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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시간은 바람과 같이 지나가는 것 같다. 2022년 제주의 여름은 뜨거웠다. 한반도 거의 대부분이 구름에 덮여 있을 때 이곳은 항상 날이 맑았다. 

 
 

더운 날은 한라산 중턱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날이 맑으니 한라산 정상도 잘 보였다. 살면서 한 번은 저곳에 오르고 싶은데 언제쯤 오를는지. 이 무릎을 가지고 오를 수 있을지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났다. 

 

제주도 녹차밭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오설록 녹차밭일 것이다. 오늘 우리가 방문한 녹차밭은 오설록 녹차밭의 크기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다원이었다. 녹차 단지가 크기 않기에 광활한 녹차밭을 느낄 수 없지만 방문자가 많지 않아 조용하게 걷기 좋은 곳이었다. 예전 블로그들에는 입장료가 없다고 나온 것 같은데 이곳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다 보니 인당 5,000원의 입장료가 생긴 것 같았다. 아마도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쳐 가다 보니 농장주의 입장에서는 손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입장료를 입구에서 받고 있었는데 인당 입장료는 5,000원이고 녹차밭 가운데 있는 다원에서 차를 무료로 마셨다. 예전에는 차를 유료로 마셨다는 글을 읽은 것 같다. 

 

주차장은 위, 아래 두 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다원을 걸으며 구경하고 싶어서 아래쪽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다원으로 올라갔다. 

 
 

입구에서 다원까지는 살짝 오르막이나 삼나무가 일렬로 심어져 있어서 차를 타고 지나가기보다는 걸으며 삼나무 길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또 이런 길은 걸어봐야 제맛이 아닐까. 날이 더워 차에서 내리는 것이 조금 귀찮기는 했다. 

 

다원을 감싸듯이 나무들이 다원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서귀다원에 서면 날이 맑은 날은 한라산이 바로 보이는 것 같았다. 이날은 날이 너무 좋아서 분화구가 깨끗하게 보였다. 구름이 자욱한 날도 꽤 운치기 있을 것 같았다. 

 
 

날이 너무 더워 온몸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지만 멋진 풍경 때문에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셔터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녹차밭만 있다면 얼마나 밋밋할까. 들어서는 입구에 삼나무 길이 있으니 더욱더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 

 

차를 타고 이 길을 지나기보다는 걸어서 다원까지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한라산에 감탄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길에 한 번 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보았던 더 멋진 풍경은 서귀다원 안에서 녹차밭을 바라보아야 볼 수 있기에 차를 마시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녹차밭부터 둘러보았다.

 
 
 

가끔씩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제주에 온 후로 시원한 바람이 분 날은 없는 것 같다. 역시나 뜨겁고 습했다 오늘은 햇살이 더 강해서 피부가 타들어 갈 것 같았다. 

 
 

무슨 구름이 저렇게 생겼을까. 보는 사람마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다 다를 것 같았다. 

 

한순간 만들어진 구름이 참으로 신기했다. 누군가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저 구름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빠도 신기하신지 사진을 찍으셨다. 

 

신기하게 생긴 구름은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지 못하고 금세 모양이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자연이 만든 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자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걷다 보니 전망대가 있어서 전망대로 올라가 보았다. 

 
 

전망대에 서니 녹차밭이 시원하게 잘 보였다. 

 

이곳을 일구며 나온 돌들을 쌓은 것일까. 

 

녹차밭이 넓지는 않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녹차밭 사이사이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만 약간의 사진 상의 트릭을 사용한다면 녹차밭 사이에 서 있는 것 같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한라산 남쪽 사면의 숲에 숨은 보석처럼 차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녹차밭이다 보니 뜨거운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어야 했다.

 
 
 

일렬로 통일감 있게 뻗어 있는 길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조금 걸었을 뿐이지만 날이 더워 목이 타서 녹차를 마시기 위해 다실로 들어갔다. 

 

녹차밭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는 다 차서 빈자리에 앉았다. 이곳에 에어컨은 있었지만 손님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창문을 수시로 열어서 그런지 선풍기만 열심히 일을 할 뿐이었다. 

