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으로 쇼핑을 하다기 기차에서 하루밤을 잘 수 있는 숙소 있다는 광고에 혹해서 태백에 있는 추추파크를 덜컥 예약을 했다. 이때는 내가 10일짜리 전국일주 계획을 세울지 몰랐다. 그냥 태백갔다, 주변 지역 하루 이틀 다녀오겠지란 생각만 했었다. 시간이 지나니 이곳도 저곳도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태백 다음 경주, 부산, 또 특이한 호텔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거제, 남해를 구경하기 위해 통영에서 자고, 거문도를 가기 위해 여수에서 무려 이틀이나 지내고, 진도에 새로 생긴 리조트가 있는데 인피니피 풀이 있다고 진도에서 하루, 그리고 진도에서 서울까지 너무 멀 것 같아서 중간에 그럼 바다만 봐서 지겨우니 산을 보러 가기 위해 남원에서 하루 이렇게 일정이 하루씩 늘다 보니 10일 동안 국내를 일주했다.
계속되는 장마로 인해 중부지방은 물폭탄을 맞아서 연일 좋지 않은 뉴스로만 가득했다. 다행이 우리가 떠나던 날은 아침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는데, 이곳도 날씨가 흐리기만 하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튼 떠날 때부터 비때문에 이만저만 신경쓰이는게 아니였다. 중부지방은 폭우로 걱정하는데, 남부지방은 폭염으로 푹푹 찐다고 하니 작은 것 같은 한반도지만 날씨는 천차만별 다른게 신기했다.
티몬에서 추추파크 트레인빌 예약을 할 때 분명히 추추패스 패키지로 신청을 했는데, 이용권 문자가 오지 않아서 고객센터에 남겼더니 여행 떠나는 날 아침에 문자로 왔다. 체크인 당일날 오는게 맞는건지 아니면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온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돈주고 산건데 못받으면 왠지 호갱님이 된 것 같으니, 일단 작은 것도 챙기는게 좋은 것 같다. 4가지 관광지 중 한 곳을 선정해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우리는 출발하면서 네비를 화암동굴로 설정했기에 화암동굴에서 티켓을 사용했다.
단양을 지나가는데 구름이 짙고 낮게 깔려 있었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다. 며칠 전까지 홍수로 인해 이 지역 기찻길이 유실되었다고 들었었다.
그리고 머리속에는 나도 모르게 노브레인의 노래가 떠올랐다. 아마 이곳이 영월일 것이다. 영화 '라디오 스타'의 OST들이 영월을 지나니 자동으로 플레이 되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 스타에 나온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앞에 펼쳐진 겹겹히 쌓여 있는 것 같은 높은 산들을 보니 우리가 강원도로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국도에서 나와 작은 길로 갔다. 가는 길에 정선선을 만났다. 단선인 시골 기찻길이여서 그런지 정겹게 느껴졌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도로가 젖어 있었다.
화암동굴에 도착할 무렵에 강이 묘하게 보여서 차를 세운 후 사진을 찍었다. 물안개가 낮게 깔려서 신비하게 보였다.
안개가 자욱한 것은 본적 있지만, 물위로 안개가 이렇게 깔린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물빛도 에메랄드 빛으로 보이는데,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심히 지나가는 차들도 있지만, 언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조금 천천히 도착하더라도 자연이 만들어 놓은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물이 흐르는 것인지 안개가 흐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선이 살 것 같은 깊은 산속에 오니 진짜 산신령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너무 시간을 지체하면 뒤에 일정들도 다 늦어질 것 같아서 다시 화암동굴로 출발을 했다.
화암동굴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매표소로 갔다.
성수기였지만 코로나의 영향때문인지 이곳은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에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표를 바꾸러 갔다. 우리는 추추파크 패키지 상품으로 구매했기에 전화번호를 말하니 바로 표를 주었다. 혹시 몰라 문자로 받은 바코드도 보여주려고 준비했었는데, 바코드를 보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노레일은 15분마다 운행되었다. 올라가는 것은 모노레일을 타고 가고,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면 되었다. 모노레일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옆에 난 길을 따라 15분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화암동굴 입구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체온 측정과 방문자 방문객을 작성 후 모노레일 대기실로 갔다.
탑승시간이 되니 직원분께서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동굴안의 온도가 생각보다 낮기 때문에 긴팔을 하나 준비해 갔어야 했는데, 차에 두고 그냥 와버렸다.
입구에서 출구까지는 거의 2키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그렇기에 관람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 걸렸다. 그리고 계단이 엄청 많기 때문에 무릎이 안좋은 사람은 화암동굴을 방문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드디어 모노레일을 탑승하러 나갔다. 마지막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동굴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말이 한번 발을 들이면 곧 죽어도 2키로미터는 걸어야 하니, 동굴에 들어가기 전 볼일을 본 후 동굴로 입장해야 한다.
