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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정류장에서 버스를 한시간 넘게 탄 것 같다. 아마 두시간쯤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몸이 찌뿌둥하고 지겨워질쯤 될 때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살 것 같았다. 원래는 한담해변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한담해변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곽지해수욕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서 해수욕장으로 걸어 갔다. 가는 길에 선인장을 볼 수 있었다. 자주빛으로 익은 선인장의 열매가 탐스러워 보였다. 이곳에 어떻게 선인장이 자생적으로 자라는지 신기한 것 같다.

 

 

곽지해변에 도착하니 하얀 모래가 눈에 들어 왔다. 협재해수욕장과 같이 모래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제주도의 해수욕장은 참 신기한 곳이 많다. 어떤 곳은 이렇게 흰모래가 펼쳐져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검은 모래가 있었다. 각 지역마다 모래가 다를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였다.

 

 

물을 먹은 해변모래는 몰랑몰랑한게 어떻게 이런 촉감을 만들어 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흰모래 뒤편으로는 푸르디 푸른 바다가 보였다. 날이 좋은날 이곳에 오니 모든게 편안하고 평온해 보였다.

 

 

 

여름이라면 바다에 나가서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아무리 제주라지만 그래도 바다는 추울 것 같아 보였다.

 

 

서쪽하늘로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참 오늘 하늘의 색이 곱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곽지 해수욕장에 온다면 과물노천탕을 들려보면 어떨까? 제주도 특유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였다. 우리가 갈 때는 겨울이라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특이한 건축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온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남탕과 여탕으로 문이 나뉘어져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담장으로 둘러쌓인 목욕탕을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맑은 물이 차 있었다.

 

 

반대쪽 탕도 들어가 보았다. 이곳은 관리가 안되는지 모래로 탕 안쪽이 가득차 있었다. 아마 겨울에는 사용하지 않기에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볕이 좋은 곳에 돼량이가 누워서 선텐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곤히 자고 있는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부드럽게 내리는 해변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쉽기도 하고,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모든 감정이 뒤섞이는 것 같았다.

 

 

걷다보니 한담해변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2020년 12월에 서부로맨틱투어라는 이름으로 서부지역을 여행하는 당일치기 상품이 있어서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한담해변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되돌아 갔었다. 이번에는 곽지해변부터 한담카페거리까지 걸을 수 있었다.

 

 

 

 

가끔씩 지는 태양을 보기 위해 뒤를 힐끔 거렸다. 몇 분뒤면 해가 질까? 어플로 해가지는 시간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몰의 아름다운 광경을 놓칠 것 같아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키가 작은 우리는 해가질 때만 거인이 되는 것 같다. 내키가 저렇게 컸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이런 해질무렵에나 그림자를 보면서 키크는 상상을 해야 할 것 같다.

 

바다 위를 노랗게 비추는 태양을 보니 오늘하루도 드디어 끝나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담해변길을 걷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또는 무엇을 느꼈을까? 제주란 나에게 무엇일까? 코로나가 아니였다면 나는 이런 여행을 하고 있었을까? 등 오만가지의 잡생각에 사로잡혔다.

 

해변길 옆의 작은 모래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어린시절 바다를 친구 삼아 놀지 않았을까? 곱디고운 모래 위를 파도는 끊임없이 모래를 더욱더 곱고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뒤를 돌아보니 햇빛은 더욱더 부드러워지고 이제 지표면까지 얼마 남은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아빠와 나는 2020년 12월 바람이 엄청 불던 날, 이곳을 걸었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날은 엄청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가끔은 파도가 바람에 날려서 사람에게 날아왔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오늘은 그날과 너무 정반대의 날씨를 보여주었다.

 

역광의 실루엣 사진으로 제주의 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진작가와 모델의 사인이 잘 맞지 않아서 영 어정쩡한 사진으로 찍혔다.

 

 

 

 

그냥 매일매일 지는 해일 뿐인데, 왜 오늘의 해는 다르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조금씩 떨어져 가는 해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해를 따라 다운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해가 지기 전인데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설레고 가슴 아프게 만드는데, 해가 지는 순간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제주시내에서 석양을 볼 때는 항상 붉은 하늘만 볼 수 있었다. 해는 건물들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노을을 봐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이 여행의 마지막날 마지막 장소로 이곳에 온 것은 신의 한수였다. 모든 여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정점을 찍는 것 같았다.

 

 

 

 

이제 눈에 들어오는 곳에 한담해변 카페거리가 보였다. 아직 해가 지려면 조금 시간이 남은 것 같았다. 그래서 차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 카페거리로 걸어갔다.

 

 

 

단 몇분 밖에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해는 하귤색에서 한라봉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카페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는 해를 바라보려고 했으나, 역시 벌써 발빠른 여행자들에게 좋은 자리는 다 차있었다. 그래서 그냥 사람없는 한적한 곳에서 지는 해를 보기로 했다.

 

자연이 만든 천연의 분위기에 취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간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해가 언제 수면아래로 떨어질지, 그 순간은 나는 잡아낼 수 있을지.

 

 

 

순간순간 하늘의 색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있던 자리는 처음에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게 사진 찍기 좋았다. 그러나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다시 사람을 피해 사람이 뜸한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런데 수평선 근처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구름이 보였다. 물 속으로 해가 조금씩 사리지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해는 구름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해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가장 아름다운 하늘 색을 볼 수 있다. 해가 지고 있는 곳은 붉은 계열의 모습을 이제 어둠을 맞이하는 우리쪽 하늘은 푸른 빛으로 누군가 하늘을 이렇게 아름답게 양분해 놓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간 이곳을 지나 제주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의 승객들은 얼마나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역시 모든 것은 타이밍인 것 같다.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신비의 섬 비양도는 붉은 하늘로 인해 진짜 신비의 섬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냥 넋을 놓고 하늘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14일 동안 아무 사고없이 이렇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마지막 집에 돌아갈 때까지 조심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여행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여행의 마지막날은 항상 너무 아쉽기만 했는데, 이제는 사고없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곳을 빠져나갔다. 그래서 조금더 한산해진 한담카페거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해가 사라지자 조명이 켜졌다. 부드러운 백열전구의 불빛은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카페거리 안쪽으로 더 걸어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곳도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석양을 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 넓게 펼쳐져 있고 파도가 심하게 치지 않기에 오늘같은 날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담해변은 어둠이 짙어졌다. 카페에서 나오는 주황색의 백열등 불빛을 지나가는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카페에서 쉬었다 가고 싶었지만, 여기서 제주시내까지는 또 버스로 한시간은 가야 하기에 발길을 서둘렀다.

 

 

뭐가 그렇게 미련이 많이 남았는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오르막 길에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뭔가 이곳에 두고가는 느낌이였다. 내마음을 이곳에 두고 간 것 같았다. 여행의 시작은 설레임으로 가득했지만, 여행의 마지막 장소에서 나오니 허전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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