 
 

다기는 미리 비치되어 있었고, 차가든 유리 주전자는 직원에게 받아와야 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차는 녹차와 황차로 오랜만에 티백 녹차가 아닌 잘 우려진 차를 맛볼 수 있었다. 쓴맛 없이 고소하고 구수한 느낌이 티백과는 차별화된 맛을 나타냈다. 여유롭게 차 한 모금, 풍경 한 번을 보며 쉼을 가지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봄, 가을에 온다면 덥지도 춥지도 않아 좋을 것 같았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차 두병을 거의 다 마셨다. 

 
 

화장실은 다실밖에 있었는데 화장실 안은 에어컨을 켜놓아서 이곳에서 제일 시원한 곳이었다. 

 
 

주차장으로 걸어서 내려갔다. 몇몇 차는 입구로 들어오다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 기분이 안 좋은지 차를 돌려 나갔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여유롭게 쉬며 차 한자 마시고 간다고 생각하면 방문하기 좋은 곳 같았다. 

 

짧지만 좋은 추억을 남기고 다음 방문지인 돈내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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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폭포의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사려니 숲길이었다. 사려니인지 사려니인지 매번 헷갈리는 곳이다. 처음 사려니의 숲길은 가보게 된 것은 제주여행을 자주 간다는 지인의 추천 때문에 가보게 되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제주 여행을 자주 오는 사람만이 아는 비밀 명소 같은 곳이었으나, 지금은 제주에 오면 누구나 오는 관광코스가 되어 버렸다. 

 
 

버스나 차를 타고 제주에서 남원읍 방면으로 갈 때 사려니 숲길(붉은 오름 입구) 앞을 지나게 된다. 숲길 앞 주차장은 항상 차들로 빼곡했다. 연휴라 그런지 사려니 숲길 쪽 주차장 뿐만 아니라 반대쪽 공터(사려니 숲길 주차장은 따로 있지 않고 차도 옆에 넓은 공터 같은 곳이 있어서 차들이 일렬로 주차함)에도 차들이 많이 차 있었다. 운이 좋으면 입구 근처에 주차를 할 수 있고 대부분 늦게 도착하면 입구 먼 곳에 주차를 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무장애 코스가 없었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는데, 멍석이 깔린 길을 걷는 맛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멍석이 깔린 길 옆으로 나무 덱을 설치해서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제주도는 어디를 가나 너무 더운 것 같다. 숲속에 오면 시원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숲 속도 왜 그렇게 덮고 습한지 모르겠다. 시각적으로는 너무 시원한데 이곳도 정방폭포같이 끈적이고 더웠다. 더구나 너무 빽빽한 나무들 때문일까 바람마저 불지 않았다. 

 

사려니 숲길은 해가 쨍쨍한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방문하기 좋은 것 같다. 비가 부슬부슬 올 때는 제법 운치가 있는 곳이었던 기억이 난다. 원색의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었다. 

 

나무 덱 이 설치되어 전에 비해 훨씬 걷기는 수월했다. 대신 산책한다는 느낌이 조금 사라진 것 같다. 

 

예전의 길은 그대로 두고 새로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선호하는 길에 따라 걸으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방문하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예전의 고즈넉함은 약간 사라진 것 같다. 

 
 
 
 

갈색의 나무 사이에 낀 이끼에서 이곳이 얼마나 습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느낌은 사뭇 대만 아리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키가 큰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일에 온다면 사려니 숲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간 날이 연휴다 보니 사람이 많아서 분주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곳은 꼭 평일에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데크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앉아서 다리도 쉬며 숲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속도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쉬면서 삼나무 숲을 느껴보았다. 날이 덥기는 했지만 맑은 공기가 내 몸속 가득 차 들어가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걸어가 볼까. 왠지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남기에 습하고 더웠지만 조금 더 걷기로 했다. 

 
 

빼곡하게 심어진 삼나무 숲을 걷고 있으니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잡념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걷고 싶은 길이다. 사람이 없으면 꽤 무서울 것 같은 숲이지만 그래도 사람들 없는 조용한 아침이나 저녁에 걸어보고 싶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 제격인데 말이다. 

