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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유채꽃의 잔상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대한민국의 다른 곳은 아직도 한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이곳만은 벌써 봄을 알리고 있었다. 노오란 유채꽃의 물결이 마음 속에서 살랑살랑 바람에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제주 산방산 산방굴사

 

 

유채꽃밭에서 조금 거어오니 저멀리 송악산과 가파도, 마라도까지 보였다. 낮이 되니 날이 더 더워졌다. 괜히 옷을 두껍게 입고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렇다고 벗을 수도 없고 땀만 삐질삐질 흘렷다.

이곳, 산방산까지 온 이유는 용머리해안을 가기 위해서 왔는데 기상관계로 관람이 통제된다는 안내판을 봤다. 아! 되는게 없네. 큰맘 먹고 버스타고 왔는데, 유명한 용머리해안을 볼 수 없다니 순간 맥이 빠져버렸다.

 

 

나는 속으로 이제 뭐하지 뭐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빠가 제주버스터미널에서 산방굴사 사진을 봤는데 너무 멋지다고 온김에 산방굴사를 가자고 하셨다. 산방산 주변을 여러번 지나고, 이곳을 몇번 와본 것 같은데, 산방굴사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보았다. 용머리 해안도 솔직히 이부근에 있는지 몰랐다. 어쩌다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요즘 핫한 곳으로 자주 올라와서 알게 되었다.

 

 

산방산 주차장에서 산방굴사까지는 먼거리는 아니였다. 그러나 수십개의 아니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겁이 날 뿐이였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통합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용머리해안은 입장이 안되기에 산방굴사 입장권만 구매했다. 아마 아빠는 65세 이상 이셔서 경로혜택을 받으셔서 무료로 들어가신 것 같다.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 것일까? 걸어도 걸어도 계단이 끝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계단을 오르니 숨도 조금씩 가빠지고 땀이 더 많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왜 나는 이렇게 털이 많은 옷을 입고 나왔을까? 아무튼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옷 선택하는 것은 실패인 것 같다.

 

 

산방산을 멀리서 보면 종같이 생기고, 큰 바위처럼 생겨서 길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항상 들었다. 산방산 안에 이렇게 절로가는 계단길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 보았다. 낙엽색과 비슷해서 처음에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노루인지 사슴인지, 사람들이 자신을 열심히 찍는지도 모르고 낙엽 속의 열매를 찾아서 먹고 있었다.

 

이 녀석은 진짜 겁이 없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 정도는 가뿐이 무시하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했다. 더 이상 먹을게 없는 것이였을까? 우리를 한번 힐끔 보더니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 중간쯤 올라온 것 같다. 힘이 들어서 잠시 쉬었다. 주변 풍경이 너무 멋지다 보니 힘든 것쯤은 풍경이 한번에 날려보내 주었다. 이 맛에 이곳에 올라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용머리해안과 하멜전시관이 보였다. 노란 유채꽃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이 계단의 끝은 어디일까? 또 다시 나타난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아빠도 힘드신지 계단 중간중간마다 놓여진 벤치에 앉아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계단을 오르셨다.

 

낙석이 잘 떨어지는 구간은 그물망으로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 그물망 지붕을 보니 더욱더 무섭게 느껴졌다. 얼마나 자주 떨어지기에 이렇게 해놓았는지.

 

 

자연이 만든 작품을 잠시 감상해 보았다. 바람과 비와 세월이 만든 자연의 작품을 보고 있으니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제 드디어 산방굴사에 도착했다.

 

산방굴사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굴 안의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 굴이 있는게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굴 깊숙한 곳에 부처님이 모셔져 계셨다. 사람들은 계단을 따라 올라 기도를 드렸다.

 

 

산방굴사 안에 계신느 부처님의 모습도 대단하지만, 부처님을 등지고 밖을 바라본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물망만 없으면 더욱더 멋진 사진이였을 것 같다. 날도 맑아서 산방굴사 굴 안에서 밖을 본 모습은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을 아쉽게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 오늘따라 날씨가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시 무릎환자에게는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더 안좋은 것 같다. 내리막 길을 내려오는데 무릎이 시큰거렸다.

길가에 핀 분홍빛의 꽃이 낙엽들 사이에 눈에 띠었다. 작은 꽃이지만 꽃에서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

 

 

 

오르는 길이 가팔랐던 만큼 내려가는 길은 조심히 내려가야 했다.

