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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비도 오고 집에 축 처져 있는데 아빠가 집에 있기 답답하다며 동두천에 있는 니지모리 스튜디오를 가자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본에 안 가본 지 3년이 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가기 힘들어지니 국내에서 해외의 이국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사람들 사이에 이슈가 되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가볍게 아빠를 따라나섰다.

 
 

일본어로 적힌 문구들이 오랜만에 봐서 어색했다. 입장료를 구매했다. 보통은 입장권에 주차권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입장료 따로 주차료 따로였다. 주차장은 니지모리 스튜디오 소속이 아니라는 것 같았다.

 

이곳이 양주와 동두천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대부분은 자가용을 이용해서 온다. 그러나 버스로도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 입구를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잠깐 동안 일본 여행을 하러 가기 위해 정문으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이 어둡기에 길가의 등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은은한 불빛이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이 거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교토의 어느 거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해외로 놀러 온 것 같은 기쁨이 보였다.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넓지 않아 빠르게 본다면 몇 십분이면 볼 수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며 구경한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비가 내리기에 잠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건물 안에는 체스판도 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선풍기도 있었다.

 

비가 내려 밖이 쌀쌀했는데 안에 있으니 포근하고 좋았다.

 

메인 거리에는 관광객이 직접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 있었다.

 

비에 젖어 건물의 색은 더 짙게 보였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기분은 더 센티멘털하게 만들었다.

 

의자가 젖어 있어 모닥불 옆에 앉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녔다.

 

입장료가 비싸서 솔직히 조금 불만은 있었는데 디테일하게 꾸며 놓은 것을 보니 입장료가 비싼 게 이해되었다.

 

곳곳에서 일본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져 카페 앞 처마 밑에 앉아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빠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계시고 나 혼자 커피를 주문하러 들어갔다. 빈자리가 있으면 카페 안에서 차를 마시면 더 커피가 맛있을 것 같았다. 일본 오타루에서 갔던 어느 카페가 생각났다. 그날도 비가 이렇게 내렸었다.

 
 

커피 주문이 밀려서 한참을 기다렸다.

 
 

화장실 앞에는 일본식 우산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카페 앞 노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걸어 오르니 작은 뮤직룸이 나왔다.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있고 올드 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커피를 받으러 다시 카페로 갔다. 커피를 들고 다시 뮤직룸으로 왔다. 1970년대 디제이가 있는 다방 같았다.

 
 

사람들은 이곳을 잘 모르는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약간 눅눅한 냄새가 났다. 냄새는 아빠와 나를 서로의 젊은 시절로 소환시켰다.

 
 

아빠는 옛날 생각이 나신다며 디제이석에 들어가 잠깐 동안 디제이가 되어 보셨다.

 
 
 

고급진 분위기의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늘어져서 심심했던 주말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입장 시 받은 니지모리 스튜디오 안내도를 그제야 확인해 보았다.

 

오래된 카메라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피를 다 마신 후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저녁을 먹고 집에 갈까라는 생각이 들어 음식점 가격을 보니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비쌌다.

 
 

밥은 집에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니지모리 스튜디오의 남은 부분을 구경했다.

 
 

어떻게 사진을 찍든 이국적인 분위기의 사진으로 찍혔다.

 

동호회 사람들인지 코스프레를 하고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일본에 가지 않고 일본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가성비는 좋은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공기도 싱그럽고 사진기에 찍힌 색감은 보기보다 더 짙고 쫀쫀했다.

 
 

식당에서 사 먹지는 않았지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사진만 찍었다.

 

메인 광장을 지나 빨간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올랐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인지 건물이 어수선했다.

 

어수선한 건물에서 나오는 길 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곳은 어떤 신을 모시는 것일까. 온갖 잡신 중 토끼를 모시는 사당일까.

 
 
 
 

길이 조금 질퍽거리기는 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걷기도 좋고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았다.

 
 

계단이 많기는 했지만 서두를 일이 없기에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니 니지모리의 모습이 훤하게 보였다.

 
 

시골 속에 파묻힌 일본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았다.

 

앉아서 전망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오르막 끝에 도착하니 사람들의 소원이 걸려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난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다리에도 소원이 적힌 나무가 걸려 있었다.

 
 

아빠는 등에 그려진 못난이가 나랑 비슷한 것 같다고 하셨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등이 걸린 길로 걸어갔다.

