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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라는 이름은 입에 익어서 많이 들어봤지만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기도 했고 가본 적이 없었다. 서귀다원을 나온 후 돈내코로 향했다. 서귀다원에서 십여 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제주도민에게는 여름 휴양지로 소문이 난 곳이라는 블로그의 글을 보았다. 우리에게는 낯선 공간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름철 인기 관광지라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돈내코 유원지 주차장에서 돈내코 계곡까지는 걸어가야 하기에 여름철에는 길가에 차들이 주차를 한다는 글을 보았다. 우리는 일단 돈내코 유원지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계곡 쪽으로 걸어갔다. 많은 블로거가 말했듯이 양쪽 길가는 차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차들이 길게 늘어져 주차가 되어 있었다. 

 

폭포 입구라는 팻말을 보고는 산책길을 따라갔다. 

 
 
 

나무가 햇빛을 가려서 뜨겁지는 않지만 역시 제주의 여름은 습했다. 제주의 여름에서 습함을 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비가 오면 습하고 덥고, 햇살이 내리쬐면 뜨겁고 습하고 더웠다. 아무튼 어디를 가던 끈적임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산책길이 되어 있기에 걸어가는 것은 편했다. 대신 걷는 길을 설치한지 오래되어서 군데군데 파손된 부분이 있어서 걸을 때 조심해야 했다. 

 

우리가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원앙폭포였다. 사진으로 본 원앙폭포는 코발트색이었다. 이 물 색깔에 반해서 이곳에 왔기에 실제로 본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는 원앙폭포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우리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폭포가 아닌 계곡만이 앞에 보였다. 순간 이곳이 아닌가? 원앙폭포는 어떻게 가지라는 별별 생각이 들었다. 

 

계곡에는 사람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일단 계곡에 왔으니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자는 심정으로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에는 캠핑용 의자를 펼쳐 놓고 치킨을 먹는 사람들, 튜브를 타고 물놀이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제일 부러운 사람들은 발목 정도 물이 오는 곳에 캠핑의자를 펼쳐놓고 책을 보는 사람이었다. 우와!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역시 물이 있는 곳이라 습했다. 그런데 발을 물에 담그는 순간 온몸에 닭살이 퍼졌다. 물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물속에 발을 오랫동안 담그지 못했다. 물속은 너무 시원하고 차갑고 물 밖은 습하고. 물놀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분의 옷을 준비해서 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정방폭포의 물도 너무 차가워서 놀랬는데, 돈내코계곡의 물은 정방폭포보다 더 차가운 것 같았다. 왜 제주사람들이 이곳을 여름에 찾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닷물마저 미지근한 여름인데 이곳의 물만큼의 북극의 물같이 찼다. 

 
 

물 밖의 바위들은 미끄럽지는 않았으나 물속의 바위들은 미끄러웠다. 특히 크록스를 신어서 그런지 더 미끄럽게 느껴져서 조심히 걸어야 했다.

 
 
 

시원한 수박 하나 동동 띄어 놓고 신선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이렇게 멋진 곳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이 신나고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다시 폭포로 가는 길 약간 상류 쪽으로 올라왔다. 방금 전에 갔던 곳보다는 계곡이 넓지는 않았다. 대신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이 좋았다. 

 
 

물의 깊이가 조금 되는 곳이 있어서 수영하기는 딱 맞는 것 같았다. 계곡 아래쪽은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나 발만 동동 담그고 노는 사람에게 좋은 것 같고, 이곳은 튜브를 타거나 수영하기 좋은 것 같았다. 

 
 
 

항상 물기가 마르지 않는 곳이다 보니 걸을 때 조심해야 했다. 튜브 타고 저 바위 사이를 래프팅 하듯이 내려가면 재밌을 것 같았다. 자연이 만든 천연 워터파크였다. 

