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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내에만 있으면 답답한 느낌이 있어서 하루는 주변 관광지를 다녀오기로 했다. 예전에 왔을 때 차로 갈 수 있는 신안 관광지는 가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라남도 지역 중 안가본 지역을 가보기로 했다. 너무 멀면 올 때 힘들 수 있기에 2시간 거리 내에 있는 곳으로 알아보았다. 요즘은 지방도 길이 좋아 옛날처럼 국도로 가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대신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무안까지 나가는 시간이 꽤 시간이 걸렸다.

 

 

일단 해남 대흥사로 향했다. 날이 화창한게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났다. 겨울이지만 남부지방이라 그런지 햇빛이 내리는 곳에는 푸릇푸릇함을 볼 수 있었다.

 

네비는 처음에 고속도로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설정을 바꿔서 무료도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돌아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돌아왔다. 해남까지 가는 길은 여유롭게 가고 싶었다. 국도라고 하지만 고속화되어 있기에 고속도로와 시간차가 거의 없었다.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출발해서 2시간 만에 해남 대흥사에 도착을 했다. 같은 전라남도이지만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가 섬 속의 섬에 위치해 있기에 나오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대흥사 들어가는 입구에서 매표를 했다. 아빠는 아마 경로라서 입장료가 면제된 것 같았다. 나만 4,000원에 승용차 주차료 3,000원, 총 7,000원을 냈다. 매표소에서 차를 타고 쭈욱 올라오면 넓은 주차장이 나왔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너무 없기에 여기에 주차를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가이 들었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가 보였다. 멀리서 나무를 바라보니 한국화에 나오는 나무가 생각 났다. 짙고 끈적거리는 먹을 붓을 적신 후 하나씩 나무 가지를 표현해 놓을 것 같았다. 뒤에 보이는 산은 눈이 오지 않았으나, 눈이 온 것 같이 하얗게 보였다.

 

두륜산은 도립공원으로 꽤 유명해서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으나 이번에 처음 방문했다.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서 가끔 내려다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두륜산의 품 속에 들어오기는 처음이였다.

 

대흥사로 가는 길은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 또 주차장에서 절까기 꽤 거리가 되었다.

 

겨울이지만 남부지방은 이제 봄을 맞이하려나 보다, 어디선가 따스한 바람이 불어 왔다. 따스한 바람 사이로 찬바람이 시샘을 하듯이 섞이여 내 뺨을 차갑게 했다. 아스팔트 길로 가는 것은 재미없기에 물소리길을 따라 걸었다.

 

 

봄에서 가을까지 이곳이 얼마나 이쁠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나무들이 앙상하게 뼈만 남아서 이곳의 풍성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이곳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보니 봄이 되면, 이곳이 얼마나 푸릇푸릇 해질지 상상을 해보았다.

 

 

평일이어서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만 이곳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신안 리조트에서 하루종일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푸릇함을 보는 것은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 절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항상 절까지 가는 길에 있는 숲길이 더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다. 절로 가면서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옛날 사람들도 내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가는 길에 화났던 마음, 사람을 미워했던 마음을 걸으며서 조금씩 버려서 절에 도착하면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게 되지 않았을까?

 

 

나무껍질의 흰색 때문일까 숲이 하얀색으로 칠해 놓은 것 같아 보였다. 검고 짙은 푸른색의 산이 아닌 하얗게 빛나는 산으로 보였다.

 

 

 

이제 절의 부속건물들이 보였다. 아직까지 대흥사 본절은 아닌 것 같았다. 지은지 얼마 안된 것 같은 절의 모습이였다.

 

 

지은지 얼마 안된 것 같지만 깔금한 담장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더 걷다보니 다리가 나왔다. 아치형 다리는 구름이 두개 떠있는 것 같았다. 이제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어느 절이나 이렇게 다리를 건너면 불국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저녁 늦은 시간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하니 해가 있을 때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다. 가끔 늦은 시간 해가질 무렵 방문하는 절의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이곳은 너무 산 속 깊이 있기에, 어스름 무렵에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15년 전에 입대 전 혼자 전라도를 여행할 때, 변산반도에 있는 내소사를 갔던 적이 있다.

 

 

드디어 대흥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을 했다. 일주문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길을 오르니 부도탑이 있는 지역을 지났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거리가 꽤 되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물한병 챙겨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언제쯤 절을 볼 수 있을까? 보통 일주문 지나면 바로 천왕문이 나오는데, 아직도 천왕문이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겨울이지만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햇살이 너무 부드럽고 따스했다. 두껍게 입은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여겨졌다. 그리고 지방으로 만든 천연 단열재 때문에 더 덥고 힘들게 느껴졌다.

 

드디어 천왕문이 보였다. 절로 들어서기 전 벌써 지쳐버린 것 같았다. 뭔가 힘드니 의욕이 다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천왕문을 지나 절로 들어서니 넓은 광장 같은 곳이 보였다. 그리고 절은 포근하게 두륜산 자락에 둘러 싸여 있는 것 같았다.