 
 

정신없는 것 같으면서도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한데 이 촌스러운 느낌이 더 좋았다. 축제에 온 것 같이 내 마음도 들떴다.

 
 
 

단렌즈를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이럴 때 표준 줌렌즈가 그리웠다.

 
 
 
 

슬램덩크에서 백호가 소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을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인형이 마루에 있기에 사진을 찍으러 옆에 가니 갑자기 인형이 움직였다.

 

아빠랑 나는 화들짝 놀랬다.

 

내려오는 길 안 갔던 길이 궁금할 것 같아서 다시 연못을 따라 걸어갔다.

 

연못을 보며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연못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따라 내려갔다.

 

작은 폭포가 연못으로 흘렀다.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잠깐이었지만 이국적인 장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나들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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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이 가을꽃의 축제인 것 같다. 양주 나리공원에서는 천일홍 축제가, 이제는 흔한 꽃이 되어버린 핑크 뮬리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석정 꽃밭을 처음 가본 것은 2021년이었다. 예전에 군부대가 있던 곳에 꽃을 심어 거대한 꽃동산이 되었다. 2021년에 처음 왔을 때도 사람이 많았는데 2022년 코로나에 대한 방역이 완화되어 작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작년에는 고석정 주변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주차시간도 오래 걸리고 유료이기에 이번에는 목적지를 고석정 꽃밭 주차장으로 설정한 후 출발했다. 다행히 고석정 꽃밭에는 주차할 장소가 여유로워 수월하게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대신 비포장의 흙 밭이라 먼지가 날리긴 했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철원사랑상품권을 주는데 주변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돈을 상품권으로 바꾸는 느낌 같았다.

 
 

매표소가 있어서 순간 당황했지만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한시적으로 안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괜히 축제한다고 입장권 받고 뭐하고 하면 그 당시 여론은 모든 포커스가 방역에 맞춰져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서도 매표소 운영에 대해 엄청 고민했을 것 같았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결재를 하고 나면 철원사랑상품권과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2021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연도는 방문객이 배로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동선도 작년보다 좀 더 심플해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제주 보롬왓에서 본 깡통 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귀여운 황소 조형물도 입구에 서 있었다.

 
 
 

솟대가 길게 늘어진 길을 걸었다.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했다.

 
 

대부분 평지라 누구나 쉽게 가을꽃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신 꽃밭이 너무 넓기 때문에 꽤 많이 걸어야 했다. 그리고 그늘이 별로 없어서 뜨거운 가을 햇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고석정 꽃밭 주차장 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고석정 방향 입구에서 들어오는 동선과 다르게 걸었다.

 
 

파란 하늘 아래 꽃들은 더 원색으로 보였다. 아빠는 오늘 꽃밭에 가신다고 바지는 보라색으로 입고 챙이 있는 밀짚모자까지 챙겨 오셨다.

 
 

여러 번 들어도 왜 그렇게 꽃 이름이 안 외워지는지 모르겠지만 꽃만은 아름다웠다.

 

꽃 사이에 놓인 큰돌 위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안개꽃같이 느껴지는 꽃들 때문에 꽃으로 만든 안개에 둘러 싸인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걸으면 등에는 땀이 한줄기 두 줄기 흐르긴 하지만 그래도 날이 맑으니 꽃구경하기엔 최고인 것 같았다.

 

깡통 열차는 꽃밭 가장자리를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하고 이쁘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곳이 두세 곳 있는데 분홍색이 아름다운 가우라 꽃밭과 맨드라미 꽃밭, 그리고 아직 꽃이 작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노란 물결이 인상적인 해바라기 밭이었다. 천일홍, 코스모스 등 가을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들도 많으니 취향에 따라 꽃을 보면 될 것 같다.

 

가우라 꽃밭은 살짝 언덕 위에 있는 원두막에 오르면 분홍빛의 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가우라 꽃밭 뒤로는 키가 큰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어서 프로방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분홍과 핑크의 색 조합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화사한 분홍빛이 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수시로 돌고 있는 깡통 열차에 자꾸 눈길이 갔다. 탑승한 사람들의 엉덩이 아파라는 말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가우라 맞은편에는 푸른색의 억새(?) 들판이 있었다. 꽃밭의 규모가 큼직큼직해서 어디를 봐도 시원시원하게 느껴졌다.

 
 

가우라 꽃밭엔 철원의 상징인 궁예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었다. 은근 찍는 사람이 많아서 눈치게임을 해야 했다.