 
 
 

사려니 숲길 초입에서 시작된 숲은 숲속의 큰길을 만나며 끝났다. 다시 돌아갈까? 아니면 조금 더 탐험을 해볼까. 우리는 큰길 맞은편에 있는 미로 숲길로 들어섰다. 

 

미로 숲길이 더 안쪽에 있다 보니 앞서 지났던 숲길보다는 더 한적했다. 

 
 

미로 숲길이 앞서 걸어온 숲길보다는 숲속 심연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숲이 깊어질수록 바람은 더 불지 않아서 더웠다. 습함과 더위만 없어도 좋겠는데 생각보다 숲속이 더 덥고 습했다. 

 

삼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어서 강한 햇살은 피할 수 있지만 끈적임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초여름이나 여름이 끝나는 가을에 오면 좋을 것 같았다. 8월의 제주도는 펄펄 끓는 솥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관광지가 되다 보니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이것저것 조형물과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나무가 균일한 간격으로 심어졌기에 느껴지는 통일감. 동일한 수직 구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이 숲속에 있으면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제주에 오기 전에 했던 고민이나 여행 후 맞이할 새로운 고민 등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순간의 느낌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무를 솎아낸 것일까. 잘려나간 삼나무 기둥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바닥에 놓인 기둥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미로 숲길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갈수록 관광객이 적었다. 

 
 

햇살은 사선에서 조명을 비추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무로 만든 길이 아닌 멍석이 깔린 산책길을 걸어야 했다. 오히려 멍석이 깔린 길이 어색하고 거칠게 느껴졌다. 편안한 길을 조금 걸었다고 멍석을 밟는 것이 불편했다. 

 
 

어디까지 걸어야 할까. 길이 있으니 그냥 걸어 보았다. 어차피 이 숲의 끝과 끝은 거기서 거기니까. 그 끝을 모르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면 되기에 이 길의 끝을 궁금해하면서 길을 걸었다. 

 
 

우리가 걷던 길 옆에는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나무로 만든 길이 있었다. 

 

마스크를 끼니 안경에는 김이 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습하고 덥다. 땀인지 비를 맞은 것인지 구분이 안되게 땀이 흘렀다. 

 

계속 걷다 보니 계속 걸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다시 돌아갈까? 그래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그래도 이 길의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 좋을까. 몸이 조금씩 지치니 초심은 사라지고 마음속의 갈등만이 남았다. 

 
 
 
 

이 순간이 즐겁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기억들도 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제주도 어디에 가나 현무암을 쌓아 만든 돌담길. 이 섬에서는 흔한 돌이기에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며칠씩 제주에 있다 보면 저 돌들에 식상해서 쳐다도 안 보게 되는데 제주를 떠나면 가끔 저 돌담길도 그리울 때가 있다. 제주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러나 제주에서는 너무 흔한 것이 아닐까. 어떤 돌담에는 다육이가 자라기도 하고, 이곳의 돌담에는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와 돌이 녹색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색을 입고 있었다.

 
 

휴! 드디어 큰 길로 나왔다. 큰길로 나오니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뜨거운 햇빛까지. 그래도 직선으로 뻗은 길이기에 미로 숲길을 나와 돌아가는 길의 시간은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숲속 세계는 미지의 세상 같았다.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밖에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삼나무가 장벽이 되어 숲과 길의 경계를 만들었다. 

 
 
 

길이 평평하니 걷기는 좋았다. 처음 올 때는 힐링이니 제주 감성이니 뭐 이런 감성적인 말을 했다면 나가는 길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했다. 덥다! 빨리 차로 돌아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다. 

 

덥고 힘들지만 다리는 끊임없이 걷고 있고 내 눈은 사진 찍을 사물을 찾고 손가락은 사진을 찍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숲으로 들어올 때는 숲을 즐기며 천천히 길을 걸었다면, 이제는 바쁜 사람처럼 휙휙 주변을 둘러보며 숲을 빠져나갔다. 

