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제주에서의 둘째 날, 오늘도 날이 좋지 않았다. 아침 먹고 침대에 뒹굴뒹굴하다 오전 늦게 숙소에서 나왔다. 

반응형
 

비가 오락가락했다. 일단 아빠가 가고 싶어 하시는 허브동산으로 향했다. 

 

허브동산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내렸다. 

 
 

입장료를 산 후 허브동산으로 들어갔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한산했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져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안에는 애견용품과 관련된 구즈를 팔고 있었다. 

 
 

허브티를 무료로 제공하기에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비가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애견 카페라 그런지 코가 간지러웠다. 그래서 차만 한잔 마시고 바로 밖으로 나와야 했다. 털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카페 안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서 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오니 비가 그쳐있었다.

 
 

어디를 먼저 가면 좋을까. 발길 닿는 곳으로 향했다. 

 

또다시 비가 아주 조금씩 내렸다.

 

화사한 꽃을 보니 흐린 날씨 때문에 처졌던 마음이 다시 업되는 것 같았다.

 
 
 

큰 나무가 우거진 나무 터널을 지났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걸었다. 길이 살짝 미끄럽지만 분위기는 로맨틱했다. 나무에 달린 조명엔 불이 들어왔다. 

 

오르막길을 오르니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이 보였다.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것 같은 이국적인 느낌의 집들이 모여 있었다. 아마 펜션도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작은 동산에는 핑크 뮬리가 피어 있었다. 

 
 

요즘 어디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가을에 보는 핑크 뮬리는 몽환적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비가 온 후라 핑크 뮬리에 가까이 가면 옷이 다 젖었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광경을 그냥 눈으로만 보기 너무 아까웠다. 이 순간의 모습과 향기, 그리고 정서까지 담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핑크 뮬리 단지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비가 안 왔으면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핑크 뮬리를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핑크 뮬리를 본 후 다음 꽃밭으로 이동했다. 

 

수국(?)이었던 것 같다. 가장 절정을 지난 꽃의 색은 종이가 바랜 것 같아 보였다. 이 계절이 또 지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비는 부슬부슬 또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제주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는 것 같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가끔은 짜증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다. 제주니까. 

 
 

가평 아침 고요수목원이 생각나는 교회(?)가 보였다. 교회 앞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하늘엔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서 땅과 하늘이 서로 맞닿을 것 같았다. 

 
 

걷는 중간중간 포토 스폿이 있었다. 난 생각보다 이런 포토 스폿에서 구조물을 이용한 사진 찍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어디 가나 사람들로 정신없는 제주지만 이곳은 조용했다. 

 

비가 와서 앉아서 쉴 곳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지붕이 있는 벤치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실내 화원에는 부겐빌레아 꽃이 피어있었다. 

 
 

밖은 비 때문에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졌는데 온실에 들어오니 따스한 게 온몸이 노고 노곤해졌다. 

 
 
 

걷다 보니 온 곳. 담쟁이넝쿨이 벽을 타고 자라고 있었다. 

 
 

이 문을 통과하면 다른 세계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아니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문을 지나면 상상의 세계가 우리를 기다릴 것 같았다.

 
 

오래된 공중전화를 보니 응답하라 1994가 떠올랐다. 삐삐를 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제 다리가 아파졌다. 

 
 
 

돌다 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략 허브동산 한 바퀴를 다 돈 것 같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땡볕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들어올 땐 정신이 없어서 찍지 못한 허브동산 입구 쪽 사진을 다시 찍었다. 난 소심쟁이라 어디를 가든 처음엔 어색해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매표소 옆에 있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집 앞에서 우리 집 마냥 사진을 찍었다. 이곳을 카페로 이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정원에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이 여행객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 같았다.

 
 

비가 와서 쉽지 않은 허브동산 여행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하듯 구경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허브동산에서 나와 우리는 그다음 목적지인 오늘은 녹차 한 잔으로 향했다.

반응형
반응형

아무 일정이 없어도 제주에 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전날 늦게 도착해서 주변을 볼 수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여니 짙은 구름이 하늘을 두껍게 덮고 있었다. 

 
 

숙소 아래는 공원 같았다. 공원 사이로 강인지 시냇물인지가 보이는데 이 물이 천지연 폭포가 되는 것 같았다. 날이 맑으면 좋을 텐데 아침부터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더 떨어지게 느껴졌다. 

