚꽃은 자주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벚꽃 본연의 흰색인듯 분홍색인듯한 색이 좋은데, 조명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 냈다.

 

이쪽이 올 때 걷던 길보다 벚꽃이 훨씬 더 많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쉴 공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색이 바뀌는 으시시한 분위기의 벚꽃길을 찍고 싶은데 아빠는 짜증이 나셨는지 계속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다.

 

벚꽃의 느낌이 반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명이 만들어 내는 묘한 분위기는 끌렸다.

 

그러나 파란색 조명은 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너무 차갑게 보이는 것이 다른 색을 사용했으면 어떠했을까?

 

역시 벚꽃을 보기 좋은 조명은 은은한 강렬하지 않은 조명빛이 아닐까? 조금씩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카메라와 옷이 젖을 수 있을 만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카메라 렌즈에도 빗방울이 떨어져서 사진을 찍기 위해 매번 렌즈를 닦아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빠는 말없이 앞으로 걷기만 하셨다. 내가 겨우 이거 찍고 가자고 해야 한장 찍고 그냥 또 앞으로 가버리셨다.

 

 

빗방울이 굵어질 수록 내 마음도 착찹했다. 대강 왜 화난지는 이유를 알고 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번 여행올 때 아빠한테 우리 어디 가서 밥먹지 말고 최대한 사람들이랑 거리두고 다니자고 했었다. 아빠의 마음을 이해를 하면서도 또 자가격리를 할까봐 무서웠다. 솔직히 자가격리가 무서운 것이 아닌 자가격리 후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무서웠다. 자가격리를 잘했냐고 괜찮았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 비난을 먼저하기에 비난을 다시 듣는 것이 무서워졌다.

 

 

비도오고 마음도 편하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도 심란한 마음 앞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비가 더욱더 많이 오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젖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왠지 지금의 내 모습과 내 마음 상태가 너무 처량해 보였다. 즐거워야할 여행이 한순간에 시궁창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뭔가 내리는 비처럼 기분도 다운이 되는 것 같았다.

https://youtu.be/xFfM9a3s6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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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에서 내려와 불국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했다. 분명히 한시간 전에 불국사 주차장 앞을 지날 때는 주차된 차가 한두대 밖에 없었는데, 한시간 사이에 빈자리를 찾기 위해 주차장을 헤매야 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보여서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계속 차가 밀려 들어왔다.

 

 

 

 

 

 

 

 

차를 주차하고 차문을 여니 따뜻한 공기가 차안으로 들어왔다. 두껍게 입은 옷을 벗어야 했다. 진짜 봄날이였다. 날씨가 흐리기는 했지만 꽃과 따뜻한 바람이 봄이 온 것을 알리는 것 같았다.

 

 

 

 

 

불국사에 주차장이 두곳이 있는데 우리는 일부러 불국사 앞에 있는 주차장보다 공원쪽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공원을 지나서 불국사까지 걸어갔다. 불국사까지 걸어가는 길도 꽃구경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히려 불국사에서 보낸 시간보다 벚꽃이 활짝핀 이 정원인지 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출퇴근 길에 혼자 외롭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면서 봄이 왔구나라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렇게 온통 꽃천지인 곳에 오니 마음 속까지 봄의 물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연분홍의 벚꽃은 생각보다 사진찍기 까다로웠다. 잘못 찍으면 너무 어둡게 나오고, 노출값을 잘못 맞추면 화면이 너무 하얗게 나와서 꽃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인물이 들어가면 그나마 나은 것 같았다.

 

 

 

 

 

 

 

 

한주만 늦게 왔어도 벚꽃을 못볼 것 같았다. 벚꽃이 질 때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래도 나무에 꽃이 활짝 핀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기분을 좋게 하는 것 같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왠지 저렇게 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외로움이 들기 때문이다.

 

 

 

 

 

 

 

 

 

 

 

 

 

 

날이 맑았다면 벚꽃도 화사하게 나왔을 것 같은데, 날이 좋지 않아서 벚꽃도 우중충하게 나온 것 같았다.

 

 

 

 

 

중부지방에는 비가 퍼붓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이곳은 비가 올 기미는 보였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에는 매년 이쯤(3월 마지막주)에 주말에 일본여행을 갔다. 언젠가 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일본에서 벚꽃을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3월 말에 일본에 벚꽃을 보러 간 것이 계기가 되어 몇년 동안 3월 마지막주는 항상 일본 어딘가에 있었다. 작년인 2020년에도 도쿄행 비행기 표를 사두었다. 코로나로 인해 급격하게 상황이 안좋아져서 표를 취소했었다. 일본은 일본 나름의 분위기 때문에 벚꽃을 보는 맛이 났다. 처음으로 경주에 와서 벚꽃을 보았는데 일본에서 본 벚꽃 못지 않게 이곳의 분위기와 어울려 벚꽃 구경을 하는 맛이 났다. 여의도 윤중로처럼 사람한테 밀려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점이 일단 너무 좋았다.