 
 

우리가 차를 세워둔 길가 공터에 도착했다. 길 양옆으로는 관광객의 렌터카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사려니 숲에 들어가 보니 기분이 산뜻하고 좋았으나 숲이라고 시원하지만은 않았다. 제주 곶자왈에서 느낀 더위를 사려니 숲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제주의 숲은 보기에 시원해 보이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습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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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미적거리다 점심 무렵 숙소에서 나왔다. 주차장에는 우리처럼 게으른 여행자의 차량만 한두 대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었다. 오늘은 어디 갈까! 오늘도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전날 천지연 폭포로 향하다 봤던 이정표가 생각나서 오늘 첫 번째 코스는 정방폭포로 정했다.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가 아름다운 곳으로 처음 가는 곳은 아니지만 오늘은 이곳에 마음이 끌렸다. 

 

광복절 연휴라 그런지 정방폭포 주차장에는 차량이 많아서 주차할 곳을 찾기 조금 힘들었다. 

 

65세 이상은 무료이고 성인은 입장료가 2,000원이었다. 정방폭포는 천지연 폭포와는 달리 폭포를 보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표를 사고 매표소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있는 여행자라면 이곳은 여행지에서 빼야 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 폭포로 향하는데 멀리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힘차게 떨어지는 두 가닥은 물줄기, 그리고 코발트빛의 물까지. 더운 여름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정방폭포는 가까이서 보는 맛도 좋고 이렇게 내려가는 도중 보이는 절벽과 폭포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바다로 바로 흘러드는 폭포이기에 바다와 폭포의 조화에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페로제도에 있는 바다로 떨어지는 강물을 보러 가고 싶은데 언제쯤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오가 되니 날은 무더웠다. 바다에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지만 습했다.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은 끈적거림이 싫었다. 

 
 

경사진 계단을 내려가니 평지 길이 나왔다. 역시 이곳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여행에서 새로움도 좋지만 이제는 이런 익숙함도 너무 좋다. 시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과거의 모습을 현재에도 또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폭포 주변의 바위를 폴짝폴짝 넘어서 가야 했다. 

 

무릎이 안 좋아서 이곳을 지날 때 무지 신경이 쓰였다. 바위가 미끄럽지는 않았지만 바위 덩어리가 꽤 크기 때문에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더운 날 시원하고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를 보기만 해도 마음만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포토 스폿 같은 바위 위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폭포 주변이 전부 바위이다 보니 돌들이 열을 받아서 훨씬 더 덥게 느껴졌다. 

 

바위에 기대 사진을 찍으니 따뜻했다. 찜질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따뜻한 돌 위에서 허리나 어깨 좀 지지고 올 걸 그랬나 보다. 

 

폭포와 함께 사진만 찍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할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크록스도 신고 왔고 날도 더웠기에 폭포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갔다.

 
 

발이 물에 닿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쫘르륵 왔다. 너무 차가웠다. 시원하다를 넘어서는 발이 시리도록 물이 차가웠다. 땡볕을 걷다 마신 얼음 물같이 온몸을 부르르 떨게 했다. 

 

발을 아주 잠깐 담갔을 뿐인데 발이 너무 시려서 오래 물속에 발을 담그지 못했다. 

 
 
 

물이 얼음장같이 차갑기는 했지만 이날 너무 습하고 더웠기에 물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이렇게 날이 더운데 물은 어떻게 이렇게 차가울 수 있을까. 

 
 
 

코발트색의 폭포는 보기만 해도 깊어 보였다. 

 

아이들은 시원한 물을 만나니 신이 나서 물을 튀기며 놀았다. 

 
 
 

물속에 발을 오래 담그니 너무 추워서 물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오면 찜질방에 온 것 같고, 물에 있으면 냉수탕에 온 것 같은 극과 극의 느낌을 주었다. 

 
 
 

이렇게 더운 날 얼음 물같이 차가운 물이 흐른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물에 오래 있지 못하고 잠깐씩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온몸은 땀과 미지근하고 덥고 끈적이는 바람 때문에 끈적끈적했지만 발만은 시원한 물에 담갔다 나오니 보송보송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저 폭포는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물이 떨어지는 것일까.

 
 

발만 물에 담그고 바위에 기대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바람에 물방울이 안경에 튀어서 시야가 가려졌지만 시원했다. 