 

어디로 가야 할까? 비가 오기 시작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일단 아빠가 보고 싶으시다는 허브동산 쪽으로 갔다. 비바람이 부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회를 지나쳐갔다. 힘들어 보이지만 저 열정과 에너지가 부러웠다. 

 

허브동산을 가려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에 한화 아쿠아 플라넷 구경이 좋을 것 같았다. 큰 도로에서 나와 해안 도로로 접어들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두 사람. 우리도 아빠와 나 둘이서 이 길을 몇 년 전에 걸었던 기억이 났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한 번은 다시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 아침에 올레 1코스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걷기 중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이곳 올레 2코스가 끝나고 3코스가 시작되는 온평포구까지 왔었다. 비를 맞아 힘도 들고 배도 고파서 따스한 국물이 생각나 해물라면을 먹었었는데 아직도 그 맛이 어제 일처럼 선하다.

 

오늘도 그날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바다는 잔뜩 성이 나있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둔 후 포구로 걸어갔다. 새로 산 16-50mm 조리개 값 2.8렌즈로 처음 찍어 보는 거라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설레었다. 

 

그때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작은 포구의 방파제는 저 바다에서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내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에메랄드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포구엔 다양한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아빠와 함께 이곳을 함께 걸었던 이야기를 하느라 한동안 포구 위를 떠나지 않았다. 

 

예전에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그 해물라면집은 어디에 있을까. 분명히 근처 같은데 어디에 있을까. 올레 2코스가 끝나고 3코스가 시작되는 이곳에 오랜만에 다시 오니 기분이 묘했다. 

 

포구 옆 베트남 음식점에서는 쌀국수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구수한 육수 향기에 배가 고파졌다.

 

아침을 대충 컵라면과 고구마만 먹어서 그런지 국수 향이 너무 좋게 느껴졌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베트남 음식인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고수까지 주문했다. 따스한 국물이 배 안으로 들어가니 따스한 게 온몸이 노곤노곤해지고 기분도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한화 아쿠아 플라넷으로 향했다.

 
 

빗방울은 잦아들고 있었다. 

 

길가 공터에 차를 잠시 세운 후 바다를 보았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곳에 성산 일출봉이 있었다.

 
 

한화 아쿠아 플라넷으로 가던 중 오랜만에 섭지코지나 지나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네비의 목적지를 섭지코지 주차장으로 변경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지만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했다. 주차를 한 후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초입에서 만난 거북이 돌. 거북이가 바다로 헤엄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망망대해에서 밀려온 바다는 섭지코지에 도착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졌다.

 

바람이 차가우며 상쾌했다.

 
 
 

현재의 모습과 기억의 모습을 떠올리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바다쪽으로 훅 튀어나온 지형. 보고 있는 풍경에 답답함이 없었다. 이 바람을 따라 모든 근심과 걱정이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는데.

 

요즘 드라마 올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00년대초 드라마이니 벌써 20년이 지난 것 같다. 과거의 추억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드라마 세트장인 성당도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원래 이곳에 있었던 성당처럼 20년동안 성당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잔뜩 흐린 하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덥고 있을 뿐인데 하늘과 땅의 색은 천지 차이였다.

 
 
 

멀리서 보았을 땐 들판과 조화를 이루는 성당의 모습이 아름답지만 기까이서 보니 이곳저곳 망가진 곳 투성이었다.

 
 
 
 

성당을 지나 계속 걸으면 등대가 나왔다.

 

그리고 저 뒤로 보이는 성산일출봉. 모든 풍경이 그림같다.

 
 
 

이 느낌, 이 풍경이 보고 싶었다. 성산일출봉의 묵직함과 가을을 맞이한 들판까지, 제주에서 가을의 완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등대가 있는데 오르막이라 귀찮았다. 사람들은 가파른 길을 따라 등대에 올랐다. 갔다 내려오면 진이 빠질 것 같아 우린 멀리서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다.

 
 
 

심플한 디자인의 건물은 주변 풍경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았다.

 
 
 
 

카페에 앉아 따스한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었다. 오랜만에 새 카메라 렌즈를 사용해서 그런지 비바람이 불어도 신이 났다.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어디를 바라봐도 이국적인 풍경이 좋았다. 좀 더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이 앞에 놓여있고 또한 벤치까지 비어 있으니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글래스 하우스 쪽으로 걸어가니 그네가 있었다. 제주 감성일까? 아님 발리 감성일까?