 

 

 

 

 

 

 

 

 

 

 

어떤 꽃은 흰색이고 어떤 것은 연분홍이고 자세히 보면 벚꽃색도 달랐다.

 

 

 

 

 

아직 풀이 많이 자라지 않은 잔디밭에서 횡한 느낌이 들었으나, 벚나무의 벚꽃만큼은 숱많은 아저씨의 머리같이 빼곡하게 나무를 채우고 있었다.

 

 

 

 

 

 

 

 

 

 

 

불국사로 걸어가야 하는데 꽃에 취해서 불국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불국사는 아무때나 가도되닌까, 이 순간을 꽃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 우리는 그냥 불국사를 가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불국사보다 벚꽃을 보는게 더 좋았다.

 

 

 

 

 

 

 

 

이제 일년동안 벚꽃을 안봐도 될 것 같았다. 벚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약간 질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와 나는 딱 한시간이면 적당한 것 같다. 나도 한두시간이면 다 그저그렇게 보였다.

 

 

 

 

 

천천히 불국사 쪽으로 이동을 했다. 그래도 아쉬우닌가 벚꽃 사진 찍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불국사에 도착을 하니 이곳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옛날에는 부처의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타고 들어갔다는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먼지를 뒤집어 쓰고 들어가야 했다.

 

 

 

 

 

불국사 입장료는 6,000원이나 되었다. 다른 절 입장료의 두배는 되는 것 같았다. 다행이 아빠는 무료라서 6,000원으로 2명이 들어간 꼴이 되었다. 나름 아빠의 경로우대 찬스 때문에 입장료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아! 티켓에 나온 것처럼 나도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표확인을 하고 바로 표는 주머니에 넣어버려서 이렇게 멋진 사진 포인트를 발견하지 못했다. 블로그를 쓰는 지금에서야 사진찍기 딱 좋은 포인트를 발견하다니, 나도 너무 무딘 것 같다. 다음부터는 입장권의 사진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글을 쓰는 지금 깨달았다.

 

 

 

 

 

입구를 지나 불국사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큰연못(?)이 있었다. 연못을 지나는 아치형의 다리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절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는데 이곳의 특색 중 하나는 아치형 다리를 바라보며 느끼는 한국의 정원의 느낌이 아닐까?! 저 다리를 건너면 부처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물에 비친 다리의 모습이며 주변의 나무며, 꽃들까지 풍경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평일에 오면 더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말에 벚꽃시즌이 겹쳐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의 평안은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갔다. 사람이 뜸한 날에 오면 주변 풍경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을 것 같았다.

 

 

 

 

 

벚꽃과는 다른 화사함을 가진 개나리는 은은한 벚꽃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벚꽃 사진은 은은함이 매력이라면 개나리는 눈을 찌를 듯한 강렬한 노란색에 사람이 빠져드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면 교과서에서 보던 불국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때는 국민학교였으닌까, 국민학교 수학여행, 중학교 수학여행, 고등학교 수학여행, 첫발령 후 학생들과 함께 온 수학여행, 이곳을 몇번을 지나갔지만 강산이 몇 번이 바뀔 동안 이곳의 모습은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세월이 더 지났기에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대신 수학여행을로 왔을 때는 항상 불국사에 전국에서 온 학생들이 가득했다면, 주말에 온 불국사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객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는 것 뿐이였다.

 

 

 

 

 

어떻게 하면 불국사에 와서 사진 잘 찍었다고 소문이 날까를 궁리를 하며 어디선가 본듯한 구도를 계속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여러장 찍은 것 같은데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부족한데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는데, 느낌이 뭔가 아쉬운 느낌이 계속 들었다.

 

 

 

 

 

 

 

 

 

 

 

아침부터 너무 일찍 나와서 돌아다녀서 그런지 체력이 쉽게 방전되는 것 같았다. 그냥 어디 앉아서 쉬거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발걸음이 가벼워야할 여행에서 발걸음을 옮기는게 무겁게 느껴졌다.

