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에서 철암단풍나무 군락지와 구문소를 본 후 영주 부석사로 이동했다. 태백에서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같은 강원도이지만 태백에서 평창까지 가는 것이 경북 봉화나 영주로 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런지 가는 길에 계속 졸음이 왔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차는 부석사 부근에 다다르고 있었다.
손자들을 경운기에 싣고 가는 할아버지의 표정에서 편안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부석사에 오후 4시쯤 도착했다. 절이 커서 주차장도 꽤 넓었는데 주차된 차가 많아서 빈자리를 찾기 꽤 어려웠다.
야동 휴게소에서 먹은 라면이 전부이기에 오후 4시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예전에도 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또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입에 진공청소기가 달린 것 같이 음식을 빨아 드렸다.
배가 부르니 동작이 굼떠졌다. 부석사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배가 부르니 그냥 어디선가 씻고 자고 싶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밥만 먹고 갈 수는 없기에 귀찮지만 천천히 절로 걸어갔다.
절로 가는 길 상점에서는 영주의 명물 사과를 팔고 있었다.
고창 선운사는 평지라 걷기 좋았지만 부석사는 끊임없는 계단과 오르막길뿐이었다.
오르는 길 양옆으로는 단풍이 흐드러졌다.
예상치 못했는데 알록달록한 단풍을 보니 괜히 가슴 설레었다.
태백의 단풍은 오렌지빛이 강했다면 부석사로 오르는 길은 찐한 노란빛이었다.
오르막이 죽을 정도로 힘들진 않았으나 마스크 때문에 점점 숨이 거칠어지고 더웠다.
우와! 왜 이렇게 늦은 시간이지만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숲길을 걷다 보니 절의 입구에 다다르게 되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느라 숨이 가빴지만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사천왕을 보니 거칠었던 숨이 사천왕의 눈에 졸아서 정상적인 호흡을 찾았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절로 오는 길과는 달리 붉은 단풍의 향연이었다.
눈이 시리도록 강한 원색의 빨강 색이었다.
단풍에 취해 사진을 찍다 보니 해가 점점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보기 위해서는 계속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에 힘들지만 힘든 느낌을 잊을 수 있었다.
중간쯤 올랐던 것 같다.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오늘 하루가 길어서 힘들었지만 석양을 바라보니 피곤함이 서서히 풀리는 것 같았다.
소백산맥의 부드러운 산 능선이 아련히 보였다.
절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절 앞에 보이는 소백산맥은 이 절의 백미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 몇 번 온 것 같은데 노을은 처음 보았기에 마음이 설레었다.
이 맛에 이곳에 오는가 보다. 마음속 번뇌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무량수전으로 가는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서산의 햇살은 부드러웠다.
노을이 만든 부드러운 햇살은 주변 사물마저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부드럽고 아름다운 햇살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소백산맥의 산들이 겹겹이 있는 모습이 산수화의 한 장면같이 느껴졌다.
햇빛을 받은 단풍의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너무나 부드러운 햇살이 온 세상을 환상의 세계로 변화시켰다. 아주 짧은 순간임을 알기에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른 절과는 달리 산비탈을 따라 걸어야 하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조금씩 오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풍경은 힘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누군가 바위에 동전들을 붙여 놓았는데 그 모습이 기괴했지만 신기했다. 드디어 이 절의 슈퍼스타인 무량수전에 도착했다. 예전 책 중에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라는 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배흘림 기둥, 위아래는 좁고 가운데 배만 통통한 게 아빠 배랑 똑같아 보였다.
무량수전 옆 탑 앞에 늘 사진 동호회에서 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석양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세워 놓고 이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늘은 이제 노랗게 변해있었다. 사람이 저런 느낌으로 색을 만들 수 있을까? 내 능력의 한계를 노 사진을 찍으며 느낄 수 있었다.
노을과 사람을 동시에 넣어 찍으려고 하니 카메라의 노출이 맞지 않아서 카메라는 접고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역시 폰이 최고인 것 같다. 간단하게 쉽고 편하게 찍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지만 사진 찍는 맛은 덜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최고였다,
노란 하늘이 주황빛으로 바뀌었다 군데군데 어둠을 느낄 수 있었다.
와!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아니 이번 달의 운을 다 써버린 것 같았다. 시월이 딱 하루 남은 시원 삼십일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해는 빠르게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가기 위해 걸어서 내려갔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보면서 아주아주 천천히 절 아래로 내려갔다.
햇살을 받은 절은 위엄함보다는 친근하고 편안함을 주었다.
찍는 곳마다 예술이 되었다. 그냥 태백에서 가깝기에 왔는데 날을 너무 잘 골라서 온 것 같았다.
이젠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다.
노을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다웠다. 부석사에 오지 않았으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어두워져서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 것이 어려워졌다.
숨을 꾹 참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사진이 흔들렸다. 삼각대가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해가 지고 있는데 이 시간에 절로 향하는 사람이 있었다.
절로 올라갈 땐 사람이 그렇게 많더니 내려가는 길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절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어둠이 찾아와 깜깜해졌다.
길가의 가로등엔 불이 켜졌다. 많은 상점들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부석사가 유네스코 문화재임을 이 돌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부석사에서 이제 집으로 가기 위해 출발을 했다. 어느덧 주변은 맨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우리는 풍기 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탔다. 기름도 넣을 겸 첫 번째 휴게소에서 쉬었다. 원래는 모둠 왕돈까스를 먹고 싶었으나 주문가능한 메뉴가 한정적이라 라면을 먹고 또다시 달렸다. 중간에 차가 막혀서 거의 밤 11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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