 
 

다른 꽃밭에 비해 고석정 꽃밭이 사진을 촬영하기 편했다. 사람들도 준법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다른 지역축제에 비해 통제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눈치껏 즐길 수 있었다.

 
 

똥 손이 내가 막샷을 날려도 풍경이 워낙 아름답다 보니 빼어나 결과물이 나왔다.

 
 
 

가우라를 구경 후 다음 꽃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아래에서 위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또 다른 오두막 입구 아치에는 참외인지 수세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동화책에서 보던 장면이 보였다.

 

오두막을 나와 내리막길을 따라가니 작년에는 없었던 해바라기 밭이 나왔다. 해바라기가 작아서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바라기 밭을 지나 아스타 꽃밭으로 왔다.

 

아스타 꽃밭은 멀리서 봐야 색깔별로 줄지어선 아스타들이 이쁘게 보였다.

 
 

고석정 꽃밭에 오면 꼭 일본 홋카이도의 사계의 언덕이 생각난다. 일본에서 이런 모습의 꽃밭을 처음 봐서 그런지 항상 이런 꽃밭에 오면 사계의 언덕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구절초 밭도 보이고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 밭도 있었다.

 
 

청옥산의 구절초 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규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해바라기 꽃밭이 규모가 작아서 아쉬웠는데 고석정 꽃밭 가운데 새로 해바라기 꽃밭이 생겼다.

 
 
 

우리가 평소에 보던 해바라기와는 종이 다른 건지 해바라기의 키는 어른 허리 정도 밖에 오지 않고 빛은 짙은 노란색을 흰색으로 희석해 놓은 색 같았다. 강렬한 노란색은 아니지만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얼핏 보면 해바라기 조화를 심어 놓은 것 같이 보였다.

 

노란색이 강하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풍경을 찍으면 초록색의 들판처럼 보였다.

 

수시로 지나다니는 깡통 열차를 피해야 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놀이동산에 온 것 마냥 신이 났다.

 
 

멀리서 전경을 찍는 것보다 근접 촬영으로 해바라기를 찍어야 해바라기의 아름다운 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귀엽게 생긴 이 식물은 귀염둥이들은 이름마저 귀여운 댑싸리로 이곳 꽃들이 우아함을 뽐내고 있을 때 댑싸리들은 장난기 가득한 악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댑싸리에 눈이 붙어 있으니 더욱더 개구쟁이 같아 보였다.

 
 
 

왠지 바람이 불면 댑싸리들이 바람을 따라 통통 튀면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장난을 칠 것 같았다.

 
 
 
 

천일홍 꽃밭은 작은 탁구공을 촘촘히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천일홍은 여러 번 보았기에 그냥 지나칠까라는 생각이 들다가 2022년 9월에 보는 천일홍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또 열심히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시간을 넘게 걸으며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카메라의 무게만 대략 1킬로그램이 넘으니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립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진짜 넓기는 넓다. 중간중간 화장실이 있어서 작은 건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매점이 없어서 물을 챙겨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백일홍, 천일홍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천일홍은 넓게 펴진 꽃잎이 어버이날 아이들이 부모님께 드리기 위한 카네이션같이 생겼고, 백일홍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탁구공이 식물마다 알알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꽃을 넣어 아래에서 위로 찍어서 꽃을 풍성하게 찍고 싶었으나 백일홍 자체가 빼빽히 피지 않는 꽃이라 그런지 사진은 뭔가 엉성하게 나왔다.

 
 

백일홍을 본 후 이곳의 백미인 맨드라미 꽂을 보러 갔다. 아마 이곳에서 맨드라미 꽃밭이 최고인 것 같다. 강한 원색의 맨드라미는 가슴 깊이 그 색이 박히는 것 같았다.

 
 

호박 같아 보이는데 위에는 주황색이 아래는 흰색으로 이루어졌다. 껍질만 깎아서 매달아 놓은 것이 아닐까.

 
 

 

멀리서도 맨드라미의 강렬한 색이 확 띠었다.

 
 
 

그냥 할 말이 필요 없었다. 맨드라미의 빨갛고 노랗고 핑크빛이 파도를 이루며 흐르는 것 같았다.

 

돌 위에 걸쳐 앉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뒤에 보이는 산은 이곳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주변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지만 풍경에 흠뻑 젖어 있으니 우리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 보면 또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아쉬움이 남지 않게 질리도록 보았다.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꽃밭으로 갔다.