 

 

 

 

 

불국사 앞(예전에는 불국사에 있는 건축물의 명칭을 다 기억했는데 너무 공부를 안해서 다 잊어 버렸다)에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돌담길을 따라서 갔다. 아빠는 돌담길을 보며 페루 쿠스코에서 본 12각형과 불국사의 돌담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쿠스코의 돌담길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감탄을 느끼게 한다면, 이곳은 여유란 무엇인지 빈 곳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길이였다.

 

 

 

 

 

같은 돌로 만든 길이지만 누가 만들었냐에 따라서 그 느낌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 풍경에는 이런 돌담길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 나무는 이곳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무조건 곧게 자라지만도 무조건 구불구불 자라는 것 같지 않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함을 주기 위해 살짝 이렇게 몸을 꼬기도 하고 곧게 펴서 자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보는 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나무들도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자라는 것 같았다.

 

 

 

 

 

불국사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의 기억이 팝업창처럼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튀어 나왔다.

 

 

 

 

 

 

 

 

 

 

 

드디어 들어온 부처님의 세상, 신라사람들이 생각한 천국이 이곳이 아닐까? 경내는 그렇게 넓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다른 절과는 다르게 경내 안에 큰 탑이 두개나 있으니 절이 조금 좁게 느껴졌다.

 

 

 

 

 

대웅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온 사람과 기도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웅전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십원짜리 동전에도 나오는 돈을 아는, 돈을 사용하는 전국민이라면 다 아는 것이 이 다보탑이 아닐까! 처음보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연예인을 본 것 같이 볼 때마다 가슴뛰고 드디어 봤다라는 설레임이 있었다. 아마 교과서며 동전이며 너무 자주 보다보니 마음 속에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을까?

 

 

 

 

 

 

 

 

 

 

 

 

 

 

이 다리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백운교와 청운교라고 한다. 백운교가 보이는 곳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신라시대 사람들은 이곳에 올 때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했다. 밑에서 바라볼 때는 웅장하고 경건한 느낌이 들었던 반면, 위에 올라와서 아래를 바라보니 시원하고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당시 사람들도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절에 들어 올 때는 자신의 마음을 한번더 경건하게 만들고, 절에서 기도를 한 후 돌아갈 때는속세의 번뇌를 잊고 시원한 마음으로 다시 속세로 돌아갔을까?

 

 

 

 

 

 

 

 

대웅전 앞에 2개의 탑은 항상 서로 경쟁을 하는 연예계 1등과 2등 같았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다보탑인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석가탑이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복잡하고 화려한 것 보다는 석가탑처럼 심플한 것에 눈길이 더 많이 갔다. 그리고 다보탑을 보고 있으면 이쁘기는 하지만 뭔가 정신산란한게 집중이 안되는데, 석가탑은 깔끔하게 만들어진 모습에 마음도 심플해지고 짜증나는 마음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여유롭게 구경하는 불국사가 아닌 사람에 밀려다니며 절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 왔다. 아마 체력적으로 힘든 것에 사람들에 치이다 보니 짜증이 났던 것 같다. 사람이 번잡한 대웅전 앞을 나오니 그래도 조금이나마 짜증났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숙소 체크인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숙소인 더 케이 호텔 경주로 향했다. 아빠도 체력적으로 힘드신지 더이상 감흥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쳐지고 힘들게 느껴졌지만 화사한 꽃길을 따라 걸으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

 

 

 

 

 

 

 

 

 

 

 

 

 

 

마스크를 쓴채, 어디 편하게 앉아서 음료수 한잔 마시지 못하고 이렇게 서서, 걸어다니며 벚꽃을 봐야만 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더믹은 이제 딱 일년을 지나고 있었는데 우리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온지 벌써 10년은 된 것 같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제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숙소 체크인이 바로 되면 좋을 텐데, 될지 않될지는 가봐야 알기에 일단 더 케이 호텔 경주로 갔다. 체크인이 안되면 그냥 차에서 잠시 쉬어도 좋을 것 같았다.

https://youtu.be/OdnPnqruC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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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와보고 싶다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였다. 그렇게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경주에 올 수 있었다. 황리단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가본적은 없고, 왜 사람들이 경주에 열광하는지, 왜 경주로 여행가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경주에서 하루 지내게 되었고, 그래서 잠시나마 경주를 여행할 수 있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쌤이 수도권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경주로 내려오셔서 경주에 자리를 잡으셨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지만, 경주에 올일이 없었기에 SNS를 통해 간간히 소식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황리단길에 숙소를 잡은 김에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서점을 방문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한 10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두근두근한 마음을 안고 소소밀밀이라는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소소밀밀리이라는 서점의 이름도 특이하지만, 서점앞에 있는 그림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선생님의 딸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하셨다. 어쩐지 뭔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봤을 때는 아주 꼬마였는데,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그때는 20대 후반이였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한 것 같았다. 서점 앞 마당에서 사진을 찍었다.