 

 

이것들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것들 위에 돌을 넣기도 하고 위에 돌을 쌓아서 간절한 마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나무는 몇 년을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영엄함이 가득한 나무는 한뿌리에서 두세개의 기둥으로 자란 것일까? 두개의 나무가 하나로 붙어 버린 것 일까? 서로 떨어져 있음을 그리워하다 서로 붙어 버린 것이 아닐까?

 

대부분 절은 입체적인 느낌이 든다. 아래는 확실히 낮고 위로 갈 수록 가파르게 높아지는 것 같은데, 이 절은 평면적인 느낌이 들었다. 절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대부분 평지였다. 평지인 마을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건물도 위협적인 느낌이 든다기 보다는 민속촌에 온 것 같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삼면으로 보인는 두륜산을 닮은 것일까? 절도 고압적이고 위협적이기 보다는 사람사는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였다.

 

 

어렸을 적에 알지 못했던 절의 매력에 크면서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나무를 있는 그대로 건물에 배치해서, 빈틈없이 세워진 건물에 일탈감을 주었다. 이런 일탈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여유를 느끼고 사람냄새를 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이곳이 무엇이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한자를 배웠지만 열심히 유지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제는 한자를 읽는 것도 찍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역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움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다. 담장 안의 절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작은 건물에 선이 고운 처마를 얹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니 더욱더 웅장하게 보였다.

 

웅장한 건물보다는 나는 이런 소박한 건물이 너무 좋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심플하고 깔끔한 색의 건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 속 문제들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몇몇 건물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이기에 들어가지 못하고 담장 넘어로만 볼 수 있었다. 어떤 절은 생명이 없는 것 같고 어느 곳은 생명력이 느껴지는데, 이곳에 왔을 때 절의 생명감이 느껴졌던 것은 아마 공부하는 스님들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생기가 넘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유롭게 절을 돌아본 적이 있던가? 항상 여름과 겨울엔 해외에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발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달리던 경주마의 다리를 묶어 놓은 것 같았다. 솔직히 가끔 자제가 필요한데 자제를 하지 못하고 너무 달리고만 있는 것 같았는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폭주하던 나를 잠시 잡아 놓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했던 보려고 하지 않았던 한국의 모습을 조금 더 들여다 보게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절이 이렇게 인간적이여도 될까? 담장 넘어의 모습은 고개를 살짝 돌리면 볼 수 있었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담장의 높이가 보일듯 말듯, 너와 나는 밀당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주었다. 담장 넘어로 보이는 건물과 두륜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 왔다.

 

두륜산을 보고 있으면 부드럽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부드러운 산능성이와 자태에서 산이 위엄보다는 자애로움이 느껴졌다. 저 산의 내부는 어떤지는 모르겠다. 내가 멀리서 본 두륜산은 누군가를 포근하게 포용하고 있는 어머니 같은 산이였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는 곳에는 벌서 꽃봉우리가 피기 시작했다. 어떤 꽃은 너무 빨리 밖으로 나왔다.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제일 먼저 나왔다고 가장 오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꽃은 빨리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일찍 받겠지만, 늦게 나온 꽃은 아직도 꽃이 남아 있음을 신기해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빨리 나온다고 좋을 것도 없고, 늦게 꽃을 피운다고 나쁠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절과 산이 서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이런 맛 때문에 이곳을 사람들이 찾는 것 일까?

 

 

 

평면적으로 넓게 펴진 절이라 다른 곳을 가기 위해서 다른 절과는 달리 발품을 조금 팔아야 했다.

 

이런 태극 문양의 문을 절에서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특이하게 태극 문양이 크게 그려진 곳이 있었다.

 

 

안에 비석도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인가 보다. 뭔가 불교와 유교가 섞인 것일까? 퓨전의 느낌이 들었다. 서있는 가로등마저 기존의 절과는 다른 느낌이였다.

 

 

가로로 길게 늘어선 건물이 시원시원해 보였다. 단청은 심플하지만 옆으로 길게 뻗은 모습이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아빠 지인분에게 전화가 왔다. 지인분이 이곳에서 일을 하시기에 오기 전 미리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서 그냥 이곳으로 왔던 것이다. 다행히 그분과 연락이 되어 잠시 만나러 갔다.

 

 

 

아빠 군대 때 선임하사셨다고 한다. 1970년대 이니 벌써 50년이 다되어 가신다. 해남에 오면 매번 연락하신다고 하셨는데, 올 기회가 없다보니 오늘에서야 이렇게 만나실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같이 식사는 못하고, 잠시 이야기만 나누고 헤어져야 했다. 우리도 아쉽고 아저씨도 많이 아쉬워하셨다.

 

 

아쉬운 마음이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빠 친구분을 만나고 돌아가니 발길은 가벼웠다.

 

 

절에 갈 때는 물소리길을 걸어서 갔다면, 내려갈 때는 동백숲길을 따라 걸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동백이 없었으나, 제주도에서 본 동백꽃을 생각하며 동백숲길을 걸었다.

 

대흥사 다음으로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예전부터 타고 싶었던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로 했다. 대흥사로 들어오는 근처에 있기에 그렇게 먼 곳이 위치해 있지 않았다. 아마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면 오늘 하루가 다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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