 
 

어떤 아저씨가 부인 사진을 찍어주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시며 찍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래서 따라서 굽혀지지 않는 왼 다리를 굽히기까지 하며 꽃 속에서 하늘 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왜 그 아저씨가 저렇게까지 사진을 찍었는지 사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각도에서 찍어보니 사진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수술한 내 다리는 삐걱 소리를 냈다.

 
 

너무 꽃밭이 넓었다. 이제 감흥은 처음보다 덜 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뜨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빠지면 아쉬운 포토 스폿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고석정 앞으로 갔다.

 
 

고석정 앞 상가에서 입장권 발급 시 받은 상품권을 사용했다. 상품권 이용, 누가 생각했는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았다. 어차피 철원에서 사용해야 하니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객도 공짜라는 인식이 들지 않으니 더 즐기며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내년을 기약하며 철원 고석정 꽃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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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 싶더니 갑자기 추워져 겨울에 바짝 가까워진 10월이다. 두꺼운 겨울옷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제 털이 보송보송 달린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추워지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양주 나리공원에 다녀왔다.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나리공원에서 꽃 축제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꽃 축제를 하고 있었다.

 

난 유료 아빠는 무료로 공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아마 매해 가을마다 이곳에 오는 것 같다. 공원의 식물들이 나이를 점점 먹어 감에 따라 공원의 꽃들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

 

이젠 코로나가 익숙해진 것 일까, 공원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았다. 코로나 이전의 북적임은 아니였지만 예년에 비해 사람이 많아졌음이 느껴졌다.

 

다양한 꽃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단지가 꽤 넓어서 황홀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초는 벌써 반이상 져버려서 마음이 아팠다.

 

대신 세월이 지날때 마다 핑크뮬리는 더욱더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희미한 핑크빛이 아닌 진분홍의 진한 핑크빛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몇년 전까지는 핑크뮬리는 생소한 식물이었는데 이젠 외래종의 식물이지만 가을하면 생각나는 전국민의 식물이 된 것 같다.

 

 

 

 

핑크뮬리 사이에 서니 이 시간만큼은 환상의 세계로 빨려가는 것 같았다.

 

 

 

역시 핑크뮬리가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다. 거대한 군집은 이룬 핑크빛 물결을 보면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핑크뮬리를 지나면 천일홍 꽃밭이 나왔다.

 

 

카메라의 색감을 너무 높게 올려 놓아서일까?! 천일홍 꽃이 너무 밝게 나왔다.

 

 

 

멀리서 찍어보니 천일홍의 핑크빛이 조금 산 것 같았다. 난 채도가 높은 사진이 너무 좋은데 채도가 높은 꽃을 찍을 땐 색감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철원 고석정꽃밭에서는 파란 댑싸리를 볼 수 있었는데, 나리공원의 꽃들은 붉게 타들어 가는 빨간색의 댑싸리들이였다. 갯벌에 사는 염생식물이 생각나는 붉은색 댑싸리였다.

 

 

 

이꽃도 고석정에서 본 것 같은데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문안개 핀 것 같이 꽃을 보고 있으면 꽃안개가 피어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코스모스 길을 걸었다. 가을하면 그래도 코스모스가 가장 먼저 생각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 갔을 땐 코스모스가 많이 져서 아쉬웠다.

 

 

 

그래도 들판엔 늦가을까지 남아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찬바람에 하늘하늘 움직였다.

 

 

 

코스모스길을 지나 백일홍 꽃밭에 왔다. 백일홍과 천일홍 이름이 비슷해서 꽃도 비슷할 것 같지만 그 생김새가 전혀 달랐다.

 

 

 

붉은새의 노랑색의 핑크색의 여러 가지 백일홍 꽃이 피어 있었다. 파란하늘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으니 꽃이 더욱 돋보여 보였다.

 

 

나리공원 한쪽엔 전망대가 있어서 공원의 꽃을 위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꽃 속에서 꽃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공원이 넓어서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사람에 치이는 느낌없이 사진도 찍고 꽃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공원의 한쪽엔 억새풀이 있었다. 이젠 억새풀들이 꽤 자라서 키를 훌쩍 넘겼다. 작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내선 관광비행이 있기 전날 이곳에 왔었다. 그러고 보니 국내선 관광비행을 타본지 벌써 일년이 지났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더 좋아지기 보다 더 안좋아진 것 같아서 씁쓸했다.