 두근두근한 마음을 안고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선생님은 나를 한번에 알아 보셨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머릿 속에서 이말 저말만 돌뿐,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사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었다. 작은 서점이지만, 실내가 깔끔했다. 선생님은 글을 쓰시고, 남편분은 그림을 그리신다. 왠지 두분의 감성이 서점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내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조용히 책을 고르는 손님께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다. 경주에서의 우리의 일정이 너무 짧기에 잠깐 인사만 나누고 서점에서 나왔다. 오히려 내가 돈을 내고 책을 사와야 하는데, 선생님께서 너무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며, 몇 권의 책을 챙겨주셨다. 서점의 상호도 이쁘고 그림도 이쁜 그림책이 있는 서점이였다.

서점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대릉원이였다. 서점에서 나와서 걸어가는데도, 잠깐의 만남에 대한 여운으로 아쉬움 마음이 남아서 발걸음이 무거웠다.

 대릉원은 수학여행 때 와본 것 이외에는 남아있는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더운날 땡볕에서 걸어야 했던 것이 싫었다. 그리고 항상 많은 학생들로 인해 정신없음만 남아 있었다. 어른은 3,000원이고 경로는 무료였다.

 어떻게 보면 들판에 언덕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어릴적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발굴이 되기 전까지는 언덕이라고 생각하고 뒷동산이라고 생각하고 놀았다는 인터뷰를 본 것 같다. 그리고 넓은 잔디밭에는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잊혀지지 않는 꽃이름이였다. 배롱배롱이러다 메롱메롱 할 것 같은 이름이였다.

 예전에는 미처 저 능의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빨리빨리 보고 빨리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다. 그러나 천천히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 능을 바라보고 나무를 바라보니,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

 

 

 젊은 사람들의 사진 명소인가 보다 생각되는 긴 줄이 있었다. 세개의 능 사이에 서있는 나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더운 여름날 땡볕 아래서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SNS의 좋은점이자 나쁜점이랄까. 일상의 작의 부분에 대해 다시 보게 되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왠지 SNS에 나온 곳을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을 심어 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나만의 여행이 아닌 보여주기 여행이 되어가는 것 같은 씁씁한 느낌도 들었다.

 꽃을 좋아하는 아빠는, 그냥 꽃과 함께 이쁜 사진을 찍고 싶어 하셨다. 한철 피는 꽃이고 언제 또 올지 모르기에 배롱나무꽃과 함께 화사하게 사진을 찍으셨다.

 푸른 정원에 피어있는 핑크빛의 배롱나무 꽃이 더욱더 두드러져 보였다.

 

 중부지방은 연일 계속되는 장마로 인해 태풍으로 인해 물난리가 났는데, 이곳은 비교적 화창했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대릉원의 자랑인 천마총에 들어가 보았다. 천마도가 발견되어 이름에 천마가 붙여졌고, 누구의 무덤인지 아직 알수 없기에 총이 붙여진 곳이 천마총이다. 예전에는 뭔가 음침하고 눅눅하고 뭔가 들어가기 싫은 곳이였는데, 방문했을 때는 깔끔한 인상을 받았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부장품이지만 뭔가 왕이 저렇게 뭍혀있었을거라는 상상이 들었다. 보지 못했던 과거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필요했다. 상상을 하면서 뭔가 하나씩 알아가는 느낌이였다. 역시 역사 교육은 암기이기 이전에 이런 상상력을 동원해서 과거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지 아닐까라는 생각이 해보았다.

 

 대릉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더운 날씨에 태백에서 경주까지 운전해서 온 피로감까지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쉬다 야경을 보러 나오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숙소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저 담을 훌쩍 넘어가면 바로 숙소가 나올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숲을 지나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이 조금 뜸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지금도 코로나가 극성이지만 이 당시에도 코로나로 인해 휴가를 가네마네, 인터넷 상에도 요즘같은 시국에 휴가를 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댓글과 찬성하는 댓글로 휴가를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이래저래 걱정이 되었었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간이 접촉을 줄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맛집을 가고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뱃 속에 들어가면 다 비슷할거라는 생각에 조금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골목 안으로 들어와서 식당을 찾았다.

 더운 날씨에는 역시 달달한 막걸리가 최고인 것 같다. 막걸리와 쌈밥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했다.