시리도록 차가웠던 정방폭포의 물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내려올 때는 편하게 생각 없이 내려왔는데 막상 올라가려고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았다. 폭포는 힘차게 떨어지고 폭포의 물은 바다로 흘러들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정방폭포 주차장 앞에 있는 미술관 옆 카페에서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갔다. 카페도 작은 미술관 같았다.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한 후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미술 작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2층에는 낮고 작은 창문이 일렬로 있었고 창문 위로도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온몸이 끈적거렸는데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 몇 분 있으니 온몸의 끈적임이 많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정방폭포에서 찍은 사진을 카메라에서 핸드폰으로 옮겼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방폭포 다음에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본 곳 중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사려니 숲길. 몇 년 전에 가본 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오늘 하루는 레트로 여행인가 보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한 후 우리는 사려니 숲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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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표선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고 나니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 자고 나니 오늘 하루도 벌써 끝나가고 있었다. 저녁에 이마트에서 이것저것 살 것이 있어서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이마트 서귀포점으로 가는 길에 서귀포 구시가지를 지나가야 했기에 잠시 천지연 폭포를 들리기로 했다. 

 
 

처음 온 곳은 아니기에 이곳에 익숙했다. 주로 천지연 폭포 주변 숙소를 잡을 경우 걸어서 이곳에 왔었는데 차를 타고 오랜만에 온 것 같다. 아빠는 65세 이상이기에 신분증만 보여준 후 무료로 입장했고 나만 표를 구매했다. 국내여행을 하는 경우 65세 이상의 경우 신분증만 있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곳이 많다는 것을 아빠 때문에 많이 알게 되었다. 

 

바닷가 근처라 시원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천지연 폭포로 향하는 길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습하고 더웠다. 제주도는 하천이 잘 발달하지 않아서 메마른 하천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곳에는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 같았다. 

 

천지연 폭포로 들어가는 길목에 기념품 가게들도 있었다. 우리가 오늘 아침에 샀던 귤 모자도 팔고 있었다.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자였는데, 우리도 가지고 있으니 지나가면서 눈길이 갔다. 

 
 

그리고 상점 앞에는 제주도의 상징인 크고 작은 하르방들이 놓여있었다. 90년대에는 제주도에 오면 꼭 사는 것 중 하나가 하르방 열쇠고리, 하루방 조각 등이었는데 어느새 시대가 변해 이제는 제주하면 하르방, 현무암보다는 귤 모자, 동백꽃, 힐링, 삼다수 등 제주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바뀌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덥고 습했다. 폭포로 가는 길이 푸릇푸릇해서 시각적으로는 시원했으나 온몸은 물속에 들어온 것 같이 끈적였다. 

 
 

유명한 관광지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산책 삼아서 가기 좋았다. 그리고 평길이라 휠체어나 목발을 짚고도 쉽게 폭포까지 갈 수 있었다. 정방폭포나 천제연 폭포는 계단이 많아서 몸이 불편한 사람은 방문하기 힘든데 이곳은 누구나 쉽게 폭포를 즐길 수 있었다. 

 

강을 따라 평지 길을 산책하듯 걸어갔다. 

 
 
 
 

매표소 입구에서 폭포까지는 멀지 않기에 이야기를 하면서 가면 폭포까지 금방 도착했다. 

 
 

나도 천지연이 좋아요. I LOVE 천지연이라고 적힌 가렌더 밑에서 사진도 찍었다. 이곳만 지나면 폭포가 나왔다.

 

천지연에 왔으니 인증숏은 찍어야 하지 않을까. 천지연이라 적힌 표지석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날은 더웠지만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마음만은 시원하게 해주었다. 

 

옥색의 물. 시원하게 끊임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 여러 번 오지만 올 때마다 항상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폭포와 가장 가까운 바위 위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바위로 갔다. 나는 바위의 반대편에 서서 줌을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찍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삼각대를 가지고 가지 않았기에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하고 나만 멀리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예전처럼 폭포의 물을 마시는 콘셉트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빠가 이번에는 싫다고 하셔서 평범한 포즈로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관광지에 오면 꼭 찍는 사진이 있다. 점프 샷이다. 나중에 점프샷만 모아서 동영상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는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 댔지만 역시 더웠다. 그래서 빨리 차로 돌아가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었다. 