 

 

 

 

억새풀도 이곳에서 핑크뮬리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였다.

 

억새풀 곁으로 팜파스 그라스가 심어져 있었다. 이 풀을 처음 본 곳은 진도 쏠비치였다. 쏠비치 정원 한 곳에 팜파스 그라슬 심어 놓아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었다. 이곳의 팜파스 그라스는 아직 많지는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어떤 가족이 팜파스 그라스를 보며 팜파스가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니 아르헨티나 여행이 떠올랐다. 팜파스를 가보진 못했지만 칠레 산티아고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넘어갈 때 하늘에서 본 장엄한 평야가 아직도 생각난다. 바둑판같이 반듯하게 보였던 땅사이로 흐르던 구불거리는 강까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였다.

 

 

 

 

다시봐도 천일홍의 자주빛은 매력적이었다. 하늘이 조금만 더 파랬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이제 공원의 대부분을 본 것 같다. 사람들에게 코로나와 함께한 두번째 가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부분이 불편하고 짜증나고 힘들어졌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사회 변화를 더 빠르게 바꾸게 된 계기도 된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 등 인터넷 기반의 사회에 더욱더 다가간 것 같다. 그래도 마스크 벗고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던 시절이 많이 그립다. 이젠 마스크를 벗고 사람을 만나는게 너무나 어색해졌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아스타 꽃밭아였다. 아스타라는 꽃은 처음이였다.

 

 

 

꽃은 자주색과 흰색 두 종류였는데 흰꽃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천일홍이나 핑크뮬리 등 핑크빛 꽃을 너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출구로 나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핑크뮬리를 보았다. 아마 이 가을에 보는 마지막 핑크뮬리가 될 것 같기에.

 

장미 정원의 장미가 많이져서 장미 정원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파란 장미 가지 사이사이에 빨간 장미들이 돋보였다. 사진동호회에서 왔는지 카메라 가방을 메고 계신 중년의 아저씨 분들이 많았다. 렌즈를 보니 괜히 부러워졌다. 어릴적엔 돈이 없어 번들렌즈만 썼는데 나이가 들어도 카메라에 관해선 그다지 난 변한게 없었다. 단지 18-55미리 줌렌즈에서 18-135미리 렌즈로 바뀌고, 중고로 중급자용 바디를 사용하는 정도일까. 아무튼 고가의 렌즈나 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벤츠 앞의 미티즈 같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장미를 본 후 출구를 따라 나갔다.

 

 

출구로 나가기 전 박인지 수세미인지 헷갈리지만 비닐하우스 안에 주렁주렁 자란 식물의 열매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식물까지 다 본 후 주차한 곳으로 걸어 갔다. 머리론 가을이 왔다 생각만 했었다. 이렇게 가을에 만날 수 있는 꽃들을 보니 2021년 가을이 지나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놀이터의 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 또 2021년의 한 계절이 지나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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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되니 날이 너무 좋았다. 주말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으니 어디론가 나가고 싶었다. 아빠가 나에게 남미 여행을 갔다 오자고 하셨다. 난 어리둥절해서 왠 남미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토요일 오후 아빠와 함께 고양으로 떠났다.

 

고양으로 온 김에 잠시 청아공원을 들리기로 했다. 청아공원으로 가는 길 하늘의 구름이 슈퍼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하늘과 같아 보였다. 이제 날이 많이 선선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한낮에는 여름의 뜨거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하늘만은 가을이 성큼 우리 주변에 왔음을 알려주었다.

 

저번 달에도 청아공원에 왔었다. 왠지 꿈이 뒤숭숭하면 오고 싶어진다. 주말이라 그런지 추모객들이 많았다. 새로운 조형물도 생기고 하늘이 깨끗해서 그런지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청아공원에서는 항상 길게 있지 않는 것 같다. 오래 있으면 마음만 무거워지니 짧게 추모를 한 후 중남미문화원으로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마음을 계속해서 설레게 했다.

 

 

중남미 문화원은 고양시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동네 한 곳 판에 있기 때문에 왜 이런 곳에 이런 문화원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예전에는 이곳이 서울 외곽지역이라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지 않아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의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주차를 할 수 있었는데, 옆 차와 거의 주먹 하나 들어갈 만큼 가까이 붙여서 주차를 해야 했다.

 

 

성인은 6,500원이고 경로는 1,000원 정도 할인을 해주었다.