 식당앞에 앉아서 잠시 쉬는데 뒷배경이 신라 기와인 수막새가 있었다. 수막새는 우리를 향해 단아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경주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도 경주의 느낌이 났다. 아니 만들어진 경주의 느낌이랄까! 경주의 많은 부분이 상업화 되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되니 젊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된 것 같다. 상업화로 인해 획일화 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그러나 발길이 끊기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변화하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경주의 느낌을 잃어간다고 아쉬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 맞게 문화현상도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또 밖으로 나갔다. 여름 여행의 장점은 여행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숙소에서 조금 쉰 후 나갔더니 아직도 해가 남아 있었다. 하늘은 푸른하늘에서 주황빛 하늘로 조금씩 물들어 갔다.

 하늘의 해가 서쪽하늘로 지고 나니 한낮보다는 조금 날씨가 선선해졌다. 가게들은 조명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경주에 오면 꼭 봐야하는 곳 중 하나가 첨성대가 아닐까? 대릉원에서 걸어서 첨성대로 그리고 계림으로 그리고 동궁과 월지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는, 튼튼한 두다리만 있으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모든 관광지가 모여있었다.

 첨성대는 무료이기에 부담없이 산책삼아 가기 좋았다. 이곳이 비단벌레가 유명한 것일까? 거대 비단벌레 동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명을 받은 첨성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깔옷을 다르게 입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다양한 포즈로 첨성대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첨성대 꼭대기를 드는척 하며 시진찍고, 첨성대를 물병처럼 사진찍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으면 좋으려만, 내 머릿 속에는 정형화된 몇 개의 포즈만 생각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이 바뀌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서 찍어야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서서히 하늘이 어두워지고 첨성대의 조명은 더욱더 첨성대를 두드러지고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첨성대 옆으로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이였지만, 이쁜 꽃들로 인해 건조한 모래가 날리는 길에서 마음이 촉촉해 지는 것 같았다.

 첨성대의 한쪽에는 꽃의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조금더 일찍 왔으면, 지는 해와 함께 이쁜 꽃사진을 찍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밝았으면 아름다운 꽃을 담았을 텐데.

 꽃을 배경으로 첨성대를 담아 보았다.

 해가 져서 그런지 날이 참 선선했다. 꽃들과 들판을 보고 있으니, 마음 속까지 같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는 동궁과 월지보다는 요즘 핫하다는 월정교를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계림을 거쳐 월정교로 가기로 했다.

 많은 인파가 월정교, 계림 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조명을 받은 계림의 나무들이 신성하게 느껴졌다.

 실수로 계림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낮에는 와본 곳이였으나, 밤에 와보니 나무들이 또 다르게 느껴졌다. 나무의 정령이 있다면 이곳에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신성하게 느껴졌다.

 계림으로 들어가서 끝까지 가면 나가는 길이 있을까 생각하고 끝까지 가보았으나, 나가는 길이 없어서 다시 되돌아 나가야 했다. 해가진 후 계림은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길을 잃기 딱 좋은 것 같았다. 아무튼 겨우 출구를 찾아서 큰 길로 나올 수 있었다.

첨성대를 보고 계림을 거쳐 월정교에 오니, 왜그렇게 힘들었는지, 목도 마르고 해서 월정교 앞에 있는 으시시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바하라는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해골장식과는 다르게 카페 안은 너무 편안했다.

 마감시간에 가까운 시간에 가서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잠시 시원한 에어콘 바람도 쐬고 찬음료도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카페의 실내도 잘 꾸며 놓았지만, 날이 덥지 않으면 실외에서 차한잔을 마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소나무가 구비구비 자란 정원이 인상적이였다.

 발리의 해변에 있는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월정교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불빛이 강에 비쳐진 모습은 더욱더 아름다웠다. 아! 이럴 땐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삼각대를 세워두고 찍으면 좋을텐데, 사진이 흔들리지 않게 찍기 위해 최대한 숨을 참고 촬영을 해야했다. 핸드폰 카메라는 확실히 한계점이 이럴 때 드러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많은 장비를 들고 다닐 자신은 없기에, 핸드폰카메라에 만족해야 했다.

물에 아른아른 피어나는 월정교의 조명 빛은 마음 속 깊이 콕콕 세겨졌다.

 이제 지치고 늦었기에 걸어서 숙소로 돌아 갔다. 경주는 걸어서 여행하기 좋은 몇 안되는 도시 같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오늘 하루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내일은 경주를 떠나 울산을 지나 부산으로 가는 일정이기에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에네지 충전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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