 
 
 

아쉽지만 우리는 이곳에서도 발만 담글 수밖에 없었다. 계곡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져 햇빛을 막아주기에 뜨겁지는 않으나 습했다. 돈내코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어차피 다 물에 젖어 있기에 습한 것은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은 먹을 것 및 이것저것 담은 보따리를 들고 와서 휴식을 취하고 우리 같은 관광객들만 더우니 아쉬운 마음에 물에 발만 담그고 있는 것 같았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내려오는 물일까? 아님 한라산 어딘가 저장된 물이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물이 너무 시원해서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압권은 계곡의 바위였다. 바위 하나하나가 멋진 조형물같이 보였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이동할 대는 항상 조심해야 했다. 크록스가 물어 젖으니 생각보다 더 미끄러웠다. 

 
 

아주머니께서 타다 두신 튜브를 들고 사진도 찍었다. 역시 여름 여행에서 튜브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이번 여행에 튜브를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구멍 난 튜브를 가지고 와서 바다에서든 수영장에서든 튜브 없이 놀아야 해서 아쉬웠다.

 
 

우리는 더 걸어서 원앙폭포로 향했어야 했는데 이 갈림길에서 이정표도 확인하지 않고 계곡으로 갔었다. 계곡에서 다시 올라와 원앙폭포로 향했다. 원앙폭포로 향하던 중 편의점이 보였다.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라면 냄새가 솔솔 났다.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물놀이를 하고 온 것도 아닌데 급 배가 고팠다. 아빠와 나 서로 컵라면 하나씩 구매해서 편의점 앞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라면을 먹으니 방전되었던 온몸이 급속 충전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라면을 먹는데 옆에 냥이들이 물끄러미 지나가는 사람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소시지라도 샀으면 하나 줄걸. 오늘은 라면밖에 구매하지 않아서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했다. 

 
 

다시 원앙폭포로 향했다. 산책로가 오래돼서 군데군데 파손이 있었다. 바닥 파손보다는 울타리 쪽 파손이 많았던 것 같다. 원앙폭포로 가는 계단은 급경사라 살짝 무서웠다. 특히 산책로 목재테크에 파손이 있다는 글을 봐서 그런지 내려가다 나무가 부서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급경사에도 길이 미끄럽다 보니 내려갈 때 주의를 요했다. 

 

나무 정령을 지나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올라갈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사진으로 보았던 폭포의 물빛이 보였다. 코발트색의 물은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정방폭포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양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귀여웠다. 

 

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경사지만 미끄러웠다. 아마 폭포에서 수영한 사람들이 젖은 상태로 걷다 보내 물이 그래도 나무데크로 떨어져 젖어 있는 것 같았다. 

 

블로그에서 봤던 폭포는 사람이 많이 없는 한적한 폭포였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폭포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았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50분 수영, 10분 휴식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출발선에 선 육상 선수같이 안전요원의 호각 소리만을 기다며 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폭포보다는 폭포 아래의 물빛에 반해버렸다. 푸른 물은 물속까지 보였다. 폭포 바로 아래는 안전선이 그어져 있어서 갈 수 없었다. 

 
 

사람은 많은데 폭포 주변은 장소가 협소해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비켜줘야 했다. 

 
 
 
 

그리고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험했다. 나같이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은 위에서 조심조심 구경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나도 남들처럼 풍덩 물속에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안전요원의 호각소리가 들리니 물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물로 풍덩풍덩 들어갔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폭포가 아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더 매력적인 것 같았다. 

 

찾아오는 길은 험했지만 방문할 가치는 충분했던 것 같다. 물이 너무 차갑기에 사람들이 오랫동안 물에서 놀지 못하고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체온을 올리고 다시 들어갔다.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대신 이것저것 챙겨서 이 계단을 내려와 좋은 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아쉽지만 우리는 사진만 찍고 다시 무시무시한 경사가 있는 계단을 올랐다. 다음에 온다면 꼭 수영할 수 있게 준비를 해서 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물에서 노는 모습이 더 부러웠다. 돈내코를 떠나 바로 숙소로 갔다. 그날 늦은 오후 우리는 돈내코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호텔 수영장을 찾았다. 꿩 대신 닭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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