 

중남미 문화원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돈키호테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입장권에서는 남미의 화려한 색채가 느껴지는 문양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입장권을 보고 있으니 남미 여행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붉은색 벽돌의 건물은 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루었다. 남미로 여행을 떠나기 좋은 날이었다.

 

전시관이 두 개 정도 있고 나머지는 남미 느낌이 나는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내 팸플릿을 들고 다니기는 했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구경을 시작했다.

 

 

각각의 건물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문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비행기로 만 하루가 걸리는 남미이지만 이문을 통과하는 순간 나는 페루의, 멕시코의, 아르헨티나의 어느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박물관 안에는 남미에서 가져온(?) 작품들이 건물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남미를 한 달 동안 여행을 해보았기 때문인지 아빠와 남미 여행을 이야기하며 작품들을 구경했다.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건물 안에서 남미의 토속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남미 여행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오히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보지 못했던 예술작품들을 이곳에 와서 더 많이 본 것 같았다. 아빠와 나는 여행을 가면 박물관을 잘 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그곳의 문화재나 예술작품들을 보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 오니 남미 여행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내가 현지에서 보았던 것, 풍경, 그곳의 사람들의 생활을 떠올리며 왜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졌는지 연관 지어 보았다.

 

 

박물관같이 딱딱하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유리 벽 뒤로 보이는 작품들이 아닌 내 앞에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작품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작품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지하공간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하층에는 뭐가 더 있나 궁금해서 아래로 내려가 보았지만 지하 공간은 강당 같은 곳으로 지금은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건물의 가운데 부분에는 천장에서 내려온 빛이 부드럽게 실내를 비추고 있었고 광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박물관 밖에서도 남미의 향기가 느껴졌다. 날씨도 완벽했다.

 

 

두 번째 건물로 이동을 했다. 전에 갔던 건물을 토속 작품들이 위주였다면 이곳은 남미의 미술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전시관의 가운데는 어디서 본 것 같은 귀여운 작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벽면을 따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강렬한 색감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보카가 생각 났다. 강렬한 색감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하공간에는 남미에서 만든 직물 작품들이 있었다. 이런 직물들은 특히 페루를 여행하면서 길거리에서 많이 본 것 같았다.

 

 

걷다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무늬들이 보였다. 페루 마추픽추에서 구매한 알파카 털로 만든 스웨터의 무늬와 비슷했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날씬해서 겨울에 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살이 너무 쪄서 아빠가 내 스웨터를 입고 다니신다. 그때 사면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알파카 털로 만든 스웨터 가격을 보니 그때 더 사 왔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본 민속 작품들보다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이 나에게 더 끌렸다. 오히려 토속 작품보다는 그림이나 직물 작품을 통해서 남미의 느낌의 더 받을 수 있었다.

 

 

 

건물 안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난 오히려 정원을 걷는 것이 더 좋았다. 박물관 특유의 냄새랄까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 밖이 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맑은 하늘 아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잠시나마 이곳이 남미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곳에서만큼은 한국이 아닌 남미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정원에는 남미 토속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남미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끔은 원색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지만, 남미 문화를 이해한다면 이해가 되는 작품들이었다.

 

 

 

화장실 앞에 알파카인지 라마인지, 항상 헷갈리는 조형물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알파카와 라마가 헷갈린다. 마추픽추에서 본 동물이 알파카인지 라마인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중남미 문화원이다 보니 멕시코부터 아르헨티나까지의 모든 문화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남미의 이미지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남미 하면 원색의 강렬함이 아닐까! 빨간색 문을 통과하면 정원이 넓게 펼쳐졌다.

 

 

 

 

앞에서 본 모습보다 뒤돌아 바라본 문의 모습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정원 한곳에 작은 교회당도 있었다. 실제로 미사를 드리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졌다.

 

 

 

차분한 분위기의 성당은 크지는 않지만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오랜만에 성당에 가본 것 같다.

 

 

성당을 나와 다시 정원을 걸었다. 남미 원주민들이 만들었을 것 같은 조각상이 보였다. 사람들이 정력에 관심이 많았는지 인체비례를 고려하지 않은 조각상의 그것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정원 안쪽에는 마야인지 잉카인지, 아무튼 남미에서 보았을 법한 벽화(?)가 있었다. 거대한 벽화 앞에 서 있으니 멕시코 칸쿤에서 보았던 멕시코 피라미드가 생각났다.