 
 

그네에 앉으면 성산일출봉이 원 안에 쏙 하고 들어왔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사진을 찍기 수월했다.

 
 

멀리서 보았을 땐 일자로 된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각도에서 보니 건물이 X자 모양이었다.

 

바람때문에 나무들이 육지쪽으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바람맏아 굳어진 내 머리처럼.

 
 
 

그 많던 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걷다보니 다리가 아파왔다. 이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곳도 제주 걷는 코스의 일부인가 보다. 비담길, 이름이 이쁘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뒤를 힐끔힐끔 바라 보았다. 뭔가 아쉬웠다.

 
 
 

날이 서서히 좋아졌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십분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잔뜩 받아 쉬고 싶었다.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제주신라호텔을 나온 후 어디로 갈까? 비행기는 오후 6시 45분이기에 체크아웃 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제주공항까지 바로 달리면 한 시간 이면 가지만 평소와 달리 시간이 많이 남기에 이번에는 제주 서쪽 해안을 따라 가보 기려 했다.

 
반응형
 

하루밖에 고급 럭셔리 여행을 못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하루지만 좋은 시간도 보내고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일주로를 따라 달리다 해안도로로 빠졌다. 급할 것도 없고 목적지도 없지 않은가. 오징어인지 한치가 널려있는 방파제에 차를 세웠다. 

 

한치인지 오징어인지. 제주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라 눈길을 끌었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거칠게 밀어 닥쳤다. 

 

반건조 오징어였나 보다. 제주에서 사 먹는 오징어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오징어 한 봉지를 샀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오징어 가격이 금값이라더니 마리당 만 원에 육박했다. 

 
 
 
 

파도와 바람이 간혹 무섭게 불어왔지만 생경한 풍경에 오징어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 들리게 된 것은 지나다 본 성당 때문이었다. 차로 성당 옆을 지나는데 예쁘네라는 생각이 들어 오징어 판매하는 곳 앞 공터에 차를 세웠던 것이다. 

 
 

입구엔 단정하게 가꿔진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성당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차로 돌아갔다. 천주교를 믿는다면 더 열심히 돌아 봤겠는데 난 따로 종교가 없기에 슬렁슬렁 구경만 했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제주는 습하고 더웠다. 

 

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서 조용한 포구에 정차를 했다. 

 
 

바람이 끈적이게 불었지만 그래도 바람이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제주의 바다 빛 너무 좋다. 좋다는 말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하얀 등대 끝에는 바다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이 보였다. 그물망에는 물고기가 꽤 있었다. 

 
 

방파제 너머로 차귀도가 보였다. 유람선을 타고 차귀도에 갈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정확히 가는 방법을 모르기에 눈앞에서 차귀도를 보기만 한 후 다음에 가보 기려 했다. 

 
 
 

앞에는 차귀도가 뒤에는 방금 다녀온 성당이. 물색도 아름답고 주변 풍경은 더욱더 좋았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어디를 가든 관광객이 많은 시즌이다 보니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잠시나마 한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찾은 곳은 제주 관광지의 필수 코스인 신창해안도로였다. 

 
 

풍력발전기가 있는 어느 곳이든 멋진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다. 바다에 늘어서 풍력 발전기들. 그 주변에 가면 휙휙 소리를 내며 무섭게 돌고 있는 발전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한 가족이 파도치는 바다가 무섭지도 않은지 바다로 난 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그 가족처럼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이 들었다가 파도의 무서움을 알기에 옆에서 그 가족을 보기만 했다. 

 
 

다시 해안 도로를 따라 조금 달리니 나온 포구. 

 

앞에 방파제가 있기에 포구 안의 물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신창해안 도로는 여러 번 왔지만 이곳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다음 목적지는 협재해수욕장이었다. 원래는 이번 여름 협재에서 5박을 하려고 예약을 했다가 더 저렴한 숙소로 옮기느라 이곳에 예약한 숙박은 취소를 했었다.

 

협재해수욕장 주차장은 만차라 동네 안쪽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간신히 주차를 했다. 역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모래가 심하게 날렸다. 땀으로 흥건한 몸에 모래가 달라붙었다. 

 

작년에 함덕해수욕장에 갔을 때 본 바다색도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바다색은 현실에 없는 색을 그려내고 있었다. 

 
 

물이 깊은 것일까. 안전선이 해안선 가까이 쳐 있었다. 사람은 많은데 안전 선과 해안선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사람이 더 많게 보였다. 실제로도 사람이 엄청 많았지만. 

