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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열대야로 펄펄 끓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열대야가 없다는 태백은 어떨까. 낮에는 태양이 따가울 정도로 세지만 밤에는 쌀쌀하다. 그래도 요즘 태백에도 에어컨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보다 많이 더워져서 지내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지금 발리에 와 있다. 방에서 뒹굴다 밀린 숙제를 하듯이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시원하다. 8월의 발리는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동굴이 무서워서 싫다. 뭔가 습하고 어두운 게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서 동굴 가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이날은 아빠가 나를 계속 설득해서 태백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용연 동굴로 갔다. 정선에서 태백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있는 동굴이기에 이름이 낯이 익었다.

 

6월의 태백도 낮에는 머리가 아플 만큼 뜨거웠다. 난 동굴에 간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입이 뾰죡 나온 상태로 아빠를 따라왔다.

 

여름 성수기에는 용연열차를 타고 동굴 입구까지 가야 하고 비수기에는 표만 매표소에서 구매한 후 자차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글을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서 보았다.

 

아빠는 65세 이상이기에 입장료는 무료이고 용연열차 금액만 지불하면 되었다.

 
 

용연열차는 30분 단위로 운행되기에 그늘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땡볕에 있으면 그대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대한민국이 펄펄 끓고 있는 것 같다.

 

주차장 한쪽에 세워진 용연열차가 보였다. 눈을 치울 수 있는 장치가 달린 열차로 겨울에만 운행되는 열차 같았다. 태백에 몇 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이 도시는 정말 눈에 특화된 도시 같았다. 전국에서 눈이 많이 오는 도시이지만 도로에 눈이 쌓이는 것을 본 적이 많지 않았다.

 

코끼리 열차같이 생긴 열차를 타고 동굴까지 올라가나 보다.

 

그늘에서 쉬고 있으니 용연열차가 도착했다. 방금 전 열차와는 느낌이 다른 열차였다. 느낌은 눈 치우는 장비가 달린 열차가 더 좋았다.

 
 

열차에 타는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티고 가다 보니 열차를 끌고 가는 트럭 때문에 답답했다.

 
 

전국 최고지대에 위치한 용연 동굴. 동굴의 위치가 해발 920미터라고 한다. 이곳 태백은 동네 뒷산만 가도 거의 천 미터이니 920미터가 그렇게 높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갔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점점 시원해졌다.

 

동굴 입구에 내렸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동굴 입구에서 안전모를 받고 동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기 전 한 번 더 표 검사를 했던 것 같다.

 

동굴 밖은 30도를 넘나드는데 동굴 내부는 12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싸늘함이 느껴졌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난간을 꽉 잡고 천천히 내려갔다. 구르면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계단의 끝에 도착하니 밝고 넓은 공간이 나왔다.

 

동굴 내부의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략적인 동굴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감은 오지만 확 와닿지 않기에 한번 둘러본 후 다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진행 방향을 따라 걸었다.

 

조명을 잘 설치해 두어서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동굴과는 다른 넓은 동굴이라 답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이상하고 무서운 동굴만 다녔던 것일까. 이곳은 생각보다 널찍하고 걷기 편했다. 특히 다른 동굴에 비해 덜 무서웠다.

 

조명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전반적으로 동굴 내부가 환했다.

 

어떻게 높은 산에 이런 동굴이 생겼을까. 산 안에 이렇게 뻥 뚫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신기함이 무서움을 이겼나 보다. 평소 같으면 무섭다고 징징대며 걸었을 동굴이었는데 눈이 초롱초롱해져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의 작명 실력은 대단한 것 같다. 맘모스라고 이름을 붙여 놓으니 맘모스 같이 보였다. 다른 이름을 가졌다면 또 다르게 보였을 것 같다.