 

 

주술적인 느낌이 나는 무늬가 인상적이었다.

 

 

 

정원 한 곳에는 작은 카페도 있었다.

 

카페에서는 멕시코 음식을 팔고 있었다. 퀘사디아를 먹을까 아람 브레를 먹을까 고민을 하다 아람 브레를 주문해 보았다.

 

 

실내에서도 먹을 수 있었지만 날이 너무 좋아서 밖에서 아람 브레와 커피를 먹었다. 눈을 통해 남미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맛을 통해 남미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야외이다 보니 모기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 카페를 떠날 땐 다리를 계속 긁적거렸다.

 

 

 

 

큰 기대를 하고 온 곳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걷고 있는 시간만큼은 남미 여행을 추억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마지막에 먹었던 커피와 멕시코 음식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항상 추억 속에 묻어 두어야 했던 추억들을 잠시나마 꺼내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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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서 꽃이야기만 적으려고 하니 쓸 말이 뭐가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8월에 다녀온 주말 나들이 이야기를 10월이 되기 하루 전에서야 작성하는 것을 보니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주말에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아빠가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 가자고 해서 주말오후 수목원으로 향했다. 8월이 반이상 지나고 늦은 오후시간이지만 여름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와서 그런지 주차장은 여유로웠다. 주차를 한 후 매표소로 와서 입장권을 구매했다. 나는 할인이 되지 않고 아빠는 65세 이상 경로 할인이 적용되어 7,500원에 표를 샀다.

 

이번을 포함해서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세계절에 이곳을 방문하는 것 같다. 여름이라 푸르름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목원 입구에서 부터 알록달록함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오는 곳이 아니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순서로 수목원을 돌아보았다. 입구 근처에 있는 온실부터 향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숨이 너무 가쁘게 느껴졌다. 살이 쪄서 그런지 행동이 더욱더 굼뜬 것 같았다. 매일매일 운동과 식이요법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번 찐 살을 20대 때와는 달리 쉽게 빠지지 않았다. 살찌는 것은 5G속도로 찌지만 빠지는 속도는 달팽이 속도보다 훨씬 더 느렸다.

 

 

온실 잎구에서 뒤를 돌아 보니 산골짜기 사이로 모든 것이 푸르렀다.

 

예전엔 온실이 꽤 인상적이였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여름이라 역시 온실을 돌아보는 것이 싫었다. 밖에 있어도 덥고 습한데, 온실 안에 있으니 더 더웠다. 온실 안을 대강대강 돌아본 후 밖으로 나왔다.

 

더운 온실에서 밖으로 나오니 바깥공기가 신선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푸르름 사이에 핀 꽃들이 평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하늘이 흐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수목원을 산책하기에는 적당했다. 약간의 끈적거림과 더위 그러나 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여서 수목원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기 좋았다.

 

 

 

 

8월 아침고요수목원은 무궁화 꽃이 만발해 있었다. 무궁화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논산훈련소이다. 초여름 무궁화가 길게 심어진 길을 아침 저녁으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이등병도 아닌 훈련병 시절이라 모든게 낯설고 힘들었지만, 15년이 지났지만 그때 본 무궁화는 아직도 엊그제 본 것과 같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아는 분홍색과 붉은색의 무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을 가진 무궁화 천국이였다.

 

 

아름다운 무궁화 꽃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었다.

 

 

 

무궁화 천국을 걷다 보니 다양한 무궁화가 있음에 새삼 놀라기도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무궁화 동산을 나와 개울가로 가보았다. 날이 후텁지근해서 그런지 어린아이들은 개울가에서 맨발로 더위를 쫒고 있었다. 아이들처럼 우리도 개울에서 놀고 싶었다. 그냥 시원한 물만 손에 묻혀 보았다.

 

늦여름과 가을의 초입 사이라 그런지 가을에 볼 수 있는(?) 꽃들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수목원에 오면 여러가지 꽃이름을 알고 있는 아빠가 신기했다. 어떻게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땐 그게 그거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름을 줄줄줄 말해줄 때마다 신기할 뿐이였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꽃인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천일홍인지 백일홍인지. 아빠가 몇 번을 말해 주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꽃 이름이 헷갈린다. 내게는 그냥 자주빛 물병청소 솔같이 생긴 꽃이였다.