 
 

폭포로 가는 길과 폭포에서 나오는 길은 조금 달랐다. 계단이 불편하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은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면 되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기도 했지만 역시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온몸은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땀에 푹 젖어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고 좋았다. 여름의 열기가 어느 정도 사라진 가을에 오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지연 폭포 공연장에서는 관악기 공연이 있나 보다. 스텝들이 분주히 음향을 체크하고 있었다.

 
 

음악당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이 계단이 부담스러우신 분은 전에 언급했듯이 폭포로 가던 길을 되돌아가면 되었다. 

 
 

폭포에서 내려온 물은 바다로 흘러들었다. 수량이 꽤 되었다. 물이 깨끗해서 자세히 보면 물속이 보였다. 보기에는 깊어 보이지 않는데 빠지면 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 물고기도 보였다. 움푹 들어간 협곡에 들어온 것 같이 느껴졌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평온해 보이는 물이었지만 징검다리로 내려오니 물이 무섭게 느껴졌다. 아마 물 색깔 때문이 아닐까. 

 
 

징검다리를 넘어 다시 상점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상점 옆에는 키순으로 서있는 하르방 가족이 보였다. 키가 제일 큰 하르방 옆에 아빠가 서니 한 가족같이 느껴졌다. 

천지연 폭포 주차장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새연교로 갔다. 이곳에서 서귀포 잠수함을 탑승하나 보다. 주차장이 넓어서 주차하기는 편했다. 폭포 주차장에서 1분 내외 정도 걸렸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아 있었다. 새연교는 항상 멀리서만 봤지 한 번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해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차를 타고 왔으니 온 김에 들려보 싶었다. 

 

다리의 모양은 배의 돛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이 다리는 평편한 다리가 아닌 가운데 부분이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다리는 새섬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새섬에는 짧은 트레킹 길이 있기에 시간이 된다면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쉼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천지연 폭포 쪽으로는 서귀포 항이 보였다. 그리고 살짝 한라산이 보였다. 

 
 

다리의 가운데를 지나면 내리막길이 나왔다.

 
 

아빠는 물웅덩이를 보시곤 작은 한라산이라고 하셨다. 바다에서는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왔다. 그래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 때문에 천지연 폭포보다는 조금 더 시원했다. 그렇지만 끈적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새섬의 트레킹 길을 하영 올레라고 불리었다. 

 

한 번쯤 제주도를 자전거나 올레길로 한번 돌아보고 싶은데 마음만 굴뚝같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올레길을 사징하는 조랑말 모양의 심벌은 귀엽기만 했다. 

 
 
 

하영 올레는 다음에 온다면 걸어보기로 하고 다시 새연교를 건너 주차장으로 향했다. 

 
 

역시 랜드마크에서는 점프샷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본 구름이 신기했다. 섬 위에만 구름 한 덩어리가 떠 있었다. 

 

서귀포 이마트로 가려던 길에 들렸던 천지연 폭포와 새연교였다. 다시 신서귀포에 있는 이마트로 향했다. 마트로 가는 길까지는 해가 남아 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벌써 어두컴컴해졌다. 

역시 물가가 많이 올랐다 몇 개 안 샀다고 생각했는데 카트에 담은 물건이 십만 원이 넘었다. 생일파티 치고는 조촐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여행을 함께 했기에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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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의 첫날은 숙소에서 쉬며 시간을 보냈다. 여름 여행이니 당연히 해변을 가야 하지 않을까. 원래는 제주여행의 대부분을 협재해수욕장에서 보내려고 했는데 숙소를 여행 출발 몇 주 전에 변경하면서 협재해수욕장에 한가로이 해수욕을 하는 상상을 접어야 했다. 

 

숙소에서 가까운 유명한 해수욕장을 찾아보니 30분 거리에 표선 해수욕장이 있었다. 아침에 산 귤 모자를 쓰고 표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작년에는 함덕 해수욕장 바로 앞 숙소를 잡아서 매일 수영을 하러 갔는데, 이번에는 해수욕장은 표선 밖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표선 해수욕장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주차장이 곳곳에 있어서 주차하기가 수월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다 지나쳐서 여름에만 잠깐 운영되는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물건을 비치 백에 주섬주섬 넣은 후 백사장으로 향했다. 

