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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부산으로 이동을 했다. 경주에서 부산으로 바로 가면 두시간이면 충분해 보였다. 바로 부산으로 가면 뭔가 아쉬울 것 같아서 경주 주변을 검색했다. 경주 근교 여행으로 문무대왕릉이 눈에 들어 왔다. 오랜만에 문무대왕릉을 보고 동해바닷길을 따라서 내려가면서 울산 및 동해에 있는 관광지를 거쳐서 가면서 좋을 것 같아서, 경주 시내를 나와 문무대왕릉으로 향했다.

 최근 지방에도 새로운 도로가 많이 생겨서 경주시내에서 문무대왕릉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티맵이 알려준 주자창에주차를 했다. 그냥 빈공터 같은 곳이였는데, 이곳이 공영주차장이라고 나왔다. 아무튼 주차위반 딱지는 안떼일 것 같아서 친절한 네비가 알려준 곳에 주차를 하고 마스크를 장착하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은 낮게 깔린 구름이 깔려 있었다. 습하고 더운 바람이 먼바다에서 불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에어콘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 왔다, 다시 뜨거운 바람이 불어 왔다. 바다를 보기에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그냥 바다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자갈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라 걷기는 힘들었지만, 신발에 모래가 뭍지 않으니 이것만으로도 마음에 쏙 들었다. 해변 앞에 문무대왕이 잠드신 바위가 있었다.

 수영하기에는 조금 쎈 파도가 치고 있었다. 8월이였지만 해수욕장을 방문한 관광객은 별로 없었다. 아마 코로나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예년같으면 사람으로 북적일 것 같은 해변인데, 해변을 방문한 사람들은 손꼽힐 정도로 적었다.

 가끔씩 가는 실비가 내렸다. 그리고 강한 바람을 타고 파도가 바람에 실려 날아 왔다. 온몸이 끈적거렸지만, 그냥 바다라는 것 자체가 좋았다. 군생활 2년동안 매일 바다를 보았지만 왠지 싫지는 않다. 가끔 힘들어지면 보고 싶어지는 것이 바다였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위치에 있는 문무대왕릉을 보고 있으니, 외로워보였다. 거친 파도를 맞으며 잠들어 있는 문무대왕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갈매기들은 바람을 따라 활공을 하고 있었다. 바람부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문무대왕릉에서 가까운 곳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글을 보고 차를 양남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읍천항으로 갔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공영주차장 한쪽에 있는 건물에 이렇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철덕이자 항덕으로 왠지 기차나 비행기가 그려져 있는 그림은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요즘 들어 철도의 현대화로 인해 많은 간이역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어릴적 경춘선을 타고 가면서 보이던 작은역들, 장항선을 타고 가면서 보이였던 역들, 빠름을 추구하는 사회에 걸맞게 많은 역들이 사라지고, 기차여행의 낭만도, 마음 속의 낭만도 간이역과 같이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곳일까 상상해 보았다.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바닷가 시골 마을이 아니였을까?! 작은 역에 간간히 내리는 여행객과 통일호, 비둘기호를 이용해 큰 도시로 볼일을 보러 갔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통발을 이용해 무엇을 잡을지 궁금했다.

 읍천항에서 시작해서 하서항까지의 길을 주상절리 파도소리 길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차가 없다면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2키로 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차를 가지고 왔기에 하서항까지 갔다 오면 왕복 4키로 정도 되기에, 우리는 부채꼴 주상절리 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항구에는 항상 색이 서로 다른 등대가 서있다. 빨강, 흰색, 그리고 녹색 등 서로 다른 색을 한 등대가 서 있었다. 저 바다를 직선으로 가면 어디가 나올지 궁금했다. 비가 오려는지 날은 점점 어두컴컴해졌다. 바닷가 마을이라 그런지 온몸은 걷기 전부터 벌써 비를 홀딱 맞은 것 같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해안 오솔길을 따라 갔다. 관광객의 왕래가 편하도록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중간에 쉬어 갈 수 있는 의자도 있었고, 길 옆으로 펜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침시간이라 펜션은 고요했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산책길이였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내 몸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을 것처럼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다.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오지만, 눅눅하고 뜨거웠다. 여름 바다의 냄새가 바람에서 느껴졌다. 겨울은 차고 건조하고 으스스하게 만드는 바람이지만, 여름은 온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습함이 느껴지는, 내 몸 속의 기관지를 촉촉하게 적혀주는 바람이였다.

 걷다보니 해안바위, 암초들이 특이하게 보이는 구간에 들어 왔다. 아마 이곳이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지역인 것 같았다.

 정자에 서서 앞에 있는 바위를 보내 바위에 일정한 균열이 간 자국들이 보였다.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오니 확연히 주상절리의 기둥모양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는 수직으로 서있는 반면 이곳은 수평으로 누워있는 주상절리 군이였다.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은것이, 주상절리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끝임없이 파도는 주상절리를 때리고 있었고, 파도에서 퍼지는 포말들은 주상절리를 덮고 있었다. 자연을 맨몸으로 맞서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강인한 느낌이 들었다.

 전망대가 있어서 전망대로 들어갔다. 코로나 시대에 실내 입장을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이자 예의인 것 같다.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 오르는 해안선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상절리의 완전한 모습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아래에서 봤을 땐 부채꼴 모양으로 보았는데, 내려다 보니 주상절리의 모양이 해마같이 보였다. 바다를 지키는 말 같았다.

 전망대를 한바퀴 돌면서 우리가 왔던 길을 볼 수 있었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읍천항으로 돌아가는데, 본격적으로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빗방울이 굵어지기 직전에 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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