 

 

 

오르는 길이 힘들었지만, 산방산에 저렇게 큰 굴이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호주 울루루처럼 큰 돌 또는 돌산처럼 보였다. 그 안에는 산책길이 있고 절이 있고, 동식물이 산다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산방굴사 안에서 밖을 바라보았을 때의 풍경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대신 오르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제주 용머리해안

 

산방굴사에서 내려와 바로 앞에 있는 용머리해안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입장이 안된다고 적혀 있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오늘의 메인이 용머리 해안이였는데 주변 풍경만 보고 가는 것 같았다.

 

 

산방굴사에서 찻길을 건너니 용머리 해안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길가를 따라 상점과 식당이 있었다. 돌안에 돌이든 신기한 돌이 있었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돌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별거 아닌 돌일 수 있으나, 산방산과 함께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제주의 하루방들은 요즘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의 하루방들 마저 저렇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만큼 마스크의 착용이 중요한데 아빠도 그렇고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스크를 미착용한 사람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유채꽃이 핀 들판을 따라 끝에 하멜전시관이 보였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빛이 풍경을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용머리해안 입구에 오니 기상악화로 관람이 불가하다는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못들어 간다는 것을 알고 오기는 했지만, 그사이 변화가 생겨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가지고 걸어왔다. 그러나 다시 한번 이 안내판을 보고 확인 사살을 당한 느낌어였다. 아무튼 용머리 해안을 방문하실 분들은 사전에 운영여부를 확인하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산책로를 따라 하멜전시관 쪽으로 걸어 갔다. 산책로 옆으로는 푸른들판 위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멜이 이곳으로 표류를 했던 것일까? 이곳의 풍경과는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아 보였다. 역사적인 사건이 이곳에 있었기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 같아 보였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래도 나름 분위기 있어 보였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돌아 본 산방산과 들판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푸릇푸릇한 들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풍경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직접 내가 말을 몰아보는 승마체험이 아닌 주인 아저씨가 밑에서 말을 끌고서 한바퀴를 돌고 오는 승마체험이였다. 아빠의 눈빛에서 한번 타보고 싶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일단 사람들이 어떻게 타는지 구경한 후 하멜전시관 근처를 본 후 돌아 오는 길에 타기로 했다.

 

말에게 당근을 주는 체험이 더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한번 타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 승마를 한번 해본적이 있다. 승마를 하고 며칠동안 허벅지가 아파서 꽃게처럼 걸어다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난 승마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물의 등을 타는 것이다 보니 말이 숨을 내쉬는 것을 내 온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동물의 등을 타고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한번 체험해본 이후로는 승마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마 용머리 해안으로 가는 입구가 2군데인 것 같았다. 이곳에도 출입통제라는 팻말이 걸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까지 왔는데 용머리해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멀리서나마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것 같았다. 아마 만조에 가까운 날이라 위험해서 출입을 통제한 것 같았다. 용머리해안은 해안 절벽을 따라 해안 길을 걸어가며 절경을 감상하는 것인데 바닷물이 가득차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자연이 우리를 오늘 허락하지 않았기에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다음에는 조금 준비를 해서 온다면 헛걸음을 치지 않을 것 같았다.

 

용머리 해안에 못가서 아쉬운 마음을 승마체험을 하며 달랬다. 나는 말에 타는 것이 무섭기에 아빠만 탑승을 하셨다.

 

 

주인 아저씨께서 탑승부터 한바퀴 도는 것까지 다 도와주시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말이 걷는 속도가 이렇게 빠른지 몰랐다. 말보다 앞서 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말이 걷는 속도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이 전부 말 엉덩이만 찍게 되었다.

 

 

 

진짜 한순간에 한바퀴를 돌았다. 아빠의 얼굴은 평온해 보이는데, 나는 말을 쫒아 가느라 숨이 헐떡헐떡 거렸다.

 

 

말에서 내리기 전 산방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께서 산방산과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말을 산방산이 보이는 곳에 세워주셨다.

 

 

아빠는 말에서 내리기 너무 아쉬워하셨다. 말 위에서 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주인아저씨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식당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우리의 사랑, 보말칼국수를 주문했다. 해물라면에는 꽃게나 새우가 들어있어서 먹기 불편한데, 칼국수는 먹기 편해서 제주에서 자주 먹었다.

 

보말칼국수로 뱃속을 든든히 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이자, 이번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한담해변으로 향했다.

 

 

산방산에서 202번을 타고 제주 서쪽해안을 따라서 애월쪽으로 향했다. 한참을 버스를 타고 간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제주 서쪽해안의 관광지를 보면서 가다 보니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버스 왼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제주의 오름과 한라산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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