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오면 하루가 너무 짧은 것 같다. 아침에 리조트에서 체크아웃 시간에 임박해서 체크아웃을 한 후 산양목장을 갔다 오니 벌써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기 전 한군데 더 들렸다 서울로 향하기로 했다.
검룡소를 갈까 구문소를 갈까 고민을 하다 구문소로 향했다. 산양양목장에서 구문소까지는 대략 20분정도 걸렸다. 산골짜기를 따라 난 길을 가다 보니 태백이란 도시는 골짜기 골짜기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산과 산이 겹쳐서 수묵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태백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다 보니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문소 옆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구문소를 보기 위해 걸어갔다. 주차장과 구문소가 붙어 있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면 바로 구문소가 보였다.
험한 산골짜기에 큰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에메랄드 빛을 가진 하천은 산의 푸른 빛을 물 속에 물들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바위에 난 커다란 구멍 두개를 볼 수 있었다. 한쪽은 사람이 통행을 위해 일부러 만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연이 오래시간 동안 만든 물길이였다.
한쪽은 사람을 위한 길이고 다른 한쪽은 물을 위한 길이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꽤 이국적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이번 여행에서 태백의 매력을 조금 느끼게 된 것 같았다.
두개의 구멍 중 우리가 갈 수 있는 길 곳은 차가 다니는 길 뿐이기에 인도를 따라 걸어갔다. 차가 다니는 길 옆에 이곳이 어디인지 알리는 구문소라 적힌 큰 비석을 볼 수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자연이 만든 구멍을 바라보았다. 에메랄드 빛을 가진 물은 구멍을 통해 쉴세 없이 어딘가로 흐르고 있었다. 위에서 흐른 물은 구멍을 지나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구문소에서 한줄기 하천은 두줄기의 하천으로 갈라져 흘렀다.
차량이 다니는 곳은 인도가 없어서 위험하기는 했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걸을만 했다.
석문을 지나 태백고생대 자연사 박물관 쪽으로 계속 걸었다. 구문소에서 본 하천은 굴 때문인지 거대한 자연의 힘에 눌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구문소에서 살짝 위로 올라오니 우리가 아는 하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하천 옆으로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리고 구문소에서 바라본 하천은 에메랄드 빛을 가지고 있었는데 살짝 하천의 위로 올라오니 코발트 빛의 짙푸름을 띠고 있었다.
뒤를 돌아 구문소를 바라보니 앞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시기한 것은 지층들이 사선으로 누워있었다. 이곳이 머나먼 과거에는 어떤 곳이였을지 궁금했다.
앞에서 본 구문소의 모습과 뒤에서 본 구문소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 하천은 점점 깊어진 것 같았다. 몇 억년이 지나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지지 않을까? 이 지구의 시간에 우리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 밖에 되지 않음이 느껴졌다.
2014년도에 이곳이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보다 직접와서 바라본 모습은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장엄함이 느껴졌다.
하천이 흐르면서 이렇게 거대한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서 꾸준함의 힘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대한 궁금증을 "고생대의 신비, 구문소"라는 안내문구를 본 후 조금 풀 수 있었다. 5억년 실제로 감이 오지 않는 시간의 개념인 것 같다. 돈으로 5억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숫자이지만 세월에서의 5억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숫자였다.
5억년 전이라는 숫자를 보고 나니 내가 지금 고생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천의 옆에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원래는 하천으로 내려가고 싶었으나 위험해서인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 두었기에 아쉽지만 위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화단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따라 한들한들 움직이고 있었다.
하천으로 내려가 고생대의 흔적을 느껴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공원에 핀 꽃들을 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구문소로 들어오기 전 하천은 좁은 협곡을 따라 흐르다 보니 물살이 거칠었다. 그 물의 깊이를 알 수가 없었다.
사선으로 누워있는 지층은 보면 볼 수록 나의 시선을 뺏어 갔다. 땅이 위아래로 뒤집어진 것 같아 보였다. 어디가 위이고 어느 곳이 아래였을까!
아쉽지만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마음 속에 뭔가 아쉬움과 경이로움이 내 마음을 가득채웠다.
푸른빛이 에메랄드 빛의 물로 바뀌는 것이 너무 신기할 뿐이였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전국 어디를 가나 라이더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항상 드는 생각이 꼭 왜 저렇게 많이 몰려서 다녀야 할까! 유유자적하며 혼자나 둘이서 다닐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차를 타기 전 다시 한번 구문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주차장에서 산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이곳이 임시폐쇄가 되어서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경상북도 봉화지역을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탈 수 있었다.
태백을 나와 영주로 나오니 넓은 들판이 보였다.
주말이였지만 수도권에 들어가 전까지는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에 들어서니 이때부터 극심한 정체가 시작되었다.
양평에서 6번 국도를 따라 가는데 차가 엄청 밀렸다. 괜히 고속도로에서 나왔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주말저녁이다 보니 서울근교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들어가는 차들로 국도는 주차장이 되었다.
좁은 갓길로 오토바이 행렬이 지나갔다. 며칠 전 이곳에서 오토바이 3중 추돌이 있었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났다. 갓길이 넓지 않은데 차를 피해 요리조리 피해 줄지어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에서 위태로움이 느껴지기도 하며 짜증도 났다.
이렇게 차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서 가는 오토바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 속으로 욕이 스물스물 나왔다. 오토바이 운전자도 위험하지만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위험하기에 갑자기 짜증이 물 밀려오듯 올라왔다.
양평에서 서울로 들어서는 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해는 서쪽 하늘 넘어로 완전히 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갑자기 간 태백 1박2일 여행이 끝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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