 
 
 

해수욕장을 지나 돌 위를 성큼성큼 걸어가니 보이는 협재의 바다와 비양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때문에 다시 오고 싶고 다시 보고 싶은 풍경이었다. 

 
 

앞에 놓인 풍경에 실제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냥 입이 딱 벌어질 뿐이었다.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 같았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대조를 이루는 해안의 현무암. 이곳에서 한 번 더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안 와봤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우리도 풍덩 들어가고 싶었지만 공항으로 가야 하기에 남들 노는 모습만 부럽게 바라봐야 했다. 

 
 

어찌나 물색이 이쁘던지 웬만한 동남아의 멋진 해변보다 좋았다. 

 

짧게 협재에서 시간을 보낸 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겨서 애월로 향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는 너무 사람이 많고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애월 스타벅스로 가는 길 옆에는 한라산이, 위로는 이륙하는 비행기가 보였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언제나 보아도 마음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애월 스타벅스는 주차장이 협소해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가다 포구에 차를 세운 후 다인리조트 투썸 플레이스로 들어갔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땀을 식혔다.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도 정리하고 몇몇 사진은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니 살 것 같았다.

 

카페에서 나와 카페 앞 포구로 갔다. 

 
 
 

이곳에 와본 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때는 지나다 우연히 이곳에 차를 주차해서 사진을 찍었었다. 

 
 
 
 

포구 뒤로 보이는 리조트 건물. 이곳에서 숙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번도 제주 서쪽에서 숙박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등대는 그 자리에 있었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갈 것 같기에 모자를 손으로 잡았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차를 반납하기 위해 제주 시내로 향했다. 

 
 

제주 sk 렌터카로 향하던 중 빠져서 이호테우 해변에 차를 세웠다. 

 

못내 아쉬웠다. 처음 오고 뜸하게 오는 곳이 아닌데 가는 길은 항상 왜 그렇게 아쉬운지 모르겠다. 

 
 

렌터카 회사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 들어서 제주공항 철책 길을 끼고 달렸다. 우연히 선물해 준 멋진 풍경이었다.

 
 
 

다시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렌터카 회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차를 반납하고 짐을 챙겨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짐도 정리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며 여유릅게 기다렸다.

한라산의 서쪽 사면은 초밥을 얹은 것 같이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반응형
반응형

코업시티호텔 하버뷰에서 11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4박 5일이라는 시간이 화살과 같이 지나가 버렸다. 제주신라호텔은 체크인이 2시부터였다. 어디서 시간을 보내다 가면 좋을까. 제주 남원에서 중문으로 가는 길에 있는 관광지를 들렀다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한 곳이 쇠소깍이었다. 한두 번 간 곳이 아니지만 여름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 가기 딱 좋은 장소라 생각이 되었다. 

 
 

여름휴가 및 연휴다 보니 주차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보니 주변 주차장마다 차가 가득했다. 겨우 차를 주차를 하고 해변을 따라 걸었다. 제주하면 역시 야자수가 아닐까.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야자수인 것 같다. 아마 내가 오래된 사람이라 그런지 제주에서 자라는 야자수만 봐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전에는 겨울에 시내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었다. 그래서 쇠소깍 상류에서부터 바다 쪽으로 걸어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바다 쪽에서 쇠소깍 상류 쪽으로 걸어서 갔다. 산책로가 잘되어 있어서 걷는 것은 힘들지 않으나 쇠소깍을 구경하려면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계단을 내려오면 에메랄드, 코발트색을 가진 강이 나왔다. 겨울에 왔을 때는 쇠소깍에서 배를 타는 사람이 없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배를 타고 쇠소깍을 한 바퀴 도는 관광객과 카약을 타고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 등 겨울보다는 여름이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 근처이지만 그래도 너무 덥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카약은 내가 직접 노를 저어야 하니 타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는데 돛단배는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기에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앞으로 돛단배가 지나가는데 빈자리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이곳의 풍경을 여유롭게 보고 싶으면 역시 카약이 최고인 것 같다. 그런데 구명조끼 입고 노 젓고 하기에 날씨가 너무 더웠다. 태양이 우리를 고사시킬 것 같이 뜨거웠다. 

 

날이 덥기는 했지만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만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카약과 돛단배를 타기에 우리도 한번 타볼까 싶어서 매표소로 갔다. 매표소로 가는 길에 승선대기소가 있어서 안을 살짝 봤더니 승선대기소는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그때 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쉽기는 했지만 그냥 쇠소깍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다시 걸었다.