 

모험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관광을 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 동굴이었다. 전에 고씨 동굴인가 고수 동굴인가 갔는데 그 동굴은 거의 모험을 해야 하는 동굴이라 나중에 동굴에서 나오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동굴이다 보니 가파른 길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철제 데크 중간에 돌이 있어서 안전모를 꼭 착용하고 걸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용의 침실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아무리 봐도 침실 같아 보이지 않았다.

 

동굴의 내부가 넓다. 그래도 전체적인 동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태백에도 용두암이었다. 상상은 사람마다의 자유인 것 같다.

 
 

광장 같은 공간이 두세 개 되는 것 같았다. 그 규모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진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넓었다. 이런 동굴이 있다는 것은 산속이 비었다는 것일 텐데, 산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중간중간 CCTV도 설치되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동굴을 돌면서 곳곳에서 느껴졌다.

 

처음 동굴에 들어올 때보다는 무서움이 많이 사라져서 나도 웃으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들인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에 비해 주말인데 너무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이라는 장소가 전국에서 접근하기에 너무 외졌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고속도로도 없고 고속철도도 없으니 더 접근하기 힘든 곳인 것 같다.

 

한 삼십분이면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동굴 내부가 크다 보니 한 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이게 끝인가 싶으면 또 다른 볼거리가 계속 나왔다.

 
 

죠스의 머리를 닮은 석순. 표면이 외계 생명체의 표면 같아 보였다. 미끈미끈해 보이는 게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동굴 내부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푸른 이끼를 본 후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천장이 낮은 곳을 지날 때는 허리를 많이 숙이고 지나야 했다.

 
 

종종 나오는 좁은 길을 걸을 때는 머리를 조심해야 했다. 헬멧을 착용하고 있지만 부딪히면 은근 충격이 꽤 컸다.

 
 
 

초등학생들 정도 되는 아이들을 봤는데 역시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가 동굴 내부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이 동굴의 끝은 어디일까. 걷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소소하게 볼거리가 많았다.

 

자연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만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졌을 동굴 내부의 종유석들.

 
 

이곳에도 푸른 이끼가 돌을 덮고 있었다. 아마 조명 때문에 이끼가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독불장군이라 이름 붙여진 돌은 혼자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곳을 발견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에서 보던 지하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부 온도가 12도 정도 밖에 안되지만 내부가 습하다 보니 쾌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등에는 땀이 흘렀다.

 
 
 

각각의 종유석, 석순 등에 맞게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돌을 감상하기 좋았다.

 
 
 

허리를 접고 걸어야 하는 공간이 나오면 '아이고'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허리를 숙이고 조금 걷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이제 동굴 탐험도 끝날 것 같은데 걸을 때는 왠지 이 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익숙한 공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참을 동굴 안에 있었더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해파리가 우리에게 달려들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드디어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가파를 계단을 오르니 거친 숨을 몰아서 쉬어야 했다.

 

동굴 내부의 온도와 밖의 온도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카메라 렌즈 표면에는 순간 김이 확 끼었다.

 

동굴 앞 쉼터에서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정수기가 있었다. 정수기의 물을 마시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직원분께서 보여줄 것이 있다며 따라오라고 하셨다.

 
 

직원을 따라 야생화 정원으로 갔다.

 

천남성이라는 독초로 사약을 만들 때 사용하는 풀이라고 한다.

 

식물의 가지가 뱀같이 생겨서 징그러웠다.

 
 

야생화 정원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직원분께서 갖가지 꽃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아빠는 야생화를 보니 동굴에서 보다 더 신이 나셔 하셨다.

 
 

용연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야생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야생화 정원을 안내해 준 직원분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용연열차를 타러 갔다.

 

용연열차를 타려는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관광객이 많았다. 동굴 안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갈 때는 뒷자리에 앉아서 갔다. 가파른 길을 아주 천천히 내려갔다.

우리 앞에 있던 청년들은 대중교통으로 태백을 여행 중인가 보다. 주차장에 시내버스가 서있는 것을 보더니 버스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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