 

해변 주변에는 파라솔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 놀지는 않을 예정이기에 파라솔은 빌리지 않았다. 가족단위 여행객은 파라솔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뒤로 보이는 해변은 물이 너무 많이 빠져서 드넓은 흰모래를 드러냈다. 

 
 

이곳에도 진로 두꺼비가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마다 한 번씩 보는 것 같다. 해운대에서도 전에 봤었는데 이곳에서 두꺼비를 보니 반가웠다. 

 
 
 

어디에 짐을 두면 좋을까 생각하며 짐을 둘 장소를 물색했다. 물이 많이 빠져서 그냥 바위 위에 두어도 될 것 같았다. 해외를 여행하면 물건 분실 때문에 항상 신경 쓰였는데 그래도 우리나라는 타인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양심을 믿고 카메라랑 차 키 등을 두고 바다로 향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수건 등으로 가려두기는 했지만. 

 
 

아빠는 전에 사용하던 바람이 새는 8자 튜브를 가지고 오셨다. 어쩐지 아무리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도 금방 튜브가 말랑거렸다. 

 

모래사장을 한참 걷다 튜브를 다시 놓고 와야 할 것 같아서 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물이 빠진 해수욕장은 물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려면 한참 걸렸다. 사막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튜브를 두고 맨몸으로 다시 바다로 향했다. 모래사장의 모래는 울퉁불퉁했다. 파도와 바람이 만든 자연의 예술품을 발로 밟으며 걸었다. 

 
 
 

아빠의 눈에는 저런 해초들이 왜 그렇게 잘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백사장 한가운데 있는 미역줄기 비슷한 것을 주우셨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해초들은 아빠의 레이더에는 딱하고 걸렸다. 먹어도 될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 내가 먹지 말라고 하셔서 바닥에 해초를 두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구름이 얇게 하늘에 깔려 있었으나 날이 더웠다. 연일 뉴스에서 연일 폭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나오는데 이곳은 비가 올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속에 들어가니 물이 미지근했다. 바다가 깊지 않아서 그런가 바닷물이 몸에 닿는데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밖에 있는 것보다 물속에 있는 것이 훨씬 좋았지만 말이다. 

 

서해, 동해, 남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제주의 바다이다. 날이 좋았으면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구름이 끼어서 바닷물이 살짝 탁하게 보였다. 

 
 

우리도 튜브가 있으면 둥둥 떠다니면서 놀았을 텐데 튜브가 없으니 살짝 재미가 떨어졌다. 다시 빌리러 가자니 튜브 빌리는 곳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귀찮았다. 

 
 

튜브가 없지만 그래서 아빠는 개헤엄을 치며 수영을 하셨다. 나는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헤엄을 자유롭게 칠 수 없었다. 

 
 
 

파도가 세지 않아서 헤엄치고 놀기 좋았다. 

 

물도 생각보다 깊지 않아서 아이들이 놀기 좋을 것 같았다. 해상구조요원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관광객이 위험한 장소로 가면 호각을 불어 위험성을 알려주었다. 

 

바다 위에 밧줄로 선을 그어 놓았기에 수영을 하다 안전요원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면 다시 되돌아갔다. 

 
 
 

바닷물도 잔잔하고 물도 그렇게 깊지 않기에 바다에서 수영을 하지만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물속이 크리스털처럼 투명하지는 않지만 물을 내려다보면 물속이 훤하게 보였다. 가끔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 떼도 보였다. 

 
 
 

몸은 물속에 있어서 시원한데 머리는 끈적이고 더웠다. 이럴 줄 알았면 핸드폰을 방수팩에 넣어서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에서 특별히 하는 것은 없지만 그냥 퐁당퐁당 물에서 노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었다. 

 
 

아침에 산 귤 모자가 아빠에게 잘 어울렸다.

 

아빠가 수영을 하시다 힘들어하셔서 내가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집에 있는 새 튜브도 생각나고 또한 거대한 백조도 생각났다. 백조를 띄워놓고 둥둥 떠있으며 일광욕을 학고 싶었다. 