 

 

 

나무수국 아래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수국인데 이렇게 거대한 수국도 있나보다. 예전에 보았던 수국보다 나무수국은 화려하면서 심플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나무수국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화려하게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고, 수국과 나무의자만 찍었을 땐 심플하면서 단아함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는 캡보다는 확실히 밀집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나무수국을 지나 수국 뒤쪽에 있는 들판으로 갔다. 나무가 빼곡한 곳 가운데 있는 들판은 아이들이 오면 참 좋아할 것 같았다.

 

들판 위에는 고인돌 같은 돌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길에서 이국적인 맛이 느껴졌다.

 

 

작은 들판을 지나니 다시 숲이 나왔다. 숲에는 풀도 있고 꽃도 있었다. 어떻게 나무와 식물이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을까!

 

화려하게 핀 꽃들 사이로 일벌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었다.

 

여러번 온 곳이기에 익숙한 곳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다른 계절에 와서 그런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겨울은 추워서 아직까지 올 생각을 못해 보았다.

 

 

호랑나비같이 생긴 꽃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꽃들을 하나로 묶으면 이쁜 꽃다발이 될 것 같았다.

 

 

걷다보니 아침고요수목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하늘길에 도착했다. 저번에 왔을 땐 튤립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맨드라미가 가득했다.

 

 

하늘길에서 맨드라미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은 유럽 어느 귀족의 정원같아 보였다. 앞선 곳들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이라면 이곳은 인공적으로 가꿔진 정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였다.

 

 

 

길을 따라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하나 있을 땐 눈에 띠지 않는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꽃들이었지만 같은 꽃들이 모여 있으니 하나만 피어 있을 때보다 한번 더 눈길이 가고 아름다워보였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보다 정원 안으로 들어오니 더 화사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였다.

 

 

 

진짜 집에 이런 꽃밭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꽃밭이 있으면 집에서 빈둥빈둥 쉬고 싶어도 못쉬고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아주 작은 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난 며칠만 열심히 물도 주면서 관심을 가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전부 아빠의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쯤 걸어다니니 나는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내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뭔지 모르게 계속 숨이 차는 것이 느껴져서 평소보다 더 빨리 피곤함이 느껴졌다. 쉬고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고 집에 가서 계속 눞고만 싶었다. 그래도 아빠가 기분이 좋으니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집으로 가면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이 수목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도착했다. 정원의 주인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동화 속 집이였다. 카페같은 곳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빈집만 덩그러니 있어서 이쁘면서도 약간 으시시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람의 생기가 없는 건물에서 느껴지는 한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 집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유럽의 별장에 놀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원을 어느정도 돌아본 후 연못으로 갔다. 이제 수목원의 거의 끝까지 왔다.

 

 

평소엔 이 연못에 사람이 많은 편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한 무지개색의 의자가 반대편에 있었다. 연못에 비친 무지개 의자가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아빠에게 저기 보이는 무지개의자에 빨리 가서 앉아보라고 했다. 사람이 없을 때 잽싸게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아빠한테 빨리빨리 재촉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연못을 한바퀴 돈 후 한옥은 패스하고 바로 출구쪽으로 향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한옥쪽으로 가자고 해서 쫄래쫄래 따라 갔다.

 

한옥의 대청마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대청마루에 누워있어서 사람들을 피해 건물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깐 한옥의 마루에 앉아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방금 전 지나왔던 정원을 가로 질러 갔다. 지나오면서 봤던 곳이지만 미쳐 보고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아직은 여름이지만 나무의 일부분이 단풍빛으로 물든 나무가 보였다. 이곳만큼은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평소라면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숍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했을 텐데 오늘은 커피숍을 멀리 바라만 보고 지나갔다.

 

 

아빠도 힘드신지 길가에 앉아서 잠시 쉬셨다. 초반에 기운차게 수목원 투어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확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되돌아 가는 길이가 처음에 지나왔던 곳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다시 보았지만 나무수국이 흐들어지게 핀 모습은 정말 장관이였다. 수국이 저렇게 핀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다시 계곡에 들려 시원한 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시원한 계곡 물이 힘들어 축쳐진 근육에 잠깐이지만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항상 아빠와 나는 딱 2시간이 적당한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을 보러와도 2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처음엔 좋은 것을 보니 아드레날린이 확 올라와서 그런가 구름을 걷듯 붕붕 떠있는 것 같이 다니는데, 2시간에 가까워 오면 급속도로 흥미도가 떨어진다. 아무튼 후반부를 약간 설렁설렁 봐서 아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꽃과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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