 

아빠는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을 주운 후 인형처럼 가지고 다니셨다. 내 눈에는 잘 안 보이는 것들이 아빠의 시선에는 딱 들어오는 것이 신기했다. 

 

배를 타고 구경할 마음에 부풀었다. 못 타게 되니 뭔가 아쉬워서 마음의 김이 픽하고 새어 나가는 것 같았다. 뭐 언젠가 탈 기회가 또 있을 테니. 

 
 
 

위에서 내려다본 쇠소깍의 물 색깔은 시시각각 조금씩 변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니면 내가 보는 것과 카메라가 보는 색이 다른 것일까. 어쩔 때는 짙은 녹색의 에메랄드 색으로 어쩔 때는 짙푸른 코발트색을 띠었다. 사람들은 신선같이 카약을 타고 쇠소깍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바위 아래 그늘진 곳에는 안전요원들이 쉬고 있었다. 

 

날이 뜨겁고 더워서 걸어 다니기 짜증 나는 날이었지만 그래도 나뭇잎들이 직사광선을 막아주어서 한결 걷기 수월했다. 

 

산책로 중간중간마다 전망대가 있어서 주변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무 때문에 시야를 많이 가려져서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쇠소깍을 걷다 보니 일본 규슈에도 이와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명이 생각나지 않았다.

 
 
 
 
 

상류로 올라가던 카약은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빠는 솔방울을 장난감 삼아 말도 걸고 같이 사진도 계속 찍으셨다. 나보다 솔방울이 더 이쁘다고 계속 들고 다니셨다. 계속 협곡의 상류 쪽으로 걷다 더 걸어봐야 힘만 들 것 같기에 다시 돌아가 기려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빠는 전망대로 내려가고 나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 위에서 아래로 사진을 찍으니 훨씬 더 쇠소깍의 물색과 주변 풍경, 인물을 같이 담을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사람이 뜸한 틈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사진을 찍었다. 

 

인물의 정면에서 찍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인물도 살리고 주변의 모습도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제주도도 한국이다 보니 별다른 특이한 점이 없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종종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을 보면 왜 제주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요한 호수에 온 것 같았다. 배를 타고 협곡에서 바라본 모습은 어떨까. 우리는 항상 쇠소깍을 내려다보고 오지만 배를 타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과 푸른 물. 병풍처럼 둘러쳐진 돌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조금 더 날이 시원해지면 한 번쯤 다시 와서 배를 타며 풍류를 즐기고 싶었다.

 
 
 

협곡엔 바람이 불지 않아서 덥고 습했다. 여름 제주 여행에서 습함과 더움은 친구처럼 받아들여야 하나 보다. 

 
 

오늘도 저 멀리 한라산이 보였다. 제주에 와서 매일매일 한라산을 볼 수 있는 것도 복인 것 같았다. 그리고 체력과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자전거 종주였다. 체력을 더 키운 후 몇 년 안에 한번 도전하고 싶다. 

 

쇠소깍의 끝은 해변과 맞닿아 있다. 검은색 해변은 모래가 아닌 작은 돌들이 모래처럼 작아져서 생긴 해변이었다.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들이 몸에 붙지 않아서 좋았으나 모래가 너무 뜨거웠다. 신발을 신고 겉는데도 열이 그대로 느껴졌다.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 서핑을 타는 서퍼가 보였다. 시원해 보였다. 부럽기도 하면서 이런 날 저렇게 서핑을 하면 살이 시커멓게 탈 것 같아 보였다. 

 
 

모래사장 위에 서 있기만 하는데도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찜질방에 온 것 같았다. 오히려 쇠소깍 산책길을 걸을 때가 덜 더웠던 것 같다. 

 
 

파도가 시원하게 육지로 밀려왔다. 마음 편하게 물속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곳에서도 우리의 솔방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해수욕장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쇠소깍의 모습과 한라산의 모습을 둘 다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기가 색감을 잘 못 잡아내는 것 같다. 너무 구형 사진기를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쪽과 바깥쪽의 색이 같은 모자를 양면 모자처럼 만들어 놓았다. 

 
 

보트 선착장 입구에 서서 사진을 찍으니 쇠소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대신 돌이 뜨거워서 땀을 뻘뻘 흘리기는 했지만. 

