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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에 볼 일이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 태백과 영주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차가 막힐 것 같아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에서 5시에 나갔다. 그리고 밤 10시 30분이 되어서 집으로 도착했다.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하다 보니 해뜨기 전 나갔다 한밤중에 들어왔다.

 

 

새벽 일찍 일어나 출발하니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해가 서서히 뜨고 있었지만 아직 고속도로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원래는 태백으로 가는 길에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들렀다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아빠 지인분을 만나서 받을 것이 있어서 갑자기 목적지가 바뀌게 되었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갈아탔다.

 

수도권을 그래도 벗어나서 그런가 차가 밀리지 않았다. 한 달 전쯤 태백에 가려고 새벽 6시 무렵에 나왔다 길바닥에서 이도 저도 가지 못하는 일이 있었기에 주말엔 한 시간 차이가 도착지 도착시간을 두세 시간 다르게 바뀌는 것 같다.

 

 

 

어느덧 하늘은 노란 기운을 걷어내고 푸른빛을 품기 시작했다.

 

 

아빠 지인을 만나서 볼 일을 본 후 거돈사지에서 사진도 찍었다. 절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서 휑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어떤 모습을 가진 절이었는지 상상을 해보았다.

 

 

푸른 들판엔 천 년 동안 이곳을 지킨 나무가 서 있었다.

 

 

이제 전국은 알록달록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 나무에게는 지금이 천몇 번째 가을일까? 그에 비해 인간의 삶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거돈사지를 출발해 다시 태백으로 출발했다. 얼마쯤 갔을까 화장실도 가고 간단한 요기를 하기 위해 국도변 휴게소로 갔는데 휴게소 이름에 익숙함 반, 낯 뜨거움 반이 느껴졌다. 나중에 궁금해서 이 동네 학교 이름을 찾아보니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학교명이 야동초였다. 뭐 기장에 예전에 대변초가 있었으니. 아무튼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아니면 싫었을지 궁금했다.

 

식사를 할 겸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갔다. 창가엔 잘 가꿔진 다육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라면이 조금 매콤하기는 했지만 시원하고 매콤한 라면을 오랜만에 먹어본 것 같다.

 

 

이제 충전도 했으니 또 열심히 동쪽으로 달렸다.

 

 

여름엔 녹색으로 둘러싸였던 도로는 빨갛고 노랗고 녹색을 띤 총천연색을 띠고 있었다. 평창 쪽 산들은 지대가 높아도 완만하게 느껴지는 반면 영월, 정선, 태백 쪽 산들은 산세가 험한 게 그대로 느껴졌다. 이 산골짜기를 따라 도로를 놓고 사람들이 산다는 것에 경외감이 들었다.

 

새벽에 출발했기에 아빠가 너무 피곤해 하셔서 국도 옆 쉼터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다시 또 달렸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빨리 갈 수는 없었지만 천천히 가기에 창문 너머로 가을을 즐길 수 있었다.

 

 

단풍이 멋들어지게 진 곳에서 차를 세웠다. 맞은편 산과 하늘이 그림을 옮겨 놓은 것 같이 보였다. 더구나 카메라 뷰 파인더로 보이는 모습은 풍경화의 한 장면 같아 보였다. 다만 내 능력의 부족으로 내가 보는 것을 그대로 담을 수 없었다.

 

 

도로에는 차가 쌩쌩 달리고 있지만, 이곳만은 평온했다.

 

차 안에서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가을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기온이 서울보다는 조금 더 낮기는 했지만 햇살 때문인지 조금 덥게 느껴졌다. 자동차 매연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시원한 공기가 매연과 먼지로 찌든 폐를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드디어 태백에 도착했다. 태백 시내에서 열쇠 복사를 위해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찾아보았다. 전번에도 열쇠를 하는 가게를 찾다 못 찾고 서울에 와서 열쇠를 복사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토요일에도 영업하는 가게를 찾았다. 복사된 열쇠는 써 봤어도 열쇠 복사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만드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열쇠가게 앞에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아파트가 보였다. 이제 태백에도 저런 아파트가 생긴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졌다.

 

태백에서 볼 일을 이것저것 본 후 좀 더 가을을 느끼기 위해 철암단풍군락지로 이동했다. 태백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단풍군락지가 있었다. 2020년 가을에도 이곳을 찾아왔지만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 대충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렸었다.

태백 철암단풍군락지

 

단풍군락지 맞은편에 주차를 한 후 밖으로 나가니 산에 불이 난 것 같이 불게 물들었다.