일본에서 본 모노레일처럼 선로가 굵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모노레일의 선로는 너무 가늘어서 가다가 쇠가 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천천히 운행되기 때문에 보기보다는 무섭지 않았다.
승객이 많지 않아서 앉아서 올라갈 수 잇었다. 화암동굴 입구까지 5분도 채 안걸리기 때문에 서서 가도 상관없다. 그리고 창문이 넓어서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절경이었다.
모로레일길과 도보가 나란히 화암동굴 입구까지 놓여져 있었다. 가을 단풍들 때 모노레일을 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세가 험하고 깊기에 산이 더 웅장하게 보였다. 진짜 시골, 우리가 말하는 깡촌에 왔다는게 이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따라 동굴입구로 갔다. 코로나 때문에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걸어갔다. 그리고 동굴 앞에 마지막 화장실이 있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왔기에 그냥 반짝반짝한 종유석이 많은 동굴이라 생각하고 왔다. 그리고 한바퀴 보는데 20~30분이면 보겠지 생각했다.
동굴 앞에 가니 동굴에서 부터 서늘한, 아니 싸늘한 바람이 불어 왔다.
화암동굴은 금을 깨기 위한 동굴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동굴이었다. 그래서 들어가는 입구에 동굴에서 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장면들이 있는데, 난 그런 재현해 놓은게 너무 싫었다. 가뜩이나 동굴에 들어오면서 등골이 오싹한데, 중간중간 재현해 놓은 모습을 보니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아빠 팔을 꼭잡고 사진도 찍다말다 하면서 걸어 갔다.
이런 막장 분위기의 굴을 지날 때는 왠지 무너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난 잠깐 사알짝 구경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동굴이 너무 길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안내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금광을 찾아온 사람들이 좋아했을 노다지 궁전으로 내려가 보았다. 금맥이 보여야 하는데, 안목이 없어서 그런지 금맥은 안보이고 그냥 쫄아들은 내자신만 보였다.
금이 보인다고 해서 봤지만, 난 돌과 금을 구분해 내지 못했다.
이제 죽음의 계단을 통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구르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과 한칸한칸 내려갈 때 마다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으로 인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굴 안의 기온이 낮고, 습하다 보니 내려오면서 손잡이를 잡는데 너무 차가웠다.
계단을 내려가다 저 도마뱀 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잘못했으면 들고 있던 고프로와 이별을 할뻔했다. 그리고 또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진짜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가진 무시무시한 계단이었다.
아빠도 계단에서 다 내려온 후 힘드신지 잠깐 의자에 쉬었다 갔다. 저 다리를 놓은 기술자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무서운 곳이 아닌 아기자기한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아까보다는 조금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리고 꿈꾸는 정원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원 안에는 환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레이져를 쏘는 것인지, 고흐의 유화에 나올 것 같은 끈적임 가득한 그림들이 벽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데, 아마 이곳에 온 후 처음으로 마음에 든 곳이 이곳이었다. 나가고 싶지 않을만큼 내 마음을 매료시켰다.
돌의 질감과 레이져의 만남으로 환상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었다.
꿈꾸는 정원을 나오니 조금 가볍게 볼 수 있는 볼거리들이 있었다.
그리고 금괴가 전시 되어 있는데, 내팔이 늘어날 수만 있다면 금괴를 하나 가지고 오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대어나서 처음으로 금괴를 보았는데, 상당히 크기도 크고 금빛이 번쩍번쩍 거렸다.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동굴을 만나러 또 어둡고 축축한 장소로 들어갔다.
이곳이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동굴이었다. 종유석이 가득한 자연이 만든 예술품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단지 조명은 거들뿐이었다.
볼만한 종류석들에는 화려한 조명이 비춰져 있었고 색깔도 변했다. 난 이런 동굴을 생각하고 왔는데, 이상한 곳을 지나서 오니 너무 무서웠다. 그냥 별의별 생각, 오만 잡생각이 다 들었다.
이곳도 계단이 많고 미끄럽기에 걸을 때 주으를 해야했다.
조명의 색에 따라 같은 돌도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나오기 바로 전에 남근석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벌써 만지고 갔는지 돌에서 광이 났다.
이제 뭔가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었다.
드디어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먼저 맞이 했다. 박쥐를 보지 못했지만 출구에 있는 사진을 통해 박쥐를 만날 수 있엇다.
밖에 나오니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출구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 입구 모양도 박쥐 모양이었다. 그리고 도깨비 캐릭터도 우리를 맞이 했다.
출구에서 주차장까지는 가파른 내리막 길이었다. 무섭고 짜증나고 다리아프기는 했지만, 탐험가가 되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계단을 내려가서 그런지 다리에 근육통이 와서 여행하는 며칠동안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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