 
 

이곳에는 안전 줄이 두 줄이 쳐져 있었는데 낮 시간대에 물이 계속 빠져서 우리는 두 번째 안전라인까지 가야 물이 가슴 정도까지 왔다. 함덕, 이호테우 해변 등 생각보다 제주 해변의 물이 많이 빠졌다. 이곳도 물이 빠지는 시간에는 물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서 해안가에서 바다까지 한참을 걷고, 깊이도 낮았다. 

 
 

아빠는 또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해초를 찾으셨다. 아빠 눈에는 이런 해초가 눈에 왜 그렇게 잘 띄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해초를 들고 무당 흉내를 내셨다. 

 
 

또 먹어도 될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바다 쪽만 봐서 심심했다면 해안가를 보면 또 멋진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라산에 구름이 끼었다면 안 보였을 텐데, 이날은 한라산이 그림과 같이 그곳에 있었다. 

 
 
 

어느 정도 깊은 곳까지 오니 아빠는 키가 작은 편이라 조금 깊다고 느껴지셨고 나도 물이 가슴까지 찼다. 

 
 

물이 어느 정도 찬 부분에 오니 수영하기 수월했다. 

 
 
 

왜 그렇게 아빠 눈에는 이런 것만 보이는 것일까. 신기하다. 

 
 

안전요원분들이 교대로 물속에서 관광객이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안전선 근처에서 지키고 계셨다. 몇 시간씩 물속에 저렇게 둥둥 떠있는 것도 심심할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야 그분들 때문에 안전함을 느낄 수 있지만.

 
 
 
 
 
 

모래를 집어서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진흙 같은 느낌이랄까. 터키 커피를 마시고 나면 남는 아주 고운 커피가루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디서 또 흘러 들어온 해초일까. 아니면 방금 전 주웠던 그 해초일까. 

 
 

방파제 안쪽이지만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원하게 바다를 질주하는 바나나 보트를 보니 나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옆에 놀던 아이가 아빠의 실수로 공을 멀리 보내버렸다. 아이 아빠는 찾으러 가려고 했으나 안전요원이 가도 못 잡는다고 포기하라고 하였다. 아이는 아빠 탓이라며 아빠에게 계속 핀잔을 주었다. 생각보다 빨리 공은 해안가로부터 멀어져 갔다. 

 
 

한 시간 정도 놀았을까. 물에서 노니 체력이 금방 소진되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1차 안전라인까지도 물속 깊이가 꽤 되었는데 1차 안전선의 물은 이제 무릎 정도 밖에 오지 않았다. 

 
 
 
 

물이 더 빠진 해변에서는 광활한 백사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주의 해변 특히 함덕, 표선은 물이 빠지면 백사장이 넓게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 빠진 모래사장에 그늘막을 치고 쉬는 사람도 있고, 의자를 가져다 놓고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 

 
 
 

잔잔한 파도는 끊임없이 해안으로 밀려왔으나 물은 점점 뒤로 밀려나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사람들도 점점 해안선 먼 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물속에 있다 물 밖으로 나오니 더웠다. 밀려오는 바닷물도 미지근했다.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밖에 있다 안으로 들어오니 살 것 같았다. 물속에만 있으면 천국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 아무것도 안 먹고 물놀이만 했기에 배도 고프고 힘도 들었다. 

 
 

그래서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물기로 촉촉했던 모래사장은 물기가 증발되어 모래는 푸석거렸다. 열을 받아 모래는 따끈따끈했다. 

 

물결이 만든 모래의 흔적은 걸을 때마다 바닥의 울퉁불퉁함이 느껴졌다. 

 
 

모래 위에는 게가 만든 작은 구멍들이 많이 보였다. 지나가던 개를 잡아 손 위에 얹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모래색과 비슷해 게가 모래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짐을 찾은 후 몸을 씻기 위해 샤워장으로 갔다. 두 시간 정도 해변에서 놀았을까. 얼굴이 벌써 까맣게 탄 것 같았다. 여름에 제주까지 왔는데 해변에서 놀지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제주 여행 동안 해변에 1번 밖에 오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022년 8월의 여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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