 
 

다양한 포즈나 구도를 잡으면 꽤 괜찮은 곳 같았다. 미리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 생각을 하고 찍었으면 더 좋았을 같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산 귤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으니 제주의 느낌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날이 너무 더워 점심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시원한 투썸플레이스로 향했다. 

 
 

안과 밖의 온도는 천국과 지옥 같았다. 안에 들어오니 너무 시원했다.

 
 

이곳에서 사진도 정리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잠깐의 휴식이지만 꿀맛같이 느껴졌다. 

 
 

시원한 곳에 있다 보니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 밖에 나오니 머리가 핑 하니 어지러웠다.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제주신라호텔로 향했다. 여행의 마지막 숙소이자 날이어서 기대가 컸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신라호텔로 이동했다. 

 
 
반응형

 

반응형
반응형

돈내코라는 이름은 입에 익어서 많이 들어봤지만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기도 했고 가본 적이 없었다. 서귀다원을 나온 후 돈내코로 향했다. 서귀다원에서 십여 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제주도민에게는 여름 휴양지로 소문이 난 곳이라는 블로그의 글을 보았다. 우리에게는 낯선 공간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름철 인기 관광지라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돈내코 유원지 주차장에서 돈내코 계곡까지는 걸어가야 하기에 여름철에는 길가에 차들이 주차를 한다는 글을 보았다. 우리는 일단 돈내코 유원지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계곡 쪽으로 걸어갔다. 많은 블로거가 말했듯이 양쪽 길가는 차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차들이 길게 늘어져 주차가 되어 있었다. 

 

폭포 입구라는 팻말을 보고는 산책길을 따라갔다. 

 
 
 

나무가 햇빛을 가려서 뜨겁지는 않지만 역시 제주의 여름은 습했다. 제주의 여름에서 습함을 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비가 오면 습하고 덥고, 햇살이 내리쬐면 뜨겁고 습하고 더웠다. 아무튼 어디를 가던 끈적임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산책길이 되어 있기에 걸어가는 것은 편했다. 대신 걷는 길을 설치한지 오래되어서 군데군데 파손된 부분이 있어서 걸을 때 조심해야 했다. 

 

우리가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원앙폭포였다. 사진으로 본 원앙폭포는 코발트색이었다. 이 물 색깔에 반해서 이곳에 왔기에 실제로 본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는 원앙폭포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우리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폭포가 아닌 계곡만이 앞에 보였다. 순간 이곳이 아닌가? 원앙폭포는 어떻게 가지라는 별별 생각이 들었다. 

 

계곡에는 사람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일단 계곡에 왔으니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자는 심정으로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에는 캠핑용 의자를 펼쳐 놓고 치킨을 먹는 사람들, 튜브를 타고 물놀이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제일 부러운 사람들은 발목 정도 물이 오는 곳에 캠핑의자를 펼쳐놓고 책을 보는 사람이었다. 우와!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역시 물이 있는 곳이라 습했다. 그런데 발을 물에 담그는 순간 온몸에 닭살이 퍼졌다. 물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물속에 발을 오랫동안 담그지 못했다. 물속은 너무 시원하고 차갑고 물 밖은 습하고. 물놀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분의 옷을 준비해서 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정방폭포의 물도 너무 차가워서 놀랬는데, 돈내코계곡의 물은 정방폭포보다 더 차가운 것 같았다. 왜 제주사람들이 이곳을 여름에 찾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닷물마저 미지근한 여름인데 이곳의 물만큼의 북극의 물같이 찼다. 

 
 

물 밖의 바위들은 미끄럽지는 않았으나 물속의 바위들은 미끄러웠다. 특히 크록스를 신어서 그런지 더 미끄럽게 느껴져서 조심히 걸어야 했다.

 
 
 

시원한 수박 하나 동동 띄어 놓고 신선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이렇게 멋진 곳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이 신나고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다시 폭포로 가는 길 약간 상류 쪽으로 올라왔다. 방금 전에 갔던 곳보다는 계곡이 넓지는 않았다. 대신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이 좋았다. 

 
 

물의 깊이가 조금 되는 곳이 있어서 수영하기는 딱 맞는 것 같았다. 계곡 아래쪽은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나 발만 동동 담그고 노는 사람에게 좋은 것 같고, 이곳은 튜브를 타거나 수영하기 좋은 것 같았다. 