 

단풍이 든 모습을 보니 오늘도 사진을 수백 장 찍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10월 초에 와서 새빨간 단풍을 볼 수 있었던 반면 2021년 10월의 마지막 주말 단풍은 붉은 기운이 조금 빠진 파스텔 톤의 연한 빨강이었다.

 

아빠는 조금 늦은 시기에 와서 단풍의 절정을 놓친 것 같다고 하셔서 아쉬워하셨다.

 

그래도 여러 가지 색의 나뭇잎들이 2021년 가을을 동화처럼 만들어 주었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주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붉고 찬란하게 핀 잎들은 어느 순간 땅 위로 우수수 떨어지며 급격히 추워질 것임을 알기에 이 찬란한 순간을 즐겨야 했다.

 

 

 

 

강가의 단풍은 절정을 지나서 붉은색보다는 주황색에 가까웠다. 나무의 윗부분은 잎이 떨어져 가지들이 하얀색으로 보였다.

 

 

 

단풍나무숲 겉에서 이렇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데 숲속으로 들어가면 또 어떨까?!

 

작년에 왔을 땐 딱 여기까지만 와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단풍 터널을 만날 수 있었다.

 

 

 

 

붉은빛이 살짝 약해서 아쉬웠지만 멋진 단풍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태백은 칙칙한 회색빛의 도시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가진 도시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오지 않을 땐 이렇게 독사진도 찍어 보았다.

 

지나가는 늦가을이 아쉬워 주말 나들이를 나온 연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사람들마다 보는 눈이 달라서 일까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지 않고 자유롭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조금 오르니 갈림길이 나왔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걸어 올라가는 사람과 반대 방향으로 산책길을 따라 올라갔다.

 

 

 

 

날이 쌀쌀한 것을 대비해서 털이 보송보송한 옷을 입고 갔는데 등엔 땀이 흥건했다. 태백이 주로 서울보다 쌀쌀하거나 추운 것이 맞지만 이날은 태백이 더 더운 것 같았다.

 

그래도 일부러 단풍 구경할 때 입으려고 아끼고 아끼다 입고 온 옷이니 끝까지 벗지 않았다.

 

 

계단을 조금 오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코스를 길게 걷고 싶지 않아서 왼쪽으로 난 아주 짧은 코스 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의 잎들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황금이 주렁주렁 달린 것 같아 보였다. 진짜 금이면 얼마나 좋을까.

 

 

 

완만한 길을 따라 걸으면 황금물결에 빠져 버렸다.

 

은행나무의 노란빛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다시 내러 오는 길을 따라 걸었다. 이곳은 아직 붉은색 단풍이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제 올랐던 길을 반대로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떠돌이 흰둥이가 나타나서 온몸이 굳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개를 보면 나도 모르게 근육이 굳어 버리는 것 같다.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분께서도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되는 코스였다.

 

 

 

 

예년보다는 색이 강렬하지 않아서 2프로 부족했지만 은은한 단풍 빛이 아직도 눈에 선한 것 같다,

 

 

단풍 군락지도 멋지지만 길가를 따라 심어진 단풍나무의 단풍도 꽤 운치 있었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던 가로수가 인상적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무채색만 가진 도시라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이제는 태백 하면 단풍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색이 화려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계단을 따라 철암천으로 내려갔다.

 

가을철엔 수량이 많지 않은지 하천의 아주 일부분만 물이 흐르고 있었다.

 

 

투명하게 맑은 하천은 단풍의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좀 더 하천 주변이 강한 붉은색을 가졌으면 꽤 더 운치가 있었을 것 같지만, 흰 눈이 내린 것 같은 나뭇가지들은 미리 겨울이 가을에 온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철암초 학생들은 가을에 백만 불짜리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쬐금이 아닌 아주 부러웠다.

태백 구문소

 

 

태백을 떠나 영주로 가는 길에 잠시 구문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철암에서 영주로 가는 길 구문소 인공터널을 지나기에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아주 짧게 보고 가기로 했다.

 

 

태백은 온통 알록달록한 한복 같아 보였다.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듯 더욱더 강한 색감으로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땐 계단을 못 올라가게 막아 놓았는데 이번에 갔을 땐 출입도 가능했고 자개루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9월엔 전부 푸릇푸릇해서 약간은 밋밋했는데 가을이 되니 회색의 돌 사이로 알록달록한 단풍이 들어서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여전히 변함없는 자연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매력이 다르게 느껴졌다.

 

가을이라 그런 것일까? 물이 더 푸르게 보였다.

 

 

 

 

 

지나는 길이라 우연히 지난 장소였지만 구문소의 매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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