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래된 여행에 대한 글을 쓸 때면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한 번 더 느껴진다. 그래도 미뤘던 숙제를 하듯이 사진을 정리하고 귀찮지만 해야 되는 일처럼 간단하게나마 글을 쓰게 된다.

 

푸른 물 색 때문에 유명한 미인폭포. 다시 해외여행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약간 인기가 시들해진 것 같다. 운탄고도 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미인폭포는 태백과 삼척의 경계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차장이 협소해서 주차하는 것이 곤란했는데 지금은 미인폭포 입구 반대편에 널찍한 임시 주차장이 생겨서 여유롭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겨울의 초입이라 찾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전에는 미인폭포에 가려면 절을 통과해서 가야 했다. 그래서 입장료 개념의 시전함 같은 것이 놓여 있었는데 새로 진입로 공사를 한 후 입장료 통이 없어졌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비탈진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낭떠러지에 떨어질까 위험했던 길은 길가에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조금 더 완만하게 경사를 내서 휠체어 등도 다닐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폭포로 내려가는 길 자체가 워낙 험했기에 이 정도로 길을 만들어 놓은 것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피아노 연주를 하듯 떨어지는 폭포인 피아노 폭포.

 
 

음악적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려보지만 음악적 감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작명 센스에 그냥 놀랄 뿐이었다.

 

미끄러웠던 비포장길이 아닌 나무데크와 멍석 깔린 바닥 덕분에 수월하게 폭포로 내려갈 수 있었다.

 

길을 절을 피해 놓아서 부담 없이 폭포까지 걸어갔다.

 

절부근 부터 계단을 계속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는 건 어찌해보겠지만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래전 지구의 심장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 놓은 협곡 사이에 서 있으니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뾰족하게 높게 솟아 오른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층층이 쌓여 있는 지층에서 지구의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두 번째 오는 곳이지만 설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저 멀리 하얗게 떨어지는 폭포가 보였다. 나뭇가지만 남아 앙상한 나무들이 쓸쓸해 보였지만 그런 나무 덕분에 폭포의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옥빛 물색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전에는 비탈길에서 미끄러질까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폭포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이곳에서 폭포를 보는 것도 좋지만 미인폭포의 진가는 아래로 내려가서 보는 것이기에 잠시 숨을 고른 후 폭포 쪽으로 내려갔다.

 

그저 하얗게 떨어지는 폭포는 아래에 모여 옥빛을 만들었다.

 
 

겨울이라 그런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옥색은 폭포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빨리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다. 전에는 카메라 조작 실패로 옥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꼭 인생 숏을 찍어가고 싶었다.

 
 

폭포로 가기 위해 다시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어 폭포 근처가 살짝 지저분하게 보였디만 낙엽 덕분에 폭포가 더 운치 있게 보였다.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 낸 옥색의 물빛. 우리나라에도 이런 물색이 가진 폭포가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폭포의 물은 계속을 따라 흘러내렸다. 갈색으로 변한 나뭇잎이 옥색의 물과 잘 어울렸다.

 

찍어도 찍어도 너무 좋은 폭포.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기에 오랫동안 폭포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폰이 실패할 확률이 적기에 가끔 인생 사진을 찍을 땐 아이폰이 카메라보다 좋은 것 같다. 몇 년 전 우유니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대부분을 날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다 잘 나온 반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다 검게 나왔다. 그 후로 중요한 사진은 폰과 카메라로 같이 찍는 습관이 생겼다.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폭포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렀고 부채꼴 모양으로 물이 퍼져서 흘러내렸다.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니 물방울이 뛰지 않는 점이 좋았다.

 
 
 

어떤 포즈를 취해야 좋을까.

 

서서 찍는 것도 멋지지만 역시 않아서 찍는 게 내 마음에 더 들었다.

 
 

그늘진 곳에 오래 있다 보니 점점 추워졌다.

 

겨울이라 삭막했지만 삭막한 주변 풍경이 에메랄드빛의 물을 더 돋보이게 했다.

 
 
 

다른 관광객이 왔기에 자리를 비켜주고 폭포를 떠났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를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오르막이 가파르기에 몇 번을 중간에서 쉬었다. 살이 찌니 오르막길이 점점 힘겹게 느껴졌다.

 

같은 풍경이지만 내려갈 때 풍경과 올라갈 때 풍경은 왜 다르게 느껴질까.

 

누군가 쌓아 놓은 돌에 우리도 돌 하나를 버탰다. 소원은 로또 당첨같이 소박한 소원으로.

 
 

겨울이라 해가 짧다. 어느덧 해는 서쪽 하늘 끝에 매달려 있었다.

 
 

집에서 쉬는데 아빠가 졸라서 왔는데 같이 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집에서 차로 십여 분 밖에 안 걸리는데 집 밖으로 나오기 왜 그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반응형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