 
 
 

항상 물기가 마르지 않는 곳이다 보니 걸을 때 조심해야 했다. 튜브 타고 저 바위 사이를 래프팅 하듯이 내려가면 재밌을 것 같았다. 자연이 만든 천연 워터파크였다. 

 
 
 

아쉽지만 우리는 이곳에서도 발만 담글 수밖에 없었다. 계곡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져 햇빛을 막아주기에 뜨겁지는 않으나 습했다. 돈내코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어차피 다 물에 젖어 있기에 습한 것은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은 먹을 것 및 이것저것 담은 보따리를 들고 와서 휴식을 취하고 우리 같은 관광객들만 더우니 아쉬운 마음에 물에 발만 담그고 있는 것 같았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내려오는 물일까? 아님 한라산 어딘가 저장된 물이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물이 너무 시원해서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압권은 계곡의 바위였다. 바위 하나하나가 멋진 조형물같이 보였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이동할 대는 항상 조심해야 했다. 크록스가 물어 젖으니 생각보다 더 미끄러웠다. 

 
 

아주머니께서 타다 두신 튜브를 들고 사진도 찍었다. 역시 여름 여행에서 튜브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이번 여행에 튜브를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구멍 난 튜브를 가지고 와서 바다에서든 수영장에서든 튜브 없이 놀아야 해서 아쉬웠다.

 
 

우리는 더 걸어서 원앙폭포로 향했어야 했는데 이 갈림길에서 이정표도 확인하지 않고 계곡으로 갔었다. 계곡에서 다시 올라와 원앙폭포로 향했다. 원앙폭포로 향하던 중 편의점이 보였다.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라면 냄새가 솔솔 났다.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간단하게 컵라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물놀이를 하고 온 것도 아닌데 급 배가 고팠다. 아빠와 나 서로 컵라면 하나씩 구매해서 편의점 앞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라면을 먹으니 방전되었던 온몸이 급속 충전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라면을 먹는데 옆에 냥이들이 물끄러미 지나가는 사람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소시지라도 샀으면 하나 줄걸. 오늘은 라면밖에 구매하지 않아서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했다. 

 
 

다시 원앙폭포로 향했다. 산책로가 오래돼서 군데군데 파손이 있었다. 바닥 파손보다는 울타리 쪽 파손이 많았던 것 같다. 원앙폭포로 가는 계단은 급경사라 살짝 무서웠다. 특히 산책로 목재테크에 파손이 있다는 글을 봐서 그런지 내려가다 나무가 부서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급경사에도 길이 미끄럽다 보니 내려갈 때 주의를 요했다. 

 

나무 정령을 지나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올라갈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사진으로 보았던 폭포의 물빛이 보였다. 코발트색의 물은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정방폭포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양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귀여웠다. 

 

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경사지만 미끄러웠다. 아마 폭포에서 수영한 사람들이 젖은 상태로 걷다 보내 물이 그래도 나무데크로 떨어져 젖어 있는 것 같았다. 

 

블로그에서 봤던 폭포는 사람이 많이 없는 한적한 폭포였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폭포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았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50분 수영, 10분 휴식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출발선에 선 육상 선수같이 안전요원의 호각 소리만을 기다며 물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폭포보다는 폭포 아래의 물빛에 반해버렸다. 푸른 물은 물속까지 보였다. 폭포 바로 아래는 안전선이 그어져 있어서 갈 수 없었다. 

 
 

사람은 많은데 폭포 주변은 장소가 협소해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비켜줘야 했다. 

 
 
 
 

그리고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험했다. 나같이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은 위에서 조심조심 구경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나도 남들처럼 풍덩 물속에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안전요원의 호각소리가 들리니 물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물로 풍덩풍덩 들어갔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폭포가 아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더 매력적인 것 같았다. 

 

찾아오는 길은 험했지만 방문할 가치는 충분했던 것 같다. 물이 너무 차갑기에 사람들이 오랫동안 물에서 놀지 못하고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체온을 올리고 다시 들어갔다.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대신 이것저것 챙겨서 이 계단을 내려와 좋은 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아쉽지만 우리는 사진만 찍고 다시 무시무시한 경사가 있는 계단을 올랐다. 다음에 온다면 꼭 수영할 수 있게 준비를 해서 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물에서 노는 모습이 더 부러웠다. 돈내코를 떠나 바로 숙소로 갔다. 그날 늦은 오후 우리는 돈내코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호텔 수영장을 찾았다. 꿩 대신 닭이라도.

반응형

 

반응형

+ Recent posts